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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머리카락엔 특별한 것이 있다] [염색 샴푸 논란] ....

뚝섬 2024. 3. 31. 05:45

[그녀의 머리카락엔 특별한 것이 있다] 

[염색 샴푸 논란] 

[노인지반(老人之反)]

 

 

 

그녀의 머리카락엔 특별한 것이 있다

 

장발이 숏컷보다 매력?
길이보다 중요한 건 質
 

 

이건 단순한 털이 아니다.

 

연구 대상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한국인 부부(25~51세) 204명을 모집해 설문을 진행했다. 배우자의 머리카락 길이와 질(質)에 대한 평가를 묻고, 이를 부부 관계 빈도와 연결해 “머리카락과 성적 매력의 상관성”을 추출하는 다소 도발적인 조사였다. 해당 데이터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렸다. 결론은? “아내의 길고 윤택한 머리카락은 매력도를 높여 남편의 성적 욕구 증가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머리카락이 부부 간 유대감을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남편의 머리카락 길이와 매력 사이에는 유의미한 관련성이 없었다.

15세기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미의 여신 비너스, AI 그림 생성기가 도출한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2024 미스 프랑스' 우승자(왼쪽부터). /우피치미술관·칼로·미스 프랑스 홈페이지

 

여성의 풍성한 모발이 본능적 아름다움으로 인식돼 온 오랜 통념이 재입증된 셈이다. 논문이 서두에서 지적했듯 “어떤 의미에서 머리카락은 여성성의 상징적 표현”이었다. 예부터 미인상(像)은 장발을 전제했는데, 진화생물학에서는 ‘좋은 유전자 가설’ 등을 동원한다.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건강한 유전적 상태”뿐 아니라 “머리카락을 관리할 만한 여유”를 의미하기에 무의식적 선호로 이어져 왔다는 것. 전통은 영화·광고 등의 대중문화로 재생산됐다. AI 그림 생성기조차 입력값에 ‘아름다운 여인’을 넣으면 매번 긴 머리 여성 이미지를 제공한다.

 

그러자 도전이 잇따르고 있다. ‘숏컷’이다. 최근의 화제는 ‘2024 미스 프랑스’가 야기했다. 대회 103년 역사상 처음 ‘숏컷 우승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짧은 흑발로 대회에 참가한 이브 질(20)은 “우리는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들에게 익숙하지만 나는 짧은 머리에 좀 더 남성적인 외형을 택했다”며 “우리가 매일 참아야 하는 신체적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일종의 시위였던 셈이다. 참가자의 외적 매력에 집중하는 대회 취지 대신 정치적 맥락에 더 치중한 심사 결과라는 시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여성의 ‘숏컷’은 사회적 발언이 돼가고 있다. 여성성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을 거부하는 반란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의 적개심도 커졌다. ‘숏컷’ 여성에게 정치적 입장을 추궁하는 경우가 늘고, 공격의 강도도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4일 밤 한 20대 남성이 경남 진주의 편의점에서 20대 아르바이트 여성을 폭행했다.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이고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며. 지난 5일 검찰은 이 남성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롱헤어냐 숏컷이냐. 그러나 정작 이번 연세대 연구 논문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전반적으로 모발의 질이 (길이보다 더) 성관계 빈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보다 질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또 하나. “긴 머리는 더 큰 매력과 관련이 있지만 짧은 머리는 배려심과 정서적 강인함 같은 긍정적인 특성을 나타낼 수 있다.”

 

-정상혁 기자, 조선일보(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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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 샴푸 논란 

 

가발을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줄 알지만, 가발도 1~2년에 한 번씩 바꾼다. 인모라도 모낭 없는 모발이어서 오래되면 푸석푸석해진다. 대개 가발 쓰는 나이에 흰머리도 늘기 시작하기에 가발과 생모의 은발 비율을 같게 조정할 필요도 있다. 얼굴에 화장 잘 받는 날이 있듯이 가발 잘 쓰이는 날이 있다니, 이왕 쓰는 거 잘 써야지 싶다. 모발 이식 의사들은 평생 가발 살 비용을 생각하면 머리 심는 게 낫다고 말한다.

 

▶머리카락 색은 모낭 속 멜라닌 세포 양으로 결정된다. 많을수록 짙다. 세월 따라 흰머리가 느는 것은 노화로 생긴 활성산소가 두피 모낭의 멜라닌 세포 수와 기능을 떨어뜨린 탓이다. 금발도 은발이 된다. 흰머리는 옆머리, 정수리, 뒷머리 순으로 난다. 나중에는 수염과 눈썹도 하얘진다. 움직일 때 마찰을 줄여주는 겨드랑이나 음모 털은 실버화가 가장 더디다.

 

▶염색하고 나서 시력이 떨어졌다며 백발로 다니는 어르신들이 꽤 있다. 염색 자주 하면 방광암에 걸린다는 얘기도 있다. ‘dye or die’(염색하느냐, 죽느냐)라는 말이 있듯이, 발암 가능성은 논란이 됐다. 염모제에 방향족 아민 등 화학물질을 쓰는데, 이게 피부 접촉 등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미용사처럼 매일 오랜 기간 염모제에 노출된 경우는 방광암 발생 위험이 다소 높다고 나온다. 가정용 염모제 수준에서는 암 발생률이 높아지지 않는다.

 

▶머리를 감기만 해도 흰머리가 검게 물든다 해서 인기를 끌던 ‘모다모다’ 샴푸가 퇴출될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엊그제 샴푸 원료에 유전독성이 있는 ‘00벤젠’ 염모제 성분이 있다며, 이를 화장품 사용 금지 목록에 올렸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화장품학 박사 출신 기자의 추적 보도로 시작됐다. 샴푸를 쓴 사람들에게서 손도 검어졌다는 불만을 보고, 샴푸에서 유럽서 사용이 금지된 염모제 성분을 찾아낸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흰머리 염색을 위해 암소 피, 말린 올챙이 기름 등 각종 재료가 쓰인 기록이 있는 것으로 봐서 염색의 역사는 깊다.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면 젊음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19세기 말부터 화학 성분 염모제 사용이 본격화 됐다. 고려 후기 문신 우탁은 늙어감을 한탄한 ‘탄로가’(歎老歌)를 쓰며, 아무리 늙지 않으려고 해도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했다. 가는 세월을 그 무엇으로 쉽게 잡을 수가 있겠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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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지반(老人之反)

 

만년의 추사가 말똥말똥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닭 울음소리를 들었다. "젊어서는 닭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더니, 늙어지자 베개 위서 닭 울기만 기다리네. 잠깐 사이 지나간 서른 몇 해 일 가운데, 스러졌다 말 못 할 건 꼬끼오 저 소리뿐(年少鷄鳴方就枕, 老年枕上待鷄鳴. 轉頭三十餘年事, 不道消磨只數聲)." 제목이 '청계(聽鷄)'다. 1, 2구의 엇갈림 속에 청춘이 다 녹았다. 소중한 사람은 내 곁을 떠나고 없고, 닭 울음소리만 변함없이 내 곁을 지킨다.

젊은 시절엔 책 읽고 공부하느라 밤을 새우고 새벽닭 소리를 신호 삼아 잠자리에 들곤 했다. 이제 늙고 보니 초저녁 일찍 든 잠이 한밤중에 한번 깨면 좀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먼동이 어서 트기만을 기다리지만 밤은 어찌 이리도 긴가? 어둠 속에 웅크린 것은 지난날의 회한뿐이다. 그땐 내가 왜 그랬을까?

'문해피사(文海披沙)'에 보니 노인이 젊은이와 반대로 하는 일의 목록이 나온다. "밤에는 잠을 안 자고 낮에 깜빡깜빡 존다. 아들은 사랑하지 않고 손자만 사랑한다. 근래 일은 기억 못 하고 아득한 옛일만 생각난다. 울 때는 눈물이 안 나고 웃을 때 눈물이 난다. 가까운 것은 안 보이고 먼 데 것이 보인다. 맞아야 안 아프고, 안 맞으면 아프다. 흰 얼굴은 검어지고, 검던 머리는 희어진다. 화장실에 가면 쪼그려 앉기가 힘든데, 인사를 하려다 무릎이 꺾어진다. 이것이 노인이 반대로 하는 것이다(夜不臥而晝瞌睡, 子不愛而愛孫. 近事不記而記遠事, 哭無淚而笑有淚. 近不見而遠却見, 打却不疼, 不打却疼. 面白却黑, 髮黑却白. 如厠不能蹲, 作揖却蹲. 此老人之反也)."

자식은 미운데 손주는 예쁘다. 어제 일은 까맣게 잊어도 수십 년 전의 작은 일은 새록새록 기억난다. 우는데 눈물이 안 나와 당황스럽고, 웃다가 눈물이 나서 운다. 신문의 활자가 흐려지더니 저만치 떨어져서야 겨우 보인다. 안마를 받아야 안 아프고 안마를 안 받으면 온몸이 쑤신다. 피부는 검어지고 머리털은 하얘진다. 화장실에서는 무릎 꺾기가 힘들어 안간힘을 쓰다가도, 인사한다고 몸을 숙이려다 무릎이 먼저 푹 꺾인다. 아! 늙었구나. 이 누구의 허물인고.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조선일보(1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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