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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냉동에 20만원, 생존을 위한 보험] [저출산도 괜찮다.. ]

뚝섬 2024. 3. 31. 05:48

[난자 냉동에 20만원, 생존을 위한 보험]

[한국 사람들 진짜 똑똑해”...저출산도 괜찮다는 진화학자, 왜]

 

 

 

난자 냉동에 20만원, 생존을 위한 보험

 

생존 

 

“나, 난자 냉동해볼까?”

 

사랑스러운 조카를 바라보다가, 내가 말했다.

 

“이미 늦은 건 아니야? 그나저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어?”

 

30대 중반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딸에게 엄마는 현실적으로 말했다. 아직 결혼을 할지, 아이를 가질지도 모르겠는 나는 “낳을 수도 있으니까”라고만 답했다. 주위에는 비슷한 상태의 남녀 친구가 많다.

 

누군가는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낳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결혼을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다들 ‘맞다’, ‘맞지 않다’라는 가치 판단을 달리하는 기준에 대해 최재천 교수가 한마디로 정리한 걸 보고, 좋아요를 마구 눌렀다.

 

기준은 바로 ‘생존에 유리한가?’이다. 인간도 동물이고, 본인의 유전자를 지구에 남기는 것이 본능일 텐데, 그럼에도 그 결정을 지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은 생존에 불리하다는 생각 때문인 거다. 나아가, 앞으로 세대가 살아가기에도 생존에 불리할 거라는 본능적 직감 때문이다.

 

난자 냉동에 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친구가 링크를 보내줬다. 난자 하나당 20만원이면 냉동할 수 있다는 시술 정보였다. 보통 10개는 냉동해야 하니까 2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그리고 1년마다 금액이 발생한다. 난자는 5년 동안 보관하면 폐기해야 한다.

 

“그래서, 난자로 임신할 수 있는 거야?”

 

“그건 정확히 모르겠어.”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난자를 얼려서 5년 뒤에 그 난자로 임신했다는 에피소드는 찾기 힘들었다. 하물며 주택 청약도 어느 정도의 확률과 유불리를 계산할 수 있는데, 이렇게 단서를 찾기 어려운 주제는 오랜만이다. 분명한 건, 한 달에 20만원 정도 내야 난자를 냉동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세포들이 지낼 작은 방의 월세라고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검색하다 보니, 한 예능에서 연예인 솔비가 난자 냉동을 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호르몬 주사 때문에 살이 쪘다고 민망해 하는 그녀. 그 외에도 감정 기복과 여러 통증까지 ‘보험’을 들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이 만만치 않다. 몇 년 전 ‘정자’를 얼려두었다는 남자 연예인의 뉴스도 검색되었는데, ‘생존에 유리한’ 재정적, 사회적, 심리적 상태가 되기를 꿈꾸며 보험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선거를 앞두고 ‘저출생’ 대책을 이야기하는 뉴스를 본다.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거나, 기저귀 값을 지원한다는 정치인과 지자체들. 대부분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분적’ 시기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궁극적으로 고민하는데, 세상은 ‘부분적’으로 응답한다. ‘지원금 가설’이 맞다면, 그 뉴스를 보고 당사자인 내 마음에 ‘생존에 유리하겠군’ 하는 초록불이 켜져야 할 텐데 내 마음에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오지윤 작가, 조선일보(24-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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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 진짜 똑똑해”...저출산도 괜찮다는 진화학자, 왜 

 

최재천 교수. /유튜브 캡처

 

“역시 대한민국 사람들은 진짜 똑똑하다. 진화적으로 우리는 정말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구나. (동물에 비유하자면)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하는 거예요.”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해 진화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내놓은 답이다.

 

최재천 교수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는 지난 14일 ‘국가 소멸? 내가 힘든데 그게 중요한가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에는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개그맨 서경석, 개그우먼 임라라,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이 출연해 한국의 저출생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서경석은 “국가가 지원한다고 하지만 해가 지나도 달라지는 것 없고, 근본적으로 사회가 받쳐주지 않는 현실에서 (출산율이) 악화되고 있지 않나”며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지 않는 데다가 출산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가치와 내 일을 유지할 가치를 비교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저출생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고, 수없이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0.7명(현재 한국 출산율)이 0.3명이 되는 날이 아닌 1.8명으로 올라가는 세상이 올 거라고 본다”고 했다.

 

임라라는 “출산을 해야 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국가가 소멸한다’는 얘기는 내가 죽게 생긴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합리적인 저항의 측면이 크다. 출산을 못 하는 이유는 결혼 자체를 안 해서다. 결혼을 할 수 없는 (현실적) 상황이 젊은이들을 힘들게 한다. 결혼의 평균 연령이 너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이득이 되는 대로 살지 않나. 농경사회 때는 애를 많이 낳으면 애들이 나한테 도움이 됐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고, 30대까지도 부모님 수하에서 용돈 받는 젊은 친구도 많다. 슬프지만 (아이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더 (출산율이)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강형욱은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가 25억명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75억명이니까 인구감소는 자연발생적인 현상이지 않을까”라면서 “100년, 200년 뒤에는 인구가 확 줄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최재천 교수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대한민국 사람들은 똑똑하다. 다른 면으로 얘기하자면 진화적인 관점으로 정말 기가 막히게 적응을 잘하는 민족”이라며 “이렇게 상황이 안 좋은데, 동물스럽게 표현을 하자면 새끼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상황에서 새끼를 낳는 동물은 절대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낼 수 없다. 상황이 좋아졌을 때 새끼를 낳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출산율 1.8명 혹은 인구가 줄어들지 않는 수준의 출산율인 2.1명을 회복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날 안 왔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우리가 억지로 지구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놓은 상태인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모든 환경 문제는 궁극적으로 다 인구 문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벌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는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십년 동안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나.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산아제한에 성공했고,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에 열심히 전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국민의 숫자가 줄어든다고 잘 사는 나라들이 도로 출생률을 높이는 일을 하다 보니까 전 지구적으로는 재앙”이라며 “경제학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살기 힘들어진다는 걱정을 하지만, 적은 숫자의 국민으로 어떻게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 지구적으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오히려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면 지구는 훨씬 더 살기 좋은 행성이 될 것”이라며 “그 선도적인 역할을 어쩌면 지금 대한민국이 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하반기 '코베 베이비페어&유아교육전'에서 참관객들이 유아용 모빌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저출생 예산 투자,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임라라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저출생 대책에 투자됐다는 뉴스만 나오지,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이런 것들이 뒷받침돼서 (아이) 낳고 싶은 친구들이 빨리 낳아서 행복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했다. 강형욱도 “안 낳겠다는 사람 들들 볶지 말고, 낳은 사람 칭찬하자. 그 돈(정부 지원) 다 모아서 아이 낳은 사람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재천 교수는 “정부가 많은 돈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 정부는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다. 정부가 투자했다는 예산은 곁다리에 쓴 것도 다 합친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돈을 많이 쓴 나라 축에 끼지도 못한다”며 “(정부가 출산율 높이는데) 돈을 쓰려면 지금과 비교가 안 되는 예산을 투입해서 ‘출생을 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환경을 잘 만들어 주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사람이 행복한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혜진 기자, 조선일보(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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