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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시진핑의 3연임 대관식... 베이징 올림픽의 정치학]

뚝섬 2022. 2. 6. 07:21

지난 1월 4일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을 점검하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photo 신화ㆍ뉴시스

 

2월 4일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2018년 한국 평창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다. 중국 수도 베이징은 올림픽 사상 최초로 하계올림픽(2008년)과 동계올림픽(2022년)을 모두 개최한 도시가 됐다. 14년 만에 또다시 오륜기를 천안문(天安門)광장을 비롯한 베이징 거리 곳곳에 내건 2022년 베이징의 분위기는 2008년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2008년처럼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맞이하는 특유의 흥분과 열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을 필두로 중국공산당 최고간부들이 거주하는 중난하이(中南海)를 ‘제로 코로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청령(淸零)령’이 2년여째 베이징을 짓누르고 있어서다. 지난 1월 15일 오미크론 변이가 베이징에서 첫 발견된 직후 해외 관람객은 물론 중국 내 일반대중을 상대로 한 동계올림픽 입장권 판매도 취소된 상태다. 자연히 시진핑의 3연임 ‘대관식’ 무대가 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관례대로라면 2012년 11월 중국공산당 제18차 당대회를 시작으로 집권한 시진핑 총서기의 임기는 2022년 말까지다. 자연히 2022년 초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진핑 재임 중에 열리는 가장 큰 국제행사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18년 헌법에서 국가주석의 3연임 제한을 삭제한 시진핑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3연임의 정치적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외교적 보이콧’ 등으로 인해 시진핑의 당초 의도가 빛이 바랜 것이다.

 

대외 여건도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천양지차다. 시진핑 총서기의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총서기가 개막을 선포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은 적어도 표면상 전 세계의 축복 속에서 치러졌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1978년 중국공산당 11기 3중전회를 통해 개혁개방을 단행한 이래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자리가 됐다.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새 둥지를 형상화한 베이징 국가체육장 ‘냐오차오(鳥巢)’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전 세계 정상급 인사는 88개국 111명.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 부자(父子)를 비롯해, 영부인 로라 부시 여사, 미·중 수교의 산증인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개막식에 참석했다. 후쿠다 야스오 당시 일본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도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설상경기가 열리는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스키점프센터. photo 신화·뉴시스

 

개막식 참석 VIP 3분의1로 급감

 

한국에서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개막식에 참석했다. 북한도 명목상 국가수반이었던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베이징에 보냈다. 개막식 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환영오찬장에서는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이 줄지어 늘어서 후진타오 당시 총서기와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찍기 위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중국인들은 이 장면을 보고 과거 ‘조공(朝貢)외교’의 영광을 떠올렸다.

 

반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같은 장소(냐오차오)와 같은 시각(오후 8시)에 열리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는 국가원수나 정부수반, 왕실 관련 인사는 31명.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에 비해 3분의1로 급감한 상태다. 이 중 눈에 띄는 인물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 총리 신분으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도가 고작이다.

 

나머지 인사들은 대부분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권 안에 있는 카자흐스탄(대통령), 키르기스스탄(대통령), 타지키스탄(대통령), 투르크메니스탄(대통령), 우즈베키스탄(대통령), 파키스탄(총리) 등 이른바 스탄’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유럽 국가 중 참석한 곳은 폴란드(대통령), 세르비아(대통령), 룩셈부르크(대공), 모나코(친왕) 등이다. 중국중앙방송(CCTV)은 지난 1월 31일 세계 정상급 인사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첫 도착한 룩셈부르크 앙리 대공(大公)의 방문 소식을 “7번 중국을 방문한 ‘라오펑요우(老朋友)’”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2008년 당시 정상급 인사들이 머물 5성급 호텔방을 잡기 위해 베이징 주재 각국 대사관 사이에 예약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치열했던 베이징 하계올림픽 참석자 면면에 비해서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이 중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정상급 인사 명단에 포함된 국내 최고위 인사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유일하다. 2018년 평창에 이어 열리는 동계올림픽이지만,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 내외가 직접 참석한 데 비해서 격이 낮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중해 6·25전쟁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큰 그림을 구상하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일찌감치 불참을 결정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마저 끝내 불참키로 하면서 방중이 무산됐다.

 

양안(兩岸)관계도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질적으로 다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직전인 그해 3월에는 대만에서 대륙과 협력에 적극적인 국민당 마잉주(馬英九)가 총통에 당선됐다. 이에 국민당은 롄잔(連戰) 명예주석과 우보슝(吳伯雄) 당시 주석 등 거물급 인사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보냈다.

 

반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둔 양안관계는 ‘대만해협 위기설’이 나돌 정도로 악화된 상태다. 2020년 대만 독립을 주창하는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재선에 성공하고 공공연한 친미 행보를 하면서 중국은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도 무력 위협을 불사 중이다. 또한 대만의 표기 문제를 두고 ‘중화(中華) 타이베이’로 할 것이냐 ‘중국(中國) 타이베이’로 할 것이냐로 개막식 직전까지 옥신각신하기도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대만 최고위 인사는 야당인 국민당 훙슈주(洪秀柱) 전 주석이다.

 

중국 베이징의 옛 서우두강철(서우강) 폐공장 부지에 들어선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장. photo 신화·뉴시스

 

홈어드밴티지’ 효과도 의문시

 

올림픽 자체를 바라보는 국가적 열망과 열기도 지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비교해 확연히 덜하다는 평가다. 베이징은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 집권 때인 1993년, 200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 중국 당국은 1989년 베이징 천안문 유혈사태로 추락한 국제적 이미지를 바꿀 대형 이벤트가 절실했다. 하지만 호주 시드니, 영국 맨체스터, 독일 베를린, 터키 이스탄불과 경합해 1·2·3차 투표까지 줄곧 1위를 달리던 베이징은 4차 투표에서 시드니에 역전을 허용해 45 대 43의 2표 차로 석패했다.

 

당시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당한 충격패 이후, 1998년 베이징은 다시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 그 결과 2001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베이징은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터키 이스탄불, 일본 오사카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2차 투표에서 56표를 획득, 토론토(22표)를 제치고 개최권을 따냈다.

 

반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재수(再修) 없이 무난하게 개최권을 획득했다. 베이징은 당초 노르웨이 오슬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과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놓고 경합했다. 하지만 2014년 오슬로가 신청을 포기하면서 비교적 약체로 평가받는 알마티와 2파전으로 좁혀졌다. 결국 2015년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베이징은 알마티를 44 대 40으로 꺾고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획득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간 국력 차이가 워낙 큰 터라 이변은 없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빙둔둔. photo AP·뉴시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같이 ‘홈어드밴티지’를 활용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중국은 금메달 48개를 획득해, 미국(36개)을 비롯 러시아(24개), 영국(19개), 독일(16개) 등을 제치고 역대 올림픽 참가 사상 최초로 종합 1위를 기록했다. 1900년 의화단운동 때 ‘8국 연합군(영국·독일·프랑스·미국·러시아·일본·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이탈리아)’에 의해 베이징을 유린당한 기억이 남아 있는 중국으로서는 당시 종합 1위로 서구 열강을 꺾으면서 100년 만에 ‘동아병부(東亞病夫·동아시아의 환자)’ 콤플렉스를 떨쳐낼 수 있었다.

 

반면 눈(雪) 한 번 만져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태반인 중국은 국가 차원의 동계스포츠 육성책에도 불구하고 아직 동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1980년 미국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중국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다. 당시 중국은 금메달 5개를 획득해 종합 7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열린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2014),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2018)에서 중국은 각각 3개와 1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종합순위는 12위(소치)와 16위(평창)에 머물렀다.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중국은 15개 종목 모두에 176명의 선수를 출전시켰으나, ‘홈어드밴티지’를 감안해도 급격한 종합순위 상위권 도약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1월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촌을 점검하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가운데). photo 신화·뉴시스

 

주요 경기장 대부분 재활용

 

중국 경제도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같지 않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막 직전 해인 2007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4.19%. 후진타오 전 총서기가 첫 집권한 2003년부터 올림픽 직전 해인 2007년까지 중국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고속성장을 구가했다. 반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 해인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8.1%. 물론 8.1%의 성장률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고는 하지만, 코로나19로 2020년 성장률이 2.3%에 그쳤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 측면도 간과하기 어렵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상당한 인프라 투자가 이뤄졌다지만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만큼은 못하다. 가장 눈에 띄는 인프라 투자는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비롯해 빙상경기가 열리는 베이징과 설상경기가 열리는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 간을 연결하는 징장(京張)고속철 정도다. 베이징과 장자커우 두 도시는 200㎞가량 떨어져 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주요 개최지인 평창(설상)과 강릉(빙상) 간 거리인 24㎞의 약 10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베이징과 장자커우 간에 최고시속 350㎞로 달리는 총연장 174㎞의 고속철을 부설하고 2019년 12월 개통했다. 이 밖에 중국 정부가 밝힌 기초시설 투자금액은 스노보드 빅에어 경기가 열리는 서우강(서우두강철) 폐공장 부지를 연결하는 베이징지하철 11호선(동계올림픽 지선)과 선수촌을 비롯해 총 300억달러(약 36조원)가량이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총투자액(420억달러)은 물론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500억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동계올림픽 주요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대부분도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시설을 재활용하는 수준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이 치러지는 곳은 ‘냐오차오’로 불리는 베이징 국가체육장으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폐막식을 치른 곳과 동일하다. 컬링 경기가 열리는 ‘빙리팡(冰立方·아이스큐브)’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수영경기를 치렀던 ‘쉐이리팡(水立方·워터큐브)’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우커송(五棵松)스포츠센터(아이스하키), 국가체육관(아이스하키), 수도체육관(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은 모두 기존 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재활용하는 곳들이다.

 

심지어 2월 4일 오후 8시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총감독을 맡은 사람도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개막식 총감독을 맡았던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다. ‘붉은 수수밭’ ‘귀주 이야기’ ‘영웅’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장이머우 감독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 인민해방군 문공단 9000명을 비롯한 1만4000여명을 동원한 화려한 색채 연출로 찬사를 이끌어냈다. 당시 중국 무협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와이어를 이용한 성화 점화 등은 화룡점정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4년이나 흐른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장이머우가 또다시 메가폰을 잡으면서 “14억 중국에 감독이 장이머우밖에 없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장이머우가 14년 전과 같은 천재적 상상력을 보여줄지는 2월 4일 오후 8시 개막식 당일에 판가름 난다.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중앙방송(CCTV)과 인터뷰에서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는 중국 5000년 역사의 전통과 고대문명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그런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훈 기자, 주간조선(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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