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중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 [정점 치닫는 우크라 위기.. ]

뚝섬 2022. 2. 15. 06:17

[중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우크라이나 전운, 안보·경제 전방위 충격파 밀려오는 중]

[정점 치닫는 우크라 위기… 러, 돈바스 충돌 빌미 침공할 수도]

 

 

 

중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중국 압박·국내 여론에 따라 국익 원칙 갈팡질팡하지 말아야
표심 좇아 춤추는 외교 공약… 대중 정책도 포퓰리즘 우려
 

 

문재인 정권 출범 넉 달 전인 2017년 1월 베이징의 한 호텔방. 더불어민주당 방중단을 이끌고 온 송영길(현 당대표) 의원이 늦은 밤 몇몇 특파원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 자리에서 “사드와 북핵이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송 의원은 “우리가 (정권) 잡으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라는 거듭된 물음에 그는 “여하튼 우리가 하면 다 풀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두 달 뒤 베이징에서 만난 한 일본 외교관은 “한국에서 외교관으로 태어나지 않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사드 보복이 본격화될 때였다. “지리적으로 한국이나 일본이나 오십보백보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일본은 엄청나게 다르다”며 “한국의 대중 외교가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해 5월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고, 이 정권의 대중 외교는 호텔방의 호언장담과 달리 시종 지리멸렬이었다.

 

지난 얘기를 꺼낸 건 차기 정부의 대중 외교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의 친중 저자세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던 여당 후보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국내 반중 정서가 들끓자 ‘중국 어선 격침’ 운운하며 초강경 반중으로 돌변했다. 젊은 층 반중 정서에 호응해온 제1 야당 후보는 사드 배치부터 단언했다. 중국발 후폭풍이 어떨지, 그걸 감당할 전략적 계산이 섰는지는 솔직히 믿음이 안 간다. 두 후보를 보면서 ‘대중 외교도 포퓰리즘’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3연임으로 장기 독재에 본격 돌입한다. 시 주석은 경제 양극화에 인내심이 바닥난 민심을 달래며 집권 연장의 초석을 다져왔다. 지난해엔 내수 시장에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자국 플랫폼 기업들을 때려잡고, ‘공동 부유’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중국 대기업들은 앞다퉈 기부 선언을 하며 납작 엎드렸다. 이 과정에서 중국 사회 기풍은 갈수록 퇴행하고 있다. 사회경제 모순에 대해 투표로 정권 책임을 묻는 정치적 분출구가 없는 중국 네티즌들은 중화주의에 도전하는 해외의 개인이건 기업이건 가리지 않고 ‘사이버 돌팔매’를 하고 있다. 반추도 성찰도 없는 그들의 행위는 중국 지식인들도 걱정할 지경이다.

 

반면 중국을 향해 ‘인권,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라’는 서구 사회의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정’을 중시하는 우리 젊은 층의 중국을 보는 시각이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산업면에선 한국은 미국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파트너로 떠올랐다. 중국은 지난해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공급망 강화를 위한 구체적 협력 내용이 긴 정상회담 발표문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내용이 없었던 미·일 정상회담은 글로벌 공급망이라는 관점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 돋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선 생존을 위해서 한·미 공급망 동맹의 빈틈을 어떻게든 파고들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중국을 상대로 한 한국의 외교를 어렵게 만드는 조건들이다.

 

중국에서 만났던 제3국 외교관들, 특히 대중 외교에서 우리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외교관들의 조언은 한결같았다. ‘정권에 따라, 국내 여론에 따라, 중국의 압박에 따라 국익의 잣대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누가 지도자가 되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원칙이 서면 중국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는 외교가 가능하고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그럴 힘이 있다. 대중 포퓰리즘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이길성 기자, 조선일보(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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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운, 안보·경제 전방위 충격파 밀려오는 중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관련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과 에너지 원자재 곡물 등 수급 불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주문했다. 지난해 10월 이 회의체가 신설된 이래 문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는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이 자국민 대피에 나서고 국제 금융시장도 요동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은 이어지고 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침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는 대규모 병력과 무기의 배치를 넘어 의료·병참부대까지 집결시키고 있다. 무력 협박을 넘어 실전(實戰) 태세를 마쳤다는 신호인 것이다. 미국에선 ‘러시아가 침공 D데이로 16일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실 물리적 공격만 개시되지 않았을 뿐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은 한창 진행 중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 세계는 미국·유럽 대 러시아·중국 두 진영으로 갈라져 신(新)냉전 대결 체제로 직행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 전쟁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고, 러시아 동조 국가들이 어떤 도발적 움직임으로 세계 질서를 교란시킬지도 알 수 없다. 글로벌 공급망 차단과 분리,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폭등, 금융시장 혼란 등 세계경제도 거세게 흔들리게 된다. 한국도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할 처지가 결코 아니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시급한 대처를 강조하면서도 우리에게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교역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비축유 등도 일단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당장 경제에 미칠 충격파를 뛰어넘는 세계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한다.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안한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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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치닫는 우크라 위기… 러, 돈바스 충돌 빌미 침공할 수도

 

[인사이드&인사이트]

‘우크라 사태’ 어디로
러 선제공격 가능성 크지 않지만, 美와 해법 못찾으면 침공할 우려
푸틴, 美 경제 제재땐 타격 불가피… 바이든, 중간선거 영향 등 딜레마
강대강 속 출구전략 명분찾기 촉각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지역 도네츠크주의 마리우폴에서 여든을 앞둔 여성이 엎드려쏴 자세를 취하며 사격훈련을 받고 있다. 마리우폴=AP 뉴시스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국경에 러시아군이 집결하자 미국이 러시아의 전쟁 시나리오를 경고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병력 증강으로 맞받아치며 우크라이나 위기가 불거졌다. 미국은 유럽 주둔 미군 8만여 명의 준비태세를 점검하고 4700명을 추가 파병했다. 러시아는 3만 병력을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에 파견해 연합군사훈련을 시작하는 등 군사 압박 강도를 높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 인원 철수 및 전쟁 개시일까지 거론하면서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 측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불가입’ 및 ‘러시아 안보 서면 보장’이라는 러시아 요구를 서방이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 다음에는 우크라이나 통제 비용이 더 증가할 것이라는 러시아 우려에 주목한다.

이에 반대하는 측은 전쟁이 일어나면 국내외 여론 악화와 국제적 고립, 대규모 제재에 따른 타격 등 러시아가 너무 큰 비용을 치러야 하며, 무력에 의한 우크라이나 점령과 통제가 러시아가 바라는 유럽 안보질서 조정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 주목한다.》

○ 러시아, 침공할 것인가


러시아가 선제공격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은 러시아 주장만큼 큰 군사적 위협이라 보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동쪽, 남쪽, 북쪽 등 3면에 집결한 러시아 무력은 우크라이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나토 일방주의를 비판한 러시아 입지를 약화시키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내부에서 반(反)러시아 의식과 부정 여론을 고조시킬 것이며, 오렌지혁명에서 확인했듯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수립하더라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미국이 동유럽 신규 나토 회원국에 전략무기나 미사일방어(MD)체계를 배치한다면 러시아가 반발할 이유가 된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이런 의제와 관련해 서방과 협상할 기회를 날리고 나토 회원국을 결속시키며,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군비 강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서방의 파상적 경제제재는 러시아 경제와 국내정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는 옛소련 붕괴 이후 나토 동진으로 영향력을 잃은 ‘치욕과 상실’을 보상받기 위해 국력을 재건한 뒤 2008년 조지아(옛 그루지야)전쟁과 2014년 크림반도 무력 합병으로 ‘강대국 복귀’를 과시했다. 정치심리학적으로 민족주의적 보상 기제는 어느 정도 채워졌다. 하지만 역사·문화적으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강한 거부감을 일으키며 러시아 체제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나토 동진은 군사·안보적 확장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의 확산을 의미한다. 색깔혁명에 대한 우려는 러시아의 약화와 변환을 기도하는 미국의 음모라는 의식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를 무력 점령하는 것은 명분도 빈약하고 이익도 크지 않다.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내부 갈등으로 복잡한 우크라이나 돈바스에서 충돌이 일어나면 조지아전쟁처럼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조차 미국이 위기의 판을 키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미국은 이 위기를 활용해 우크라이나에 군비를 지원하고 군사교관을 증파하면서 러시아를 더 자극하고 있다.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영토 진입, 흑해 우발 충돌, 돈바스 충돌은 푸틴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결심하게 만들 변수가 된다.

 

○ 가능한 출구전략은…

 

서구가 러시아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다면 위기 해소는 러시아가 어떤 명분과 출구전략을 찾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나토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주요국 정상들은 다양한 중재 노력과 협상 제안을 논의하고 있다.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는 못했지만 러시아가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다.

먼저 러시아 안보 우려에 대한 서방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켜 협상 테이블에서 러시아와 논의를 시작했고 러시아 요청에 따라 관련 입장을 서면 제출했다. 러시아가 요청해온 러시아 국경 인근 군사 활동 제한에 대한 논의 시작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 이런 이슈들에 서방이 반응했다는 점은 러시아로서는 큰 성과다. 탈냉전 이후 미국 의도에 따라 ‘협력안보’를 구축한 서방이 러시아와 함께 ‘유럽 안보’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핵심 이슈를 식별하고 적절한 포맷을 찾는 것이다. 첫 번째 이슈는 우크라이나의 지위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돈바스에서의 무력 사용 중단’과 ‘광범위한 자치권 보장’이라는 답을 2015년 민스크협정에서 이미 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분쟁지역화는 나토 가입에 중요한 결격 사유로 가입 유보 조건이 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돈바스에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친러 반군 지역을 탈환해 나토 가입을 가속화하려 했다. 미국은 이를 묵인하고 군사 지원했다.

러시아는 나토 불가입 조치의 서면 보장은 어렵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서방은 나토 가입을 실제적으로 유보하는 조치로서 우크라이나가 민스크협정을 준수하도록 나서야 한다. 러시아와 서방의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도 필요하다. 민스크협정을 도출한 노르망디 형식이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

더 큰 이슈는 유럽 안보체제 조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이런 우려에 진정성 있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유발해 유럽 안보판을 흔들어 11월 미국 중간선거 및 차기 대선에서 나토 해체를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의 귀환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바이든 외교의 주요 시험대인 이유다.

미국은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라는 중요한 싸움에 집중하려 했지만 상황은 복잡해졌다. 미중 전략경쟁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은 러시아의 유럽 안보 관련 문제 제기를 대응,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미-러 양자관계로만 풀기에는 부담이 크다. 나토-러시아위원회를 재활성화해 다뤄야 한다.

서방과의 타협 구조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서방과 단절된 ‘러시아 세계’ 구축으로 본격 선회할 확률이 높다. 이는 러시아-벨라루스 국가연합을 축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압하지야와 남오세티야 같은 유사 국가를 아우르고, 탈(脫)소비에트 공간에 러시아 중심 지정학적 공간의 재구축을 본격화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발표된 러시아 국가안보 문건에서 서방과의 협력에 대한 표현이 거의 사라진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전망과 함의

우크라이나 위기는 유럽안보의 새 조정을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전쟁 발발 여부와 상관없이 유럽발(發) 세계질서 재편 논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러시아와 미국이 타협 구조를 찾느냐에 따라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신냉전 전개는 다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러시아를 관리하면서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과거 러시아 약화가 나토 동진을 용인했다면 이제는 러시아의 ‘강대국 복귀’를 서방이 어떻게 수용할지 답할 필요가 있다.

-신범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동아일보(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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