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지금 野 후보의 국민에 대한 예의] [안철수는 죄가 없다]

뚝섬 2022. 2. 17. 06:49

지금 野 후보의 국민에 대한 예의

 

[양상훈 칼럼]

지금 다수 국민은 윤석열 인물 아닌 정권 교체를 지지
野 단일화 노력은 득표 전략 떠나 지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들쑥날쑥한 이번 대선 여론조사 중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고 있는 지표는 항상 50~55% 안팎에 달하는 정권 교체 희망 여론이다. 알뜰폰을 포함한 RDD 방식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다는 칸타 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11월부터 지금까지 정권 교체 희망 여론은 5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에 반해 정권 유지 희망 여론은 33~36%에 머물고 있다.

 

지난 11일 TV토론에서 만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국회사진기자단

 

과거 대선 여론조사에선 정권 교체 희망에 관한 설문이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대부분 대선은 여당 후보 대 야당 후보의 치열한 인물 대결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정권 교체 희망 여부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번 대선에선 여론조사 기관 거의 대부분이 ‘정권 교체를 바라느냐’는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선거가 인물 대결보다는 정권 교체냐 유지냐로 흘러가는 것은 이번 대선 출마자들이 그만큼 국민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시작한 대선은 후보 아내들 문제까지 더해져 많은 국민은 ‘정권을 바꾸려면 그래도 윤석열을 찍어야지 어쩌겠느냐’ ‘정권을 지키려면 할 수 없이 이재명이라도 찍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선거에 남은 변수는 야권 후보 단일화밖에 없다고 한다. 원칙론으로는 단일화를 하든 말든 후보들의 선택일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지금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상당수(어쩌면 거의 대부분)는 윤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것이다.

 

윤 후보가 20~30년 정치를 해온 사람들을 제치고 갑자기 야권 후보로 부상한 것은 순전히 문재인 대통령과 맞선 1년여의 행적 때문이다. 이것으로 윤 후보는 반(反)문재인이자 정권 교체의 상징이 됐으며 이 외에 다른 정치적 업적은 전무하다. 윤 후보에게서 ‘정권 교체’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권 교체라는 국민 다수의 바람에 얹혀 있는 윤 후보 처지에선 설사 지지율이 50%를 넘어서 그냥 이대로 가도 당선된다고 해도 정권 교체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찾아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은 선거운동의 전략 전술을 떠나 정권 교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윤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 예의 문제다.

 

대선 캠프를 보면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진영은 자신도 모르게 자만심에 빠진다.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자기 진영에서 나타나는 자만심의 조짐을 잘 다스렸다. 한국 유권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다 된 듯이 행동하는 자만이다. 윤 후보 캠프에서 들리는 얘기로는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보기에 이는 자만이다.

 

‘단일화를 하든, 하지 않든 큰 차이가 없다’는 분석은 산술적으로는 일리가 있다. 유권자들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 때문에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정권 교체를 바라는 사람들의 표가 투표장에선 윤 후보 쪽으로 어느 정도 몰릴 수 있다. 여기엔 조금만 모험하면 권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생각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망에 따라 떠오른 사람이 정권 교체를 판돈으로 걸고 모험을 하려고 한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2012년 대선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줬다. 당시에도 (이명박) 정권 교체 여론이 대체로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모두 정권 교체를 내세웠다. 여론조사 가상 대결을 하면 누가 되든 단일 후보는 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야권 단일화 협상에 나선 문재인 측이 시종일관 안 후보를 압박해 무릎을 꿇리려 했다. 결국 안 후보는 돌연 대선 후보를 사퇴하고 거의 잠적해버렸다. 그런 식으로 단일화가 되자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박근혜를 앞서지 못했다. 놀랍게도 정권 유지 여론도 점점 높아져 결국 정권 교체 여론을 역전했다. 당시 문 후보 측이 단일화는 정권 교체 지지 국민에 대한 예의라는 마음가짐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은 힘만 앞세우는 야권 단일 후보 쪽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그대로 선거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 안철수 후보가 여론조사 경선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4배 이상 차이 나는데 여론조사 경선을 한 경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결국 윤 후보의 자세와 태도 문제다. 윤 후보가 안 후보와 단일화하는 데 진정성 있게 성의를 다해야 하는 것은 표가 몇 % 더 오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 그런 뜻으로 김동연 후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단일화 노력을 해야 한다. 단일화를 해도 선거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선거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단일화 성사나 그 효과와 별개로 지지 국민의 뜻을 받들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자체가 지금 야당 후보가 국민에게 지켜야 할 예의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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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죄가 없다

 

[김순덕 칼럼]

YS-DJ 분열 노렸던 1987년 개헌.. ‘단일화 꼬리표’ 安은 제도의 희생양
결선투표 개헌 조건으로 단일화 받아 정권교체 주역되어 국민에 감동 주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주최·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선거 때만 되면 주로 야권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가 있다. 정권교체가 아니다. 후보 단일화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완주한다고 계속 얘기해도 ‘단일화 꼬리표’만 붙이려 한다”며 13일 여론조사 경선을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5자 구도로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선 선거 2주일 전 ‘중도·보수 대통령 후보 단일화를 위한 시민사회 원탁회의’까지 열렸다. 2012년 좌파인사들이 단일화를 강요했던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를 본뜬 모임이었다.

그렇게 ‘대선 단일화’ 역사를 파내려가다 나는 혼자 탄식을 하고 말았다. 후보 단일화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대선 때마다 불거졌던 구조적 문제였던 것이다. 야권에선 후보가 여럿 나오니 표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제발 후보들께서 단일화해 달라고 유권자들이 애걸해야 한다. 그러나 1, 2위 후보끼리 한 번 더 겨루는 결선투표제만 있으면 국민은 ‘전략적 투표’로 속 썩일 필요가 없다. 후보들은 비생산적 논란으로 시간 낭비 않고 더 중요한 문제를 논할 수 있다. 프랑스를 비롯해 2014년 현재 대선 결선투표제를 둔 89개국이 그 증거다.

그렇다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던 1987년 개헌 때 왜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았는지 기이하지 않은가. 민주당 김영삼 총재, 김대중 고문은 곧 대통령이 된다는 생각에 세심한 고려를 못 한 것 같다. 개헌안을 논의한 7월 15일 의총에서도 결선투표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YS는 대통령 되는 게 급해선지 “대선을 빨리 앞당기자”고 했을 뿐이다.

민정당 개헌안에 결선투표제가 있을 리 만무하다. 전두환은 2017년 회고록에서 “김대중 씨를 사면복권했을 때 나는 이미 양 김씨의 동시 출마를 예상했고, 양 김씨가 동시 출마하면 노태우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썼다. ‘4자 필승론’은 DJ 아닌 전두환에게서 먼저 나왔던 거다. 여야가 각기 마련한 개헌안을 토대로 7월 31일∼8월 31일 ‘8일 정치회담’을 13차례나 가졌음에도 누구의 입에서도 결선투표제의 ‘결’자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 개헌안을 의결한 10월 12일 국회에서도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을 말한 의원이 없다는 점 역시 놀라운 일이다. 당시 신민당 이철승 의원이 “투표자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지 않아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며 “소수의 의사가 다수를 지배하는 것으로서 이는 다수의 저항과 도전에 부딪히게 된다”고 우려했으나 귀 기울이는 의원은 많지 않았다.

만일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1987년 13대 대통령은 노태우 아닌 YS가 당선됐을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있다. 2019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대통령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에 있어 실시요건에 관한 연구’ 논문이다. 제도가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뒤늦게 깨닫고 1990년 결선투표제를 주장한 김대중 당시 평민당 총재를 비롯해 야권과 정치학자들은 끊임없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2017년 대선 전 “결선투표제가 있으면 무리하게 단일화를 할 필요가 없다”던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청와대발 개헌안에 결선투표제를 포함시키기는 했다. 그러나 그 개헌안은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강화시키고 사법부 독립을 무너뜨리는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어서 야 3당이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지긋지긋한 ‘단일화 사슬’에서 풀려날 방법이 있다. 2017년 대선 전 결선투표제를 주장했던 안철수가 바로 결선투표제 개헌을 조건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만 실현돼도 안철수가 요구하는 ‘더 좋은 정권교체, 즉 구체제 종식과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교체’는 가능해진다. 대통령의 대표성과 정통성, 통치의 안정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정당연합이나 정책공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군소 정당의 영향력이 커져 사회경제적 갈등 완화에도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렇게 안철수가 진정한 정권교체의 주역이 된다면, 국민은 감동한다. 안철수는 새정치를 펼칠 수 있고, 그와 나라의 미래도 탄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이 독을 품고 기다리는 여론조사 단일화만 고집하다 완주한다면, 안철수는 5년 후 또 출마해 단일화 요구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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