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기 주범 40년 형, ‘뒷배’ 의혹 권력자들은 전원 무혐의]
[대법원이 4년 만에 선고한 어느 폭행 사건]
옵티머스 사기 주범 40년 형, ‘뒷배’ 의혹 권력자들은 전원 무혐의

지난달 말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연 기자회견
옵티머스 펀드 사기 주범이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경제사범으론 전례가 드문 중형이다. 다른 주범 2명도 15~20년 형을 받았다. 이 사건은 공공 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는 거짓말로 1조원대 펀드 상품을 판 뒤 실제로는 부실 채권 투자나 펀드 돌려막기로 1000여 명에게 5000억원대 피해를 입힌 초대형 금융 범죄다. 재판부는 “다수 피해자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주고 사회에 끼친 해악이 크다”고 했다. 인명 살상 사건과 다름없는 악질 범죄로 본 것이다.
하지만 ‘뒷배’로 의심되는 정관계 배후 로비 의혹은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옵티머스 측이 전직 경제 부총리, 검찰총장 등을 고문으로 두고 정관계 로비를 해왔다’는 문건이 나왔지만 검찰은 수사를 뭉개다 대선을 앞두고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정관계 인사 20여 명 대부분을 무혐의 처리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옵티머스 측 로비스트에게 현직 부장판사를 소개한 의혹이 있는데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옵티머스 고문들을 통해 로비받은 의혹이 있거나, 측근이 수사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여당 대선 후보들도 모두 무혐의가 됐다.
15년 형을 받은 공범의 아내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해 청와대 로비 의혹이 제기됐지만 역시 수사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 사령탑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족으로 통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고검장)이었다. 재판부는 “사기 피고인들이 금융감독원과 검찰, 법원 등으로 나눠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등 초기 수사에 막대한 혼란을 줬다”고 했다. 이들의 정관계 로비에 실체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옵티머스 사건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원전 경제성 조작, 이상직 스캔들 등과 함께 문 정권의 대표적인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으로 꼽힌다. 모두 수사팀 해체, 수사 방해, 친정권 검사들의 의도적 뭉개기 수사로 실체가 묻힌 채 미완의 사건이 돼버렸다. 이런 정권이 야당 후보 입에서 권력 수사 이야기가 나오자 “정치 보복”이라며 분노하고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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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4년 만에 선고한 어느 폭행 사건
임지봉 교수의 경찰관 폭행 사건, 간단한 사건인데 4년 만에 선고
친여권 인사라고 눈치 본 듯.. 신속한 재판 원칙 스스로 허물어
2016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식당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손님이 “주방장 눈빛이 마음에 안 든다”며 소란을 피우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함께 출동한 경찰관이 그 장면을 증거로 남기려고 휴대폰으로 찍자 “까불지 마, 이 XX야”라며 그 경찰관의 뺨을 때렸다. 두 달 뒤 그는 경찰관을 폭행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사실관계, 법리가 단순해 오래 끌 게 없는 사건이었다. 1·2·3심 결론은 벌금 300만원으로 같았지만 선고까지 걸린 시간이 달랐다. 1심은 기소 9개월 만에, 2심은 1심 선고 후 7개월 만에 선고했다. 그런데 대법원은 2심 선고 후 4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30일에야 상고 기각으로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런 사건은 상고 기각이면 보통 두세 달이면 끝난다고 한다. 4년 넘게 끄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 선고 지연은 사건 당사자가 누구인지 보면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당사자는 친여권 인사로 꼽히는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국헌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고, 공수처 자문위원 중 한 명이다. 더구나 이런 사건에선 재판부 주심(主審)의 의견이 결정적인데, 이 사건 주심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노정희 대법관이었다. 대법원이 스스로 눈치 본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법률을 제대로 적용했는지 따지는 법률심이다. 이 사건에서 시간이 걸릴 만한 유일한 이유를 찾는다면 임 교수가 법률가답게 “현장에서 휴대전화로 촬영한 영상은 법관의 영장 없이 촬영돼 위법한 증거”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복잡한 쟁점이 아니다. 이미 ‘증거 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는 경우 수사기관의 촬영이 영장 없이 이뤄졌다 해도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와 있었다. 1·2심이 임 교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봐도 사건 현장에서 증거 수집을 위해 찍은 걸 어떻게 불법이라 할 수 있나. 나는 임 교수가 대법원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법원이 임 교수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끈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최근 대법원은 과거사위원회 등에 소속돼 자신들이 조사를 담당했던 ‘과거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나중에 제기한 국가 배상 소송의 변호를 맡아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민변 출신 변호사 2명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공무원으로 일하며 취급한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역시 복잡한 사건이 아닌데, 대법원에 상고된 후 결론이 나오기까지 4년 2개월이 걸렸다. 이 사건도 당사자가 현 정권 실세로 부상한 민변 출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오래 끌었겠나.
대법원은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나 국민은 외관을 본다. 이런 이례적인 선고 지연을 선의로 해석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우리 헌법은 그 취지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규정해 놓고 있다. 신속한 재판과 공정한 재판은 헌법이 규정한 절차적 정의의 두 축이다. 판사의 재량이 아니라 책무다. 그런데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이런 작은 사건에서조차 눈치 보며 그 원칙을 허물고 있다. 법원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코드인사로 사법부를 정치판처럼 만든 결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작은 사건이라고 가볍게 넘기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다.
-최원규 사회부장, 조선일보(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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