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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추경안 날치기,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

뚝섬 2022. 2. 21. 06:08

[여당의 추경안 날치기,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총선·재보선 이어 세 번째, 상습화된 ‘선거용 추경’ 돈 뿌리기]

 

 

 

여당의 추경안 날치기, 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朝鮮칼럼]

李 당선되면 巨與와 함께 무소불위 대통령제 가능성
尹 당선되면 여소야대로 임기초부터 격렬한 대립
타협·연합이 기본 되도록 정치 개혁 고민할 때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선거 경쟁의 한복판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추경안을 처리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추경안 처리를 굳이 새벽 두 시에 여당 의원들만이 모여 불과 4분 만에 뚝딱 처리해 버리는 방식을 취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뉴스를 접했을 때 박정희 시절의 3선 개헌 처리 과정이 떠올랐다. 그때도 새벽 두 시경 국회 3별관에서 공화당 의원 등 지지 의원들만이 모여 군사작전 하듯 전격적으로 개헌안을 처리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날치기 처리에 주목했던 건 그걸 보며 대선 이후의 정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가 어려운 선거 국면이고 이재명 후보 지지율 정체에 대한 조급함이 컸다고 해도, 여당의 추경안 단독 처리는 정치력 부재, 다수 의석의 오만함, 그리고 극심한 정파적 대립과 갈등이라는 지난 5년간 우리 정치의 모습을 잘 드러내고 있다.

 

정치가 이 모양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 이번 선거는 ‘뒤를 돌아보는 선거’인 듯하다. 문재인 정부 5년이 힘들었으니 인물이든 정파든 하여간 바꿔보자는 마음이 큰 것 같다. 후보들의 공약도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겠다는 것보다 이것저것 그동안 잘못된 것들을 고쳐주겠다는 데 집중되어 있다. 큰 그림은 없고 소소한 맞춤형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뒤만 돌아볼 것이 아니라, 지난 5년의 분열과 갈등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대선 이후의 정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점이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막강한 권력의 대통령과 180석의 여당이 결합하게 된다. 작년 말 입법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여당 상임위원장이 “방망이를 들고 있지 않냐”며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것은 하자”고 했던 이재명 후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권도 청와대로 옮기겠다고 했다. 이런 걸 보면 이재명 정부하에서는 이전에 겪었던 것보다 더 강한 대통령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당의 추경안 전격 처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역으로 180석의 야당을 만나는 여소야대의 상황이 된다. 여소야대가 되면 과거 보아온 대로 임기 초부터 격렬한 여야 간 대립이 발생할 것이다. 여소야대였던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김종필 총리가 서리 딱지를 떼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에게서 이를 넘어설 정치적 구상이나 정치 개혁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잠깐 생각해 봐도 대선 이후의 정치 전망은 암울하다. 정치가 문제라면서도 정작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가 이렇게 없었던 선거도 처음인 것 같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의 얼굴만 달라진 채 이전과 똑같거나 심지어 더 나빠진 5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라도 정치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현재의 양당 구도를 혁파해야 한다. 사회를 두 쪽으로 갈라 놓고 우리 편은 옳고 상대편은 악하다는 양극적 대립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양쪽으로의 편 가르기와 대립이 아니라 타협과 연합이 정치의 기본이 되도록 다당 구도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정이 필요한데, 먼저 21대 총선에서의 선거법 개정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더불어민주당이 잘못을 사과하고 개정(改正)을 약속해야 한다. 그간 정치 개혁에 소극적이어서 기득권 세력으로 보인 국민의힘 역시 집권을 생각한다면 현실 상황을 직시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막강한 권력과 무거운 권위를 지닌 대통령제가 만들어졌지만, 그것을 감당할 인물은 점점 더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예기치 못한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출현은 이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정치를 위해서는 1인 지배 체제가 아니라 권력을 나누고 위정자들이 협력하며 집단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국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후보들이 모두 이러한 방향의 정치 개혁을 약속한다면 변화의 동력을 찾게 될 것이다.

정권이 교체되거나 새로운 얼굴로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 정치가 하루아침에 나아지는 건 아니다. 한계점에 도달한 기존 체제의 변혁을 통해 우리 정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남은 선거 기간 동안이라도 제대로 이뤄지길 희망한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조선일보(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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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재보선 이어 세 번째, 상습화된 ‘선거용 추경’ 돈 뿌리기 

 

민주당이 19일 새벽 단독으로 예결위 회의를 열고 14조원 규모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사진은 민주당 의원들이 전날 추경안 처리 촉구 피켓을 들고 회의장으로 몰려가는 장면

 

민주당이 지난 주말 새벽 단독으로 국회 예결위를 열고 자영업자 320만명에게 300만원씩 지급하는 14조원 규모 정부 추경안을 통과시켰다. 야당은 지원액이 불충분하다며 반대했지만 민주당이 기습 상정해 4분 만에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여기에 3조5000억원을 더 얹은 17조5000억원 규모 추경안의 본회의 의결을 강행할 예정이다. 대선 전에 돈을 뿌리겠다는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단추를 꿴 ‘선거용’ 추경이다. 이 후보가 ‘설 이전 30조원 추경’을 주장하자, 문 대통령이 곧바로 “소상공인 지원 여력을 갖게 됐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14조원대 추경안을 마련한 정부는 민주당의 증액 요구에 난색을 표하다 슬금슬금 후퇴해 ‘2조원+알파’의 증액이 가능하다고 말을 바꿨다.

 

정부·여당이 코로나에 적극 대응한다면서 607조원대의 초대형 올해 본예산을 통과시킨 것이 작년 12월초였다. 그새 사정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한 달 만에 ‘1월 추경’을 한다는 건가. 설사 추가 수요가 생겼다 해도 본예산의 불요불급한 지출 항목을 구조 조정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기존 예산은 단 한 푼도 손대지 않고 대신 11조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재정 걱정은 조금도 없고 오로지 빚내서 선심 쓸 생각뿐이다.

 

선거를 앞둔 추경 편성은 문 정부 들어 습관처럼 반복되는 고정 레퍼토리가 됐다. 2020년 총선 직전 국민 지원금 14조원을 약속하며 추경을 밀어붙였고, 작년 재·보궐선거 때는 15조원 추경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민주당 계획대로 추경안이 가결되면 3년 연속 총 47조원의 선거용 세금이 살포되는 셈이다. 독재 정권 시절 ‘고무신 선거’를 연상시키는 21세기형 금권 선거다.

 

국채 남발을 통한 세금 뿌리기는 시중 금리를 급등시키고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887조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 1844조원 부채를 안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간 20조원 이상 늘어난다. 달콤한 설탕물 같은 선심성 돈 뿌리기가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서민·취약층의 생활고를 키우고 있다.

 

-조선일보(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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