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전쟁, 우리는 안전한가?] [우크라이나 소녀의 죽음] [푸틴의 정신 건강]

뚝섬 2022. 3. 2. 06:22

전쟁, 우리는 안전한가?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루이지 피란델로 '전쟁' 등 작가 7명의 단편소설 모음집

 

국가가 존재하고 또 굶어죽지 않으려고 먹는 빵처럼 국가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누군가 지키러 가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무 살이면 입대합니다. 그들은 부모의 눈물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인생의 추함이나 삶의 씁쓸한 환멸을 겪지 않고 젊은 나이에 열정적으로 죽는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울음을 그쳐야 합니다. 웃어야 합니다. 저처럼 말입니다.-루이지 피란델로 ‘전쟁’ 중에서

 

병장이 된 조카가 휴가를 나왔을 때였다. 좀 일찍 복귀할 수 없느냐고, 후배 병사가 전화로 진지하게 묻더란다.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쏘아대서 비상이 걸렸는데 신참이라 아는 것은 없고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조카는 무사히 휴가를 마치고 귀대했지만 업무에 즉시 복귀할 수 없었다. 일정 기간 코로나 음성 판정을 기다려야 했고 해제될 즈음에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부대 전체에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그럼 나라는 누가 지켜?’ 했지만 공연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우리 군사력은 세계 6위란다.

 

193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탈리아 작가의 짧은 소설은 외아들을 최전선에 보낸 부모를 위로하는 어느 전사자의 아버지를 묘사한다. 자식이 때 묻지 않은 인생을 살다 국가를 위해 죽는다면 기쁜 일이라고 그는 호기롭게 말한다. 하지만 “아드님이 정말 죽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자 덩치 큰 이 남자는 새삼 아무 말도 못 하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점령당하더니 이번엔 우크라이나가 전쟁 무대가 되었다. 경제, 군사, 외교 면에서 상호 보완적일 때 유지되는 것이 평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동등한 이익을 주고받을 수 없을 때, 싸워서 얻는 게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올 때 전쟁은 시작된다.

 

먼 나라 전쟁의 불똥이 물가 상승으로 번지고 있지만, 내전과도 같은 정치권의 혼란과 분열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국민의 안전과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헛되이 잃지 않을 만큼 국방은 정말 튼튼한가?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전쟁과 무관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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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소녀의 죽음

 

“아이를 어서 옮겨! 살릴 수 있어!” 의료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구급차를 울렸을 때 소녀의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다. 몇 번의 심폐소생술도 소용없었다. 옆에 있던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된 두 손을 떨면서 흐느꼈다. 끝내 숨을 거둔 6세 소녀의 몸을 덮어줄 것은 피로 얼룩진 그의 분홍색 재킷뿐. 철제 간이침대 위에 드러난 두 발은 너무 작았다.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소녀의 죽음이 전 세계를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소녀의 마지막을 지켜본 외신의 보도와 사진들은 실시간으로 타전됐다. 울분에 찬 의사들이 “이 사진을, 이 아이의 눈빛을 푸틴에게 보여주시오”라고 비장하게 쏘아붙인 내용까지. 유니콘이 그려진 파자마 차림의 소녀는 엄마 아빠와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유엔의 고위 당국자는 이 사진들을 보고 “위장이 뒤집힌다”고 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102명 중 어린이 희생자는 16명. 수도 키예프에서는 러시아군이 쏜 총에 맞아 10세 여학생이 숨졌다. 어린이 부상자는 45명으로 집계됐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키예프 북동부 지역에서는 유치원 근처에 집속탄이 떨어졌다. 100개 넘는 국가가 집속탄금지협약까지 만들어 금지한 치명적 살상무기가 어린이와 민간인의 목숨을 위협한 것이다.

 

▷무고한 희생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힘은 강력하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는 ‘유니콘 파자마 소녀’의 사진과 함께 “푸틴은 살인자” “전쟁범죄로 처벌하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 곳곳의 반전 시위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15년 시리아 내전 당시에는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지구촌의 심장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공항에 홀로 남겨진 채 플라스틱 바구니 안에서 울고 있는 어린 아기의 사진이 여론을 움직였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내 아이, 내 가족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며 총을 집어 들고 있다. 피란길에 오른 한 소년이 울음을 꾹 참으며 “아빠는 군인 영웅들을 돕기 위해 혼자 남았다”고 말하는 인터뷰는 보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결사항전에 나선 이들의 비장한 표정은 문득 100여 년 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우리의 장삼이사들과도 겹친다. “고통받는 만큼 이겨낸다”며 일제에 맞섰던 17세 소년, 27세 이발사의 결기가 다르지 않다. 3·1운동으로 독립운동에 불을 붙였던 이들은 평범한 일반인과 어린 학생들이었다. 전쟁과 침략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나라의 운명을 바꿀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슬프고도 위대한 아이러니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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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정신 건강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탄탈로스는 제우스의 아들이자 리디아 왕이다. 신의 혈통과 세속의 권력을 함께 가졌다는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傲慢)해졌다. 신의 능력을 시험하겠다며 자기 아들을 죽여 짐승 고기라 속이고 신들의 식탁에 올렸다가 파멸한다. 탄탈로스가 저지른 죄를 신화에선 휴브리스(hubris·오만)라 한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인간 본성의 약점인 휴브리스를 권력의 의미로 재해석했다. ‘역사를 바꾸는 데 성공한 소수가 성공으로 인해 교만해져 남의 말에 귀 막고 독단에 빠져 판단력을 잃는 상태’라고 했다. 심리학에선 아랫사람을 자기 뜻대로 부리는 데 익숙해진 권력자는 신이 된 것 같은 전능감을 맛본다고 설명한다.

 

▶역사상 수많은 권력자가 휴브리스의 덫에 걸렸다.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는 부하가 자기 말에 토 다는 것을 참지 못했다. 술자리에서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생사고락을 함께한 장군조차 창으로 찔러 죽였다. 로마 황제 칼리굴라는 스스로 제우스 신이라 믿었다. 로마 곳곳에 자신을 기리는 신전을 짓고 동상을 세웠다가 근위대 손에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푸틴이 ‘휴브리스 증후군’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절제되지 않는 분노, 독단적 의사결정, 과대망상 등 휴브리스 증후군으로 의심할 만한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TV 등장한 푸틴은 냉정함을 잃고 화를 냈다. 자신이 모든 러시아어 사용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21세기 차르’라는 과대 망상증에 빠졌다는 지적도 있다.

 

▶푸틴의 불안한 정신 상태에 대한 지적은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하자 미 국방부는 푸틴이 자폐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병을 앓으면 타인의 표정이나 몸짓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독재자는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 상태에 쉽게 빠지는데, 푸틴도 우크라이나를 단숨에 굴복시키지 못하는 것을 치욕으로 여긴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판단력 흐려지고 쉽게 흥분하는 푸틴 손에 핵가방이 들려 있는 상황에 백악관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오만의 죄를 범한 탄탈로스는 원하는 것을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타르타로스 연못에 갇혔다. 과일을 먹으려고 손을 위로 올리면 나뭇가지가 위로 올라가고 물을 마시려 몸을 숙이면 수위가 낮아졌다.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푸틴의 모습이 바로 그 꼴이다. 그가 침략의 광란극을 계속할수록 타르타로스 연못에 더욱 깊숙히 빠져들어 끝내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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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민간인 주거지에 무차별 포격, 대량 살상 무기 사용하기도. “평화 유지” 말하더니 완전히 ‘전쟁 犯罪 종합세트’.

 

-팔면봉, 조선일보(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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