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그래도 ‘남북러 가스관’인가] [“나는 키예프 시민.. ”] ....

뚝섬 2022. 3. 1. 11:00

[그래도 ‘남북러 가스관’인가]

[“나는 키예프 시민입니다”]

[인터넷 전쟁 중계]

[블라디미르의 성모]

 

 

 

그래도 ‘남북러 가스관’인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계속 추진돼야 합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월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 외교가에선 지난 22일 김부겸 국무총리가 외신 간담회에서 한 이 발언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한 외신 기자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와 비슷하다. 이 사업이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지속돼야 하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은 한국~북한~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을 깔아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프로젝트다. 한국은 에너지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북한은 가스 통과료를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남북 윈윈 사업’으로 꼽히며 보수·진보를 떠나 역대 한국 정부의 단골 대북 공약이었다. 김 총리는 답변 과정에서 남·북·러 가스관이 탄소 중립 달성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원론적 설명도 곁들였다.

 

평상시 같으면 김 총리의 발언은 별 논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하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군대를 투입하며 침공을 개시한 날 이런 발언을 했다는 점이다. 듣기에 따라 러시아의 침략적 행태에 눈을 감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자원을 무기화하는 푸틴 정권의 돈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간과한 것이다.

 

김 총리의 발언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더 논란이 됐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 이전에도 갖가지 이유로 파이프라인 밸브를 잠갔다 풀기를 되풀이하며 자국 천연가스에 ‘중독’된 유럽을 농락하곤 했다. 러시아가 남·북·러 가스관에 대해서도 이러지 말란 법이 없다. 더구나 남·북·러 가스관은 러시아도 어쩌지 못하는 불량 국가 북한을 관통해야 한다.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미사일을 쏴대고 우리 영토에 포격까지 퍼부은 북에 가스관 밸브는 한국을 갖고 놀 훨씬 간편한 도구가 될 것이다. 야당에서 “정부·여당이 얼마나 에너지 안보에 무지한지 깨달았다”는 탄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김 총리에게 질문한 외신 기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현재 독일이 처한 상황을 언급하며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실제 독일은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부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고 그 결과물이 러시아~독일을 직접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는 이 사업을 반대해왔다. 곡절 끝에 완공돼 사용 승인만 남겨두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가동이 무기한 보류됐다.

 

질문한 외신 기자는 한국의 상황과 닮은 ‘독일의 낭패’에서 김 총리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궁금했던 것 같다.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목줄이 잡힌 독일은 러시아의 악당 짓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해 구설에 올랐고, 13조원이 투입된 초대형 가스관 프로젝트는 애물단지가 됐다. 남·북·러 가스관의 ‘장밋빛 미래’보다 ‘불편한 진실’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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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예프 시민입니다” 

 

2월 26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시민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해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의외의 주목을 받은 인물은 유엔 주재 케냐대사였다. 케냐는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60위권의 나라. 이 나라의 마틴 키마니 주유엔 대사는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케냐의 국경은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그어졌다며 “만약 우리가 독립할 때 민족, 인종, 종교적 동질성에 기반해 국가를 수립하려 했다면 지금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물려받은 국경을 유지하기로 합의, 위험한 향수를 품고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편을 선택했다”며 러시아도 국경과 국제법을 존중하라고 푸틴을 직격(直擊)했다.

 

약소국 외교관이 소신 발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명백히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의 발언은 세계 경제 10위권인 한국의 대응과 비교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문재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존 및 독립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일어 국제 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그것뿐이었다.

 

한국은 미국이 앞장서서 EU, 영국 등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의 달러 결제망을 끊고, 푸틴을 제재하는 데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일본이 러시아 대사를 불러 ‘국제법 위반’을 지적하고 ‘침공 중단과 러시아군의 철수’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때 바라만 봤다. 오죽하면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소심하고 미온적인 (러시아) 접근이 부끄럽고 어리석다고 했을까.

 

문재인 정권이 진정 인권을 소중히 하는 진보 세력이고, ‘촛불 정권’이라면 누구보다 더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했어야 하지 않나. 이럴 때 러시아의 눈치를 본다고 해서 푸틴이 우리를 배려해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백치(白痴) 수준의 사고 아닌가.

 

지난주에 만난 전직 외교부 장관은 문 정부의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을 이렇게 개탄했다. “대한민국이 트루먼 미 대통령의 6·25 참전 결단과 유엔 지원으로 살아난 것 아니냐.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용사비에 적힌 대로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파병된 외국 군인들 때문에 회생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다른 자리에서 만난 전직 외교부 차관급 인사는 재임 당시 주한 러시아 대사가 외교부에 왔을 때 책상을 10번 내리쳐가며 질책한 경험을 들려줬다. 국제법에 기반해 정당하게 항의할 게 있을 때는 반드시 해 놓아야 한다. 그게 외교라고 했다.

 

푸틴이 ‘21세기 히틀러’가 돼 평화를 짓밟는 행동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함락시키지 못하고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시작된 대규모 반전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서베를린 방문 당시 “이히 빈 아인 베를리너(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사람입니다)”라는 명연설을 했다. “모든 자유민은 그 사람이 어디에 살건 간에 베를린 시민”이라는 말로 동독, 소련에 맞서 서독을 돕겠다는 강한 연대의식을 표명했다. 이후 이 말은 수차례 변형되며 어려움에 처한 나라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밝히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오는 9일 대통령 선거는 유럽에서 포탄이 날아다니고 3차 세계 대전 가능성마저 거론되는 위기 상황에서 실시된다. 대선에서 “나는 키예프 시민입니다”라는 연대 의식이 확산하고, 대통령 선택 기준의 하나가 될 때 대한민국은 더 굳건해지고, 국격은 한 단계 상승할 것이다.

 

-이하원 국제부장, 조선일보(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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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쟁 중계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사이렌이 온 동네에 울리고 있다. 오늘 하루는 친구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할 것이다. 그리고 입대하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청년이 영어권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올린 글이다. 전쟁터로 가는 사내가 아내와 어린 딸을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도 인스타그램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됐다. “마음이 아파서 끝까지 볼 수 없었다” “푸틴을 규탄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인류가 전쟁을 생중계한 것은 1991년 걸프전 때가 처음이다. 인공위성 덕분이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에선 인공위성 대신 휴대전화가 전쟁 현장을 실시간 중계한다. 미사일 폭격으로 공항, 무기고, 고층 아파트가 파괴되는 참상에 소름이 돋는다. 공포와 분노를 토로하거나 투쟁을 다짐하는 우크라이나인들 목소리도 생생하다.

 

▶소셜미디어에선 총성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젤렌스키는 수도 키예프의 한 성당을 배경으로 휴대전화 ‘셀카’ 동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림으로써 받아쳤다. 대통령이 철모를 쓰고 병사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모습도 ‘업로드’했다. 조회 수가 단숨에 수백만 건 치솟았다. 시민들은 항전 의지를 불태웠고 전 세계에서 응원이 쇄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에선 한 여성이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다가가 “네가 죽으면 우크라이나 땅에 해바라기가 자랄 수 있도록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 두라”며 꾸짖었다. 러시아 군인의 피로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의 양분을 삼겠다는 여성의 엄포가 휴대전화에 찍혀 전 세계로 퍼졌다. 휴대전화는 군사 기밀도 뚫는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서비스와 연계된 구글 지도에 침공 당시 러시아군 차량이 국경 넘는 상황과 우크라이나 군 시설, 도로를 포위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러시아는 자국 군인의 참전 사실을 가족에게 숨겼다. 가족들은 아들과 형제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꺼져 있으면 울부짖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포로들 모습을 텔레그램에 공개하며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막으려 인터넷 접속 차단에 나서자 일론 머스크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위성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 4곳을 제재했다.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항전 무기로 떠올랐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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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의 성모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블라디미르의 성모, 1131년경, 목판에 템페라(물감의 일종), 104×69㎝,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공경하는 성상(聖像), 블라디미르의 성모’다. 1131년경 동로마 제국의 총대주교가, 그리스 정교로 개종한 지 오래지 않은 동슬라브족의 키예프 공국 유리 돌고루키 대공에게 선물로 보냈다. 1155년경, 유리 돌고루키의 아들 안드레이 보골류프스키는 내전으로 분열된 키예프 공국의 여러 지역을 점령하고 성상을 자기 근거지였던 블라디미르로 옮겼다. 전설에 따르면 성상이 갑자기 공중 부양을 하니, 안드레이가 이를 키예프를 떠나겠다는 성모의 뜻으로 받들어 이동을 하는데, 마차가 블라디미르에 도달하자 말들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아, 바로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워 성상을 모셨다고 한다. 성상이 떠나자 키예프는 쇠락했고, 블라디미르가 신흥 도시로 번창했다.

 

1395년, 성상은 다시 모스크바로 이동했다. 모스크바 목전까지 진군한 티무르 제국을 물리치기 위해서였다. 키예프와 블라디미르는 이미 한 세기 전 파죽지세로 몰려온 몽골 제국에 함락되어 가혹한 지배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티무르는 모스크바를 점령했으되 기적처럼 그냥 돌아갔다. 그때부터 ‘블라디미르의 성모’는 ‘러시아의 수호신’이라고 불렸다. 심지어 1941년, 히틀러가 모스크바 공습을 시작하자 스탈린이 이 성상을 전투기에 태워 모스크바 상공을 선회하게 했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 모든 기적을 뒷받침할 물적 증거는 없다. 기적이 믿음을 낳았는지, 믿음이 기적을 낳았는지는 오직 신께서 알 것이다.

 

작고 연약한 아기 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 마리아가 슬프고도 다정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성모자께서 특정 나라 국민만을 지켜주실 리가 없다. 지금쯤 공중에 떠올라 우크라이나의 수도가 된 키예프로 되돌아갈 채비를 하실지 모른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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