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vs 러-中’ 진영 싸움... 신냉전으로 게임체인지]
[의용군]
[러시아의 ‘보도 블랙아웃’]
[침략자 편드는 국내 유튜버]
‘美-EU vs 러-中’ 진영 싸움... 신냉전으로 게임체인지
[인사이드&인사이트]
우크라 전쟁 이후의 세계질서
러 침공으로 안보문제 현실화… 신냉전 체제 수면위 떠올라
美-EU, 금융제재 강공하자, 러는 핵 위협하며 맞불작전
국제질서 주도권 양보없는 대결

“푸틴은 전범” 백악관 앞 시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푸틴은 전범’ ‘우크라이나 항공 방위를 요청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워싱턴=AP 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떻게 전개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 저항에 주춤한 러시아는 부대 추가 투입, 민간지역 무차별 공격, 헤르손 점령과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장악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금융 핵폭탄’에 해당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핵무기 운용부대에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지시했다. 제재와 무력이 ‘금융 핵’ 대 ‘진짜 핵’ 양상의 강(强) 대 강(强) 충돌로 이어지고 있다. 협상도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치킨게임 성격을 띤 채 어떻게 전개될지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질서 재편을 촉발한 역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1989년 동유럽 체제 전환, 1991년 소비에트연방(소련) 붕괴, 2001년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버금가는 충격과 파급력을 주고 있다. 제로섬게임의 거대한 체스판에 안보 딜레마라는 판도라상자가 열렸고 신냉전(New Cold War)이 표면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정치, 경제를 비롯해 전 영역에서 지구적 차원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 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
우리는 지금 글로벌 복합대전환 시대에 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EU 간 전략 및 패권 경쟁,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 글로벌 공급망 및 가치사슬 재구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 국력 변화를 가져올 많은 게임체인저가 한꺼번에 등장했다. 도전과 기회가 함께 존재한다. 초(超)불확실성 속에 국가마다 사활적 이익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런 국제 환경에서 탈냉전 이후 미국, EU와 러시아 사이에 축적된 불신과 갈등의 일면이 표출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과 이를 사활적 위협이라고 본 러시아의 인식이 지정학적 요충지 우크라이나에서 맞붙었다고 볼 수 있다. 미-중-러 중심의 질서 창출, 러시아의 옛 소련 영향력 회복 및 영광 재연의 연장선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면에는 △첫째, 강대국 간 사활적 이익이 담긴 레드라인 설정 △둘째, 글로벌 질서 재편을 둘러싼 미-EU-중-러 전략 및 패권 경쟁 △셋째, 지정학적 중간국(완충국가)의 위상과 역할 △넷째,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과 국가비전 △다섯째, 디지털 대전환시대 지구적 차원의 공감과 뉴미디어 역할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있다.
○ 위력 발휘하는 금융제재
미국과 EU가 꺼낸 러시아의 스위프트 결제망 퇴출 조치는 금융 핵폭탄 투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스위프트 제재는 혈액과 같은 금융을 마비시키는 것과 같다. 경제적으로 상호의존하는 상태에서 양날의 칼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행하기 어려운 조치임에도 취한 것은 사안의 엄중함을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과 실로비키(Siloviki·옛 KGB 출신들) 측근, 돈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에 대한 추가 제재도 이뤄졌다. 신용등급 하락, 글로벌 기업 철수, 루블화 가치 하락과 러시아 증시 중단 등 타격이 크다. 러시아는 기준금리 인상, 외환 유출 금지 등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기에 러시아로서는 명분 있는 출구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에너지 식량 인플레이션 통화전쟁과 금융체계 혼돈 등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기조에서 글로벌 가치사슬과 공급망 재편으로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다.
○ 푸틴 핵무기 카드 현실화 가능성 낮아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핵무기는 핵 억지이론에서 보듯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채 공갈협박으로 상대방 굴복과 양보를 얻어내는 무기다. 사용보다 억지에 중점을 둔다. 핵무기가 갖는 위력에 따른 것이다. 냉전 시기에도 공포의 균형을 통해 전쟁을 피해왔다. 푸틴 대통령의 핵무기 카드 제시는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핵전쟁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평시 상태를 유지하는 등 푸틴을 자극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이 핵무기 카드는 강대국 핵 사용 조건과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금지라는 국제규범 효용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정당성과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제사회 비판과 함께 더 큰 명분 상실과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사태 추이를 보며 신중하게 다룰 것이다.
합리적 판단을 전제로 핵무기 사용은 핵전쟁을 의미하며 지구촌 공멸을 가져오기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나토조약 5조에 의해 자동 군사개입이 적용되는 발트 3국이나 폴란드에 대한 공격도 쉽지 않을 것이다. 나토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맞붙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전쟁으로 비화하기 때문이다. 추가 군사적 충돌의 레드라인이라 볼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차 휴전 협상에서 ‘인도주의 통로와 주변 지역 휴전’이라는 합의를 이끌어 냈으나 러시아가 대피하는 민간인을 향해 포격을 가하는 등 지켜지지 않았다. 다만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양측 입장 차가 커서 난항이 예상된다. 전쟁 상황 전개에 따라 협상 진척 여부도 달라질 것이다.
회담이 중요한 이유는 전쟁 당사자 간 협의이며 미-러 후속 협상의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침공으로 취소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이 언제 이뤄질지도 지켜봐야 한다. 프랑스 독일 터키 중국 등의 중재와 다자외교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 국제질서는 어떻게 변모할까

첫째, 유라시아 전략공간을 포함해 국제질서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다. 신냉전 상황에서 공유하는 가치와 체제를 중심으로 진영 구축 경쟁이 심해질 것이다.
둘째, 군비 경쟁과 미중 패권 경쟁도 더 심해질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및 그에 따른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과 중국몽(中國夢)에 따른 일대일로(一帶一路)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의 대결도 격화할 것이다.
셋째, 동북아시아와 한반도 지역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정세 불안정은 물론이고 북핵 문제 해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해 교역액 273억 달러인 한-러 관계 역시 경색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21세기에 정당성과 명분 없는 전쟁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으며 고립을 자초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제 여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가운데 디지털 대전환, 뉴미디어 시대를 반영하는 새로운 국제규범 창출과 국제적 사회운동이 활성화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정치의 냉혹함과 변화무쌍함을 알려주고 있다. 지정학적 중간국에 국민통합과 전략적 사고, 대외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반면교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정치·경제 질서 재편에 잘 조응하고 모든 지식과 역량을 모아 국가전략대강(大綱)을 성안하고 실천할 때다.
-서동주 유라시아정책연구원 부원장, 동아일보(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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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용군
스페인 내전은 1936년 군부가 공화정을 전복하며 시작됐다. 이후 3년간 수많은 사람이 공화정 회복을 위해 피를 흘렸다. 세계 53국 3만5000명도 의용군으로 동참했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1차대전 때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 의용군 얘기를 다룬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썼다.

▶의용군은 전쟁의 대의(大義)를 좇아 참전한 민간인이다. 오웰은 스페인 내전 참전 경험을 담은 논픽션 ‘카탈로니아 찬가’에서 “의용군은 명령에 의해 참전하는 정규군과 다르다”고 했다. ‘의용군에는 일반 군대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기합이 조금도 용납되지 않았다.(중략)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 해서 그 자리에서 처벌하지는 않았다. 우선 동지애의 이름으로 호소한다. 최악의 신병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나아졌다.’
▶의용군의 역사는 11세기 교황 우르바노 2세가 주도한 십자군 원정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교황은 정규군인 영주와 기사의 참전을 바랐지만 종교적 열정으로 뭉친 하층민이 더 적극적이었다. 창과 칼 대신 괭이와 몽둥이를 들고 원정에 나섰다. 스페인 내전에서 활동한 대표적 의용군은 국제여단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주인공 조던도 국제여단 소속이었다. 10년 전 중동의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 때 시리아 정부군과 맞서 싸운 자유 시리아군(FSA)에도 중동 전역에서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러시아에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든 세계 각국 시민이 모이고 있다. “러시아 전범과 맞서 싸워달라”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호소에 약 2만명이 호응했다. ‘우크라이나 수호 국제부대’라는 명칭으로 활동한다. 대부분 유럽인이지만 미국과 캐나다인 약 3000명도 참전 의사를 밝혔다. 일본에선 자위대 출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국내에선 아덴만 인질 구출 작전 경험이 있는 이근 전 대위가 참전을 위해 출국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했다가 러시아의 훼방으로 좌절하고 크림반도까지 빼앗겼다. 당시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에 모인 우크라이나인들의 모토가 “우크라이나는 유럽 국가다”였다. 자유·민주·번영을 희구하는 우크라이나인의 열망이자 무기를 들고 현장에 달려가는 전 세계 의용군의 구호이기도 하다. “나는 우크라이나인은 아니지만 그들과 같은 인간”이라고 한목소리로 외친다. 러시아가 당장은 우크라이나를 좌절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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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보도 블랙아웃’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지만 러시아 내에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지율이 70%로 오히려 6%포인트 올랐다. 침몰 직전의 러시아를 세계 초강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강한 리더로서 굳건한 지지를 받아온 데다 정부의 보도 통제로 명분 없는 참혹한 전쟁의 실상을 러시아인들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의 보도지침에 따르면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를 나치에서 해방시키기 위한 ‘특수 작전’이고, 민간인의 희생은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는 탓이다. 러시아 정부는 ‘특수 작전’ 대신 ‘전쟁’이라고 보도한 민영 방송의 송출을 금지하고, 서구 언론과 소셜미디어의 접속도 차단했다. 보도지침을 따르지 않는 기자는 ‘가짜뉴스’를 보도한 것으로 간주해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하는 형법 규정도 5일 발효됐다. 지난 29년간 기자 6명이 살해당하면서도 권력을 비판해 온 ‘노바야 가제타’마저 정간을 피하기 위해 전쟁 보도를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드미트리 무라토프가 편집장으로 있는 신문이다.
▷눈과 귀가 가려진 채 국영방송의 선전보도에 노출된 러시아인들이 전황을 제대로 알 리 없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러시아에 사는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다가 놀란다. 수화기 너머 도심에 포탄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가족들은 “너를 해방시켜 줄 것” “시민들은 건드리지도 않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한다. 러시아 내에서 반전 시위로 1만3000명 넘게 체포된 사실도 모른다. 포로로 잡힌 러시아 병사들마저 “해방군으로 환영받을 줄 알았다” “민간인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러시아 정부에 차단당한 서구 언론은 “정확하고 독립된 정보에 접근할 권리는 러시아인들도 누려야 할 인권”이라며 특수한 앱과 가상사설망(VPN) 등으로 러시아 정부의 검열을 피해 가고 있다. 2010년대 ‘아랍의 봄’ 당시에도 유용하게 활용됐던 우회로들이다. 영국 BBC는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시기 선전전에서 활약했던 단파 라디오를 통해 러시아 일부 지역에 하루 4시간씩 전황을 알리고 있다.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은 영어와 독일어 신문까지 탐독하는 ‘뉴스광’으로 누구보다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안다. 취임 후 국영 언론사를 늘리고 민영 언론사에도 완력으로 ‘애국주의적 가치관’을 강요해 온 이유다. 하지만 국영방송의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고, 검열의 방화벽이 사방에서 쏟아지는 진상을 완벽히 막아주기도 어렵다. 진실로는 자국민조차 설득할 자신이 없는 정부가 전쟁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까.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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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자 편드는 국내 유튜버
국내 유튜버가 만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 관련 콘텐츠 10여 개를 보고 아연실색했다. 만든 이들은 다르지만 내용은 거의 비슷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래 같은 나라·민족이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서유럽과 아시아 양쪽에서 침략을 받아 안보 문제에 민감하다” “구(舊)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으로 러시아는 ‘포위 당한다’는 불안을 느낀다. 선제 대응하려 할 것이다” “미국 등 해양 세력이 러시아의 대양 진출을 막으려 벌여온 거대한 지정학적 게임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세계로 부터 거센 비난속에 있는 푸틴(왼쪽서 둘째)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 시각) 여성의 날을 맞아 모스크바에서 아에로플로트 항공사의 여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얼핏 그럴듯한 분석 같지만, 러시아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집착하는 이유를 ‘역사’와 ‘지정학’으로 설명하려다 이 나라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러시아를 피해자처럼 꾸미고, 푸틴 대통령의 시대착오적 안보 보장 요구를 ‘불가피한 행위’로 인식시키는 오류도 범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력과 4000개 이상 핵탄두를 보유한 군사 강국이다. 세계 최초로 극초음속 미사일도 실전 배치했다. 이런 나라가 안보 불안을 들먹이며 주변국을 압박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은 언급도 않는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3.6 /로이터 연합뉴스
복잡한 국제 정치를 대중에게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려는 시도를 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수모의 세월을 살았던 우리 국민이라면 러시아의 주장을 함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이는 북한과 중국이 1950년 이후 군사 도발과 전쟁 명분으로 내세워 온 논리이기 때문이다. 민족 통일을 위해, 미국의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서구 제국주의의 ‘포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등이다. 북·중은 지금도 같은 이유를 내세우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설명하기 어렵지 않은 사건이다. 독재 정권이 권력욕과 자국의 이권을 충족시키려 이웃 주권 국가를 침략한 것이다. 이 단순하고 자명한 사실 때문에 대부분의 세계인들이 우크라이나 편에 섰다. 푸틴이 역사와 지정학을 갖다붙여 들이대는 온갖 이유는 그저 그럴듯한 ‘가짜 이유’일 뿐이다. 경제적 잇속을 따지며 러시아 논리에 동조하던 국가들마저 이젠 등을 돌리고 있다.
한반도가 처한 상황도 우크라이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을 일으켰던 세습 독재 정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주변 독재 국가가 이를 돕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사실을 이 나라에선 ‘꼴통 보수’의 사고방식으로 취급한다. 눈앞의 현실보다 역사·민족·지정학을 내세운 그럴듯한 배경 설명을 진실로 생각하고, ‘가짜 이유’를 숭배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에 깊숙히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니 시류를 충실히 따르는 유튜브 콘텐츠가 부지불식간 침략자 편을 드는 것이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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