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임기 말까지 ‘알박기’ 인사,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이 순리]
새 정부,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朝鮮칼럼]
인플레와 경기침체 한꺼번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대처하고
코로나 긴급구조 규모 조절해 재정 악화 막아야
식견·경험 있는 전문가, 경제 수장으로 발탁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987년 민주화 이후 대선 중 최소 차인 24만7077표, 득표율로는 0.73%포인트 차 초박빙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선은 사상 유례없이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 선거였다. 선거가 경쟁(competition)이 아닌 전쟁 (warfare)에 준할 정도로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다 보니 끝난 마당에도 서로에 대한 반목과 증오의 앙금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은 것 같다. 소셜미디어 사진에서 어떤 연예인이 무슨 색깔 옷을 입었는가에 따라 낙인을 찍고, 직장 상사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찍지 않았다고 부하 직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서로 반대 의견을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적은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미국인입니다(We may be opponents but not enemies. We are Americans)”라고 호소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연설이다.
이제 대선은 끝나고 당선인이 확정되었다. 인수위도 출범한다. 역대 정권 대부분은 집권 초기 정치 동력이 살아 있을 때 지난 정권의 모든 걸 뜯어고치려 했다. 헌 집을 수리해 쓰기보다는 부수고 새집을 짓는 것이 편하고 차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5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자칫 잘못하면 ‘undo’(원상태로 돌리기)에 집착하다 ‘do’(해야 할 일 하기)를 할 때쯤 되면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런데 이 정권의 출범 환경은 MB 정권 이래 최악이다. 새집을 어떻게 지을까 구상하기보다 당장 집에 붙은 불을 꺼야 한다. 경제 면에서 당장 시급한 현안으로 일단 두 가지만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수요 회복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고삐가 풀린 상태다.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에 비해 미국이 7.9%, 유로존은 5.8%에 달했다. 2차 유가 파동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1980년대 초반 이후 최고 수치다. 우리나라 역시 2월 기준 3.7%에 달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유나 천연가스뿐 아니라 광물·곡물 같은 모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치솟고 있다. 공급 곡선이 급속히 좌측으로 이동하면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에서 가장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너무 빨리 올리면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그렇다고 너무 늦게 올리면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 재정 정책으로 대응하기도 만만치 않다. 재정을 확장할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을 더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정교하게 치고 빠지는 식으로 거시와 미시 정책을 혼합 운용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전문성이 요구된다.
둘째, 윤 당선인의 공약이었던 코로나 긴급 구조 플랜은 적용 단계에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하다. 플랜의 필요성을 부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속칭 K 방역의 희생물이었다. 이들의 희생을 100% 모두 보상하지는 못하더라도 상당 부분을 보상해 줘야 하는 만큼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현재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다. 위에서 얘기한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플랜에 따르면 손실 보상 규모는 50조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천문학적 금액은 대부분 적자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 재정 악화도 문제지만 그보다 당장 시장 금리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시장 금리가 고공 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너무 빠른 금리 상승은 2000조가 넘는 가계 부채 상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러한 재정 확장은 총수요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시장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거시 경제와 시장 환경에 맞춰 몇 차례로 나누어 지급해야 한다.
현 정권의 경제 실정 중 하나가 저금리와 부동산 정책 실패로 가계 부채를 너무 키운 부분이다. 또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살포해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 지원금을 지급할 시기를 놓친 것이다. 이로 인해 새 정권의 정책 대응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경제부총리는 거시 경제와 금융 양 분야에서 최고의 식견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발탁해 전권을 위임해야만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조선일보(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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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까지 ‘알박기’ 인사, 다음 정부에 넘기는 것이 순리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건 당시 "반칙과 특권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했는데, 정권 말까지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
임기가 두 달도 안 남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공기업 요직에 ‘낙하산 인사’를 계속 내리꽂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원자력안전재단, IPTV방송협회 수장에 청와대 수석비서관, 친정권 시민단체 출신 인사를 임명했다. 이달 들어서도 친문 인사를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과 민주당 보좌관 출신을 가스안전공사,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에 각각 보냈다. 임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자리를 챙겨 주겠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이 다 낙하산 인사를 했지만 문 정권의 자기편 밥그릇 챙기기는 유별났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정권 출범 두 달 만에 ‘캠코더(’대선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였다. 문 정부 초기 1년 4개월간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낙점된 ‘캠코더’ 인사만 365명에 달했다.
20대 총선에서 배지를 달지 못한 19대 민주당 의원 40명 중 20명이 기관장 자리를 꿰찼다. 연금과는 인연조차 없는 전직 의원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전대협 의장 출신을 철도공사 사장에 꽂고, 정권에 봉사한 관변 학자들에겐 경제사회인문연구원이나 노동연구원 같은 국책연구소 원장 자리로 보상했다. KDI 원장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설계자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5년 내내 자기편을 내리꽂은 것으로 모자라 임기 말까지 ‘인사 알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보다 못한 윤석열 당선인 측이 “우리와 협의해 달라”는 뜻을 전했지만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금 문 정부가 자기편 사람들을 꽂아 놓으면 이들의 임기 2~3년 동안은 교체할 방법이 없다. 법원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임기 도중에 내쫓는 것이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와 정책 보조를 맞춰야 할 공공기관·공기업 수뇌부가 앞 정부 사람들로 채워져 있으면 국정 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겠나. 인사를 다음 정부로 미루거나 최소한 윤 당선인 측과 협의해 양해를 얻은 뒤에 하는 것이 순리이자 상식일 것이다.
-조선일보(22-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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