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전 공감해도 국민 의견 안 들은 건 유감이다]
[10일 만의 변경 50일 뒤 용산 입주…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
[‘엘리제궁’도 바람 잘 날 없다]
청와대 이전 공감해도 국민 의견 안 들은 건 유감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지휘봉을 들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방부 부지 내에 있는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합참은 전쟁지휘본부가 있는 남태령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현 청와대는 오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의 청와대는 몇 차례에 걸친 북(北)의 대통령 시해 시도를 겪으면서 경호 목적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설계됐다. 외부 인사는 물론 참모들조차 대통령과의 접촉을 어렵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구조다. 대통령의 권위를 떠받드는 문화까지 건축에 반영되면서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마주하면 편하게 말을 꺼낼 엄두도 안 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도 집무실 이전을 검토하다가 번번이 포기했다. 경호 문제 해결이 만만치 않은 데다 지하 벙커, 헬기장 등 핵심 부대 시설을 마련할 부지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국방부 청사는 이런 여러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어렵다고 또 미루면 다음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한 윤 당선인 말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청와대, 국방부, 합참 등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기관들을 정부 출범까지 두 달도 안 남은 기간에 군사작전 하듯 이전해도 되는 것인지, 또 이런 엄청난 결정을 대선에서 당선된 지 며칠도 안 되는 사이에 내려도 되는지에 대해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한 감정을 갖게 된다. 윤 당선인은 당초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부종합청사 또는 외교부 청사를 후보지로 검토했었다. 용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은 불과 며칠 전에 떠오른 것이다. 일반 가정집이 이사하는 데도 두 달 안에 계획을 세워 실행하면 무리가 따르는 법이다. 청와대 시설 배치와 운영 방식엔 수십 년에 걸친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그것을 일시에 허물고 새로운 장소로 옮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불거질 수 있다. 대부분 국가가 한 장소에 두는 국방부와 합참을 떼어 놓아도 좋은지에 대한 안보적 검토도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이 인수위 단계에서 결정해서 집행해도 되느냐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
일정 기간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도 유감이다. 당선인은 그런 절차를 거쳐봐도 이번과 다른 결론이 나오기 어렵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설사 그렇더라도 중대한 국가 시스템을 변경하면서, 더구나 국민 소통을 명분으로 내걸었다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칙이다.
-조선일보(22-03-21)-
_______________________
○ 청와대, 권부의 심장에서 시민 공원으로. 이젠 黨靑 관계 대신 黨龍 관계? 黨大 관계?
-팔면봉, 조선일보(22-03-21)-
________________________
10일 만의 변경 50일 뒤 용산 입주… 바늘허리에 실 맬까 걱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9일 오전 새 대통령 집무실 후보지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윤석열 당선인이 어제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며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현 청와대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시민공원으로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당선 열흘 만에 내린 결정이다. 취임 전까지 50일 동안 새 대통령 집무실을 만들고, 국방부와 합참 등 인원 1000여 명이 연쇄 이동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청와대 공간의 폐쇄성을 극복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번 결정은 무리해 보이는 점이 적지 않다. 용산 이전이 최선이냐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 사안을 놓고 챙겨야 할 굵직한 이슈가 한둘이 아닌데 대통령실 이전 결정을 그리 서두를 일이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광화문 대통령 시대’가 여의치 않자 용산을 갑자기 대안으로 내놓더니, 마치 승부수를 던지듯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겐 재앙 수준”이라며 용산 이전 불가피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시민 편의 문제, 경호와 비용 문제 등을 고려했다지만 그래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국방부는 합참 청사로, 합참은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는 남태령으로 옮겨가야 한다. 역대 합참의장 11명은 “국방부·합참의 연쇄 이동으로 안보 공백을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 지휘부와 군 지휘부가 한 공간에 있을 경우 적의 동시 타격의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반대 입장문을 당선인 측에 전달했다.
청와대 지하 벙커의 국정 전반에 대한 위기관리 및 지휘 통제 시스템을 사장시키고 다시 구축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전 비용이 약 500억 원이라고 하지만 주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비용만 따진 것이다. 새 관저나 영빈관, 합참 청사를 새로 지어야 할 경우 드는 비용이나 연쇄 이전에 따르는 비용 등은 빠져 있다.
윤 당선인은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다가 경호 논리 등에 막혀 포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후임 대통령들의 집무 공간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현 청와대 일부를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방안 등 속도조절론이 있었다.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청와대 이전이 바늘허리에 실 매는 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동아일보(22-03-21)-
_____________________
‘엘리제궁’도 바람 잘 날 없다
[특파원칼럼/김윤종]
도심 속 대통령 집무실 모델로 주목
위치·공간보다 소통의 진정성 중요
16일 프랑스 파리 8구에 있는 엘리제궁을 찾았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도심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미 백악관과 함께 엘리제궁도 참고 사례가 된다는 소식에 일대를 취재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축가 아르망클로드 몰레의 설계로 1722년 완공된 엘리제궁은 1848년 프랑스 대통령 공식 집무실 겸 관저가 됐다. 1층에는 매주 국무회의가 열리는 대회의장이 있다.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수석보좌관 사무실이 몰려 있다. 집권자와 참모진 간 원활한 소통에 유리한 구조란 평가를 듣는 이유다.
엘리제궁이 완벽한 ‘모범 사례’는 아니다. 오히려 ‘바람 잘 날이 없는’ 편이라고 해야 맞다. 엘리제궁은 파리 중심가인 샹젤리제 거리 바로 옆에 있는 데다, 정문 일대는 차량 이동이 금지된다. 일대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다. 보안도 완벽하지 않다. 궁 주변은 경찰, 궁전 출입 통제는 공화국 근위대, 경호는 대통령경호실(GSPR)이 3중으로 관리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백악관이 안전한 벙커라면 엘리제궁은 ‘골판지’로 만든 성”이라며 수시로 비판한다.
엘리제궁이 위치·운영상 보안이 뚫리기 쉬운 구조이고 사건, 사고가 주기적으로 발생해온 탓이다. 2018년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발한 노란조끼 시위대가 엘리제궁까지 밀고 들어와 점령하려 했다. 2014년에는 방문객이 궁내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프랑스 대통령을 몰래 촬영해 논란이 됐다.
엘리제궁은 루이 15세, 나폴레옹 3세 등 역사 속 인물들이 거쳐 간 문화유산이란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한 내부가 시민들에게 일정 기간 공개된다. 1만1179m²(약 3382평) 건물 면적에 370여 개의 방이 있다 보니 방문자들이 궁내에서 몰래 훔친 예술작품만 700개가 넘는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엘리제궁을 싫어한 대통령들도 있었다.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은 “궁에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며 외부 업무를 선호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도 외부에 관저를 뒀다. 1940년 독일군이 파리를 점령한 후 엘리제궁 중앙에 나치 깃발을 꽂고 “히틀러 만세”를 외친 역사 탓에 엘리제궁을 치욕의 장소로 생각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날 기자가 만난 10여 명의 파리 시민들은 엘리제궁에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회사원 카를라 씨는 “파리 중심에서 떨어진 베르사유 궁전 사례를 보라”며 “권력(루이 16세)이 국민에게 멀어져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8구 주민 알랑 씨는 “교통체증이 싫지만 대통령은 가까이 있어야 한다”며 “보다 중요한 건 소통에 대한 의지”라고 했다.
파리 시민들에 따르면 1974년 한 청년이 엘리제궁에 잠입한 사건은 현재도 회자된다. 그는 궁궐 내부를 헤매다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체포됐다. 언론은 대통령 경호 및 보안 문제를 강하게 질타했다. 하지만 청년이 엘리제궁은 침입한 이유는 억울한 일을 겪은 후 당시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대통령에게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은 청년을 훈방했고 여론은 ‘보안보다 중요한 건 국민과의 소통’으로 변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이유로 청와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은 과거에도 있었다. 교통, 경호, 보안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엘리제궁을 보면서 물리적 공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동아일보(22-03-21)-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時事-萬物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핵 거머쥔 독재자 ‘리스크’, 남의 일 아니다] (0) | 2022.03.22 |
|---|---|
| [정치리스크에 신음하는 글로벌 경제.. ] [ .. 우크라 사태에 요동치는 중동] (0) | 2022.03.21 |
| [실패한 대통령의 권력 내려놓기] .... [ .. 노정희와 與의 파렴치한 ‘남 탓’] (0) | 2022.03.21 |
| [이 와중에도 청와대 K방역 자랑, 부끄럽지도 않은가] [ ..서로 애도하기를.. ] (0) | 2022.03.21 |
| [‘이대녀’들의 응징투표가 남긴 교훈... “정치는 공감과 연민으로 하는 것”] (0) | 2022.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