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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한 일 5가지 보고해. 답장 안 하면 사직 간주할 것”] ....

뚝섬 2025. 2. 26. 06:28

[“지난주 한 일 5가지 보고해. 답장 안 하면 사직 간주할 것”]

[코로나·경제 심각한데 임기 말 장·차관들 줄줄이 해외 출장] 

[K방역이란 이름의 정신승리]

 

 

 

“지난주 한 일 5가지 보고해. 답장 안 하면 사직 간주할 것”

 

“지난주에 한 일을 5가지로 정리해서 보내라.” 지난 주말 휴식을 취하던 230만 미국 연방정부 직원들은 갑자기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받고 술렁였다. 일부 공무원들은 정부를 사칭한 ‘피싱 메일’로 오해했다. 메일의 발신처는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는 인사관리처, 배후에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 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있었다. 머스크는 “답장하지 않으면 사직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머스크는 진짜 근무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의 ‘기본적인 맥박 검사’라고 했다. “공무원 상당수는 일을 너무 안 해서 e메일조차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소한의 성실성까지 의심받은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연방수사국(FBI), 국가정보국(DNI), 국방부, 국무부 등 기밀을 다루는 부서는 회신을 거부했다. 공무원 노조인 미국공무원연맹(AFGE) 등은 위법한 지시라며 인사관리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천재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머스크를 추켜세웠다. 더 공격적으로 하라고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애니메이션 캐릭터 ‘스펀지밥’을 활용한 풍자 게시물을 올렸다. 캐릭터들에게 지난주에 한 일 5가지를 적어보라 한 것인데 내용은 이렇다. ‘트럼프와 일론 때문에 울었다’ ‘사무실에 간신히 한 번 갔다’ ‘e메일 몇 개 읽었다’…. 많은 공무원들이 사무실에 가서 머스크가 보낸 e메일을 읽은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비꼰 것이다.

 

▷정부 효율화와 예산 절감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연방정부 개혁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합작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은 관료들에 대한 불만이 컸고, 머스크는 트위터(현 X)를 인수하며 직원 80%를 잘라냈던 경험이 있다. 400여 개 연방기구를 4분의 1로 줄이고, 연방정부 예산의 약 30%인 2조 달러를 감축하는 게 목표다. 이미 7만5000명의 자진 퇴사를 받아냈고, 근무 기간 1년 미만의 수습 직원 22만 명에 대한 해고 조치에 들어갔다.

▷머스크는 공화당 정치 행사장에서 전기톱을 치켜들고 “관료주의를 썰어버리겠다”고 외쳤다. 이 같은 머스크식 개혁에 대해 공공영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핵무기 관리·감독 기관 직원들을 해고했다가 뒤늦게 필수 인력인 것을 알고 부랴부랴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비대화와 비효율, 복지부동으로 개혁이 시급한 한국으로선 미국의 단호한 결단이 부럽기도 하다. 남들은 개혁하겠다고 전기톱까지 휘두르는데 우리는 여태 커터칼 한번 제대로 쥐어본 적이 없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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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경제 심각한데 임기 말 장·차관들 줄줄이 해외 출장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2.3/뉴스1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장·차관급이 줄줄이 해외 출장을 떠나고 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태국·터키·남아공 등 3대륙 국가를 7박 9일 일정으로 돌고 있다. 6·25 정전 70주년 사업 등이 순방 명분인데 70주년은 내년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행정 한류 거점을 확보”한다며 북아프리카 튀니지를 다녀왔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다음 달 “유로폴(EU 경찰 조직) 등 국제 공조 강화”를 이유로 유럽 3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런데 유로폴과 경찰청은 작년 12월 이미 공조 약정서를 교환했다.

 

박범계 장관 등 법무부 간부들은 작년 말부터 해외 출장을 10차례 다녀왔다고 한다. 장관은 미국·독일, 차관은 프랑스·스페인, 국장은 이집트 등으로 갔다. 출장 목적도 ‘통일 전문가 대담’ ‘한반도 평화 논의’ 등 법무부 현안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 많았다. 10차례 출장에 쓴 세금은 항공료 2억여 원 등 3억8000만원에 달했다. 여행 한 번에 4000만원 가까이 썼다. 귀국 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도 얼마 전 이집트 피라미드를 비공개로 구경했다가 비판받았다.

 

급한 현안이 있으면 임기 말이라도 해외 출장을 가야 한다. 그런데 정권 교체기마다 ‘외유’ 논란이 반복되는 건 가는 곳이 유명 관광국이나 평소 가보기 어려운 나라 위주이기 때문이다. 정권 끝 무렵 장·차관들의 국내 영향력은 줄지만, 외국에선 여전히 대접받는다. 지금은 코로나로 국민 대부분이 외국에 나가지 못한 지 2년이 넘었다. 최근 코로나 확진자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고, 부처마다 새 정부에 인수 인계할 업무도 산적해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 등 경제 상황도 나쁘다.

 

청와대는 올 초 총리실, 감사원과 함께 공직 기강 해이를 집중 감찰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대선이 끝나자 기강이 풀어질 대로 풀어지고 있다. 청와대도 심각하다고 한다. 임기 말에 일은 안 하더라도 세금 낭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조선일보(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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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이란 이름의 정신승리

 

김부겸 국무총리가 30일 “오미크론 팬데믹은 곧 전쟁”이라면서 “전쟁 중에는 우리 내부 단합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런데 “방역 성과 자체가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스스로 국민 사기를 꺾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외부 비판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중대본)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2.3.30/뉴스1

 

하지만 정부가 그런 불평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1월 오미크론 출현 후 한 달이 지나서야 광주·전남 등 네 지역 위주로 오미크론 방역 대책을 내놓았을 때 전문가들은 “한 달 전 그렇게 당부했을 땐 손 놓고 있다가, 전쟁 터지니 갑자기 민방위 훈련 하자는 거냐”고 비판했다. 전문가들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거리 두기 완화는 오미크론 확산세에 불을 붙였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엔 ‘오미크론은 계절 독감’이란 발언으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다 사망·확진자 기록이 연일 새롭게 쏟아지는데 상황을 얼마나 안일하게 보고 있으면 저런 말이 나올까 민망할 뿐이다.

 

이제 국내 코로나 사망·확진자는 세계 최악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국민들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빈말이라도 정부가 방역 혼란과 실패를 진솔하게 사과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서자 “유족들 슬픔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길 소망한다”고 소셜미디어에 적었을 뿐이다.

 

사과엔 인색하지만 자랑에는 민첩하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5년 국정 운영 결과를 담은 백서 ‘문재인 정부 국민 보고’를 통해 ‘K방역’을 자화자찬했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백서에는 “국민들의 높은 백신 접종 참여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예방접종률을 달성해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도 중증화율·치명률은 감소하고 있다”며 “세계가 감탄한 K방역”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사흘 뒤 코로나 사망자는 469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 뒤로도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전체 코로나 사망자의 3분의 1이 발생한다는 전국 요양병원·요양원은 ‘집단감염’ 온상으로 아우성이고, 장례식장·화장장은 밀려드는 코로나 사망자로 아수라장이다.

 

알베르 카뮈는 소설 ‘페스트’에서 역병이 휩쓸고 간 도시의 일상을 묘사한 바 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이다.” 혹시라도 K방역이 성공했다면 그건 성실하게 방역 현장을 지키는 의사, 간호사, 구급대원, 보건소 직원을 비롯한 수많은 국민 덕이다. 성실성을 비웃고 영웅주의를 우러르는 이들은 작은 성과도 오래도록 부풀리고 싶어 한다. 방역은 치적이 아니다. 정부가 갖춰야 할 기본이다. 기본도 제대로 못 해놓고 칭찬을 바라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K방역 정신 승리는 이제 그만 듣고 싶다.

 

-안영 기자, 조선일보(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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