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민관합동위’ 자칫하다간 또 하나의 지뢰밭 된다]
[균형·통합 아쉬운 尹 내각, 실력 보여줘야]
[“친해도 똑똑하면 쓴다”… 8명중 7명 60년대생, 영남출신 5명]
‘대통령실 민관합동위’ 자칫하다간 또 하나의 지뢰밭 된다
[천광암 칼럼]
민관합동위에 靑 정책실 기능 이전, 정책의결권 부여는 위험한 발상
이익상충 시비로 바람 잘 날 없을 것
미국에서는 기업인의 입각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트럼프 정부의 경우 렉스 틸러슨 국무, 마크 에스퍼 국방, 스티븐 므누신 재무, 윌버 로스 상무, 베치 디보스 교육장관이 억만장자 오너거나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한때 벤처캐피털을 운영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상무장관 페니 프리츠커는 하이엇호텔 창업자의 딸로 부동산투자회사를 경영했다. 골드만삭스처럼 재무장관을 3명이나 배출한 기업도 있다.
한국에서는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된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 정도가 눈에 띈다. 그런데 그의 발탁은 역설적이게도 기업인 고위공직 임용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논란이 되면서 백지신탁제도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사청문회마저 ‘망신 주기’로 흐르는 일이 많아지면서 기업인이 아닌 민간 전문가들의 공직 진출도 바늘구멍이 돼가고 있다.
대통령실에 ‘민관합동위원회’를 만들어 정책 컨트롤타워로 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구상에는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인수위가 기존 청와대 정책실의 기능을 민관합동위원회로 넘기고, 정책 결정권까지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인사청문회나 주식 백지신탁제를 우회해서 민간 전문가나 기업인들의 능력과 경험을 국정에 활용하는 모델인 셈이다. 인수위는 참고 사례로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이 오바마 정부와 트럼프 정부에서 각각 인공지능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 의장, 국방 혁신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사례를 살펴보는 중이라고 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민간의 창의력을 정부의 정책결정 메커니즘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책실 기능 이전’이나 ‘정책 의결권 부여’는 너무 나갔다.
지금까지 큰 문제 중 하나가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대통령 참모들이, 도덕성과 정책역량에 대해 혹독한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친 각료들의 상전 노릇을 했다는 점이다. ‘소주성’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 참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나마 청와대 참모들은 길든 짧든 정치나 공직 경험이 있어서 공직자로서 기본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기업인들이나 민간 전문가는 다르다. 이들이 최고 권부(權府)인 대통령실에 상주하면서 정책 결정에 간여하게 되면 이해 상충과 자질 시비로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이다. 윤 당선인에게는 청와대 이전에 이어 또 하나의 지뢰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에릭 슈밋 사례도 번지수가 틀렸다. 그가 의장을 맡았던 NSCAI는 백악관이 아니라 의회 주도로 출범한 기구다. 위원 15명 중 12명을 의회가 임명했다. 나머지 3명 중 2명은 국방장관, 1명은 상무장관이 임명했다. 국방 혁신자문위원회도 백악관이 아닌 국방부의 자문기구다. 1년에 겨우 4번 모인다. 대통령 집무실과 같은 건물에 민관합동위원회를 두고 수시로 토론을 한다는 윤 당선인의 구상과는 별로 접점이 없다. 더구나 슈밋 전 회장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간부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거나 구글 전현직 직원을 심어 영향력 확장을 꾀했다는 의혹이 최근 불거져 ‘역풍’이 부는 중이다.
제왕적 청와대를 탈피해 ‘작은 대통령실’로 가겠다는 윤 당선인의 방향 설정은 옳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가야 한다는 발상이 바뀌지 않으면 실장, 수석 두세 자리를 없애고 인원을 줄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책실이 없어진 빈자리에 민관합동위원회가 완장만 바꿔 차고 또 다른 ‘옥상옥’ 노릇을 하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다.
우리나라에는 행정기관이 민간에 자문을 하고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로 만든 위원회가 작년 말 기준으로 622개에 이른다. 이 중 71개 위원회는 1년간 단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 민간을 책임회피용 들러리로 보는 것이다. 심지어 ‘헌법상’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조차도 지난 5년간 대통령 주재 회의가 5번 열린 게 고작이다. 설익은 아이디어인 데다 사회적 합의도 없는 대통령실 민관합동위원회에 ‘정책 결정’과 같은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보다는, 형해화한 이런 제도부터 제자리를 찾아 주는 것이 민간의 창의성을 생산적으로 살리는 길이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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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통합 아쉬운 尹 내각, 실력 보여줘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경제 부총리, 국방장관 등 초대 내각의 장관 후보자 8명을 발표했다. 후보자들은 주로 해당 분야 전문가들로, 대선 캠프나 인수위 등에서 윤 당선인을 도운 인사가 많다. 참신한 새 인물이나 30·40대 깜짝 발탁은 없었다.
윤 당선인은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서 이끌어주실 분을 선정했다”면서 “할당과 안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연령·학교·성별 등에 대한 균형 맞추기 없이 오로지 전문성과 능력만 보고 뽑았다는 얘기다. 조각 때 지역 안배나 남녀·세대 균형에 신경을 썼던 역대 정부와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경제·안보·방역 등의 복합 위기에 처한 만큼 당면한 현안 문제를 해결할 ‘능력 최우선’ 인선을 한 것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 통합이나 지역·세대 균형에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차로 발표된 장관 후보자 8명 중 영남 출신이 5명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만 전북 출신이고 장관 후보자 중에선 호남이 한 명도 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때 “차기 정부에 청년을 대대적으로 참여시키겠다. 30대 장관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장관 후보자들은 모두 50·60대다. 40대조차 한 명도 없다. 교수 출신이 절반이고 기용 가능성이 점쳐졌던 기업인이나 민간 분야 전문가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특정 대학 출신이 많고 여성도 한 명뿐이다. ‘친시장 경제팀’을 부각했지만 다양성에선 미흡하다는 평가다.
윤 당선인이 전문성 중심의 내각 인선을 했다면 시급한 경제·민생·안보 현안에 대한 해결 능력을 제대로 보여야 한다. 실력으로 국정 운영 성과를 내야 균형과 안배에 소홀했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는 “최우선 과제는 생활 물가와 민생 안정”이라고 했다.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성장은 둔화되는 엄중한 상황이다. 국가부채가 1000조원에 달한 상태에서 코로나 피해 구제책을 펴면서 재정 건전성도 회복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민간에 부동산을 원활히 공급하고 과도한 세금을 낮춰주되 집값이 들썩이는 것은 막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성장 기술과 먹거리를 발굴하는 일도 시급하다. 북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실질적 대응책을 세우고 동맹도 강화해야 한다. 하나같이 어려운 난제들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쌓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존재 의미가 없을 것이다. 새 내각이 얼마나 실력을 발휘해 정책 성과를 내느냐에 나라 앞날이 달렸다.
-조선일보(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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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도 똑똑하면 쓴다”… 8명중 7명 60년대생, 영남출신 5명
[尹정부 장관 인선]윤석열 당선인 1차 장관 인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8개 부처 장관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 이끌어줄 분인가에 기준을 두고 선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인선 기준으로 ‘실력’과 ‘전문성’을 꼽았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일 잘하는 정부’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적임자를 발탁했다는 얘기다. 이날 드러난 새 정부 내각 1차 인선안에는 평소 윤 당선인이 강조해 온 인선 철학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조직 아는 수장이라야 정치에 안 휘둘려”
윤 당선인은 이날 35년간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을 지낸 이창양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를 산업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주변에 “정치인이든 아니든 그 조직을 잘 아는 사람이 장관을 맡아야 한다”며 “조직을 모르는 사람이 이상적인 생각만 하다간 결국 조직이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대 정부에서 부처 수장으로 학자나 외부 전문가를 발탁했다가 부처 안팎에서 휘둘리며 정책적으로 실패했던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아울러 윤 당선인은 검사로서 26년간 정부 조직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이에 장관이 소신 있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려면 조직 내부를 제대로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를 경험한 관료 출신을 기용한 점이 눈에 띈다. 소속 부처 이익에 매달리는 ‘부처 이기주의’를 경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 “친한 사람이라도 똑똑하면 쓰겠다”

한덕수 서명한 ‘장관 후보자 추천서’ 10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필 서명한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를 원일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대변인이 들어 보이고 있다. 인수위 측은 “책임총리제를 실현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라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윤 당선인은 실력과 전문성이 뒷받침된 인사라면 ‘친분이 인선에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당선인이 평소에 ‘친한 사람이라고 일부러 (각종 인선에서) 배제하면 안 된다. (나와) 친하더라도 똑똑하면 쓰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자리에 적임자라고 판단한다면 사적 인연과 관련한 논란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이 이날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을 새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것도 이 같은 기류가 반영된 인선으로 보인다. 앞서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 논란을 부른 장제원 의원을 당선인 비서실장에, 윤한홍 의원을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기용하며 가까이에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보여주기 식’의 깜짝 인선도 없었다. 윤 당선인을 후보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 “인선에 할당이나 안배 하지 않아”
1차 인선에 포함된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평균 연령은 60.5세다. 60대가 5명, 50대가 3명으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한 7명이 60년대생이다.
지역별로는 경남과 경북이 각각 2명, 대구 1명 등으로 과반이 영남 출신이다. 서울·충북·제주 출신이 1명씩이고, 호남 인사는 없다.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출신 대학별로는 서울대(3명), 고려대(2명), 경북대(2명), 육군사관학교(1명) 순이다. 윤 당선인은 ‘인선에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 “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국민통합이다. 윤 당선인은 균형과 조화를 ‘나눠 먹기’로 잘못 이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인수위에서 ‘경육남(경상도 출신 60대 남성)’ 내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조아라 기자, 동아일보(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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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 내각 “실력과 전문성으로 人選.” 당선인과의 개인적 친분도 실력으로 간주했나.
-팔면봉, 조선일보(22-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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