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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1번이냐, 2번이냐?”] ['部族 정치'의 시대]

뚝섬 2022. 4. 15. 06:35

[“너는 1번이냐, 2번이냐?”] 

['部族 정치'의 시대]

 

 

 

너는 1번이냐, 2번이냐?”

 

한 지인이 청와대 모 비서관 페이스북을 방문했다가 추종자(팔로어)들로부터 “이번남 꺼져”라는 말을 들었다. 지지 후보를 밝힌 것도 아닌데, 댓글 속 문장 몇 개만으로 ‘대선 때 2번 찍은 남자’로 몰려 봉변을 당한 것이다. 0.73%포인트 차이 대선 결과 때문인지, 선거가 끝났는데도 사람들 마음에 격한 감정이 남아 적과 아군을 나눠 대립하는 모양새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지 후보가 누구였는지에 따라 편을 나누고 ‘일번녀’니 이번남’이니 딱지를 붙이는 행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기보다 갈등과 비난을 부추긴다. 인터넷에서 시작된 ‘된장녀’니 ‘한남’이니 하는 혐오와 배척의 언어가 정치문화를 변질시킨 지 오래다.

 

여기에 여혐(여성 혐오)까지 더해진 ‘2번녀 연예인 리스트’까지 나왔다. 그렇게 비판하던 ‘블랙리스트’를 놀이처럼 즐기는 것인지, 유명 걸그룹 멤버 H가 붉은 색깔 배경에서 투표 인증 사진을 찍었다고 ‘윤석열 투표녀’로 몰아가는 행태까지 보여줬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폭력이다. 6·25 때 국군과 인민군이 밤이면 민가에 들이닥쳐 손전등으로 얼굴을 비추며 ‘누구 편이냐’ 묻고, 잘못 답하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사람들의 ‘전짓불 공포’(이청준, ‘소문의벽’)마저 떠올리게 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익명의 존재들이 끊임없이 ‘너는 1번이냐, 2번이냐’ 묻기 때문이다.

 

이런 행위는 정치를 부족(部族) 수준으로 퇴행시킨다. 어떤 무리에 속하지 않고선 안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원시적 무의식을 자극해 정치적 동력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 집권 세력은 대선을 앞두고 ‘선거에 지면 죽는다’면서 지지자들의 불안감을 한껏 자극했다. 자신들의 공포감을 지지자들에게 투사해, 5년 동안 저지른 실정(失政)에 대한 단죄의 기회마저 앗아 갔다.

 

최신 연구들에선 소셜미디어가 이런 불안과 공포를 퍼뜨리는 데 매우 탁월한 수단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S)는 소셜미디어에서 비(非)이성적 언어가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19세기 만개한 과학혁명 이래 100여 년 동안 수백만 권의 책과 잡지, 신문 등의 문헌에서 합리적 ‘추론’(reasoning)과 관련된 단어가 증가했고 ‘느끼다’ ‘믿다’ 유의 감정 언어는 사용 빈도가 감소했는데, 2007년 무렵부터 역전 현상이 나타나 ‘사실’(fact) 관련 단어의 빈도가 급감하고 ‘감정’(emotion) 언어의 사용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한 2007년을 기점으로 제시하며 소셜미디어가 요인일 수 있다고 시사했다. 기술 문명의 시대에 인간 마음이 중세적 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다. 

합리성과 관련된 analysis, system 등의 영어 단어 사용 빈도가 최근 감소하고, 직관이나 정서와 관련된 feel, truth 등 영어 단어의 사용 빈도가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프. 출처:https://phys.org/news/2022-01-rationality-declined-decades.html

 

빅데이터 분석까지 하지 않더라도 이는 사실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일이다. 얼굴을 맞대고 결코 할 수 없는 혐오의 언사를 소셜미디어에선 쉽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선 어느 순간부터 정치인들이 반대 진영을 만나 대화하고 타협하기보다 소셜미디어에 글 올리고 지지자들을 선동하는 것을 정치 행위로 생각하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 후보가 맨 먼저 달려간 곳도 소셜미디어였다. 이곳에서 그는 ‘개딸’ ‘냥아들’이라 스스로 칭하는 지지자들에게 ‘아빠’라고 불리며 유사 혈연(血緣) 관계까지 맺고 있다. 정치적 부족주의의 극치라고 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인류가 진보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정부는 이성과 합리성이 작용하기 힘들 정도로 변질된 소셜미디어판에 차라리 신경을 쓰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청와대 비서관이 개인 페이스북으로 대통령과 그 부인을 공식 변호하고 생각 다른 이들에게 모욕을 주는 일 따위는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신동흔 기자, 조선일보(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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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部族 정치' 시대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는 엄밀히 따지면 '국가'라 보기 어렵다. 자그마한 일곱 아랍 부족(emirate)이 동맹을 맺고 만든 '부족 연대' 형태의 나라다. UAE의 수도라고 하는 아부다비는 일곱 부족 가운데 힘이 가장 센 '알 나흐얀'이란 부족이 다스리는 지역의 이름이다. 두바이는 '알 막툼', 샤르자는 '알 카시미' 부족이 통치한다. 이들은 UAE라는 큰 울타리 안에 한데 모여 있을 뿐 상대 부족의 내정(內政)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부족 정치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만연해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정부 요직에 자기 고향의 부족 '카다파' 출신을 채워 넣으며 40년간 철권통치를 유지했다. 인사를 할 때 업무 능력, 사회적 평판보다 '내 편' 여부를 중시했다. 
편을 가르는 기준은 '출신 성분'이었다. '카다파' 부족의 권력 독식에 분노한 다른 부족들은 2011년 내전을 일으키고 카다피를 총살했다. 시리아도 '알라위'라는 소수 종파가 좋은 자리를 다 차지하고 다른 종파를 배척해 결국 내전에 빠졌다. 이렇게 자기 사람끼리 참호를 파고들어가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나라를 클레멘트 헨리 텍사스 오스틴대 명예교수는 '벙커 국가'라고 했다. "나와 형은 사촌과 싸운다. 나와 형 그리고 사촌은 외지인에 맞서 싸운다." 아랍의 부족주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현지 속담이다.

옛적 사막의 유목 부족들은 우물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영국 장교 로렌스와 함께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던 동료가 한 우물물을 몰래 마시다 그 우물 주인인 유목민에게 총살되는 장면이 나온다. 깜짝 놀란 로렌스가 "왜 죽였느냐?"고 묻자, 주민이 당당하게 말한다. "이 우물은 내 것이오!" 이들에게 우물은 권력이자 부족을 응집하는 구심점이기에 외부인에게 나눠주지 않는 것이다.

부족주의 정치는 중동이나 과거에만 있는 게 아닌 듯하다. 문재인 정부를 보면 '참여연대 출신 부족'이 참호를 파고 들어앉아 있는 듯하다. 청와대 민정수석·정책실장, 공정거래위원장·재정개혁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 등이 다 참여연대 출신이다. 인사 검증 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에게 묻고 싶다. 김기식이 같은 '부족'이기 때문에 숱한 의혹에도 '적법하다'며 끝까지 그를 금융감독원장 자리에 앉히려 한 게 아닌가? 지난 16일 선관위는 결국 '위법하다'고 판단했고, 김기식은 금감원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 조직이 특정 세력 일색이 되면 내부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다양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 문 정부는 부족 정치가 아니라 우물을 두루 나누는 열린 정치를 해야 한다.

 

-노석조 국제부 기자, 조선일보(1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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