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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지는 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

뚝섬 2023. 5. 23. 07:53

[우크라이나 여성들.. “강해지는 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우크라의 비밀 병기 젤렌스카]

[이재명이 깔봤던 ‘초보’ 젤렌스키, 세계를 놀래다]

 

 

 

우크라이나 여성들.. “강해지는 것 말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김윤덕 칼럼]

외교전사 젤렌스카를 비롯해 전쟁의 최전선과 후방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우크라이나 여성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우리도 그들처럼 싸울 있을까.. 폭력에 맞서 자신을 지킬 있을까

 

지난해 말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호로드에서 제128 산악여단 소속 여군들이 동료 남성 군인들과 함께 행진하고 있다. 타임지는 우크라이나군의 약 15%는 여성이며, 3만여 명의 여성이 전쟁터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3년째 서울에 살고 있는 올레나 쉐겔은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통역한 한국외대 교수다. 젤렌스카의 조선일보 인터뷰(본지 5월 17일 자) 때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통역하다 울음을 터뜨린 바로 그 여성이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쉐겔 교수는 인터뷰 때 눈물을 쏟은 진짜 이유를 들려줬다.

 

지난해 2월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에서 반전 시위를 주도했던 쉐겔 교수는 틈나는 대로 모국에 구호물품을 보냈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군인들이 입을 내복 100벌과 양말, 비타민을 보냈고, 이를 전달받은 병사들이 따뜻하기로 유명한 한국 내복을 입고 기뻐하는 사진을 그의 어머니들을 통해 받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그 부대가 전멸했다. 넋이 나간 그녀에게 한 병사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내 아들은 비록 전사했지만 하늘나라에 갈 때 당신이 보내준 따뜻한 내복을 입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니 울지 말라고. 젤렌스카 여사가 어머니들을 이야기할 때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던 병사들과 그 어머니의 목소리가 떠올라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소설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젤렌스카는 현재 우리의 저항은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남성들이지만 구호물품과 식료품 배달, 피란민 지원, 의료 활동 국경 지역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펼쳐지는 자원봉사는 대부분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참전하는 여성들도 급증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군대의 여성은 3만여 명으로 전체의 15%였지만 전쟁 발발 후 그 수가 4만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죽음의 숙녀’로 불리는 저격수 등 최전선에서 싸우는 여성도 5000명이 넘고, 그중에는 아이를 둔 엄마도 있다. 우크라이나 지역 방어군에서는 기관총을 멘 여성이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민간인 여성들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싸운다. 키이우의 한 여성이 절임 토마토가 담긴 유리병으로 러시아 드론을 격추시킨 얘기는 유명하다. 탱크를 몰고 코노토프로 진격한 러시아 군인들은 “코노토프에는 여자 두 명 중 하나가 마녀야. 넌 내일 아침 죽어있을지도 몰라”라는 경고를 받았다. 러시아 무장 군인들에게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 두라’고 충고한 여성도 있다. 그들이 죽은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국화(國花)인 해바라기가 자랄 거란 저주였다. 이 밖에도 여성들은 방탄복을 만들고, 위장그물을 짜고, 화염병을 만들며 후방을 지킨다.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가 배경인 영화 ‘전함 포템킨’에서 차르의 군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던 여인들처럼, 쉐겔 교수는 “우리는 역사 속에서 강인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수백년 식민지 기간 동안 이뤄진 러시아의 민족 탄압과 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남자들이 죽자 인구 불균형이 일어났고, ‘남자는 머리지만 여자는 (머리의 방향을 정하는) 목’이란 속담이 생겼을 만큼 남성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던 할머니, 어머니를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일어난 잔혹한 전쟁은 이들을 또다시 강하게 만들고 있다. 대중 앞에 나서는 걸 끔찍이 싫어했지만 지금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외교 전사가 된 젤렌스카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에겐 강해지는 말고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그는 파괴된 나라의 재건에도 여성들이 중심에 있을 이라고 했다.

 

쉐겔 교수는 자신이 우크라이나에 있었다면 그들처럼 용감하게 싸울 수 있었을까, 자문했다.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처럼 치열하게 싸울 수 있을까, 반문했다. 혼란스럽기도 했다. 여성은 생명과 평화의 상징인데, 총을 들어도 되는 걸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반(反)평화적인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에서 한국 여성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 여성들은 2016년까지 여성의 전투 참여가 허용되지 않던 법을 개정했다.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 후 일어난 변화다. ‘피렌체의 식탁’이라는 온라인 매체와 인터뷰한 40대 초반의 우크라이나 여성 저격수는 말했다. “당신의 도시에 폭탄이 떨어지고, 건물이 불에 타고, 민간인이 죽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당신도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고, 당신 나라 여성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김윤덕 선임기자, 조선일보(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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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의 비밀 병기 젤렌스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는 내조자가 아닌 국정의 동반자였다. 흑인 인권과 남녀 평등을 위한 법을 만들자고 정치인들을 직접 설득했다. 전국을 돌며 뉴딜 정책을 홍보하고 신문에 칼럼을 썼다. 매주 여기자들과 간담회도 열었다. 그래서 ‘엘리너 행정부’라는 말이 나왔다. 존 애덤스 대통령의 부인 애비게일은 여권 운동가로 정치에 적극 참여해 ‘미세스 프레지던트’란 별명을 얻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는 공식 직책까지 맡아 백악관 회의를 이끌었다. ‘빌러리 부부 대통령’으로 불렸다.

 

▶하지만 나라가 전쟁의 참화에 빠졌을 때 직접 나선 대통령 부인은 흔치 않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인 젤렌스카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 소셜미디어 전사가 됐다. 주변국으로 피신하라는 권유도 거절했다. 인스타그램에 희생된 아이들 사진을 올리고 ‘나는 증언합니다’라는 글을 썼다. “아이와 여성들이 죽거나 고통 받고 있다. 지금 푸틴을 막지 못하면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남편 대신 외교 특사로 나섰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각국을 돌며 지원을 호소했다. 각국 정상 부인들과 네트워크도 공고히 했다. 의회에서 외국 정상 부인으론 처음 연설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작가 출신인 그의 말은 호소력이 있었다. “제발 전쟁에 익숙해지지 말아 달라. 무관심은 간접 살인이다. 외국이 돈 계산 할 때 우리는 사상자 수를 센다”고 했다. 전 세계 330만명의 팔로어가 그를 지지했다. 해외 언론은 젤렌스카는 국가 수호자이자 비밀 병기라고 했다.

 

▶그는 “코미디언이었던 남편은 늘 무대 위에 있었지만 난 무대 뒤가 좋다”고 했다. 그가 전면에 나서자 러시아는 살해 위협을 했다. “나도 두렵지만 수백만명의 엄마들이 나를 보고 있어요. 공포에 굴해선 안 돼요.” 그는 국민 절반이 가족·친구를 잃고 60%가 정신적 외상을 겪고 있다고 했다. 미숙아 수는 무려 50% 늘었다. 국제 의료 지원을 요청하며 고통 치유사로도 나서고 있다.

 

▶그가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고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도 참석했다. 한국 경제·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는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도 재건한 한국은 우리 고통을 누구보다 이라며우리에겐 한국이 위로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그의 이 말엔 큰 울림이 있다. “1950년대 한국의 자유를 위해 모였듯이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뭉쳐주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을 구하면 그 애들이 내일 당신의 목숨을 구할 겁니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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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깔봤던 ‘초보’ 젤렌스키, 세계를 놀래다

 

[김창균 칼럼]

동북부 대반격 영토 탈환전쟁판도 우크라 기울어
낙승 전망 뒤집은 젤렌스키 용기와 리더십
남의 불행 정쟁 삼았던 前정권 부끄러워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하르키우주 이지움을 방문해 병사들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대전이후 처음으로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면서 핵 협박까지 들고 나왔다.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의 동북부 대반격으로 영토를 탈환하면서 전쟁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이번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誌) 머리기사는 푸틴의 전쟁은 실패하고 있다. 빨리 실패하도록 도와야 한다였다.

 

당초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나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군사 작전’이라고 불렀다. 내부 소요 사태를 진압한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에 잠깐 산책하러 다녀오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푸틴만 그렇게 생각했던 아니다. 전문가들도 일주일 안에 수도 키이우가 함락될 것으로 봤다. 러시아는 영토가 우크라이나의 28배고, 인구는 3.5배며 군사력은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미국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당신과 가족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도피를 권했을 때 이를 받아들였다면 실제 전쟁은 싱겁게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내가 필요한 것은 차량이 아니라 탄약이라며 거부했다. 그 지점에서 세계사는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그는 개전 다음 날 어두컴컴한 정부청사를 배경으로 동영상을 촬영했다. “대통령, 총리, 대통령 고문, 군 수뇌부가 모두 여기 있다. 우리는 국가와 독립을 지켜 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쟁 초기 자리를 버리고 달아났던 관리들도 대통령의 항전 의지를 확인하고 속속 복귀했다.

 

이번 동북부 반격도 젤렌스키의 아이디어였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절실한 겨울이 다가오면서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타협을 종용했다. 결국은 러시아가 이길 전쟁인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게 전쟁만 장기화시킨다는 피로감도 쌓여 갔다. 젤렌스키는 반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최고 장성들에게 전세계가 깜짝 놀랄 반격 드라마를 주문했고 성공했다. 젤렌스키는 “미군의 지원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지만, 미군 수뇌부는 “젤렌스키의 전략적 판단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의 충격적 패퇴를 목격한 뒤 “승산은 우크라이나 쪽에 있다” “무기 공급이 제값을 한다”는 두 가지 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젤렌스키가 노렸던 그대로다.

 

승전에 맞춰 젤렌스키는 소셜 미디어에 연설문을 올렸다. “러시아, 너희가 가스, 빛, 물, 음식으로 협박하면 그것 없이 살겠다. 추위, 어두움, 갈증, 배고픔이 너희에게 굴종하는 것보다는 견딜 만하다. 그리고 우리는 끝내 가스, 빛, 물, 음식도 되찾을 것이다. 그것도 너희의 도움 없이.” 이 연설문을 영국의 더 타임스는 “우리 시대의 게티스버그 연설”이라고 극찬했다. “시적(詩的)이면서도 단호한 정서가 담겨 수십년간 읽힐 명문”이라고 했다. 개전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별 맞춤 연설로 협력을 이끌어냈다. 미국엔 “우리는 매일 9·11과 진주만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고, 영국엔 “숲에서, 들판에서, 거리에서 계속 싸울 것”이라며 처칠의 2차 대전 연설을 패러디했다.

 

젤렌스키의 용기와 통찰력, 그리고 공감 능력에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이 우크라이나 국민을 피 끓게 만들었고, 서방 국가들이 돕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했다. 조약돌을 소년 젤렌스키가 도끼를 휘두르는 거인 푸틴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7개월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무단 침공했을 때 민주주의 하는 나라들은 푸틴의 만행에 놀라고 분노했다. 젤렌스키를 비난하고 조롱한 것은 대한민국 집권 세력이 유일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토론에서 초보 정치인 대통령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했다. 유세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걱정하는 분이 많은데 지도자가 무지하지 않으면 그런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은 대통령을 잘못 뽑는 바람에 전쟁이 일어났다“준비 안 된 대통령 때문에 국민이 희생된다” “아마추어 대통령을 뽑으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장단을 맞췄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윤석열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해 남의 나라의 불행마저 정쟁 거리로 소비한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모델은 “젤렌스키에게 투표한 72% 우크라이나 국민이 바보인 줄 아느냐”고 분노했다. 북한의 비핵화 사기극을 대변하다가 동맹과 우방들로부터 핀잔을 들은 정권이 세계를 놀라게 영웅을 깔보며훈계질 것이다. 그들이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북녘 김씨 남매의 표현을 빌리자면 삶은 소대가리가 앙천대소할 일 아닌가.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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