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국회의원의 성추행, 그 1년 뒤] [대한민국 국회, 당신들의 천국]

뚝섬 2023. 5. 23. 07:33

[국회의원의 성추행, 그 1년 뒤]

[구속 중인 국회의원 세비를 왜 줘야 하나]

[대한민국 국회, 당신들의 천국]

[‘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을 요구함]

 

 

 

국회의원의 성추행, 그 1년 뒤

 

김남국 이전에 민주당이 스스로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올린 의원이 한 명 있었다. 1년 전 자신의 보좌관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이다.

 

박완주 무소속 의원. 2022.2.10/뉴스1

 

박완주 사건의 ‘현재’를 확인해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의원은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여느 다른 의원처럼 국회와 지역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고, 피해자인 보좌관 A 여전히 의원실 보좌진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어서다. A는 출근하지도, 그렇다고 그만두지도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을까.

 

민주당이 작년 5월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한 징계안에 따르면, 박 의원은 작년 4월 A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당에 신고한 직후 A의 면직을 지시했다. A의 사직서에 다른 직원이 대신 서명하게 했다. A가 절차를 문제 삼자 박 의원은 방식을 바꿔 A를 직권면직하려 했다. 여기서 국회 사무처가 제지에 나섰다. 국회 사무처는 박 의원의 직권면직 시도가 ‘성폭력 피해자가 해고 등 불이익 조치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성폭력피해자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는 A 신분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박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고, A는 박 의원을 고소했다. 윤리특위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되거나, 형사 사건 결론이 나와야 A의 면직 문제도 결론이 나는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윤리특위는 번도 의원 징계안을 논의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박 의원이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대하게 실추시켰다며 엄중 징계를 요구했지만, 말뿐이었다. 국회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 경찰은 성추행 사건 처리에 7개월을 보냈다. 작년 말 검찰에 송치했는데, 검찰도 또 5개월째 처분을 미루고 있다. 국회도 가만 있는데 경찰이나 검찰이 현역 의원 사건을 적극 처리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기억이 흐릿해지자 국회 안에서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사건 진실은 아무도 몰라라며 스멀스멀 동정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A 향해선 앞뒤 생략하고 박완주가 잘라서 아직 월급 받고 있잖아 이런 말을 한다. 반대로 A와 가까운 사람들은 “국회가 2차 가해를 조장한다” “A 심정은 오죽하겠냐, 다 무관심한데 남은 건 악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내년 총선 전에 박 의원에 대한 윤리특위 결정이 나오거나, 형사 사건이 종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결국 의원의 임기가 끝나야 A 국회를 떠나게 거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내년 4월까지 계속될 같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윤리’를 대하는 방식이 대개 이렇다. 생색만 낸다. 윤리특위에 논의 한 번 안 하고 쌓인 징계안이 39건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김남국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내면서 “읍참마속” “결단”이라 말하는 게 황당할 뿐이다.

 

-박상기 기자, 조선일보(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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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중인 국회의원 세비를 왜 줘야 하나

 

지자체장 등은 바로 봉급 깎아
의원은 감옥 가도 세비 그대로
심지어 당이 로펌 되어 방탄까지
국민 혈세·사회 자원 낭비 막아야

 

얼마 전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따른 2차 피해구제 분담금 704억원을 완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놀라움이었다. 원인 모를 급성호흡부전으로 환자들이 잇따라 입원하면서 사건이 대두된 게 2011년. 1800명 넘는 사망자를 낳은 이 사태가 정권이 세 번 바뀌는 시간이 흐르고서야 한 단락을 매듭지었다는 게 새삼스러웠다. 그 긴 시간 동안의 재판은 피해자들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 병마와 싸우는 고통 못지않게 큰 아픔으로 다가갔으리라. 더군다나 상대가 옥시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라면 대형 로펌과도 싸워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병든 몸을 이끌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피해자들이 어떻게 재판을 챙기냐”는 한 피해자의 분노는 법조문에선 드러나지 않는 사법 체계의 불공정을 보여준다.

 

수백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이상직 전 의원이 징역 6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7일 이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이같은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전 의원이 지난 2022년 1월 전주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4.27 /연합뉴스

 

일반인들은 한번 송사에 휘말리면 좀처럼 일상을 회복하기 어렵다. 설령 그게 자기 잘못이 아닌 데서 비롯했다 하더라도 그렇다. 지난한 법적 투쟁을 위해, 나약한 개인들은 더러 큰 빚을 지거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다. 3심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의 외로움은 오롯이 개인 몫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매력적인 직업이다. 이들에게 재판은 결코 외로운 싸움이 아니다. 의혹이 불거지면 동료 의원, 당원들의 적극적인 비호가 시작된다. 당내 입지는 오히려 높아진다. 검찰이 기소라도 한다면 그건 훈장이다. 그 순간부터 부패 의혹에 사로잡혔던 정치인은 불의한 검찰과 맞서는 투사가 된다. 누군가는 이길 수 있는 재판도 선임한 변호사가 제대로 출석하지 않아 패소할 때, 국회의원은 당 전체가 로펌이 되어 그의 뒤를 받쳐준다.

 

백번 양보해 정당이 소속 정치인을 옹호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의를 빚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법적 결백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동안 국민의 혈세를 비롯한 사회적 자원들이 낭비되는 현실은 유감스럽다. 코인 투자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은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무소속 의원으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끝까지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1년가량 남은 그의 임기는 자신이 주장하는 결백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 될 것이다. 입법이나 국정감사가 아닌, 개인 비리 의혹을 밝히는 세비와 보좌진 월급이 쓰이는 셈이다.

 

심지어 국회의원은 감옥에 가도 세비를 그대로 받고 9명의 보좌진도 유지된다. 현재 뇌물 혐의로 수감 중인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은 그런 식으로 10개월째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수당과 입법활동비 등을 받고 있다. 1년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직 전 의원은 보다 극단적인 사례다. 그는 21대 국회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이스타항공 관련 배임·횡령으로 수사받는가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되었다. 임기 중 두 차례 구속되었다. 상황이 이러니 제대로 된 의정활동이 될 리 없었다. 그가 임기 중 대표 발의한 법안은 고작 5건. 그마저도 각종 의혹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한 2021년부터는 한 건도 없다. 누군가는 억울하게 입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빚을 지고 생계도 포기하며 소송에 임할 , 이들은 감옥에 가도 억대 연봉과 보좌진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재판받는다. 이런 직접적 비용 외에 헌법기관이 고유의 활동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기회비용은 더욱 크다.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들은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으면 봉급이 삭감된다. 지자체장의 경우 구속 4개월이 넘어가면 월 보수의 80%까지 삭감된다.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 탓인지 21대 들어 몇몇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들은 대체로 구속 중인 국회의원의 세비를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하고 있다. 그 법안의 제안자 중에는 김남국 의원도 있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조선일보(23-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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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당신들의 천국

 

[朝鮮칼럼]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국민 접근 어려운 ‘별세계’
대회의실 의원 1인당 면적, 프랑스보다 3배 넓어
몇 년 뒤 세종시에 들어설 의사당은 지금 2배 규모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특전과 특혜는 적폐 중의 적폐다. 의원들의 국민소득 대비 연봉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으며, 의원실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연간 7억5000만원 이상의 혈세가 들어간다. 얼마 전 그들은 50일 동안 국회 문을 닫고도 1285만원씩 세비를 챙겼다. 그래서 ‘금배지에 100가지 특권’이라는 말도 생겼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 시늉을 하지만,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은 항상 달랐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세계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 세상이 아닌 별세계로 느껴질 정도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속세’(俗世)의 평균적 삶과 크게 유리되어 있다는 의미다. ‘범인’(凡人)들이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먼, 말하자면 ‘당신들의 천국’ 혹은 낙원이라고나 할까. 국민과 국회가 물과 기름으로 만나는 장소가 바로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1′이다.

 

국회의사당 부지는 약 33만 평방미터로서 여의도 면적의 8분의 1이다. 본관 높이는 70미터로 르네상스식 돔까지 얹고 있다. 국회 경관이 돋보이도록 여의도는 동서가 ‘짝짝이’로 개발되었는데, 국회가 입지한 서여의도는 고도규제 지역으로 묶여 동여의도의 고밀(高密) 스카이라인과 확연히 대비된다. 국회 경내는 모든 인간을 ‘의원님들과 나머지’로 양분한다. 예컨대 일반인들의 구내 주차는 언감생심이다. 국회의원들의 나들이야 어차피 운전기사들의 업무여서, 인근 둔치주차장을 의원 전용으로 쓰는 게 오히려 합리적이지 싶은데 말이다. 하긴 20대 초선 당선자들은 연찬회 직후 헌정기념관에서 의원회관까지 300미터를 6대의 버스로 이동했다고 한다. 과연 ‘귀하신 몸들’이다.

 

국회 내부 또한 럭셔리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사당 대회의실의 1인당 면적은 3.16제곱미터로서 0.94 제곱미터에 불과한 프랑스 국회의사당의 세 배가 넘는다(임우진 ‘보이지 않는 도시’).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개 국회의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회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회민주주의 역사 자체가 마이크와 같은 음향 시설이 등장하기 전에 시작된 측면이 있긴 해도 말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넓고 푹신한 소파식 회전의자에 앉아 잡담도 즐기고 수면도 취하고 휴대폰도 수시로 만지작거린다. 누가 뒤에서 쳐다보는 느낌을 갖도록 설계된 서구의 의사당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방청석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

 

국회 바깥으로 나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대중교통인 지하철부터 그렇다. 지하철 9호선에 ‘국회의사당역’이 있긴 하다. 그런데 1번 출입구는 길 건너편에 있다. 유일하게 국회의사당 쪽으로 나 있는 출입구는 6번인데, 놀랍게도 국회를 향하는 게 아니라 등지고 있다. ‘올 테면 와 봐라’ 아니면 ‘일 봤으면 빨리 가라’는 투의 환대 아닌 냉대다. 6번 출입구 지붕은 단순한 유리 구조물이 아니라 용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지하철 출입구 지붕 장식으로는 아마 전국에서 유일하지 싶다. ‘생성정보를 이용한 건축설계’ 작품으로서(노휘 ‘수학적 감성-국회의사당역 6번 출입구’) 국회 권위를 상징한다는 데, 도통 무슨 말이고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민주주의가 발전된 나라에서는 국회가 학교, 백화점, 은행, 공연장, 병원, 호텔, 교회, 광장, 공원 등 일상 공간 주변에서 보통 사람들과 시선 및 동선을 공유한다. 하긴 우리나라 지방의회도 대부분 그렇다. 유럽에서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이용해 국회로 출퇴근하는 의원이 부지기수다. 미국 의회의사당 부근에서는 시민들과 함께 조깅하는 의원들을 심심찮게 만난다. 국회를 지나는 지하철만 해도 런던이 3개, 도쿄가 5개다. 독일 국가의회의사당의 경우에는 꼭대기의 투명한 돔 내부를 사람들이 걸어 다닌다.

 

“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폭격으로 영국 하원 건물이 파괴되었을 때 이를 재건하는 과정에서 처칠 수상이 한 말이다. 그가 의회 공간의 입지와 구조, 배치 문제에 고심한 것은 영국의 의회민주주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작금의 대한민국 국회상(像)을 보노라면 처칠의 혜안에 고개가 절로 끄덕거려진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우리나라 국회의 상투적 자화자찬은 참으로 거북하고 민망하다. 싫든 좋든 몇 년 뒤 세종시 연기면에 의사당이 하나 더 들어선단다. 넓이는 63만 평방미터로서 여의도 국회의 두 배 정도란다.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사회학, 조선일보(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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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특권 완전 박탈’을 요구함

 

[선우정 칼럼]

젤렌스키 대통령 국회 연설 망신, 거대 정당의 떼거리 입법 폭주.. 이런 국회의원에 특권 필요한가
‘검수완박’ 아니라 ‘국특완박’을 새 정부 나서면 국민 지지할 것 

 

한국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은 세계적이다. 어디 가나 왕 대접을 받는다. 반면 스웨덴 국회의원은 특권이 거의 없다. 그냥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그런데 젤렌스키의 호소를 듣는 자세는 이렇게 다르다. 한국은 국회의원의 6분의 1이 참석했지만 스웨덴은 국회의원 거의 모두가 참석했다.

 

검수완박의 선봉장,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검찰과 언론을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특권 영역”이라며 “이 특권을 해체하는 일에 민주당이 나섰다”고 했다. 정파가 같으면 이런 말도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무리 열혈 지지자라도 ‘마지막 특권’이란 대목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특권의 끝판왕, 한국 국회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면책, 불체포 특권, 보좌 직원 7명, 본인을 포함해 한 해 인건비 5억여 원, 45평 사무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철도 최상 등급 좌석, 출국 시 귀빈실 이용, 차량 유지비·유류비 지원 등 한국 국회의원은 이 땅에서 세금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누린다. 물론 그들이 산출하는 국익이 더 크면 특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럴 경우엔 더 해줘야 한다. 이들의 진짜 특권은 다른 차원이다. 특권을 누리면서도 나태하게 살 수 있는 특권, 엉터리 법과 세금 나눠 먹기로 국익을 좀먹을 수 있는 특권, 후진국 매너로 국가 위신을 추락시킬 수 있는 특권, 무식하게 대들수록 팬덤 정치의 영웅으로 떠오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을 빼먹고도 특권을 계속 누릴 수 있는 특권까지 있다. ‘금배지엔 100가지 특권’이란 말처럼 끝이 없다.

 

한국 국회의원의 수준을 세계에 보여준 열흘 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화상 연설 장면은 한국 정치의 대표적 흑역사로 남을 것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 50여 명 참석했다. 장애인인 이상민 의원은 휠체어를 타고 왔다. 그런데 나머지 240여 명 대부분이 이날 무슨 일을 했는지 파악도 되지 않는다. 연설장에서 졸거나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안 온 사람보다 낫다. 엿새 전 ‘만물상’ 칼럼에서 이 장면을 비판했더니 “이게 한국 수준”이란 의견이 달렸다. 이해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장소가 중학교였어도 이보다는 많이 모였을 것이다.

 

국민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 먼 이야기다. 경유, 식용유, 밀가루 가격을 보고서야 피부로 정세를 체감할 수 있다. 대부분 나라 국민이 이렇다. 그래서 국민보다 깊은 관심을 갖는 전문가 엘리트를 뽑아 정치를 시킨다. 그런데 한국에선 국회의원이 국민보다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덜 갖는다. 국민이 일을 맡겨도 안 할 특권이 있기 때문이다. 특권에 빠져 사느라 경유, 식용유, 밀가루 값을 체감할 일도 거의 없다. 심지어 많은 국회의원이 국제 뉴스도 안 본다.

 

그레이트 게임’이란 말이 있다. 유라시아 패권을 노리는 러시아의 남하(南下)와 이를 막는 영국 제국의 장기전을 말한다. 19세기 세계사는 이 말로 대부분 설명된다. 게임의 시작은 우크라이나 크림 전쟁, 종착점은 영국을 대리한 일본과 러시아가 맞붙은 러일전쟁이다. 전쟁 결과, 한국은 망했다. 일본의 비약, 한국의 멸망은 이 게임의 결과물이다. 세계사를 모르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밀접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 수 없다. 영원히 7500km 떨어진 낯선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적 시야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니란 사실을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정치인에게 있다. 

 

한국이 망한 결정적 원인은 당시 정치인이 제공했다. 일본이 흥한 원인도 정치인이다. 한국 정치인이 세상과 담을 쌓을 때 일본 정치인은 세상으로 나갔다. 당시 양국 정치인의 차이를 보여주는 많은 일화가 있지만, 얼마 전 국회에서 벌어진 장면만큼 생생하게 보여주지 못한다. 젤렌스키 연설에 일본 국회의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총리, 국회의장, 장관도 함께 경청했다. 진지했다. 외무장관이 마스크 안에서 하품했다가 “나라의 수치”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무언가 거꾸로 됐다. 일본이 아니라 세상사에 어두워 나라를 말아먹었던 한국의 정치인들이 이런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한국 정치인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를 오가면서 이익만 챙기면 된다고 믿는다. 한국은 그래도 되는 변방이라고 생각한다. 사드, 쿼드를 말하면 중국의 경제 보복을 말한다. 중국이 말하기 전에 스스로 한다. 바람이 불기 전에 눕는다. 그게 상책이라고 한다. 조선 말 세계관과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관이 달라지지 않으면 미래도 달라지지 않는다.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이어서 버티는 게 아니듯 국력이 크다고 강한 나라가 아니다. 정치인이 저질이면 삼성의 성과도, 한류의 바람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한국 국회의원 가운데엔 뛰어난 사람이 많다. 그런데 아까운 인재들이 들어가 휩쓸리는 순간 단숨에 밑바닥으로 내리깔리는 장면을 여러 차례 봤다. 그들의 정신을 썩혀버리는 특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일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이다. 집단 특권을 없애야 요즘같이 떼로 몰려 폭주하지도 못 한다. 검수완박처럼 이름을 붙이면 국특완박이다. 국회의원 스스로 할 수 없다. 새 정부가 총선 과제로 제시하면 거의 모든 국민이 지지할 것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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