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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9개월간 검색 순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쿠팡] ....

뚝섬 2025. 5. 2. 06:25

[5년 9개월간 검색 순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쿠팡] 

[자영업자 울리는 ‘기울어진 플랫폼 운동장’]

 

 

 

5년 9개월간 검색 순위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쿠팡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인기를 끄는 게 유통업계 자체 브랜드(PB) 상품이다. 유통업체가 직접 기획하고 주문 생산하는 덕에 저렴하고 품질까지 좋아 허리띠를 졸라맨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다. 대형마트,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업체뿐 아니라 이커머스 회사들까지 PB 상품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 쿠팡은 2017년 ‘탐사’ 브랜드로 PB 시장에 뛰어들어 식품 ‘곰곰’, 생활용품 ‘코멧’, 가전 ‘홈플래닛’ 등 30개에 가까운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이 이 같은 PB 상품들을 경쟁 상품보다 우선 노출되도록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쿠팡과 쿠팡의 PB 상품을 전담하는 자회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같은 혐의로 유통업체로는 사상 최대인 1628억 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검찰에 고발한 지 11개월 만에 기소가 이뤄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쿠팡은 2019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PB 상품과 직매입하는 로켓배송 상품 5만1300개의 검색 순위를 16만 번이나 조작해 상단에 고정적으로 노출시켰다. 특히 판매가 부진해 재고가 쌓인 PB 상품과 제조업체로부터 수백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로 한 직매입 상품을 집중적으로 띄웠다. 실제 판매량과 사용자 별점,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출되는 검색 순위를 무시하고 무려 5년 9개월 동안 자사 상품을 밀어준 것이다.

 

▷이 같은 조작으로 100위 밖이던 PB 생수 ‘탐사수’는 단번에 1위로 뛰어 단일 제품으로는 쿠팡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이 됐다. 정상적으로는 100위권 진입조차 어려웠던 다른 PB 상품들도 줄줄이 1위로 올랐다. 이 덕에 쿠팡 PB 상품의 소비자 노출 횟수는 43%, 매출액은 76%나 늘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쿠팡에 수수료를 내고 상품을 파는 21만 개 입점업체들은 자기 제품을 검색 상위에 올리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판치던 입점업체 차별이 혁신을 앞세우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더 노골화된 셈이다.

▷쿠팡은 지난해 공정위 처분이 나왔을 때 “상품 진열 방식은 업체의 고유 권한”,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공룡 플랫폼의 지위를 악용해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기만하고 혁신과는 거리가 먼 배짱 영업을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사라진 시장에서 쿠팡은 재작년 처음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 매출 40조 원을 돌파하며 국내 전체 백화점 판매액을 뛰어넘었다. 온·오프라인를 통틀어 유통 1위에 오른 쿠팡이 소비자 신뢰와 유통 질서를 회복하지 못하면 한국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에 역전당하는 건 시간문제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5-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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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울리는 ‘기울어진 플랫폼 운동장’

 

중개 시장 장악한 아마존과 배민, 거래 업체 반발에도 수수료 올려
反독점법은 공급 독점만 규제.. 수요 독점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매년 8월이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이란 작은 도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참석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이 열린다. 하버드대 알베르토 카발로 교수는 2018년 잭슨홀 미팅에서 ‘아마존 효과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 효과란 미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을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을 비교·검색하기 시작하면서 유통업체별로 크게 달랐던 제품 가격이 비슷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아마존에서 어떤 제품의 최저 가격이 정해지면 월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아마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값을 내릴 수밖에 없다. 아마존이 가격의 표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카발로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아마존 효과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억제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아마존 물류센터. 아마존은 올해 1월 물류 대행 서비스 요금을 5% 인상한 데 이어 4월 28일부터 배달비도 5% 인상한다고 발표해 판매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처럼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 중앙은행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해온 아마존이 올해는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악당으로 몰리고 있다. 4월 28일부터 아마존의 물류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판매자들이 내는 배달비를 5% 올리기로 한 것이 화근이 됐다. 아마존은 “기름 값 상승과 인플레이션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소 판매자들은 “아마존이 1월에 물류 대행 서비스 요금을 5% 인상한 뒤 3개월 만에 요금을 또 올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의 ‘절대 갑(甲)’ 아마존이 비용 상승분을 힘없는 을(乙)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의 횡포 논란은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배달 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지난달부터 단건 배달의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는 방식으로 요금을 올리자, 식당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일부 음식점이 배달 음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보내는 포스터에 ‘배민1, 쿠팡이츠 주문 NO’라고 적혀 있다. /독자 제공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이 수수료와 배달비 등으로 떼가는 게 매출의 30~40%로 너무 많다”고 하소연한다. 배민의 배달비 포함형 요금제의 경우 주문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 부가세를 합쳐 매출의 33%를 뗀다. 이에 대해 배민은 “수수료 대부분을 배달 기사에게 지급하고 배달 앱 몫은 6.8%밖에 안 된다”며 “우리도 적자”라고 해명하고 있다. 배민은 지난해 2조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1400억원가량의 적자를 봤다. 하지만 적자라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적자를 감수하고 출혈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은 독과점 기업의 전형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은 기업엔 어려운 선택이다. 고객을 경쟁 업체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아마존과 배민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중개 시장(플랫폼)을 장악한 사실상 독과점 업체이기 때문이다. 주도권이 아마존과 배민에 있는 전형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아마존과 배민은 독과점에 상응하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들이 소비자 가격을 쥐고 흔드는 ‘공급 독점(monopoly)’이 아니라 ‘수요 독점(monopsony)’이기 때문이다. 수요 독점이란 구매자가 다수의 공급자를 상대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반(反)독점법은 소비자 피해와 직결되는 공급 독점만 규제할 뿐 수요 독점은 처벌하지 않는다.

 

미국 의회와 학계에서는 “공급 독점만 규제하는 반독점법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수요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반독점법의 본질은 공급이나 수요에 관계없이 독점 기업의 횡포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공룡으로 커가는 플랫폼업체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나지홍 기자, 조선일보(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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