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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능력보다 소중한 것] [‘前警예우’] [10년간 횡령]

뚝섬 2022. 4. 30. 07:26

공직자 능력보다 소중한 것

 

[특파원 리포트] 

 

요즘 뉴욕시 공무원들은 민생과 치안, 복지 현장을 찾느라 바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강타당한 뉴욕이 세계 경제수도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현장을 파악하고 사람을 만나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최근 뉴욕시 중소기업청장이 자영업자 규제 완화책을 논의하는 간담회에 가본 일이 있다. 이 조직은 직원 300명에 연 예산 3000억원 정도이고, 정무직인 수장은 뉴욕시장 최측근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이런 스펙의 정치 관료가 주관하는 행사라면 생색내기에 그칠 터이다. 뉴욕은 어떨까 궁금했다.

 

뉴욕 식당·미용실·체육관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20여 명 모였다. 처음엔 참석자 몇몇이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 고맙다”고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청장이 정색하며 “솔직한 말을 해달라”며 “받아 적겠다”고 하자 하나둘씩 애환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위생 검역관마다 잣대가 제각각이더라. 어떤 이는 너무 위압적이다” “브라질 왁싱을 할 때 털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는데, 단일 서비스-단일 가격제를 강요하지 말라” “시에 자영업자 대출 지원이 있다는 걸 은행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이런 걸 왜 직접 안 알려주나”...

 

어려움 속에서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도 놀라웠지만, 이날 한국계인 케빈 김 중소기업청장의 자기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명문대 로스쿨을 나온 유망한 정치인인 그는 과거 어렵게 살아온 가족사를 털어놨다. 그는 “1970년대 이민 온 부모가 조화를 만들어 길에서 팔았다. 할머니까지 다섯 식구가 퀸스의 방 한 칸에 살았다”면서 “나도 스타트업을 하다가 망해봤다. 자영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고 말했다. 사장들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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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낮춰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미국 고위 공직자들의 정치 문법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명 수락 연설에서 어릴 때 부모의 이혼, 계부의 홀로코스트 생존기, 프랑스에서 외국인으로 살며 외교관 꿈을 키웠던 이야기부터 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보기 힘든 백인 남성 엘리트이자 대통령 최측근이지만 ‘인생의 다양한 면을 경험했다. 약자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미·중 무역 전쟁을 지휘하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탈리아 이민자인 아버지가 시계 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돼 굶었던 일을 회상하며 “미국의 가정을 지키겠다”고 말한다.

 

바이든 정부는 조각 당시 ‘미국을 닮은 내각’을 표방하고 성별·인종·지역 안배에 중점을 뒀다. 이는 서방 선진국의 트렌드이기도 하다. 물론 장관들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능력을 보여주려면 국민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것을 오랜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조선일보(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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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警예우’

 

“경찰 단계에서 끝내야 합니다.” 한 중소규모 로펌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 내건 문구다. 로펌들이 성공 사례를 홍보하는 글에서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상대방의 증거를 적극 반박했다” “경찰 단계에서 수사기관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며 논증을 펼쳐 나갔다” 같은 내용이 종종 눈에 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부쩍 커진 경찰의 권한에 맞춰 변호사업계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 이렇다 보니 경찰 출신을 찾는 로펌들이 많아졌고, 전직 경찰관들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로펌에 채용된 전직 경찰은 총 16명이다. 김앤장, 태평양, 세종 같은 대형 로펌들도 전직 경찰 영입에 동참했다. 로펌에 취업한 전직 경찰이 2020년 5명에서 지난해에는 48명으로 확 늘었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로펌에 사건을 문의할 때 ‘경찰과 연락이 닿을 만한 변호사가 있느냐’고 묻는 의뢰인들이 제법 있다”고 전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경찰 출신들의 전관예우를 활용하는 ‘전경(前警)예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월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 이전까지는 경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어떻게 처분할지는 검찰이 결정했다. 그래서 경찰 단계에서는 변호사를 쓰지 않고 검찰로 넘어갔을 때 선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경찰은 ‘수사종결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경찰이 수사한 뒤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하면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사건은 그대로 끝난다. 경찰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경찰 출신들이 활약할 공간이 대폭 넓어진 셈이다.

 

▷로펌에 취업하는 전직 경찰들의 직급은 다양하지만 보통 총경, 경정급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일선 경찰서의 서장, 과장에 해당하는데, 법률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물론 실무 경험과 인맥도 풍부하다. 또 일부 로펌에선 변호사 자격이 없는 고위직 출신 경찰을 고문으로, 초급 간부 출신을 전문위원이나 위원으로 영입하고 있다. 이들이 직접 변호를 맡을 수는 없지만 경력을 활용해 간접적으로라도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를 바랄 것이다.

▷앞으로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반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제한되는 등 경찰의 권한은 더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관예우의 주무대가 검찰에서 경찰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경찰 출신 변호사와 현직 경찰관의 사적 접촉 시 사전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전경예우가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전에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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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횡령 

 

몇 년 전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 돈 수억원을 빼돌린 전산부 직원이 적발됐다. 은행의 이자 계산 프로그램을 몰래 고쳐, 예금주들에게 지급하는 이자 중 원 단위 이하는 자기 개인 계좌로 이체되도록 조작했다. 고객이 푼돈까지 신경 쓰지는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티끌 모아 태산’ 범죄를 설계한 것이다. 완전 범죄가 될 수도 있었지만 원 단위까지 들여다본 꼼꼼한 고객의 항의로 덜미가 잡혔다.

 

▶중국의 횡령 범죄는 스케일부터 광대하다. 중국은행의 지점장 쉬차오판은 부하 직원 둘까지 끌어들여 10년에 걸쳐 미국과 홍콩으로 5700억원 넘는 돈을 빼돌렸다. 유령 기업에 대출해주는 식이었다. 발각될 경우에 대비해 아내와 이혼한 뒤 미국인과 거짓 결혼식을 올려 미국 영주권까지 취득해뒀다. 2001년 횡령 사실이 들통나자 미국으로 달아났다가 2년 만에 체포됐고 복역 중에 2018년 중국으로 송환됐다. 범죄 영화를 보는 듯했다.

 

▶2014년 개봉된 일본 영화 ‘종이달’은 유부녀 은행원이 연하남과 사랑에 빠져 은행 돈에 손댄 횡령 사건을 다뤘다. 처음엔 고객 돈 1만엔을 슬쩍했다 들키지 않자 점점 액수를 키워 연하 애인에게 집을 얻어주고 차까지 사줬다. 평범한 사람이 어느 순간 돈의 유혹에 빠져드는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0년 전 삼성전자 재무팀의 30대 엘리트 사원이 회삿돈 165억원을 횡령해 도박으로 탕진했다가 쇠고랑을 찼다. 법정에서 ‘충동 조절 장애’라며 심신 미약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은행 본점에서 40대 은행원이 2012년부터 60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긴급 체포됐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에서 어떻게 무려 10년 동안이나 발각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무너진 셈이다. 정상 유통되는 돈을 훼손된 지폐로 둔갑시켜 13억원 넘는 돈을 캐리어에 챙겨 담아 달아나다 잡힌 은행원도 있었다. 4년여 동안 국내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 사고가 182건, 1600억원이 넘는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겨 놓은 격이다.

 

▶횡령 범죄자들은 빼돌린 돈을 주식·선물 투자 등으로 굴린 뒤 다시 메워 넣을 요량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멀쩡한 사람도 사치, 도박 등에 빠지면 자제력을 잃고 판단력이 마비된다. 작년 한 해 동안 벌어진 횡령 사건만 5만386건, 금액으로는 6조8000억원에 이른다. 기업, 관공서, 금융기관 가릴 것 없이 하루 138건꼴로 횡령이 벌어진 셈이다. 빼돌린 돈으로 투자에 성공한 뒤 공금을 메워 넣으면 드러나지도 않는다. 이런 ‘완전 범죄자’들은 그 몇 배일 수도 있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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