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방역 최고라 하겠죠”
[특파원 리포트]
2020년 1월 코로나가 처음 확인된 중국 우한(武漢)의 풍경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오전 10시부터 폐쇄된다는 버스 터미널의 안내 방송, 소독차만 다니는 텅 빈 거리, 우한을 빠져나가는 차량의 전조등 행렬은 공상과학 영화 같았다. 한커우(漢口) 기차역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의 불안한 얼굴도 잊을 수 없다.

중국식 코로나방역: 저장성 하이닝시에서 지난 4월 7일 불법적으로 외출했다는 이유로 방역요원과 인민해방군 병사들이 노인을 길바닥에 쓰러뜨리고 간판대로 짖누르고 있는 모습이 SNS를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트위터
당시 우한에 취재를 갔던 기자는 4시간 차를 달려 후베이성 이창을 거쳐 비행기로 베이징에 돌아왔다. 묵던 호텔이 폐쇄될 예정이라 우한에 더 머물기 어려웠다. 베이징에 돌아온 후 곧장 귀가해 중국 외교부 외국기자센터 등에 신고하고 2주간 자가 격리를 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한국의 ‘미디어 전문가’와 일부 ‘진보 매체’는 “수퍼 전파자가 되려 하느냐”고 비난했다. 그들 중 한 명이라도 기자에게 확인 취재를 했다면 방역 수칙을 어떻게 지켰는지 알려 줬을 텐데, 누구도 그러지 않았다.
2년 4개월이 지났다. 전 세계는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중국은 예외다. 공포의 성격도 달라졌다. 바이러스뿐 아니라 봉쇄와 격리라는 공포가 더해졌다. 한 달 이상 도시가 봉쇄된 상하이뿐 아니라 베이징도 현재 500동 이상의 건물이 봉쇄돼 주민들의 외출이 금지돼 있다. 가로·세로 800m 공간에 감염자와 10분 이상 함께 있었던 사람은 ‘시공동반자[時空伴隨者]’로 분류된다. 한밤중 “시공동반자이니 자가 격리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람도 많다.
베이징은 지난 1일부터 모든 식당의 실내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헬스장·영화관도 운영이 중단됐다. 이런 모든 조치가 시행 하루 전날 발표된다. 어디서 코로나 환자가 나올 줄 모르고 중국 국내선 항공편은 취소되기가 다반사다. 한 중국인 친구는 탄식했다. “뭔가 계획한다는 게 무의미해졌어.”
도시를 봉쇄하고 감염자를 시설에 격리하지만 올해 1월 이후 현재까지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는 11만6000여 명으로 2020년 전체(8만7000여 명)보다 많다. 중국 대도시 가운데 선전·창춘·상하이·베이징·정저우에서 주민 이동 통제령이 내려졌다. 이 도시들이 마지막이라고 장담하지도 못한다.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정부 주도의 강력한 방역 정책을 폈던 한국, 싱가포르, 홍콩, 대만이 코로나와 함께 사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제 전 세계에서 중국만 남았다.
외르크 부트케 중국 유럽상공회의소장은 최근 스위스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지도부가 자기 내러티브에 갇힌 죄수가 됐다”고 했다. 코로나 방역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업적과 연결하는 바람에 ‘비극’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가 처음 대유행한 국가이자 마지막으로 벗어나는 나라가 될 겁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우리가 최고라고 말하겠죠.” 중국에 있는 많은 외국인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조선일보(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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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의 외침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잘사는 집 문에는 술과 고기 썩는 냄새, 길에는 얼어 죽은 이 해골. 잘살고 못사는 모습이 지척으로 갈리니, 슬퍼서 더 이상 적을 수가 없네(朱門酒肉臭, 路有凍死骨. 榮枯咫尺異, 惆悵難再述)”라는 유명 시구가 있다.

당나라 두보(杜甫)의 작품이다. 이른바 ‘안사(安史)의 난’이 벌어졌을 때 백성들의 삶이 처했던 정경을 읊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의 삶이 막바지로 몰리는 극한의 상황이다. 그렇듯 체념으로 고난을 견디다가 말없이 사라지는 백성들이 중국에서는 많았다.
모든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역경(逆境)에서 취하는 삶의 자세가 우선 체념적이다. 어려움에 도전하거나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그냥 제 본분으로 받아들이며 쉽게 만족하는 태도다. 흔히 ‘안분(安分)’과 ‘지족(知足)’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사람인 이상 마냥 참을 수만은 없다. 소리부터 새 나오는 경우가 있다. 공평치 못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번지는 목소리다. 흔히 불평지명(不平之鳴)이라는 성어로 적는다. 우리가 자주 쓰는 ‘불평하다’와 관련이 있는 말이다.
급기야 큰 소리로 울부짖는 외침이나 절규(絶叫)가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흔히 눌함(吶喊)으로 적는다. 중국 현대문학의 문호(文豪) 노신(魯迅)의 소설집 이름이기도 하다. 무기력했던 당시 중국 사회에 각성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러다 마침내 백성들이 저항을 시작한다. 몽둥이를 들고 집 문을 나서는 경우다. 흔히 ‘게간(揭竿)’이라고 하는데, 거대한 왕조를 무너뜨리곤 했던 민란(民亂)의 시작이다. 통치 집단이 가장 두려워했던 현상이다.
오미크론 확산의 참상을 기록한 ‘상하이 외침(上海吶喊)’이라는 동영상이 큰 화제라고 한다. 상하이 사람들의 끓어오르는 민원(民怨)을 담았다. 사회 안정을 국정 최대 목표로 두고 있는 중국 당국자에게는 그 외침이 아주 크게 들릴 듯하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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