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민주당의 새 정부 출범 방해, 앞으로 2년 계속되나]
[‘0선 대통령’의 여소야대 돌파법]
거대 민주당의 새 정부 출범 방해, 앞으로 2년 계속되나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2.05.03 이덕훈 기자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을 계속 거부함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총리 없이 출범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새 정부 출범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총리 후보자 인준을 받으려면 한동훈 법무,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먼저 사퇴시키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총리와 주요 장관 없는 반쪽 내각으로 만들겠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노골적인 새 정부 출범 방해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대선 승리와 동시에 취임한 경우를 제외하면 총리 없이 출범한 경우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유일하다. 당시 야당이 김종필(JP) 총리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 6개월간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엔 총리 서리 제도가 있어 JP가 서리 자격으로 총리 역할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 후보자 인준이 이뤄지지 않으면 총리도 없고 주요 장관 제청도 이뤄지기 힘들다. 국정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다.
김부겸 총리는 “한 후보자가 인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김 총리가 윤 당선인 취임 후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를 제청해 준다면 추 후보자가 총리 대행을 맡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계속 트집을 잡으면 총리 임명 동의안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총리는 행정 각부를 통할하면서 주요 정책을 조정하고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장관 제청과 해임 건의권도 갖는다. 내각 지휘권자인 총리를 정략적 이유로 공백 상태로 만들겠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거야(巨野)의 횡포에 다름 아니다. 국정이 표류하고 국민이 피해 입더라도 자기들 뜻대로 정국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기기로 한 기존 합의도 뒤집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는 “기존 (원 구성) 합의는 의미가 없다. 원점에서 다시 협상하겠다”고 했다. 21대 국회의 후반부 2년도 자기들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계속 쥐고 있겠다는 뜻이다. 법사위에서 ‘위장 탈당’ 같은 꼼수를 써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했던 것처럼 향후 중대범죄수사청 등 주요 법안도 일방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중수청장 임명 방식을 자기들에 유리하게 만들고 언론 관련 법안도 밀어붙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과 주요 정책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줄줄이 발목 잡을 것이다. 거듭된 실정(失政)으로 대선에 지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새 정부 출범과 국정 운영을 훼방 놓는 데 몰두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이런 정당 폭주를 본 일이 없다. 다음 총선 전까지 2년간 계속 그럴 것이다.
-조선일보(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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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선 대통령’의 여소야대 돌파법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만들어졌다. 2019년 5월 발족된 뒤 3년 동안 전체회의를 고작 15번 했다. 그중 네 차례는 ‘서면회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식물위원회’ 정리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함부로 손댈 수도 없다. 국회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농어업·농어촌특위법’에 따르면 농특위는 법 시행일(2019년 4월)부터 5년, 즉 2024년 4월까지는 아무도 흔들 수 없다.
농특위는 지극히 사소한 예다. 한국은 ‘제왕적 대통령’의 국가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뜻하는 바를 관철시키는 일이다. 172석 다수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하는 모습은 윤 당선인에게 처한 현실을 새삼 일깨웠을 것이다. 비단 여소야대 상황뿐이 아니다.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순순히 길을 내주지 않는 맞상대의 특질까지 말이다.
윤 당선인을 키운 건 팔 할이 특유의 직진 성향과 승부사 기질이었다. 검사 시절 정권과의 갈등 국면에선 그의 기개가 빛이 났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대한 외압을 폭로하거나 2021년 3월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며 검찰총장직을 던질 때 그러했다. 권력에 ‘맞짱’을 뜨며 ‘검사 윤석열’에게 국민의 시선을 집중시켰고, 이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당시 여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르다. 더 이상 반기를 들 대상이 없다. 또 국가 최고 권력자가 ‘정의로운 약자’ 퍼포먼스를 해서는 설득력도 떨어진다. 정치 한가운데 깃발을 꽂은 이상 국회를 구워삶지 않고는 수가 없는 일이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이 복기해야 할 대목이 있다. 구(舊)여권의 무도한 입법 꼼수에 묻혔지만 여야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한 과정 말이다. ‘검수완박 결사 저지’를 외쳐온 권성동 원내대표가 덥석 중재안에 합의한 것은 의아했다. 하지만 합의 사흘 만에 윤 당선인이 사실상 파기를 종용한 것이나 느닷없는 국민투표 카드로 국민의힘 의원들마저 떨떠름하게 만든 것은 더 의아했다. 씨알도 안 먹힐 여소야대 국회보다는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 동력을 얻겠다는 취지였을 테다. 하지만 자리가 바뀌니 검사 시절 빛났던 기개가 이번에는 그저 거칠고 투박한 리더십으로 보였다.
정치는 상대가 있다. 나의 최선을 직진으로 관철시킬 수 없다. 당장 섣부른 합의와 손쉬운 번복으로 당 일각에선 실익도, 명분도 모두 잃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나쁜 선례도 만들었다. 내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라면 앞으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대통령 재가는 받고 왔느냐”라고 물을 것 같다. ‘여의도 정치’는 이슈를 끌고 들어와 ‘푸닥거리’를 하고 합일점을 하나라도 찾아가는 게 본령이다. ‘0선 대통령’이 그러한 정치를 혐오하거나 멀리하지 않으면 좋겠다. 국정운영에서 국회의 위상은 생각보다 크다. 덩치 큰 공룡이 ‘생떼’를 부려도 일단 붙잡고 앉아 설득해야 한다. 정치에서의 명분은 그렇게 쌓인다.
-홍수영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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