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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고 싶다지만, 잊기 힘든 文대통령] [괴담으로 끝난 ‘삼중수소 유출’]

뚝섬 2022. 5. 9. 06:22

잊히고 싶다지만, 잊기 힘든 文대통령

 

[강경희 칼럼]

정권 내내 통계 논란.. 끝까지 성과 분칠
잘한 건 내 덕, 못한 건 남탓, 5년 요약판 보여준 마지막 2주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2.5.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청와대를 떠난다. 임기 마지막 날 비판 글을 쓸 생각은 없었다. 마음을 바꾼 건 끝났는데 끝내지 않는 문 대통령의 ‘뒤끝’ 발언 때문이었다. 문 정부는 역대 최대 분량의 국정 백서를 냈다. 22권, 1만1944쪽이라고 한다. 유독 통계 왜곡 논란이 많았던 정부라 방대한 백서에 또 얼마나 통계 분칠이 많을까 싶었다. 문 대통령이 2주 전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 인터뷰에서 “경제 성과에 대해 온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제시한 경제 지표부터 그랬다. 떠나는 건 떠나는 거고 팩트(사실)는 짚어야겠다.

 

① “공정 정의 평등을 가늠할 지표는 객관적으로 좋아졌다”=문 대통령이 손석희씨에게 이 말을 하는 동안 화면에 그래프가 떴다. 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비율)이 2017년 6.96배에서 2020년 5.85배로 낮아진 그래프였다. 이를 근거로 문 대통령은 5년 긴 시기로 분배가 개선됐는데 처음에 잠깐 일자리 줄고 분배지표 악화됐던 고정관념 때문에 내내 잘못 평가받았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통계청은 분배지표를 두 가지 소득으로 집계한다. 자기 힘으로 벌어들인 시장소득, 정부에 세금 냈거나 세금 지원 받은 후의 가처분소득, 두 가지다. 문 대통령이 띄운 건 가처분소득의 분배지표였다. 문 정부에서 시장소득의 분배지표는 악화됐다.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2015년 10.41배에서 2020년 11.37배로, 상대적 빈곤율은 19.5%에서 21.3%로 높아졌다. 소득 주도 성장을 하겠다며 정권 초반에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 폭주했다. 약자를 더 힘들게 만든다고 정책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제단체 임원을 향해 대통령이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라고 좌표를 찍었고 친여 성향 언론들이 일제히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진짜로 분배 지표가 나빠지자 통계청장 바꾸고 통계 집계 방식까지 바꿔 논란을 키웠다. 5년간 시장소득의 분배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대통령은 세금 지원으로 개선된 가처분소득의 분배지표만 보여줬다. 당연히 정부가 세금으로 어려운 사람 돕고 분배를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책 실패로 인한 타격을 없던 걸로 만들지는 못했다.

 

②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세계적 현상, 우리나라는 상승이 작은 편이다”= “부동산 문제는 여러 번 죄송하다고 말한 적 있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집값 폭등을 코로나로 늘어난 유동성 탓, 1인 가구 증가 탓으로 돌렸다. 2021년 3분기 집값 상승률이 OECD 평균의 절반도 안 되는 그래프를 근거로 제시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반대 국제 통계가 존재한다. 글로벌 부동산업체가 발표한 2021년 3분기 주택가격 지수에서 한국은 1년 만에 23.9% 상승으로 조사 대상 56개국 가운데 1위였다. 문 정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한 부동산 공식 통계만 고집하다가 부동산 실책을 더 키웠다. 국토부 장관은 “집이 부족하지 않다” “집값이 별로 안 올랐다”고 했는데 집값 상승이 전국 곳곳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허겁지겁 공급 대책을 내놨다. 그건 코로나 이전 상황이다. 이후로는 늘어난 유동성 때문에 집값 상승이 멈추질 않았다.

 

5년 내내 이런 공방이 반복됐다. 통계를 객관적으로 읽고, 통계에 반영 안 되는 현실도 발 빠르게 파악해 정책 눈높이를 맞추라고 경제 전문가들의 고언이 쏟아졌지만 문 정권에는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마지막 인터뷰에서까지 문 대통령은 ‘고정관념’ ‘프레임’ ‘저쪽’ 같은 단어를 썼다. 정치적 공격으로 자신의 경제 치적이 저평가 받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랏빚 1000조원 돌파’ 같은 나쁜 성과 말고 좋은 경제 지표도 있다. 문 대통령은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만달러, 세계 10위 경제 규모를 달성했다고 자랑했다. 환율 효과가 꽤 있었다거나 우리보다 더 잘한 대만에 1인당 국민소득이 19년 만에 밀렸다든가 하는 등의 ‘팩트 폭격’으로 그 성적표에 흠집 낼 생각은 없다. 다만 세계 12위에서 10위로 두어 단계 올라간 성과, 3만불 문턱에서 3만5000불까지 치고 올라간 5년 성과를 인정받고 싶다면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이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이 있다. 문 대통령 이전, 최빈국 대열에서 소득 3만불, 세계 12위 경제 대국에 도달하기까지 대한민국의 빛나는 70년 역사부터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 초석을 놓은 이승만, 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들의 공로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놀라운 성취와 정통성을 문 대통령 진영은 왜 그토록 납득 못하게 깎아내렸는지도 설명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잊힌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보름 새, 5년을 압축해 보여준 놀라운 언행들은 그를 잊고 싶어도 잊기 힘든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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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으로 끝난 ‘삼중수소 유출’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은 지난 4일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월성원전 부지 내에서 삼중수소가 일부 누설된 것을 확인했지만 외부로 유의미한 유출은 없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작년 2월 조사단이 꾸려지고 1년 넘게 조사한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이 “충격적”이라며 국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했지만 11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는 인근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줄 만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경북 경주의 월성 원자력 본부. /월성 원자력본부 제공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은 작년 1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민주당이 수면 위로 올리면서 시작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접 지역 주민들의 몸속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으며 삼중수소는 인공 방사성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일반 수소보다 원자핵 무게가 3배 무거운 삼중수소는 자연계에서도 존재하는 물질이다.

 

당시 한국수력원자력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외부로의 삼중수소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과학적 견해는 무시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열었고 진상을 파악한다며 월성원전까지 찾아갔다. 분위기를 몰아 당내에 노후원전 안전조사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는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월성 1호기 폐쇄 결정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음이 확인된 사건”이라고 했다. 7000억원을 들여 보수했던 월성 1호기는 수명이 남았는데도 2019년 12월 조기 폐쇄됐다.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는 “1년 넘게 월성원전을 감사해놓고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 못 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감사원을 공격하기도 했다. 월성원전 감사는 경제성 평가에 관련된 것이었고, 삼중수소 유출 조사는 감사원의 업무가 아닌데도 말이다.

 

작년 2월 구성된 민간 조사단은 그해 3월부터 삼중수소 유출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단은 2차 발표까지 회의를 31번, 자료 요구 408건, 현장 조사 59건을 수행했다. 일부 저장 탱크에서 누설이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 하지만 조사단은 “지하수를 통한 부지 외부로의 유의미한 삼중수소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근 해안과 하천에서 삼중수소의 농도는 기준치 이하였다. 민주당이 무시했던 전문가들의 의견을 1년이 지나서 다시 확인한 셈이다.

 

정치인들이 쏟아낸 무책임한 말에 피해를 보는 것은 늘 국민이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근거 없는 괴담에 마을이 죽어간다”고 호소했다. 논란이 시작되면서 인근 신라 문무대왕릉 같은 사적지와 해변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광우병과 사드 전자파 괴담을 겪었지만 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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