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코로나

조선중앙TV가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설 90주년인 지난 25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을 26일 오후 녹화 중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은 이날 열병식에서 방역전선 일선에 있는 비상방역종대를 내세우기도 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비상방역종대.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2월 주중 대사에 내각 부총리를 지낸 리용남을 임명했다. 리 대사가 베이징에 도착해 신임장을 제정했지만 전임 지재룡 대사는 1년 넘도록 아직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코로나 봉쇄 때문이다. 북한은 국제올림픽위원회 206개 회원국 중 코로나를 이유로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 불참한 유일한 나라였다. 북한의 코로나 봉쇄는 세계에서 가장 지독했다.
▶북한이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지 2년 3개월 만에 결국 코로나에 뚫렸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12일 김정은 참석하에 정치국 회의를 열고 “우리의 비상 방역 전선에 파공이 생기는 국가 최중대 비상 사건이 발생했다”고 실토한 것이다. 김정은도 처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이 회의에 등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과도 다르다. 중국은 효과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자체 개발한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했다.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이 87%다. 그동안 확진자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그러나 북한은 그동안 국제기구 코백스(COVAX)가 주겠다는 백신조차 수용을 거부했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나라는 북한과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2곳뿐이다. 에리트레아는 ‘아프리카의 북한’으로 불리는 독재국가다.
▶북한은 환자 검체를 분석한 결과 오미크론 변이 BA.2, 이른바 스텔스 오미크론이라고 했다. 이 바이러스는 중증도가 낮다고 하지만 백신 접종과 집단감염이 어느 정도 됐을 때 얘기다. 북한처럼 면역 수준이 제로에 가깝다면 스텔스 오미크론도 치명적일 수 있다. 더구나 북한처럼 의료 시설이 최악이고 주민 영양 상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유행하면 더 파국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 2019년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들어오자 북한의 양돈 산업은 거의 씨가 마를 정도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북한은 2015년 메르스, 2003년 사스, 심지어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했을 때도 국경 폐쇄로 대응했다.
▶북한이 ‘코로나 발생’을 공개한 것은 국제사회에 백신과 약을 달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방역 지원을 요청했을 때 백신을 주기도 힘들다.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은 영하 20도 콜드 체인을 갖추어야 하는데 수시로 전기가 나가는 북한에서 쓸 수 없다. 그런 냉장고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알약 치료제를 주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 폭정에다 코로나까지 덮쳐 신음할 북한 주민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13)-
___________________
더욱 견고해지는 통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먼저 움직여 남을 누르는 일은 중국 성어 표현으로 선발제인(先發制人)이다. 줄여서는 ‘선제(先制)’라고 적는다. 남과의 싸움이나 다툼을 상정하는 상황에서 흔히 사용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을 내 뜻에 맞춰 컨트롤할 수 있느냐는 통제(統制)에 관한 고민이다.

그런 까닭에 중국인들의 시선은 곧잘 남의 ‘급소’에 머문다. 앞서도 얘기했듯, 우선 요령(要領)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두 글자는 각각 허리[腰]와 목 부위 주변[領]을 가리킨다. 이곳을 남에게 잡히면 옴짝달싹하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사안의 핵심’이라는 뜻을 얻었다.
옆구리도 마찬가지다. 이곳을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았을 때는 곧장 치명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자로는 보통 협(脅)이라고 적는 곳이다. 그 부위를 직접 힘으로 압박하거나 무기 등으로 노리는 행위 등은 협박(脅迫), 위협(威脅)이란 말로 잇는다.
팔꿈치도 그렇다. 뭔가를 하려 할 때 남에게 이곳을 잡히면 손을 움직이지 못한다. 따라서 일을 망가뜨릴 수밖에 없다. 그 경우를 철주(掣肘)라고 적어, 간섭(干涉)이나 방해 등으로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상황을 표현한다.
감독하며 관리하는 경우를 중국에서는 보통 ‘감관(監管)’이라는 단어로 곧잘 적는다. 앞 한자는 그릇에 물을 담아 스스로를 비춰보는 행위에서 비롯했다가 이제는 대상을 살피는 동작으로 자리를 잡았다. 뒤 글자는 ‘자물쇠’ 등의 뜻에서 발전해 열고 닫음의 개폐(開閉), 더 나아가 상황 등을 관리한다는 뜻으로 정착했다.
최근 공산당 정치국 단체 학습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는 금융, 자본, 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감관’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 단어는 무려 26차례나 등장해 큰 화제였다. 통제를 전 방위로 넓히겠다는 뜻이다. 코로나19 봉쇄·격리와 함께 중국의 향후 행보를 짐작하게 하는 언어 행렬이 아닐 수 없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2-05-13)-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世界-人文地理]'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러 미사일 맞을라.. 400년 된 ‘앉아있는 예수상’.. ] [고구려의 잔인했던 5월] (1) | 2022.05.20 |
|---|---|
| [핀란드 나토 가입 사건] [ .. '겨울 전쟁'] [핀란드 방위전략은 '全軍 戰死'... ] (0) | 2022.05.14 |
| [‘경찰국가’ 전락한 홍콩] (0) | 2022.05.12 |
| [美대통령 취임사: 내전 때는 화합, 냉전 시기엔 자유... 국제 정세 반영] (0) | 2022.05.11 |
| [러시아 전승절] (0) | 2022.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