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나토 가입 사건]
[소련-핀란드의 '겨울 전쟁']
[핀란드 방위전략은 '全軍 戰死'... ]
핀란드 나토 가입 사건

22일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나토 연합 훈련에 비회원국인 핀란드와 스웨덴 군도 참가하고 있다./연합뉴스
1939년 11월 소련이 핀란드를 3배 병력, 30배 전투기, 100배 전차로 침공했다. 유명한 ‘겨울 전쟁’이다. 스탈린은 발트 3국 합병에 이어 1917년 러시아에서 독립한 핀란드도 탐냈다. 이 전쟁에서 소련 승리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핀란드군의 반격이 무서웠다. 저격수 해위해는 혼자서 소련군 542명을 사살했다. 세계최고기록일 것이다. 하루 25명을 저격한 적도 있다. 눈밭에 잠복한 그는 ‘하얀 사신(死神)’ 소리를 들었다. 빛 반사를 막으려고 조준경도 쓰지 않았고, 입김을 없애려고 눈덩이를 입에 물었다.
▶소련군 전차는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핀란드는 자체 개발한 기관단총으로 전차병을 먼저 쏘고 화염병을 후방 엔진으로 던졌다. 핀란드 스키병은 눈에 빠진 소련군을 기습하고 사라졌다. 쐐기를 박아 통나무를 쪼개듯 소련군 대부대 행렬을 쪼개 각각 분쇄하는 ‘쐐기 전법’도 위력을 발휘했다. 소련군 전사자는 핀란드군의 5배가 넘었다. 당시 핀란드군은 전투에서 이기고 있었지만 정부가 항복해버렸다. 영토 11%를 소련에 빼앗겼다.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하자 핀란드는 복수를 위해 히틀러와 손잡았다. 빼앗긴 땅을 잠시 되찾았으나 독일 패전이 분명해지자 한발 먼저 소련에 항복하고 핀란드 내 독일군을 소탕했다. 이후 핀란드는 철저하게 소련에 엎드렸다. 미국 주도 안보 기구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은 물론 경제 지원책인 마셜 플랜도 거부했다. 반(反)소련 서적과 영화를 금지했고, 소련에 대한 언론 비판은 자체 검열했다. 소련의 내정간섭까지 묵인하자 오스트리아 외교장관이 경멸조로 ‘핀란드화’라는 용어를 썼다. 이웃 강대국의 눈치를 보며 주권 이익을 점점 더 내주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런 핀란드가 “즉시 나토 가입을 신청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 역사에서 큰 사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핀란드 국민의 나토 가입 찬성률은 20%대였지만 지금은 80%에 육박한다. 지난달 핀란드군은 나토군 연합 훈련에도 참가했다. 러시아의 무모함에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핀란드에 “군사 보복 조치”를 위협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데도 핀란드가 속도를 내는 건 러시아 같은 나라에 굴종해서는 주권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수백 년간 러시아의 핍박을 받았다. 핀란드의 고난과 ‘핀란드화’ 굴종, 이에 대한 반성 등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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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핀란드의 '겨울 전쟁'
영토 요구 거절에… 소련 1939년 침공
대규모 병력·전차 등 우세했지만 게릴라식 공격에 소련군 허둥지둥
스키·사격 결합한 '바이애슬론' 원형
평창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 가운데 '바이애슬론'이란 스포츠가 있어요. 사격총을 등에 메고 눈 덮인 지형을 스키와 폴을 이용해 이동한 뒤 지정된 장소에서 사격 시합을 하는 경기예요. 출발선부터 결승 지점까지 걸린 시간과 사격의 정확성 등을 가려 최종 순위를 결정하지요.
바이애슬론은 과거 북유럽 군인들이 '군사 정찰(Military patrol)'을 위해 실시하던 운동 경기 중 하나였답니다. 겨울이 길고 혹독하며 눈이 많이 내리는 북유럽 지역에선 스키를 타면서 사격을 하는 전투 능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이 같은 '바이애슬론'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바로 핀란드와 소련의 '겨울 전쟁'이었지요.
◇소련의 핀란드 침공
12세기 초부터 스웨덴 왕국의 지배를 받아오던 핀란드는 나폴레옹 전쟁 중이던 1809년 제정(황제가 통치하는 나라) 러시아에 편입됐어요. 그러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이 벌어지고 1917년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발하자 혼란기를 틈타 독립을 선언했지요.

핀란드로 향하는 소련군의 모습. 스키 장비를 착용한 모습이에요. /게티이미지코리아
독립 후 핀란드에선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키려는 적(赤)군과 사회주의에 반대하고 완전한 독립을 이루려는 백(白)군이 충돌하면서 잠시 내전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백군이 승리한 후 정치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던 핀란드는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생하면서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답니다.
당시 소련은 독일과 불가침 조약을 맺고 동유럽과 북유럽 여러 나라를 침공하며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었어요. 폴란드 동부 지역과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을 빠른 속도로 장악한 소련은 핀란드로 눈길을 돌렸지요. 소련은 핀란드에 외무장관 몰로토프를 보내 국경지대 일부 영토를 할양(자기 나라 영토 일부를 다른 나라에 빌려주는 것)해달라고 요구했어요.
핀란드가 이를 거절하자, 1939년 11월 30일 소련은 핀란드군이 국경지대에서 자국 군대를 먼저 공격했다는 핑계를 대고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어요. 소련―핀란드 전쟁, 일명 '겨울 전쟁'이 시작된 것이었지요.
◇핀란드의 탁월한 전략
전쟁 초기 소련은 26개 사단(약 46만명) 병력과 전차 2300여 대, 항공기 3000여 대를 동원했어요. 그에 비해 핀란드군에는 10개 사단(약 16만명) 병력에 전차 30여 대, 항공기 100여 대만 있었고 무전기나 포탄 등 전쟁 물자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이었지요.

숨어서 소련군을 노리는 핀란드 군인들 모습. /위키피디아
비록 군사적 규모에서 열세였지만 핀란드에는 72세 노장(老將) 카를 구스타프 만네르헤임이 있었어요. 그는 핀란드 내전 이후 은퇴한 상태였지만 전쟁이 터지자 군으로 복귀했어요. 만네르헤임은 소련군과 맞서 싸우고 있는 전선(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을 연결한 선)이 1000㎞로 매우 길고, 대부분의 지형이 눈으로 덮인 산과 숲이라는 점을 이용해 영리한 작전을 세웠어요. 소련군이 한정된 길을 따라 이동할 수밖에 없으리라 판단한 그는 적군이 올 것으로 예상되는 길에 병력을 집중시켰고, 하얀 눈 위에서 잘 드러나지 않도록 핀란드군에게 모두 흰색 군복을 입혔어요. 그리고 보병들에게 스키를 타고 빠르게 움직이며 싸우도록 하는 게릴라전을 펼치게 했지요.
◇약소국의 처절한 저항
소련은 핀란드와의 전쟁에서 쉽게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병력이나 전쟁 물자가 소련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핀란드 내 공산주의자들도 자기들 편에 설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핀란드 공산주의자들은 오히려 소련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소련군은 대규모 군대를 전선에 길게 배치해 화력을 분산시키는 실수를 범했어요. 또 무엇보다 겨울 전투에 대한 대비책이 너무나 빈약했어요. 한 달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소련군은 눈밭 위에서 위장할 수 있는 흰색 전투복도 준비하지 않았고, 북유럽의 혹한과 폭설에 대비한 전쟁 물자도 전혀 준비하지 않았지요.
수오무살미(핀란드 동부 지역) 전투에서 참패를 당하면서 소련은 그제야 자신들의 오만을 깨달았습니다. 당시 소련군은 핀란드군보다 4~5배 많은 군대를 이끌고 일렬로 길게 행군하고 있었는데요. 핀란드 보병이 스키를 타고 나타나 화염병을 던진 뒤 재빠르게 사라지는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을 펼치자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지둥하기만 했어요.
소련은 이 전투로 약 3만명의 군인을 잃었고, 전차와 대포를 비롯한 수많은 전쟁 장비를 핀란드군에 빼앗겼답니다. 그제야 소련은 지휘부를 교체하고 병력을 추가로 투입해 반격에 나섰어요. 그 결과 1940년 2월 핀란드의 방어선을 허물었고 그해 3월 모스크바에서 평화 조약을 강제로 맺으면서 겨울 전쟁은 일단락됐습니다.
겨울 전쟁은 결과만 놓고 보면 핀란드의 패배였지만, 소련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어요. 약 105일간 소련군 사상자가 약 20만명, 핀란드군 사상자가 2만5000여 명으로 차이가 매우 컸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막판 패배로 강제 평화 조약을 체결해야 했던 핀란드의 희생은 상당히 컸답니다. 핀란드는 전체 인구의 12%가 살고 있던 카렐리야 지역을 소련에 빼앗겼고, 핀란드 남부 항코 항구를 소련에 빌려주겠다는 굴욕 협상을 받아들여야 했지요. 하지만 소련의 합병 야욕을 좌절시키고 독립국가로서 지위를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겨울 전쟁은 핀란드 역사에서 당당한 투쟁으로 남아 있어요.
[몰로토프 칵테일(화염병)]
겨울 전쟁 당시 핀란드군은 '몰로토프(소련 외무장관) 칵테일'이라는 화염병도 만들었어요. 화염병에 그 같은 이름이 붙은 이유는 개전 초 소련 외무장관 몰로토프가 핀란드 주요 도시에 무차별 폭격을 퍼부으며 국제사회에 "우리는 핀란드의 좋은 친구다. 우리는 지금 원조용 빵을 투하했을 뿐이다"고 거짓으로 변명한 사실을 비꼬기 위해서였지요. 핀란드군은 몰로토프의 말에 화답하듯 소련군에게 "이 술이나 받아 마셔라"고 외치며 화염병을 던졌다고 해요.
-공명진 숭문중 역사 교사/기획·구성=박세미 기자, 조선일보(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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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방위전략은 '全軍 戰死'...
핀란드 방위전략은 '全軍 戰死'… 누가 감히 넘볼까

어쩌다 보니 우리에겐 자기 전에 껌이나 씹는 나라로 알려졌지만 핀란드는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1939년 핀란드는 소련과 105일 동안 끔찍한 전쟁을 치렀다. 그해 11월 말에 시작해서 이듬해 봄에 끝나 겨울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이 전쟁은 수치만 봐서는 핀란드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전쟁이었다. 당시 핀란드 인구는 300만 명, 침공해 온 소련 병력은 무려 100만 명이었다.
전차나 항공기 숫자는 더 절망적이다. 기록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전차는 32대 vs 6500대, 항공기는 114대 vs 4000대이니 그야말로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이 출동한 셈이다(닭도 과했다. 병아리 정도가 적당하겠다). 소련의 전술은 단순했다. '전진해서 점령한다.' 아, 단서 조항이 하나 있기는 했다. "너무 과다하게 전진하여 국경 넘어 스웨덴까지 들어가는 실수는 하지 말도록!"
이 전쟁에서 핀란드는 석 달 보름을 버텼다. 버틴 정도가 아니라 소련 전차 3500대를 박살 냈고 항공기 500대를 격추시켰다. 그 과정에서 별별 기발한 방법이 다 튀어나왔다. 세계 최초의 스키 부대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눈 속에서 튀어나온 하얀 군복의 핀란드 설상(雪上) 살상(殺傷) 부대는 소련 진영을 난타한 뒤 다시 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추위에 강한 소련군이지만 핀란드의 혹한은 차원이 달랐다. 보통이 영하 30도인데 1939년의 12월은 수은주가 수시로 영하 40도까지 곤두박질쳤다. 핀란드는 땅굴에 통나무 사우나를 설치해 놓고 전쟁을 치렀다. 맞아 죽고 얼어 죽고 결국 소련은 애초의 목적인 통째로 핀란드 삼키기를 포기하고 약간의 영토를 받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100만 대군과 맞서 싸운 경이적인 전투력에 반한 히틀러가 추축국(樞軸國)에 반드시 핀란드를 가담시키려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핀란드의 이런 결기는 옛 시절 무용담에 불과할까. 몇 해 전 핀란드를 다녀온 성균관대 정진수 선생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기내 잡지에서 읽은 '국가 방위전략'이라는 안내문이라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막힌다. 순서대로 적어보자면, 적군이 쳐들어오면(핀란드의 가상 적국은 러시아다) 일단 스키 부대가 국경으로 출동하여 전원 전사한다. 적군이 국경선을 넘으면 이번에는 보트 부대가 출동하여 전원 전사한다(핀란드는 세계에서 호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적군이 내륙으로 진입하면 본격적으로 핀란드 군 본 병력이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한다. 적군이 수도인 헬싱키 앞까지 이르면 (우리로 치면) 수도방위군단이 출동하여 전원 전사한다.
마지막이 압권이다. 적군이 헬싱키를 점령하고 나면 이렇게까지 해서 이 도시를 차지할 필요가 있었을까 회의감이 들게 한다. 제 정신이라면 이런 걸 방위전략이라고 세워놓은 나라와 전쟁을 하고 싶을까. 나라면 보도블록이 전부 금으로 되어 있다고 해도 절대 안 쳐들어간다.
모든 나라가 다 핀란드 같을 수는 없겠다. 그러나 행동까지는 아니더라도 마음가짐 정도는 비슷하게 먹어야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닐까. 며칠 새 '타조'에 이어 '작은 나라'가 되고 나니 이게 나라냐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앗! 작년 겨울에도 이 소리 들은 분이 자리에서 물러나셨는데.
-남정욱 '대한민국문화예술인' 공동 대표, 조선일보(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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