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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로비와 위작 논란] [이우환 그림, 엇갈리는 진품 감정] ....

뚝섬 2025. 9. 9. 06:10

[그림 로비와 위작 논란] 

[이우환 그림, 엇갈리는 진품 감정] 

[아무리 잘 그려도 위작이 가치 없는 이유... 작품 만든 ‘동기’ 때문]

 

 

 

 

그림 로비와 위작 논란 

최근 위작 논란이 생긴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From Point) No.800298'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술품 위작 범죄는 1945년 체포된 네덜란드의 판 메이헤런 사건이다. 처음에는 반역죄였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국보급 화가 베르메르의 진품들을 나치 2인자 괴링에게 팔아넘겼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그는 “내가 그렸다”고 주장했고, 판사·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베르메르의 ‘신전에서 설교하는 젊은 예수’를 똑같이 그려냈다. 매국노는 이제 나치를 속여 넘긴 국민 영웅이 됐다. 마지막 재판에서 그는 “위조 작가로서 나의 승리는 창조적 예술가로서의 패배였다”며 기염을 토했다.

 

▶1994년 네덜란드 화가 레르트 얀센의 작업실을 급습한 경찰은 아연실색했다. 작품 1600여 점 빽빽한 그 방은 ‘20세기 거장의 미술관’이었다. 마티스·레제·브라크·피카소·샤갈…. 그는 “아침엔 샤갈의 드로잉, 점심엔 아펠의 유화, 오후엔 피카소를 몇 장씩 그려냈다”고 진술했다. 정규 미술 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고백이 더 충격을 줬다. 얀센이 그린 위작을 아펠에게 “당신 작품 맞냐”고 물었을 때, 아펠이 주저 없이 “내 작품”이라고 대답한 천재적 재능이었다. 그는 해당 작가의 시대에 따른 안료 변화까지 연구했다.

 

총선 공천의 대가로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우환 그림이 ‘가짜’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작품은 작가가 1970년대부터 시작한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 중 하나다. 각각 점과 선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공간·시간의 흐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특검이 진품 여부를 물었는데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위작’, 한국미술품감정센터는 ‘진품’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우환 그림은 2016년에도 무려 13점이나 위작 논란이 있었다. 최고가가 31억원에 팔리는 등 생존 작가 중 그림 값이 가장 비싼 작가이지만, 작품 관리가 체계적이지 않아 작품 번호가 겹치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작품이 꽤 많다. 물론 작가 본인은 그때마다 강하게 부인하며 모두 ‘진품’이라 주장해왔다. 위작 판정을 받게 되면 작품의 시장 가치는 큰 타격을 입는다.

 

그림 로비 사건에서 위작 논란이 벌어지는 첫 번째 이유는 ‘뇌물죄’ 성립을 피하기 위해서다. 진품이 아니라면 가치는 현저히 떨어지고, 그렇다면 ‘대가성’ 주장도 힘을 받기 어렵다. 그래서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위작’이라 강변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속아서 산 그림을 선물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뇌물죄를 피하려고 그런다지만 미술계조차 진품, 위작 판정이 갈린다니 보기 민망하다.

 

-어수웅 논설위원, 조선일보(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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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그림, 엇갈리는 진품 감정

 

화가는 내 작품을 보면 1분도 안 돼 바로 안다. 전부 내 작품이 맞다.” 이우환 화백이 2016년 프랑스에서 날아와 서울경찰청에 압수된 작품 13점을 확인한 뒤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당시 경찰은 이 화백의 그림 위작을 유통시켜 온 일당을 검거해 수사 중이었다. 위작범들이 “내가 그린 가짜”라고 하는데 이 화백은 “채색, 호흡, 리듬 모두 내 것이다. 그건 지문과 같아서 베낄 수가 없다”며 진품 주장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판정은 법원이 했다. 감정 결과와 위작범들 자백을 근거로 일부 작품에 대해 위작이라고 판결했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은 그와 정반대다.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전시했던 이 작품을 두고 위작 논란이 일자 감정기관들이 진품으로 판정했는데 천 화백이 반발했다. 그는 “내 작품이 아니다. 자기 자식도 못 알아보는 부모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작가만큼 진품을 잘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해외 거장들이 진품이라고 확인해 준 작품들 중 위작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지 않다. 진품 감정은 인공지능(AI)도 아직 못하는 초고난도 작업이다.

▷미술품 감정은 전문가의 경험, 직관을 통한 안목 감정과 X-레이 등 과학적 기법으로 하는 객관적 감정이 있다. 감정가의 경륜에만 기대기엔 실력이 제각각이고, 과학적 감정에도 한계가 있다. 국내 미술품 감정은 한국고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등 민간에서 한다. 감정가들이 화랑 관계자나 교수, 작가여서 업계와의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긴 어렵다. 감정위원 명단은 로비 우려 탓에 비공개되고, 전문가들 사이에 공통된 감정 기준도 정립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2024년 총선 공천 대가로 건넨 혐의를 받는 이 화백 그림은 진위 판단이 엇갈렸다. 한쪽은 대만 경매에 처음 나왔을 때 수백만 원에 불과했던 그림이 이후 주인이 바뀌며 가격이 30∼40배나 뛰어 위작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해당 그림에 진품 감정서를 발급했던 기관은 최초 경매에서 작가의 명성이나 작품 가치를 잘 모르고 헐값에 나왔을 가능성이 있고, 실제 싼값에 나왔던 대가의 작품이 추후 재발견되는 사례가 있다고 했다.

▷이 화백은 요즘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 특검에 진위에 대한 의견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정리되긴 어려워 보인다. 중요한 건 김 전 검사가 1억4000만 원 현금을 주고 그림을 샀다는 사실이다. 그는 “김 여사 오빠 돈으로 대신 구매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적어도 이 화백이 그린 진품이라고 믿고 샀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만약 인사 청탁 목적으로 억대의 그림을 사준 것으로 확인된다면 진품이든 위작이든 매관매직의 죄가 가벼워지진 않는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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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잘 그려도 위작이 가치 없는 이유... 작품 만든 ‘동기’ 때문

어느 것이 진품이고 위작일까-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페르메이르의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맨 왼쪽)과 이 작품을 모방한 1940년대 위조 작가 메이헤런의 ‘악보를 읽는 여인’(왼쪽에서 둘째).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오른쪽 위)와 이 작품을 모방한 메이헤런의 ‘미소 짓는 소녀’(오른쪽 아래). 평론가들은 메이헤런의 위작을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여겨 극찬했고, 미술관에 한때 진품으로 전시되기도 했다.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위키피디아

 

“선생님, 선생님 작품과 비슷하게 만드는 작가가 있어요!” “아 그래요? 그냥 두세요. 짝퉁 없는 명품은 없는 거니까 제 작품이 그만큼 좋은 거라고 생각해야죠.” 흥분한 목소리로 작가님께 일러바쳤는데,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이런 대가들의 호탕함이 오히려 문제를 키운 것일까? 물감이 마르기 무섭게 팔려 나간다고 말할 정도로 미술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되자, 어디서 본 듯한 모방 작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창의성과 독창성이 중요한 미술 분야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놀랍지만, 이런 작품을 찾는 사람과 시장이 존재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사고 싶지만 비싸니, 가격은 저렴한데 스타일은 비슷한 다른 작가의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대놓고 부탁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건, 예산의 한계에 맞춰 인테리어로 건 모사 그림들이 초보 컬렉터들에게 일종의 교과서처럼 통용된다는 점이다. 가짜가 잘나가는 작품이 되어 심지어 가격이 오르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과연 이런 작품들은 미래에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최근 한 연예인이 입었던 옷이 가짜 명품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가 분노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의 연예 활동이 중단되었을 뿐 아니라 멋있다고 칭찬했던 이들도 민망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그 옷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든 것이었다면, 진품의 가치는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렴한 가격에 진짜와 비슷한 작품을 사는 것은 왜 합리적 소비가 아니고,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가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유명한 미술품 위작(僞作) 에피소드에서 찾아보자. 네덜란드의 한 미술상이 국보급으로 여겨지는 17세기 화가 페르메이르(1632~1675)의 작품을 나치에 팔아 넘겨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반전은 이 그림들이 페르메이르의 원작이 아니라 미술상이 그린 위작이고, 심지어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에 걸려있는 다른 작품들도 위작이라는 고백이었다. 이 미술상은 메이헤런(Han van Meegeren·1889~1947)으로 젊은 시절 화가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아무도 자기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자 대가(大家) 페르메이르를 연구할 겸 그의 작품을 따라 그렸고, 감쪽같다는 주변 반응에 그림을 미술 시장에 내보냈다.

 

자신의 작품을 폄하했던 평론가들이 페르메이르의 그림인 줄 알고 극찬하며 구매하고 미술관에 전시하는 모습에 메이헤런은 환멸을 느끼게 된다. 이 대목에서 그가 전모를 밝혔더라면, 어쩌면 새로운 유형의 ‘개념 미술가’이자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선구자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미술계를 조롱하듯 계속 위작을 그려 팔다 결국 사기꾼으로 전락해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작품을 구입하여 미술관에 버젓이 걸어놓았던 평론가와 미술관 학예사들은 망신살을 피하고자 위작을 진품이라고 주장하고, 사기꾼은 가짜 그림을 제작한 과정을 재연하며 소상히 밝히는 아이러니 상황이 펼쳐졌다. 결국 작품들은 위작으로 밝혀졌고, 미술관에서 철거되었다. 이 작품들이 본래 미술관에 걸려있던 때와 아무런 물리적 변화는 없다. 다만, 그것이 가짜라는 사실만 알게 되었을 뿐이다.

 

진짜 명품인 줄 알았는데 가짜였고, 대가의 명작인 줄 알았는데 위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물리적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가치는 변화한다. 이 경우에는 비싼 명품과 작품에 대한 가치가 결국 물건에 내재해 있다기보다는 정신성에 있음이 명확해진다. 생각해 보면 지폐나 금덩어리도 종이나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다만 그것이 물건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 등가의 시스템을 갖추면 재화가 되는 것이다.

 

가치는 새로운 것을 창작하고 만들어낸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찬사와 존경이고, 고된 길을 걸어온 예술가들에게 주는 보상이자 명예다. 비단 예술이 아니어도 우리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여 도전하는 인물들을 응원하고 지지를 보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평생 연금을 받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드문 것도 같은 이유다.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만들어낸 창작물 덕분에 역사의 지평이 넓어지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한 덕분에 우리 모두 새로운 혜택을 누린다.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성취한 이의 결과물만 고스란히 베껴 이익만 얻으려는 가짜를 보면 화가 나고 경멸하는 마음이 드는 이유다. 따라서 예술 작품과 아닌 것의 구분은 물질이 아니라 그것을 제작하고자 한 동기를 기준으로 한다. 서로 참조한 것도 아닌데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우연히 비슷한 결과물에 다다르는 경우에도 동기로서 각각의 독창성을 구분하고 인정할 수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발달로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교류를 나누는 오늘날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빨리 퍼질 것이다.

 

다른 작가와 유사한 결과물을 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시를 일부러 보지 않는다는 작가도 있다. 그러나 눈을 가린다고 해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시대 흐름을 파악하면서 차별화한 나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진짜 작가의 업무일 것이다.

 

그렇다면 알타미라 뮤지엄은 진짜 동굴은 놔두고 가짜로 유적을 만들어놓고 전시한다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달라 보이지만, 여기서도 맥락은 같다. 즉 원래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가짜를 만든 ‘동기’를 모두 알고 체험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것과는 다르다.

 

예술 작품 창작에서 동기가 그렇게까지 중요한가 의심된다면,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한 사람이 목사에게 물었다. “기도하면서 담배 피워도 되나요?” “안 됩니다.” 그가 다시 묻는다. “그럼, 담배 피우다가 기도해도 되나요?” “네, 됩니다.” 두 행위는 겉으로 보기엔 같아도 그 동기는 다르다.

 

-김영애 '나는 미술관에 간다' 저자, 조선일보(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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