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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神’ 송강호] [日감독·中주연 韓영화 칸 석권… 더욱 진화한 K시네마]

뚝섬 2022. 5. 30. 06:34

연기의 神’ 송강호

 

부산 청년 송강호는 제대 후 대학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서울에 올라와 극단 문을 두드렸지만 연거푸 세 번 퇴짜를 맞았다. 네 번째 상경에서야 비로소 “연락처를 남기고 가라”는 말을 들었다. 그 후 걸려온 첫 전화는 행사가 끝난 무대 철거를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러다 무대에 섰고, “이게 마지막이 되어선 안 된다”며 필사적으로 연기했다. 마침 단역 맡길 배우를 찾던 이창동 감독 눈에 뜨였다.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이후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괴물’ ‘기생충’ 등 천만 관객 영화를 네 편 찍은 배우는 송강호가 유일하다. 그가 주연한 영화에 든 누적 관객도 1억명에 이른다. 송강호를 영화팬 뇌리에 처음 각인시킨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1997년 영화 ‘초록 물고기’다. 남자 옷을 홀딱 벗기고 라이터로 상대 배우의 체모를 태우며 괴롭히는 깡패 역할이었다. 유튜브에 그 장면이 지금도 돌아다닌다. 제목이 ‘이게 깡패 연기자야? 진짜 깡패야?’다. 송강호는 그때 이미 연기의 신(神)이었다.

 

▶송강호를 대중의 기억에 확고히 자리 잡게 한 것은 같은 해 나온 ‘넘버3′의 여관방 장면이다. 졸개들 무릎을 꿇리고 “라면만 먹고 금메달 딴 현정화처럼 헝그리 정신을 가지라”고 일장연설 했다가 ‘현정화가 아니라 임춘애’라고 지적당한 그 장면이다. 분노로 목소리를 떨고 말까지 더듬는 연기는 영화사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그가 외친 “내가 현정화라고 하면 현정화야!”는 그해 영화계 최고 유행어가 됐다. 

 

▶송강호가 칸에서 최우수 남자 배우 상을 거머쥐었다. 같은 작품에 황금종려상과 배우상을 동시에 주지 않는 칸은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줄 당시, 그 작품에 출연한 송강호에게 배우상을 줄지를 두고 고민했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가 칸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선정되기 전까지 한국 영화는 변방 신세였다. 영화의 중심을 향한 장정은 여배우들이 먼저 시작했다. 강수연과 전도연이 베네치아와 칸의 여주인공이 됐고, 지난해엔 윤여정이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를 석권하고, 칸에서 감독·배우 상을 동시에 배출하는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영화 1류 국가다. 세계 영화인들이 우리와 함께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송강호에게 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만 해도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만들었고,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에선 중국 출신 탕웨이가 열연했다. 이탈리아 감독이 만든 영화에 독일·프랑스 배우가 출연하는 유럽 세트장 풍경이 어느덧 우리 모습이 됐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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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감독·中주연 韓영화 칸 석권… 더욱 진화한 K시네마

 

한국 영화가 제7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박찬욱 감독이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꼽히는 칸영화제의 2개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한 것은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수상작들은 아시아 다른 국가의 감독 혹은 배우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브로커’는 소재와 배우, 배경, 자본의 국적이 모두 한국이지만 일본 거장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헤어질 결심’은 중국의 스타인 탕웨이를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한국 영화에 다른 아시아 국가의 감성과 문화를 녹여 넣은 작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 영화의 과거 해외 진출 방식이 배우나 감독 개인의 참여였던 것과 달리 영화 산업의 체질 자체가 글로벌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 바탕에는 한국 영화를 포함한 K콘텐츠의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앞서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같은 작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여러 상을 휩쓸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이 한국 영화가 다양성을 키우며 진화해 나가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콘텐츠는 성공한다’는 신뢰는 해외 제작사들까지 한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영화 ‘미나리’나 드라마 ‘파친코’가 대표적 사례다. 최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배니싱’은 프랑스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한국에서 촬영했다.

 

한국 영화는 이제 다국적 문화와 예술을 더 다양하게 담아내며 글로벌 무대로 거침없이 확장해 나가고 있다. K콘텐츠의 매력은 언어(자막)의 장벽도 허물어뜨리고 있다. 박 감독은 “유럽이 1960, 70년대부터 힘을 합쳐 좋은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아시아도 이런 교류가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했다. 한국이 글로벌 영화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영화 자본과 인적 자원의 교류 및 투자가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제2, 제3의 박찬욱과 송강호가 나올 수 있도록 영화계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도 넓혀 가야 한다.

 

-동아일보(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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