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reverse) 과학적’ 방법]
[괴담꾼 말 듣고 '천안함 재조사' 지시한 사람은 바로 위원장]
[통제를 상실한 테크놀로지]
[소음 스트레스 피하는 방법]
‘역(逆·reverse) 과학적’ 방법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과학자는 데이터, 법칙과 이론, 모델, 시뮬레이션, 통계 등을 사용한다. 그런데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법칙과 이론은 근사치이다. 모델은 주관이 깊이 개입되며, 시뮬레이션과 통계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다. 그래서 세상과 100% 딱 맞아떨어지는 과학은 없다. 자신의 이론이나 실험이 현실과 100% 일치한다고 한다면, 그는 고등학교용 교과서 과학을 하는 사람이거나 사기꾼일 것이다.
2001년 뉴욕에서 9·11 참사가 터졌을 때, 스티븐 존스 같은 물리학자는 건물의 잔해 속에서 화약에 사용되는 테르밋(thermite) 분말 가루를 발견했다고 하면서, 이것이 미국 정부가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미리 화약을 설치하고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히는 순간에 맞춰 이를 폭발시킨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런 음모론에 동조하는 뉴욕 시민이 한때 절반에 육박했지만, 이런 주장은 테러를 조사한 공식 보고서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이 이론이 참이라면 수백~수천㎏의 폭약과 전기 설비를 건물로 반입하고 벽에 이를 숨겨놓는 공사를 했어야 하는데, 이를 목격하거나 눈치챈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음모론은 이런 더 큰 상식 앞에서 맥을 못 춘다.
얼핏 보면 음모론은 과학적 방법과 닮은 방식으로 우리를 설득한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끝까지 추적해 설명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의 개입을 상정하고, 이를 지지하는 증거만을 골라내고, 다른 증거들을 무시하면서, 상식과 어긋난 가정을 도입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MIT의 엔지니어 토머스 이거는 음모론이 권력 집단의 숨겨진 의도를 먼저 가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만을 선별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이를 ‘역(逆·reverse)과학적 방법’이라 이름 붙였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 사고 원인에 대한 결론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잠수함 충돌설이 계속 고려되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일부 증거만을 선별하고 다른 증거들과 상식에 눈을 감는 ‘역과학적 방법’의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한번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조선일보(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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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꾼 말 듣고 '천안함 재조사' 지시한 사람은 바로 위원장
재작년 대통령 직속 군(軍)사망사고 진상규명위가 '천안함 폭침'은 재조사 대상이 아니라는 내부 판단을 하고도 이인람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재조사를 결정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진상규명위 실무진은 '좌초설' 등 온갖 괴담을 퍼뜨려온 신상철씨가 요구한 재조사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자 신씨가 항의했고 민변 출신인 이 위원장이 재조사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조사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다시 없던 일로 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족은 재조사 결정과 번복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었다.
원래 재조사 진정은 '사고 당사자나 친족, 특별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신씨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다. 2010년 민주당 추천 민간위원으로 천안함 합동조사단 회의에 단 몇 시간 참석한 뒤 "(군이) 다 조작하고 있는 걸 알았다"며 합조단을 이탈했다. 이후 '미 군함 충돌설' '국방장관이 증거를 인멸' 등의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 "북 어뢰 '1번' 글씨는 우리가 쓴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이런 음모론에 대해 법원도 '허위'라고 판결했다. "신씨는 진정인 자격이 없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사망 사고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재조사를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천안함 폭침은 5국 전문가 70여 명이 수많은 모의 실험 등 과학적 검증을 거쳐 '북 어뢰 공격'임을 증명한 사건이다. 우리 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무엇을 더 밝혀야 하나. 규명위는 재조사를 위해 '북 어뢰 공격'이 빠진 검토 보고서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 규명위 상임위원과 신씨 괴담 사건 변호사도 모두 민변 출신이다. 천안함 괴담을 믿는 사람들이 벌이는 소동에 국가 기관이 동원된 것이다.
진상규명위가 천안함 재조사를 결정하자 생존 장병과 유족은 "나라가 미쳤다"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기막히고 참담했을 것이다. 천안함 장병과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은 이것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조선일보(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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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를 상실한 테크놀로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이불, 사이보그 W1-W4, 1998, 실리콘 캐스팅, 폴리우레탄, 페인트. 아트선재센터 소장. /ⓒ이불, 사진: 윤형문, 이불 작가 제공.
세계적인 설치 미술가 이불(李昢·1964~)은 1980년대 말, 억압적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갈등을 도발적인 퍼포먼스로 풀어내 한국 미술계에 충격을 던지며 등장했다. 이후 이불에게는 ‘여전사’라는 말이 줄기차게 따라다녔다. ‘여전사’에는 여자치고는 공격적이고, 전사치고는 만만하다는 뜻이 숨어있으니 누구라도 그리 달가울 리 없는 칭호다.
‘사이보그 W1-W4′는 이불이 내놓은 여전사다. 우주 전쟁의 시대가 오면 이처럼 인간과 병기가 완벽하게 결합된 사이보그가 인류를 대신해 전장에 나설지도 모른다. 따라서 재료도 완벽한 몸을 보장하는 성형 의학의 소재 실리콘이다. 이들은 마치 고대 그리스의 여신상처럼 순백색에 팔다리가 하나씩 잘려나가 신비감을 자아낸다. 온몸에 장착한 갑옷과 기기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흔히 등장하는 미소녀 전투 로봇처럼 풍만한 상체와 잘록한 허리를 과장해 육감적인 몸매를 강조한다. 이처럼 고전과 첨단, 미술과 대중문화, 미와 불완전함이 매혹적으로 뒤섞인 사이보그를 두고 작가는 ‘테크놀로지의 완벽성에 대한 신화에 의문을 던지는 불완전한 몸’이라고 설명했다. 전투 로봇에 전형적인 여성의 몸을 덧붙인 대중문화의 상상력 안에는 첨단 기술이 반드시 인간의 명령에 순순히 복종하길 바라는 기대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서려있었을 것이다.
사이보그들이 창백한 조명을 받으며 미술관 천장에 매달려 있으면, 격렬한 전투 끝에 인류가 절멸하고 다만 고요 속을 떠다니는 기계의 파편만 남은 머나먼 미래에 대한 암울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이불은 이처럼 통제를 상실한 테크놀로지와 예측을 벗어난 과학적 성과가 몰고 올 가공할 디스토피아를 형상화하고 있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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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스트레스 피하는 방법
[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자신만의 힐링 활동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음악’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세월 우리 마음을 위로한 친구가 음악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음악이 소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내 취향이 아닌 음악이 너무 크게 스피커에서 흘러 나올 때가 그렇다. 좋아했던 음악도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듣고 싶지 않을 때는 불편한 스트레스로 느껴진다.
이처럼 음악도 때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 소음은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그중에서도 ‘층간 소음 스트레스’ 관련한 괴로움 호소가 상당하다. 예를 들면 층간 소음이 심해 윗집에 조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소음이 지속되어 소송까지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소송을 위해 한 달간 층간 소음을 측정해 증거 자료로 확보하자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는데, 그 기간 자신의 집은 전혀 소음을 내면 안 된다고 하니 더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집이 오래되어 인테리어 공사를 새로 했는데 친한 이웃과 소음 문제로 사이가 나빠져 난감해졌다는 고민도 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까. 덴마크 국립 보건원이 지역별로 샘플을 뽑아 시행한 층간 소음 관련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이다. 조사 대상의 7% 정도가 충간 소음으로 상당한 짜증을 느끼는 경험을 최근에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짜증을 느낀 경우도 29%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런 스트레스는 다양한 정신, 신체적 증상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예를 들면 불안, 우울, 무기력, 불면, 두통 그리고 근골격계 통증 등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층간 소음으로 약물 치료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층간 소음뿐 아니라 교통 소음도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과 심장 건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직장 내 소음도 업무 몰입과 창의력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음을 완전히 피해 살기는 일반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고요함’의 시간을 매일 잠깐이라도 갖는 것을 권해 드리고 싶다. 소음이 몸과 마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면, 고요함은 지친 뇌를 재충전하고 복잡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에너지를 유지하게끔 도와준다. 고요함이 학습과 기억에 관련된 뇌 영역의 기능을 강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회의와 회의 사이, 아니면 오후에 잠시 짬을 내어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과 잠시 나를 분리하고 조용한 장소를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잠깐이라도 매일 나만의 ‘고요함’의 시간을 갖는 것이 가성비 좋은 힐링이 될 수 있다. 내일은 전국 동시지방선거일로 법정 공휴일이다. 선거를 마치고 공원이나 놀이터 등 근처의 고요한 장소를 찾아 나만의 고요의 시간을 가져보자.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선일보(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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