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조의금 내라고? “영정사진 놓고 절도 하지 그래”]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는 보신탕]
[유모차 대신 ‘개모차’]
[어딜 가나 개 고양이]
개 조의금 내라고? “영정사진 놓고 절도 하지 그래”
반려동물 인구 1300만 시대, 장례문화 갑론을박
반려견 장례식 풍경. 사람이 죽었을 때처럼 영정사진에 국화꽃이 놓여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띵동!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소중한 우리 바우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의 반려견이 죽었다. 요새는 사람 부고(訃告)처럼 오는구나. 별생각 없이 부고장 주소를 누르니 ‘조문글을 남기라’는 화면이 떴다. “바우야. 하늘에서도 늘 그렇게 웃으렴.” 이 정도는 쓸 수 있지, 하고 생각했다. 글을 쓰고 ‘확인’을 클릭했는데, 장례식 날짜와 장소도 나왔다. “오라는 건 아니겠지. 끔찍하게 생각하더니 장례식도 거하게 치르나 보군.”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고 부고장을 닫으려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 ‘조의금 전달하기.’ 이미 조문글을 남긴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자니 찝찝했다. 이렇게 애매할 땐 아내에게 물어봐야 하는 법. “네 개 죽었다는데 부의를 얼마나 할까?”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X부조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럴 돈 있으면 퇴근할 때 치킨이나 한 마리 사와. 애들 먹이게!!!” 괜히 물어봤다가 욕만 한 바가지 먹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 장례식 조의금 얼마나 해야 하나요?”라는 글이 화제가 됐다. 친구가 오라고 해서 갔더니 부의금 넣는 함이 있어서 ATM 기기에서 급하게 5만원을 뽑아서 넣었다는 내용이었다. 작성자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네”라며 의견을 물었다.
이 글은 주작 논란이 일었다. 설마 이런 일이 있겠냐는 것. 하지만 강아지 장례식 조의금에 대해 묻는 글은 여기저기서 자주 보인다. 다른 커뮤니티에도 “친한 친구의 푸들이 생을 마감했는데 빈손으로 가긴 그렇고 얼마를 내야 하나요?”란 글이 올라왔다. 실제 일부 반려동물 장례업체에서는 “견주가 원하면 부의함을 설치할 수 있다”고 답했다. 부고 알림 문자 메시지 발송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 업체 홈페이지에는 “모바일 부고장을 통해 받은 조의금 전액은 장례 후 자동 정산된다”고도 돼 있다. 진짜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반려동물 조의금을 두고 찬반은 팽팽했다. 이쪽에서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하고, 저쪽에서는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견주 마음 아니겠냐”고 한다. 하지만 “그저 어처구니가 없다”는 글이 가장 많았다. “그럼 나 죽으면 개가 문상 오나?” “이럴 거면 그냥 영정사진도 놓고 절도 두 번 해라” “진짜 웃긴다. 멍멍” “개가 상전이네. 이러다가 사람 밟고 올라서겠다” 등이다.
반려동물 인구 1300만 시대로 접어들면서 장례문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강아지, 고양이 등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49재·천도재를 지내주기도 하고, 좋은 곳으로 가라고 명복을 빌어주는 전용 법당도 있다고. 반려동물 크기에 따라 장례식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최고급 수의, 최고급 오동나무관을 포함하면 200만원 가까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에선 “강아지, 고양이 천도재 잘하는 스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의 49재를 경북 영천의 한 절에서 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써놓았다. 2시간가량 천도재가 끝나면 저승에 갈 배 안에 위패 등을 넣고 불태운다고. 사람의 방식과 똑같다. 법당 안에 등을 달게 되면 등 하나에 1년에 10만원씩 돈을 더 내야 한다고 했다.
반려동물 천도재 전문 업체는 고급 상차림, 5분짜리 영상 제작 등이 포함된 1000만원짜리 VIP 패키지도 선보였다. 바쁜 현대인을 위해 ‘비대면 천도재’도 마련돼 있다. 가격은 30분에 50만원. 이 업체 홍보 영상에는 이런 댓글이 달렸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죽으면 그 슬픔은 말로 할 수 없지요. 아무리 그래도 그 슬픔을 이용해 장사는 하지 맙시다.”
-김아진 기자, 조선일보(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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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에서 사라지는 보신탕
개는 인류의 오랜 동반자다. 함께한 역사가 4만년 전 수렵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거의 모든 곳에서 개는 식용이기도 했다. 선사시대 유적마다 개 요리 흔적이 발견된다. 스위스는 100~200년 전까지 개를 먹었고, 프랑스도 19세기 보불전쟁으로 식량이 부족해지자 개를 먹었다.
▶세계에서 개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이다. ‘향이 나는 고기’라는 뜻의 향육(香肉)이라 부르며 연간 2000만 마리를 식탁에 올린다. 북한에서 개는 가축이다. 대부분 개는 이름도 없다. 중국과 북한에선 개 부위별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돼 있고 통조림도 만든다. 1970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방북했을 때 김일성이 환영 파티에서 내놓은 것도 다양하게 요리한 개고기였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 개는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흑산도에 유배 간 형 정약전에게 개고기 요리법을 편지로 적어 보내며 건강을 위해 먹으라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오장을 편하고 튼튼하게 해주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해 정력에도 좋다’고 소개돼 있다. 1990년대 말까지 연간 10만t 정도 먹었다. 말복이 지나야 개가 한 시름 놓는다는 우스개도 돌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개 식용이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프랑스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 같은 이가 비판해서만은 아니다. 개에 대한 우리 인식이 바뀐 것이 더 크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가 대대적인 개 식용 중단 캠페인을 벌였을 때만 해도 한국인은 사철탕, 영양탕으로 간판을 바꿔 걸고라도 보신탕을 먹었다. 그런데 1998년 6400여 곳이던 식용견 업소가 재작년 조사에선 1600곳으로 급감했다. 2006년만 해도 ‘개고기 식용 문화를 없앨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86%였는데, 지난해 조사에선 ‘지난 1년간 개고기를 입에 안 댔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응답이 95%였다. 우리에게 개는 더 이상 식용이 아닌 것이다.
▶식용 개 사육과 도축, 유통을 금지하는 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많아지고, 애완견이란 표현도 쓰기 싫다며 개를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한다는 뜻의 반려견으로 부르는 세태를 법이 반영한 것이다. BBC와 CNN 등 외신이 일제히 브레이킹 뉴스로 관련 소식을 타전했을 만큼 국제사회도 주목했다. K팝과 한류 드라마, 첨단 반도체 생산국이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나라가 이제는 오랜 가난의 흔적인 개 식용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법 통과로 생계가 막막해진 이들에 관한 대책도 세웠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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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대신 ‘개모차’
길에 강아지 태운 유모차, 이른바 ‘개모차’를 밀고 다니는 풍경이 흔해졌다. 올해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아기용 유모차보다 개모차가 더 많이 팔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2년 전엔 유모차 판매량이 반려동물용 33%, 아기용 67%였는데 올 1~3분기엔 57% 대 43%로 역전됐다고 한다.
▶반려동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견생(犬生) 20세’가 목표다.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가 16세 노령견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시키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떠있다. 16세 노령견은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소형견은 80세, 중형견은 87세, 대형견은 99세쯤 된다. 강씨는 “나는 활동적인 훈련사여서 반려견용 유모차를 선호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3개나 갖고 있다. 강아지가 12살 넘으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개도 장수하는 시대이지만 나이 들면 아프거나 관절에 이상이 생겨 잘 걷지 못한다. 그럴 때 유모차에 태우고 바람을 쐬게 하거나 산책하기 적당한 곳에 풀어놓고 잠깐 걷게 하는 것이다.
▶꼭 노령견이 아니어도 반려견용 유모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강아지는 매일 산책 시켜줘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강아지 데리고 나갔다가 주인이 물 한 병, 커피 한 잔 사 마시기도 힘들다. 버스나 지하철은 말할 것도 없고 ‘애견 동반 가능’ 매장도 이동용 가방 안에 넣어야만 입장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강아지를 가방에 넣고 다른 소지품까지 들면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아 유모차에 태우고 강아지 용품과 사람 소지품도 이것저것 담아 밀고 다니는 것이다.
▶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아기용 유모차는 “살까, 대여할까, 당근(중고 거래)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품목이다. 한 자녀가 대세인 데다 아기가 목을 가눌 수 있을 때부터 걸음마 뗄 때까지 앉혀서 사용하는 용도라 의외로 사용 기간이 길지 않다. 반면 개모차는 이동 수단으로 쓰임새가 두루 있다. 바퀴 달린 몸체는 접어두고, 바구니 부분만 분리해 차 안에서 펫 시트로 사용하거나 이동용 가방으로 사용도 가능하다. 개를 여러 마리 키우면 한꺼번에 태워 이동하기 편하고, 개 싫어하는 사람을 배려해 공공 장소나 엘리베이터에서는 차양을 덮어 보이지 않게 하는 ‘펫티켓’(펫+에티켓) 용도로도 쓴다.
▶반려동물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반려동물용품 시장이 커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아기용 유모차보다 강아지 유모차가 더 팔린 게 뉴스가 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저출생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아기용 유모차 판매량이 는다는 뉴스는 언제쯤 들을 수 있을까.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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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나 개 고양이
매일 운동 삼아 한참을 걸어서 출근 버스를 탄다. 하루도 개와 마주치지 않은 적이 없다. 목줄 달고 걷는 개만 보는 것도 아니다. 유모차가 다가오기에 귀여운 아기인가 하고 들여다봤다가 개가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맞은편에서 자전거가 달려오는데 뒤에 개가 탄 걸 보곤 웃고 말았다. 아내와 산책 나갔다가 송아지만 한 개가 달려들어 기겁한 적도 있다. 그 후 한동안 호신용으로 등산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우리 국민 15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어디를 가든 ‘개·고양이 반, 사람 반’이다. 통계청은 인구주택총조사 때 사회 변화를 반영해 조사 항목을 가감하는데, 2020년 조사부터 반려동물 항목을 신설했다. 바뀐 것은 통계 항목만이 아니다. 일부 정치인은 지역구 관리 방식을 애견인에게 맞춘다. 산에서 유권자를 만나면 전에는 가족 이름을 물었는데, 요즘엔 주인 따라온 개 이름을 외운다. 다음에 만났을 때 개 이름을 불러주면 주인이 반색한다. 관광지 호텔과 콘도는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객실이 일반 객실보다 먼저 마감된다. 아마존·구글처럼 개, 고양이와 동반 출근을 허용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하지만 사고도 함께 는다.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5년간 개 물림 사고 누계를 발표했다. 1만1000여 건으로, 하루 6건이 넘는다. ‘개통령’이라 불리는 유명 조련사도 얼마 전 개에게 물렸다. 인터넷에서 개에게 물리지 않는 법을 찾아봤다. ‘등을 보이며 도망가지 말라’는 건 알겠는데, ‘맹견이 다가오면 눈을 마주치지 말라’는 항목에선 어이가 없었다. “뭘 봐!” 하며 시비 거는 깡패 피하는 법과 다른 게 뭔가.
▶과거 우리 사회에서 개는 가축이었다. 소, 돼지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이제 많은 사람이 개, 고양이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 많던 보신탕 집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 아이가 1등 했어요’라고 자랑하는데 알고 보니 개 유치원에서 1등 한 것이라고 한다. 서울 근교 산에는 개가 많은지 사람이 많은지 모를 지경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개, 고양이 다루는 매너는 확립되지 않았다. 맹견에게 입마개 하는 법규를 두고도 ‘모든 개가 해야 한다’는 주장과 ‘맹견 입마개조차 가혹하다’는 반박이 맞선다.
▶반려동물은 키우는 이에게 큰 기쁨을 주지만, 어떤 이웃에겐 불편과 공포가 되기도 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개와 함께 타는 것이 누구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이웃에겐 폭력일 수 있다. 반려동물 800만마리 시대에 맞는 애견·애묘 예의 확립도 필요하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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