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는 어쩔 수가 없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K팝 글로벌 인기, 뜨거울수록 반발도 커지고 있다]
올드보이는 어쩔 수가 없다

심사위원은 피곤한 직책이다. 나도 영화제 심사를 가끔 한다. 어떤 영화에 상을 줄지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수작이 적을 땐 차라리 낫다. 많을 땐 골치가 아프다. 수작이 많은데 의견이 갈릴 땐 더 골치 아프다.
가장 골치 아픈 건 심사위원장이다. 물론 세상의 모든 ‘장’은 골치 아픈 직책이다. 과장보다는 사원이 낫다. 부장보다는 과장이 낫다. 사장보다는 부장이 낫다. 기자의 무덤은 편집장이다. 나는 편집장을 5년 하고 앓아누웠다. 내 인생에 ‘장’은 다시 없다. 아파트 반’장’도 싫다.
올해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알렉산더 페인이었다. 와인 영화 ‘사이드웨이’(2004) 감독이다. 세상 욕은 다 먹고 있다. 모두가 기대하던 영화에 황금사자상을 주지 않은 탓이다. 그도 집에 가서 와인을 들이붓고 앓아누울 것이다.
영화제 내내 수상이 유력하던 두 영화가 있다. 박찬욱의 ‘어쩔수가없다’와 가자지구 비극을 다룬 ‘힌드 라잡의 목소리’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 미국 감독 짐 자무시의 가족 드라마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다. 박찬욱 팬들은 실망했다. 영화제가 이스라엘을 향한 목소리를 내길 원했던 사람들은 분노했다. 분위기를 파악한 짐 자무시는 시상대에서 말했다. “예술이 정치적이 되기 위해 꼭 직접적인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21세기 심사위원장 중 가장 욕을 먹는 건 2004년 칸영화제 쿠엔틴 타란티노다. 나도 그해 칸에 있었다. 영화제 내내 그가 박찬욱의 ‘올드보이’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막상 황금종려상은 부시 정권을 까는 다큐멘터리 ‘화씨 911’에 돌아갔다. ‘올드보이’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타란티노는 정치적 메시지를 위해 예술적 선택을 희생했다는 비난을 아직도 받고 있다. 알렉산더 페인은 예술적 선택을 위해 정치적 메시지를 희생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정치냐 예술이냐. 심사위원장은 뭘 해도 욕을 먹는다. ‘장’이라는 직책을 달 나이가 된 올드보이들의 숙명이다. 어쩔 수가 없다.
-김도훈 문화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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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영화감독 박찬욱과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 시각)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폐막식에 참석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22.5.29/뉴스1 ⓒ News1 이준성 프리랜서기자
올해 칸 영화제는 최고 31도에 이르는 초여름 불볕더위 속에 열렸다. 영화제 기간 내내 현지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가운데 하나가 ‘한국 영화’였다. 우선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을 놓고 경쟁하는 공식 부문 초청작(21편) 가운데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등 두 편이 한국 작품이었다.
거기에 영화제 초반에 선보였던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와 ‘비평가 주간’ 폐막작이었던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까지 올해 영화제의 처음과 끝에는 사실상 한국 영화가 있었다. 한 편만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도 가슴 벅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영화제 기간 내내 한국 영화가 빠지는 날이 없다. 이런 열기는 남우주연상(송강호)과 감독상(박찬욱) 동시 수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으로 정상에 오른 뒤 불과 3년 만에 작성한 한국 영화의 대기록이다.
하지만 2019년과 올해 사이에는 코로나 사태 외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이전까지 한국 영화는 ‘한국 감독(연출)과 배우(연기)들이 한국(장소)에서 한국어(언어)로 제작한 한국 영화사(자본)의 작품’이라는 것이 사전적 정의였다. ‘기생충’ 역시 이런 정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장소와 언어, 연출·연기와 자본의 일치라는 한국 영화의 기존 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현장이 올해 칸 영화제였다.
실제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가 연출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서는 중국 배우 탕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수상 직후 박 감독이 “아시아의 인적 자원과 자본이 교류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이었던 ‘리턴 투 서울’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여주인공이 친부모를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캄보디아계 프랑스 감독인 데비 슈가 연출했지만, 오광록·김선영 등 한국 배우들과 함께 한국에서 촬영을 마쳤다. 이 영화에서 주제가처럼 흐르는 음악도 신중현의 명곡 ‘꽃잎’과 ‘봄비’ ‘아름다운 강산’이다. 과연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일까 아닐까. “21세기 한국 영화의 정의(定義)가 무엇인지 고민을 던지는 작품”이라는 박성호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담당 프로그래머의 말이 실감났다.
한국 영화의 지평이 넓어지는 동시에 경계는 흐릿해지는 다국적화·무국적화 현상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배우 윤여정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긴 ‘미나리’는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이지만 미국 영화로 분류된다. 배우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B가 제작했기 때문이다. 역시 윤여정·이민호 등 한국 배우들이 주연한 애플의 ‘파친코’ 역시 미국 드라마다. ‘한국인들이 출연하는 외국 드라마’ ‘외국인들이 감독하고 연기하는 한국 영화’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화려한 수상 기록만이 아니라 한국 영화의 새로운 변화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민족주의 역시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한층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변모해야 할 시점이 된 건 아닐까. 경제 부흥이든 통일 지향이든 과거의 민족주의에는 자국 중심적이고 폐쇄적인 구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속에 한국이 있고, 한국 속에 세계가 있다. 주도권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활짝 문호는 개방해서 경쟁력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는 걸 최근 한국 영화·드라마가 보여준다. 올해 칸 영화제를 현장에서 취재하며 깨달은 소중한 교훈이다.
-김성현 기자, 조선일보(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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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글로벌 인기, 뜨거울수록 반발도 커지고 있다

“숨 참고 love dive!” 지난달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경기장 도이체 방크 파르크에 낯선 한국어 함성이 울려 퍼졌다. 4만여 유럽인 관중이 K팝 걸그룹 IVE의 인기곡 ‘LOVE DIVE’의 한 구절을 다 같이 ‘떼창’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럽에서 처음 열린 K팝 페스티벌인 ‘KPOP.FLEX’의 한 장면이었다. IVE 이외에도 (여자)아이들, 마마무, NCT 드림, 카이 등 인기 가수가 나올 때마다 공연장은 팬들의 열기로 뜨거워졌다.
프랑크푸르트를 사로잡은 K팝의 이런 인기는 역설적으로 K팝 산업의 위기였던 코로나 팬데믹의 산물이다. 대면 생활의 위축과 비대면 문화의 팽창은 인터넷으로 전파되는 한국 대중문화에 엄청나게 유리한 조건을 조성해주었다. 2019년 886억원이었던 음반 수출액은 2021년에 2624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프랑크푸르트의 열기는 팬데믹 기간 온라인에서 누적되던 인기가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었다고 해서 사라지는 종류가 아니었음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자신들이 빠져든 가수의 공연을 콘서트장에서 실제로 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이제는 글로벌 인기를 통해 한국에서 입지를 높이려는 전략이 새로운 ‘상식’으로 통하게 된 시대다. 자연스레 다양한 아이돌 그룹들이 해외 투어로 글로벌 인기 확보를 노릴 것이고, 이런 경쟁 자체가 전체 K팝 시장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K팝의 글로벌 파죽지세에는 반작용도 존재한다. 지난달 13일과 14일 무렵 터키 일부 언론이 K팝 보이그룹 미래소년의 앙카라 콘서트가 취소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관련 기사를 읽어보면 대개가 동성애 확산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반발로 ‘부도덕한’ 공연을 막을 수 있었다고 기뻐하는 논조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공연이 취소된 적은 없었다. 공연 일정이 다시 공지되면서 소문은 일단락됐지만, 이 사건은 터키의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이 K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해프닝이었다. 터키의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은 K팝이 이슬람 도덕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K팝을 규제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오고 있다. 과거 한국에서 ‘퇴폐’ 서양 문화나 ‘선정적’ 일본 문화를 배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당연시됐던 것을 생각하면 실로 격세지감인 일이다.
K팝의 인기가 커질수록 이 새로운 문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주로 사회문화적 보수주의가 강한 권위주의 국가들, 터키·이란·중국 등지에서는 신세대가 K팝이라는 ‘잘못된’ 문화를 받아들여 전통의 가치와 도덕을 버린다는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머지않아 서구 사회에서도 K팝의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는 논의를 자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수록 K팝은 그 사회의 신세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겠지만 말이다.
글로벌 현상이 되어버린 이상, 좋든 싫든 K팝은 어느 정도는 한국인의 손을 떠났다. 세계인들은 자신 사회의 맥락에 맞춰 K팝을 소비하거나 그에 대한 반대를 조직할 것이다. 그 영향이 궁극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코로나가 마무리돼가며 그 어느 때보다 K팝의 글로벌 인기가 폭발할 것 같은 지금이 K팝을 둘러싼 지구적 반발 작용도 같이 만들어내는 시기라는 것이다. K팝에 대한 세계인들의 상이한 반응을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더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임명묵 대학원생·'K를 생각한다' 저자, 조선일보(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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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駐日 대사관 영사부 앞에 비자 발급 대기자 400명 장사진. 지구촌 달구는 한류, 꽁꽁 얼어붙은 한일 관계도 녹일까.
-팔면봉, 조선일보(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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