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성공한 방식으로 실패한다”]
[“라면 즐긴 盧, 美 쇠고기 찾던 MB, 혼밥 하던 朴... 생각하면 짠해”]
“대통령도 성공한 방식으로 실패한다”
[박제균 칼럼]
다변의 尹, 친구·선후배 ‘집단사고’ 위험
전임 李·朴·文도 ‘휴브리스’ 함정 빠져
검사·총장으로 성공한 윤석열, 대통령 성공하려면 검찰 멀리해야
검찰공화국 논란을 부른 검찰 편중 인사 건(件)을 들여다보자. 이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은 다음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할 수 있겠다. 첫째, 가장 바람직한 건 누가 봐도 검찰 편중으로 느껴지는 인사를 안 하는 것이었다. 취임 전부터 검찰공화국 우려가 나온 만큼 최소한의 선에서 자제하는 것이 상수(上手)였다.
그런데, 했다. 그랬다면 겸허하게 국민들에게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두 번째 수(手)다. ‘하루빨리 국가를 정상화하려는 마음에서 믿을 만한 인사들을 찾다 보니 인재 풀이 좁아졌다. 검찰공화국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앞으로 검찰 출신 기용을 자제하겠다’고. 하지만 이렇게도 하지 않았다.
그 다음 수는 비판에 대해 침묵하는 거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많이 쓰던 방식으로 악수(惡手)에 속한다. 문 전 대통령처럼 거듭되는 비판에도 다른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임기 내내 반복되면 공분(公憤)이 쌓인다. 그러나 취임 초 대통령과의 ‘허니문 기간’에는 다소 용인될 여지가 있다.
윤 대통령이 둔 게 가장 나쁜 수였다. “과거엔 민변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 ‘도배’라는 용어 자체가 대통령이 쓰기에 부적절하고 과한 데다 ‘거번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 운운하며 미국 사례를 들었으나 한국 실정과 맞지 않아 비판이 커졌다. 그럼에도 “글쎄 뭐, 필요하면 또 해야죠”라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지난번 칼럼에도 썼듯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한국 대통령사(史)에 남을 만한 변화다. 임기응변에 능한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답변하는 말 가운데 팔 할 정도는 국정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문제는 실언(失言), 더 나가서 설화(舌禍)를 부르는 20%다.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에 대해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도 허가되는 판이니까’라고 답한 것도 대통령답지 못한 발언이었다.
그래도 출근길 문답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실언이나 설화를 줄여야 한다. 대통령의 말실수가 잦아지면 나머지 80%의 소통 언어마저 묻혀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통령이 발화(發話)하는 언어의 무게다.
윤 대통령은 다변이고 달변이다. 함께 자리를 많이 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대화의 80% 이상을 혼자 끌어가다시피 하는데, 꽤 들을 만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고시 장수(長修)생이나 검사 시절, 술자리에서 ‘구라’를 풀던 스타일의 언어생활은 달라져야 한다. 덜 말하고 더 들으라.
앞으로의 출근길 문답에선 지금보다는 더 정치(精緻)한 언어가 나오길 바란다. 그러려면 국정 관심사에 자문을 하는 그룹의 범주가 훨씬 넓어져야 한다. 윤 대통령의 첫 인사엔 검사 선후배를 비롯한 검찰 출신, 학교 친구와 선후배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만큼 윤 대통령을 잘 아는 친구 선후배들끼리의 집단사고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윤석열은 검사 출신이어서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모든 검사가 그처럼 강단 있을 수는 없겠으나 검사나 검찰총장이 아니었다면 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연달아 들이받는 게 가당키나 했겠나. 자신을 졸지에 한국사회의 정점(頂點)이랄 수 있는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게 한 검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휴브리스(Hubris)라는 말이 있다. 원래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인간의 오만을 뜻하지만 성공한 오너나 CEO, 1위 기업 등이 자신들이 성공한 방식에 집착하다 실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금의 숱한 권력자들도 집권에 성공한 방식으로 통치하려다 실패의 길을 걸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워 집권한 이명박은 ‘패밀리 비즈니스’로, 박정희 신화의 계승자를 자처했던 박근혜는 결국 공주의 덫에, 보수세력 교체를 앞세운 문재인은 편 가르기의 함정에 빠져 실패하지 않았나. 검사로 성공한 윤석열이 대통령으로도 성공하려면 되레 검찰을 멀리해야 하는 이유다.
더구나 검찰과 엘리트 검사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아직도 엄존한다. 검찰개혁 얘기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이런 마당에 일 잘한다는 이유로 검찰 출신과 친구 선후배들을 계속 데려다 쓰면 결국 문 정권 때처럼 ‘끼리끼리 다 해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땐 윤석열 식 ‘소탈 행보’도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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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즐긴 盧, 美 쇠고기 찾던 MB, 혼밥 하던 朴… 생각하면 짠해”
천상현 전 청와대 조리팀장

천상현 전 청와대 조리팀장의 음식점에는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인 접시가 나란히 걸려 있다. 그는 “두 분 관계가 좀 그렇지 않느냐”며 “정치는 잘 모르고, 노 전 대통령은 이미 돌아가셨지만 나중에라도 제가 모신 두 분 관계가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란히 걸었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지난달 10일 청와대가 개방되면서 구중궁궐 이야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관심은 대통령의 의식주. 20년(1998∼2018년) 동안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졌던 천상현 전 청와대 조리팀장은 “대통령 밥상에는 식사 때마다 진상품이 올라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의외의 모습 때문에 마음이 짠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통령들의 밥 먹는 모습이 짠했다니 의외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혼밥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행사 같은 데 가면 참석자들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소화를 잘 못 시키다 보니 함께 못 먹고 그냥 올라오곤 했지요. 그래서 저희가 비행기나 기차에서 드시게 김밥이나 샌드위치 같은 간단한 음식을 미리 마련했어요.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인데…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신 후에 거의 혼자 밥 먹던 세월이 18년이나 된다잖아요. 사람들은 대통령이 혼밥한다고 뭐라 하지만 그런 세월이 너무 길다 보니 습관이 된 탓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탄핵으로 청와대를 나갈 때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스타킹에 구멍이 나 있더라고요.”
―머리 손질을 안 하면 외출도 안 하는 스타일이라던데요.
“오후 6시쯤인가? 관저 관리 직원들을 부르셨어요. 조리팀 사람들에게는 ‘4년 동안 음식 너무 고맙게 먹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하셨는데 뭐라고 말할 수가 없어서 고개만 숙이고 있었지요. 그때 엄지발가락 스타킹에 구멍이 나 있는 게 보였어요. 구멍 난 걸 모르고 신은 건지, 신고 있다가 구멍이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누가 그러더라고요. 품성이 되신 분이라고. 솔직히 그 경황에 그냥 나가도 뭐라 할 사람은 없잖아요. 노 전 대통령은 주방에도 자주 오시고, 라면도 직접 끓여 드셨지요.”
―노 전 대통령만의 맛 스타일이 있나요.
“그건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우리가 알아서 해 먹을 테니 조리팀은 좀 늦게 나오라고 하셨어요. 조리팀은 늘 새벽에 출근하거든요. 그래서 전날 재료를 주방에 갖다 놓으면 직접 라면을 끓여 드셨지요. 심한 건 아닌데… 노 전 대통령은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밀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어요. 그래서 자장면도 쌀로 만든 거, 빵도 전분으로 만든 걸 드셨는데 그런데도 라면은 어찌나 좋아하시던지….”
―이 전 대통령은 어땠습니까.
“어릴 때 어렵게 살아서인지 음식 남기는 거 정말 싫어했어요. 늘 음식 버리지 않게 너무 많이 담지 말라고 하셨지요. 청와대 잔디밭에서 야외 바비큐도 자주 했는데… 그럴 때는 (광우병 파동을 의식 해서인지) 미국산 쇠고기로 하라고 지시가 왔어요. 대통령이 미국산 사와서 구워 먹자고 했대요.”
―대통령 침실이 80평이나 되는데 그 안에 침대 하나밖에 없었다는 게 사실인가요.
“제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는데…. 침실이 굉장히 크다는 걸 강조하다가 저도 모르게 실수를 했어요. 침실 옆에 목욕탕, 서재 등을 다 합치면 아마 80평 정도 될 거예요. 침실만은 20평 정도일 것 같은데 그것도 굉장히 크긴 한 거죠. 나중에 정정했는데 안 고쳐지고 그냥 나가더라고요. 침실이 크다 보니 박 전 대통령은 퀭하다고 안 쓰고 그 옆 작은 방에서 잤어요. 다른 대통령들은 그냥 쓰셨고요.”
―청와대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겁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식을 좋아했는데 당시 청와대에는 중식 요리사가 없었어요. 그래서 청와대에서 제가 근무하던 신라호텔에 추천을 의뢰해 들어갔죠. 서른 살 때였어요.” (실례지만 경력이 더 많은 분도 많지 않았습니까?) “청와대에서 한국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거든요. 당시 특급 호텔 중식당은 화교 출신이 거의 대부분이고 한국인은 몇 명 없었어요. 웍(중국 음식을 요리할 때 쓰는 우묵한 큰 냄비)을 좀 돌려본 사람 중에 한국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제가 추천을 받은 거죠. 전 그때 사실 중식 조리사 자격증도 없었거든요.” (청와대에 들어가서 딴 겁니까.) “필기까지만 붙은 상태에서 들어갔는데, 실기 시험 날 대통령 행사가 잡히더라고요. 그렇게 두 번 못 보고 필기부터 다시 치러서 나중에 땄어요.”

천상현 전 청와대 조리팀장이 사진을 보며 역대 대통령들과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아직 못 만드는 걸 대통령이 갑자기 주문할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때는 짬뽕, 볶음밥, 요리 몇 가지 정도만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사실 볶는 요리는 비슷비슷해요. 팔보채를 볶는 거나 유산슬을 볶는 거나 비슷하거든요. 그리고 재료 한두 개 실수로 빠져도 잘 몰라요. 하하하. 게살수프에 게살이 빠지면 알지만 팔보채에 재료 하나 빠진 건 모르니까…. 안 해본 것들은 대통령이 순방 같은 걸 가면 신라호텔에 가서 배웠지요. 대통령이라고 매일 랍스터 먹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건 자주 올릴 수도 없어요. 콜레스테롤 때문에…. 연세가 있으시잖아요.”
―대통령 진상품이 진짜 있습니까.
“진상품 그런 건 없고요, 김 전 대통령은 활홍어를 좋아했는데 아들이 아버지 드시라고 6∼7kg짜리 흑산도 홍어를 보냈어요. 그걸로 회도 뜨고 초무침도 했지요.” (활홍어가 뭡니까?) “삭히지 않은 홍어인데 DJ는 삭힌 홍어는 안 드셨어요. 밖에서 대통령 진상품이라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건 다 가짜예요. 청와대에 식재료를 납품하는 게 알려지면 대통령 경호 때문에 바로 납품을 끊거든요. 식재료에 뭘 넣을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계약할 때 아예 그런 조건을 넣지요.”
―입맛이 까다로운 분은 없었는지요.
“그렇게 까다로운 분들은 없었어요. 출신 지역에 따라 다른 정도? 경상도 분들은 된장국에 방앗잎이 들어가야 ‘그래, 이 맛이야’ 하시더라고요.” (방앗잎이 뭡니까.) “방아라고 부르는 식물 잎인데 독특한 향이 있어서 향신료로 쓰지요. 경상도분들은 추어탕 같은 데도 넣어서 드시는데 전라도분들은 잘 안 드세요.”
―문재인 대통령 때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나왔더군요.
“원래 박 전 대통령 퇴임 때 나오려고 했는데…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물러나고 어쩌다 보니 좀 더 있었던 거죠. 문 대통령 취임 1년쯤 지났는데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굉장히 오래 있었어요. 청와대 요리사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대개 바뀌거든요.”
―요리사가 정무직도 아닌데 왜 5년마다 바뀝니까.
“정해진 규정은 아니고 그냥 관습인 것 같은데…. 노 전 대통령 취임하면서 저랑 홀 서비스 직원 한 명만 남고 다 바뀌었어요. 이 전 대통령 때도 똑같이 저랑 홀 서비스 직원 한 명만 살아남았고, 박 전 대통령 때는 스스로 그만둔 사람 하나 빼고 다 남았지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저쪽 편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요리사는 그렇다 치고 홀 서비스 직원은 왜 바꾸는 겁니까.) “요리사보다 오히려 홀 서비스 직원이 대통령에 대해 세세한 건 더 많이 알 수 있죠.” (그런데 어떻게 20년을 버텼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지요.”
―혹시 음식 불평을 하는 손님은 없습니까. 대통령이 먹던 음식은 다를 거라 생각하고 오는 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그런 말이 없는 게… 제 생각에는 대통령 다섯 분이 똑같이 드신 음식이니까 그 기에 눌린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하.” (식당에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사인 접시를 나란히 거셨더군요.) “퇴임하고 나가시기 전에 제가 대통령들이 쓰던 접시를 들고 가서 받았어요. 나란히 건 이유는… 두 분 관계가 좀 그랬잖아요. 노 전 대통령은 돌아가셨지만… 나중에라도 관계가 잘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란히 걸었어요. 김 전 대통령 퇴임 때는 받을 생각을 못 했고, 박 전 대통령 때는 사인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지요.”
―이제는 청와대 요리사란 이름도 사라지겠군요.
“용산 요리사라고 해야 하나요? 하하하. 그런데 지금 조리팀은 굉장히 힘들 거예요. 정권 초기 서너 달은 대통령이 일정, 행사는 물론이고 만나는 사람도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많이 고생하거든요. 청와대처럼 모든 시설이 완비된 곳에서 해도 힘든데 용산은 새로 시작해서 시설이 많이 부족할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개방된 청와대 잔디밭에서 다문화가정이나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해 음식 대접을 해보고 싶어요. 꼭 고급 요리가 아니라 자장면이나 된장찌개라도…. 청와대 요리사들이 청와대 셰프 옷 입고 대접하면 무척 근사하지 않을까요? 청와대 개방 취지에도 어울리는 것 같고요.”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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