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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右 두 날개'로의 복귀] [보수도 '사과나무' 심어야]

뚝섬 2022. 6. 14. 05:53

'左·右 두 날개'로의 복귀

 

[김대중 칼럼]

윤석열 정권의 등장은 좌·우 교체가 정상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지 시금석
이제 보수는 공정·정의·법치로 좌파는 친북·반미 탈피해 평등·분배의 진보로 복귀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19 후 민주당 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영선은 5·16 쿠데타 이후 기자들과 만난 사석에서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그 혼돈의 시대에 한국 사회에 '혁명 세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군(軍)과 대학(大學)뿐이었다. 대학은 4·19 혁명으로 민주당 정부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1년 뒤 군부에 권력을 빼앗겼다. 대학은 조직화된 세력이 아니었고 군은 조직화된 세력이었다. 결국 조직된 힘이 이겼다." 그의 주장은 정치권력이라는 것이 그 시대 필연(必然)의 산물(産物)이라는 데 근거한다. 깨어있는 의식, 조직의 힘, 권력욕, 국민적 요구, 이런 것이 권력을 장악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군부는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국민적 욕구와 효율적 정부를 원하는 정치적 요청을 배경으로 조직적 추진력, 그리고 구성원의 권력욕을 잘 조합해 집권에 성공했고 30여 년간 권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25년 후, 대학의 좌파 운동권을 조직화한 586 세력이 마침내 한국의 정치권력을 장악했다. 문재인 좌파 정권의 등장이 그것이다. 김영선의 시대적 필연 논리는 뒤늦게 완결(?)된 셈이다.

그러면 윤석열 정권의 탄생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이 기성 정치권 출신이 아니고 검찰 수장에서 신데렐라처럼 등장한 것은 어떤 시대적 요청과 논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 자신이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공정과 법치를 앞세웠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리고 국가 안보와 나라의 이념적 정체성 회복을 강조했다.

운동권 정권의 내로남불, 유아독존적 비리를 사정(司正)하라는 국민의 요청이 팽배했다. 그래서 검찰이라는 사정 기관 수장이 청소 전문가(?)로 등장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청소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검찰 출신을 대거 기용해 야당에서 '검찰 공화국'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지만 그의 행보는 시대적·국민적 요청에 응한 것이다. 다만 그 청소 작업이 마무리되면 아마도 윤석열 2기(期)는 다른 면모를 보일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윤석열의 등장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가정 환경과 전문 교육을 바탕으로 한 엘리트들이 리더로 부상(浮上)한 일이다. 전통적 체계를 갖춘 나라에는 예외 없이 지도자 교육 루트가 있고 과정이 있다. 영국은 고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지도자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미국도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동부의 명문 대학이 지도자의 산실이다. 일본도 그 학교를 나와야 지도자로 출세하는 전통이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학교수 집안에서 태어났다. 70년 건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서울대를 제대로 나온 대통령이 됐다(YS가 있다지만 그것은 6·25전쟁 혼란 중의 상황). 이것은 우리나라의 지도자상(像)을 정상화하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비천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최고에 이르는 것을 두고 '개천에서 용(龍) 난다'고 한다. 과거에는 통했다. 이제는 아니다. 이제 용은 개천을 뚫고 솟아나는 것이 아니고 시스템에 따라 교육받아야 한다. 자기만 잘나고 똑똑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주변이 모두 똑똑한 환경에서 같이 자라야 부정(不正)을 배격하고 공정을 배운다. 이제 대한민국도 그런 시스템을 가질 자격이 있다.

윤석열 정권 등장의 정치적 의미는 좌·우 교체의 정상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시금석이라는 데 있다. 한국의 좌·우는 그동안 크게 왜곡돼왔다. 좌는 친북·용공·반일의 늪에 빠져있고 보수·우파는 친미·친일·반북의 프레임에 방치돼왔다. 우리는 윤 정권의 등장과 함께 이 전래적(傳來的), 고질적 이념 논쟁에 또 다른 여지는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좌파 운동권이 신주처럼 모셔온 친북·반미 일변도의 이념적 고질화에서 탈피해 좌파 본래의 진보로 복귀하는 변화를 기대한다. 그것은 더불어민주당이 586 운동권 주도의 굴레를 벗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빈곤·노동·분배에 역점을 두는 본래의 진보적 좌파로 복귀하는 것이다. '윤 보수'에 대항하는 '민주당 진보'의 구도로 가야 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한다. 새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하지만 정치는 동시에 두 날개로 날 수가 없다. 왼쪽 날개로 날다가 오른쪽 날개로 교체하는 것이 정치다.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앞세워 공정·정의·법치의 날개로 난다면 좌파 정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평등과 분배에 중점을 둔 본래 진보의 날개로 나는 것이 한국의 '두 날개'를 위해서 바람직하다. 군도 586도 더 이상 이 시대의 필연의 존재가 아니다.

 

-김대중 칼럼니스트, 조선일보(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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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도 '사과나무' 심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이달 초 접견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와 폴 울포위츠 미국기업연구소(AEI) 시니어펠로는 미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원로들이다. 두 사람이 속한 헤리티지재단과 AEI는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보수 성향 싱크탱크다. 매년 여름과 겨울이면 미 전역에서 청운(靑雲)의 꿈을 품은 대학생들이 이곳에 몰린다. 인턴으로 일하며 교육받은 젊은 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착실하게 정치 커리어를 쌓거나 정부 부처 등에 진출해 보수 생태계를 건강하게 한다. 뜻있는 개인들이 이들을 후원한다.

 

이준석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6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6ㆍ1 재보궐선거 출구 조사 결과가 압승으로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지난해 재·보궐선거와 올해 대선에 이어 3연승을 거두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대선·지선·총선에서 3연패했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다. 하지만 보수 정당이 자력으로 5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고 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과 윤석열이라는 '손님'의 개인기가 갖는 지분이 더 크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권 교체의 화룡점정이 될 2년 뒤 총선의 성패는 얼마나 유능하고 매력적인 후보를 낼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용산과 여의도에서는 "쓸 만한 사람이 없다" "인재 풀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5년간 보수가 빈사(瀕死) 상태여서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이 무너졌고, 그 결과 야심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이 판을 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공고한 생태계가 있는 진보 진영과 달리 몇 안 되는 보수 싱크탱크들은 재정난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미국은 1960~70년대가 보수의 암흑기였다. 1964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20%포인트 이상 참패했고, 70년대에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이 하야해 도덕성까지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윌리엄 버클리 같은 지식인들이 보수주의 사상 전파에 힘썼고, 대학생들은 공부 모임을 조직해 보수의 내일을 토론했다. 맥주 재벌 쿠어스의 기부금 25만달러를 종잣돈으로 싱크탱크를 만들어 정책 개발에 매진한 퓰너 창립자도 이 대열에 있었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 당선으로 시작된,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보수의 황금시대는 이런 바탕 위에서 열렸다.

이준석 대표가 "잘나갈 때 혁신해야 한다"며 혁신위원회 구성과 함께 공천 개혁을 시사했다. 공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더 먼 미래를 내다보는 보수 생태계 복원이다. 문재인 정부 '인재' 공급의 화수분이었던 참여연대의 개인 후원자 수는 1만3000명이 넘는다. 보수 정당이 살아남으려면 지지자나 뜻있는 큰손들로 하여금 '슈퍼챗'(유튜버에게 주는 후원금)이 아니라 어떻게 차세대를 위해 '사과나무'를 심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김은중 정치부 기자, 조선일보(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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