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그건 그래서 그런 거래요”] [피 묻은 정의의 여신]

뚝섬 2022. 6. 19. 05:58

그건 그래서 그런 거래요” 

 

물 속에 오래 있으면 왜 손가락에 주름이 생기는(get wrinkly) 걸까. 맹장은 왜 쓸데없이 달려있고(be appended to no purpose), 칠판은 ‘blackboard’라면서 왜 녹색인 걸까.

 

2년 전쯤 ‘아, 그런 거예요?’라는 제목으로 학교 버스는 왜 노란색이고, 신호등(traffic lights)은 왜 녹색·노란색·빨간색이며, 결혼 반지는 왜 넷째 손가락에 끼는지 소개한 적이 있다. 오늘 몇 가지 더 전해드리려 한다.

 

손가락에 주름이 지는 건 물을 빨아들여 삼투압 현상으로 생기는(happen through osmotic pressure) 게 아니다. 피부 아래 혈관(blood vessels below the skin)을 수축시켜 굴곡지게 만듦으로써 물에 젖은 물건을 집기 쉽게 하는 진화 과정의 이로운 현상(evolutionary advantage)으로 유전된 것이라고 한다.

 

딸꾹질(hiccup)을 하는 건 물고기를 닮았던 조상에게서 비롯된 진화의 연장(evolutionary holdover from fishlike ancestors)이다. 딸꾹질을 하면 숨을 들이마실 때 사용하는 근육이 수축되면서 목의 성대(聲帶)가 혀와 입천장에 의해 닫히게 된다(be slammed shut by the tongue and the roof of the mouth). 현생인류에겐 불필요해졌지만, 땅 위와 물속을 오가며 사는 양서류 동물에겐 유용한 생체 현상이다. 예를 들어(for instance), 폐와 아가미 둘 다 갖고 있는(have both lungs and gills) 올챙이(tadpole)의 경우, 물속에서 호흡할(breathe underwater) 때 물을 빨아들인 후 폐로 가는 구멍은 막고 아가미 쪽으로 물을 배출하는 데 필수적이다.

 

맹장은 더 이상 용도 없이 흔적만 남은 소화기관(vestigial digestive organ left over no longer in use)으로 여겨져 왔다. 인체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play no role in the human body) 자칫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require emergency surgery) 아무 쓸모없는 군더더기(superfluity fitting for nothing)로 치부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내장 박테리아를 저장해(store healthy gut bacteria) 인체 방어를 돕는 면역체계의 일익을 담당하는(take a key part in the immune system) 것으로 밝혀졌다.

 

칠판이 교실 한 벽면을 차지할(take up an entire wall) 정도로 커지기 전에는 검은색을 칠한 점판암 조각을 사용했다. 그래서 blackboard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더 큰 크기를 필요로 하게 되면서 무겁고 깨지기 쉽고 운반하기 힘든 점판암 대신 녹색 에나멜을 칠한 철판으로 만들면서 greenboard로 바뀌게 됐다.

 

엘리베이터 문에는 작은 구멍(tiny hole)이 하나씩 있다. 사람이 갇혔는데(be stuck inside) 문이 열리지 않을 경우, 비상용 열쇠를 넣어주기 위해서다. 오래된 신문이 누런색으로 변하는 건 공기와 햇빛에 노출되면서(be exposed to air and sunlight) 산화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고, 여객기 헤드폰 연결 잭의 끄트머리가 두 가닥으로 돼 있는(be two-pronged) 건 혹여 하나가 고장 나더라도 정상 작동하게끔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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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정의의 여신

 

[임용한의 전쟁사]

 

프랑스군의 참호에 영국군이 발포한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포병들은 참호 라인을 따라 포탄 세례를 퍼부었다. 포격이 놀랄 정도로 정확해서 한 발이 터질 때마다 희생자가 나왔다. 영국군이 포격을 중지하고 전진을 시작하기까지 5명의 장교와 80여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 장면은 현대 전쟁의 한 장면이 아니다. 1704년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중에 독일에서 벌어진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전투 장면이다. 이날 영국군 지휘관은 처칠의 조상인 말버러 공 존 처칠이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포는 청동제 대포로 현대의 대포에 비하면 성능과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포의 결정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희생이 컸던 진짜 이유는 병사들이 고개도 숙이지 못한 채 꼿꼿하게 서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지휘관들은 적이 돌격해 올 때 재빠르고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당당하게 차렷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고개를 들고 전장을 응시하고 있어야 한다. 겁쟁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가는 자신감을 잃어버릴 것이고, 적이 진격을 시작했을 때 고개를 들고 그 방향으로 총을 겨누기보다는 공포와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당시의 귀족 장교들이라고 해서 병사들의 생명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는 냉혈한은 아니었다. 이들의 잘못이라면 이런 ‘허세의 논리’를 너무 쉽게 믿었고, 실험과 시도로 대항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똑같은 주문을 외운다. “우리는 더 큰 재난(패전)을 피하기 위해서 그 희생을 감수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격렬한 분노와 비난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그런 분들일수록 단순한 명제와 도그마에 집착하는 성향이 더 강하더라는 것이다. 전부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렇다. 당신의 도그마는 검증해 보았냐고 하면 이미 검증된 것이라고 말하거나, 검증에 실패하면 정의라고 말한다.

세상의 모든 부당한 조치와 가혹행위는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된다. 인간의 가장 어리석은 행동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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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당초 예정보다 10 앞당겨 오는 2030 이전 핵잠수함 도입. 중국이 조성한 ()안보 생태계.

 

-팔면봉, 조선일보(2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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