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견제-물가안정 둘 다 잡을 수 있나]
[국제 금기어 ‘Z’]
바이든, 中견제-물가안정 둘 다 잡을 수 있나
“중국 지배 세계 어둡다” 목소리 높이지만
물가폭등·경기침체에 대중국 강경책 비판도
때는 2027년.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고조되고 대만에선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된다. 중국은 대만에 즉각적인 통일 협상을 압박하지만 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한다. 중국은 대만해협 인근에 군대를 대거 배치한다. 미국 정보기관은 중국의 대만 공격이 임박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일본과 괌 미군기지에 비상 경계태세를 지시한다.
군사행동을 결정한 중국은 미국의 군사자산 전개를 늦추기 위해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폭격한다. 미국은 일본, 호주와 함께 전폭기와 핵추진 잠수함을 동원해 대만해협에 배치된 중국 전함을 파괴한다. 중국은 높은 고도에서 핵무기를 폭발시켜 나온 핵전자기파(HEMP)로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공격을 감행한다.
전쟁 소설에 나올 법한 이 시나리오는 15일(현지 시간)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가 주최한 국가안보 콘퍼런스에서 실시한 ‘워 게임(Wargame)’이다. 이 워 게임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첫 국방장관으로 거론됐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과 미 의회 의원, 전직 군사전략가와 미중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어진 토론에선 미국이 대만 방위공약을 공식화하고 아시아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같은 역내 군사동맹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 게임을 통해 제시된 정책제언들은 언제든 현실화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발언도 갈수록 수위를 더하고 있다. 16일 CNAS 콘퍼런스에 나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는 어둡고 가혹한 세상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맞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 위협론’을 넘어 공포에 가까워지는 미국 내 반중 감정 속에 넘쳐나는 대중 강경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특히 물가 폭등에 경기 침체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에너지 부국 러시아와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을 동시에 적으로 돌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두고 현실을 외면한 외교라는 비판도 나온다.
닐 퍼거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달 초 한 기고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가장 큰 과제인 물가 급등과 싸우는 대신 반대 정책을 펴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매파적 정책이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단절)을 앞당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제재와 함께 본격화된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으로 탈냉전 이후 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와 미중 경제 밀착으로 누려온 저물가 고성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기술을 겨냥하고 있지만 그 여파는 단지 기술 영역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중-러와 미국 경제의 디커플링으로 세계 경제는 구조적인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발등의 불’인 물가 안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바이든 행정부는 결국 수개월을 끌어온 중국 공산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며 중간선거 대패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더 이상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외면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까.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외교원칙에 대해 “나는 약속을 하면 절대 깨지 않는다”고 했다. 행동에 앞선 말이 불필요한 위기로 이어지지 않을지 두고 볼 일이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동아일보(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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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기어 ‘Z’
알파벳 문명권에서 마지막 철자 ‘Z’는 ‘궁극적인 경지’ 또는 ‘최종적인 사태 해결’을 상징한다. 대중문화 캐릭터 ‘쾌걸 조로’가 그런 사례다. 조로(Zorro)는 홀연히 나타나 악당에게 철퇴를 가한 뒤 ‘정의를 실현했다’는 취지로 칼을 휘둘러 자신의 머리글자 Z 표시를 남기고 떠난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좀비 영화 ‘월드 워 Z’의 Z도 인류 명운을 걸고 좀비와 벌이는 마지막 전쟁이란 의미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Z를 긍정적인 의미로 즐겨 활용한다. 포켓몬의 필살기 이름이 ‘Z 기술’이다. 전투 중 한 번밖에 못 쓰지만 대신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로봇 ‘마징가Z’는 어떤 공격에도 파괴되지 않으면서 가볍기까지 한 상상의 금속 ‘초합금 Z’로 만들어졌다. Z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제왕 제우스(Zeus) 또는 정점(zenith)을 떠올리게도 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Z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에 버금가는 국제적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 러시아가 자국 탱크와 트럭에 피아 식별용으로 Z를 써붙이면서다. Z의 뜻은 분명치 않지만 러시아어 ‘승리를 위하여’(za pobedy)’에서 비롯됐거나 서쪽(zapad)인 우크라이나로의 진격 방향을 나타낸다는 추정이 나와있다. 어떤 의미든 국제적 시각에선 침략의 상징적 기호가 됐다.
▶일본 항공사 ‘집(Zip) 에어 도쿄’가 엊그제 자사 항공기에 새긴 Z 로고를 지우겠다고 발표했다. ‘zip’은 ‘쌩쌩 난다’는 뜻으로 러시아와 무관한데도 회사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내린 조치다. 스위스 도시 취리히(Zurich)에 있는 취리히 보험도 Z가 들어간 회사 로고를 당분간 쓰지 않기로 했다. 삼성이 만든 접는 휴대전화 갤럭시Z도 유럽에선 폴드3, 플립3으로 이름을 바꿔 판매한다. 모두 회사 로고나 제품명에서 Z를 뺐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는 Z가 들어간 기호나 문양을 금지하는 법도 제정했다. Z를 ‘전체주의 권위주의 정권’과 ‘군사행동, 반인륜·전쟁 범죄 자행을 부추기는’ 상징물로 규정했다.
▶Z는 알파벳에서 X와 함께 사전 표제어가 가장 적은 철자다. 안 그래도 사용 빈도가 낮은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입지가 더 좁아졌다. 그런 와중에 Z의 복권(復權) 움직임도 시작됐다. 러시아의 한 록 밴드가 ‘Z세대’라는 곡을 발표했는데,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러시아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침략자가 물러나고 궁극적인 평화의 상징으로 Z가 거듭나길 소망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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