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대통령은 ‘저쪽’ 국민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4가지 의혹]
남쪽 대통령은 ‘저쪽’ 국민에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김순덕 칼럼]
주류언론과 보수·절반의 국민 외면하고 북한 김정은에는 깍듯했던 문 전 대통령
국익보다 지지층 위하는 ‘인민주의 체제’.. “서해 공무원 구하라” 지시 안 한 이유였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뉴스1
상상을 해봤다.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서해 어업지도선을 타고 중국어선 불법조업 실태를 현장 취재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차 실족해 북쪽 바다까지 올라가 북한군에 발견됐다면 어찌 됐을까를.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는 것, 안다. 그럼에도 오후 6시 36분 서면보고를 받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면, 난 그대로 숨이 멎었을 것 같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내가 오후 10시 30분 북한군에 사살돼 불살라졌다고 치자. 제 나라 국민이 끔찍하게 죽었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10시간이 넘도록 대통령한테 보고도 않는다는 건 죽었다 깨도 납득 못 할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은 알고도 개의치 않았을 것 같다.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이를 대면보고 받고는 “정확한 사실 파악이 우선이다”라고 기자처럼 말했다는 보도다. 그가 “주류 언론에 대해선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2017년 ‘대한민국이 묻는다’란 책에서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저하고 생각이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정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서면보고 받을 때까지 살아있던 대한민국 공무원이 원통하게 죽임을 당한 그 시각, 문 전 대통령이 혹시 혼술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알 수 없다. 이 첩보를 놓고 청와대가 23일 오전 1시부터 관계장관회의를 하면서도 대통령에게 보고도 안 한 건 ‘북한 퍼스트’와 대통령 심기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오전 1시 26분부터 42분까지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당시 문 대통령이 사전 녹화한 유엔총회 연설 TV 방송이 나올 것이어서 대통령도 깨어 있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고 이대준 씨(사망 당시 46세) 유족이 ‘월북 조작’ 의혹이 있다며 문 정권 고위 관계자들을 22일 검찰에 고발했다. 나는 이보다 더 큰 문제가 문 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을 최선을 다해 구출하라”는 지시를 안 내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문 대통령에게는 우리 국민의 생명보다 북한이 더 중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인 윤소영 전 한신대 교수는 문 정권의 문제를 ‘인민주의 체제’로 설명한다(신동아 2022년 1월호). 흔히 포퓰리즘을 대중영합주의로 번역하지만 문 정권에선 그 번역도 사치다. 반(反)엘리트주의, 반의회주의, 세월호 침몰을 계기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복수, 증오, 원한으로 뭉친 인민주의가 더 들어맞는다. 노무현 정부 때만 해도 인민주의는 ‘이념’ 차원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지지층의 생각과 다른 정책도 국익에 도움이 되면 추진했다. 그러나 문 정권은 인민주의를 ‘정치체제’로 받아들였다. 국익에 도움 되는 정책도 핵심 지지층의 생각과 다르면 절대 추진하지 않았다. 친북세력이 득세하면서 핵심 지지층이 누구로 바뀌었는지는 의미심장하다.
문 전 대통령 취임 첫해는 소득주도성장이 간판이었다.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자신을 ‘남쪽 대통령’으로 낮추는 희한한 연설을 했다.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북과 남 8000만 겨레의 손을 굳게 잡고 새로운 조국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한 것이다. 자신을 지방 영주처럼 ‘남쪽 대통령’이라고 했던 문 전 대통령이었다. 2020년 ‘종전선언’을 위해 북한 김정은에게 모든 주파수가 맞춰져 있었다면, 이대준 씨는 국민이 아니라 종전선언의 훼방꾼처럼 보이지 않았을지 소름이 돋는다.
퇴임 직전 문 전 대통령은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보유라든지 투기라든지 모든 면에서 늘 ‘저쪽’이 항상 더 문제인데 ‘저쪽’의 문제는 가볍게 넘어가는 이중 잣대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권 교체세력을 ‘저쪽’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은, 문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갈라치기 했던 국민의 과반수가 바로 저쪽이라는 얘기다. 심지어 그는 퇴임 후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추천함으로써 친북에 이어 친중 성향까지 고백하고 말았다.
북한과 중국에선 인민의 적, 적인(敵人)에게는 공민권을 주지 않는다. 설마 우리가 ‘저쪽’ 국민은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는 적인으로 여겼던 대통령을 두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믿고 싶다.
-김순덕 대기자, 동아일보(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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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4가지 의혹
탈북 청년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北送)한 사건은 전 정권의 ‘조작 완결판’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해수부 공무원을 북한군이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조작·은폐한 일만큼이나 심각한 사건이다. 강제 북송은 정권 차원에서 조작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이적 행위’에 가깝다.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은 그나마 가족의 노력 끝에 진실이 밝혀지는 중이지만, 안대를 쓰고 포승에 묶인 채 판문점에서 북으로 넘겨진 탈북 청년 두 명은 누가 그 억울함을 풀어주나. 다행히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재조사를 시사했다.
진실 규명을 위해 다음 같은 의혹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첫째, 2019년 10월 31일 남하하던 탈북 어선은 이미 한국 해군이 감지하고 있었다. 이 배는 한국 해군이 북(北)으로 쫓아냈다가 다시 남하해 귀순하게 됐다. 이때 북한과 사전 교감했다는 의혹이 있다. 북한 당국이 강제 송환을 처음부터 요구한 정황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탈북 청년 2명이 귀순 의사가 없었다”고 했지만, 본인 의사는 확인된 적이 없다.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입을 틀어막고 북한에 보낼 준비를 한 것이다.
셋째, 두 청년이 손바닥만 한 어선에서 16명을 살해했다고 하는데 이는 ‘거짓’일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조사도 재판도 증인도 없이 두 청년을 살인자로 조작한 것이다. 집단 살인을 했다면 그 증거물인 선박을 왜 전면 소독했나. 강제 북송한 이유가 ‘살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증거물은 왜 없앴나.
넷째, 국민 몰래 강제 북송을 자행한 사실이다. 당시 JSA 대대장(중령)이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직보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누구도 알 수 없이 묻혔을 것이다.
목숨 걸고 찾아온 대한민국에서 두 청년을 강제 북송한 사건은 3만 탈북자의 피눈물이 됐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겼던 대한민국 정부가 자행한 끔찍한 범죄 행위에 2000만 북한 동포도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전 정권이 계속 은폐해 그저 작은 사건으로 치부됐지만 사실 북한 정권으로서는 매우 큰 문제였고 엄청난 사건이었다. 김정은 정권은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사생결단 북(北)·중(中) 국경을 봉쇄했다. 탈출로가 막힌 북 주민들은 해상 탈북을 대안으로 생각하게 됐다. 거의 망한 수준인 북한 해군은 연료난까지 겹쳐 크고 작은 어선 수만 척을 감독·통제하기가 불가능해졌다. 2017년 원산항에서 과학자 5명이 집단 해상 탈북에 성공하자 북한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크고 작은 해상 탈북 사건이 터지자 북한 보위부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상 탈북에 성공한 청년 두 명이 판문점으로 잡혀 올라가자 이후 해상 탈북 시도는 중단됐다. 해상 탈북자 대부분은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 만나기가 가장 두려웠다고 한다. 강제로 북쪽으로 밀어내거나 탈북 어민 청년 사례에서 보듯 강제 북송을 당할 것이라는 공포 때문이다. 탈북 어민 북송은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김정은 정권 체제 붕괴를 막아주기 위해 대한민국의 전 정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가 있다.
탈북 청년 어민 강제 북송은 북한 동포를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한 대한민국 헌법과, 고문·처형이 있는 곳에 강제 송환하는 일을 금지한 유엔 난민 협약을 위반했다. 정권 차원에서 저지른 조작은 국가 존망을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다. 강제 북송 사건의 모든 진실은 국민 앞에 한 점 거짓 없이 밝혀야 하고, 가장 엄중한 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조선일보(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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