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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성공, 실패 쌓인 덕분] [실패학 개론] [우주 독립, 외교가 나설 차례]

뚝섬 2022. 6. 25. 07:57

누리호 성공, 실패 쌓인 덕분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21일 저녁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기숙사.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과 부장들이 모여 조촐히 축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고 본부장은 “성공하고 나서는 오히려 할 말이 없었다”고 했다. 누리호 1차 발사에 실패했을 때는 정반대였다. 고 본부장은 “실패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성공과 실패를 대하는 과학자들의 상반된 모습이었다.

 

우주 발사체 개발은 실패를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사업이다. 고 본부장은 평소에 “결과보다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말해왔다. 실패를 하더라도 과정은 남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우주 기술이 발전한다는 것이다.

 

누리호 성공 전에는 수많은 실패가 있었다. 나로호는 2009년과 2010년 두 번 발사에 실패하고 2013년에 성공했다. 나로호 개발 때는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지만 누리호 때는 우리 힘으로만 만들어야 했다. 국가 기밀로 관리되는 우주 기술을 배우기 위해 250명 연구진은 전 세계에 공개된 자료를 샅샅이 뒤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실패도 경험이라고 쉽게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패배자란 낙인과 비난만 남는다. 그 과정에 관심 가지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고 본부장은 “약 16분의 비행으로 연구진을 판단하는 기준이 설정되는 것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불면증과 악몽을 꾸는 게 일상이었다. 한 누리호 개발자는 “일반 연구자들도 이런데 책임을 져야 하는 부장들과 본부장의 심적 부담이 얼마나 심할지 상상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연구자들은 꿋꿋이 버티며 21일 누리호를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극심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본인들의 성공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항우연 과학자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연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주 개발은 보통 10년이 넘는 장기 프로젝트다.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 누리호의 주역들도 앞으로 참여할 프로젝트가 손에 꼽힌다. 고 본부장은 “우리가 퇴직하고 더 이상 연구를 안 하면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우주 강국이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 토양에 양분을 계속 뿌리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 젊은 연구원은 고등학생 때 나로호 발사를 직접 보며 우주 개발자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이번 2차 발사 현장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를 지켜봤다. 과학자들이 수많은 실패를 하고 그에 대한 비난을 받으면서도 계속해서 연구하는 이유다. 이들의 피나는 노력 덕에 우주 꿈나무들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유지한 산업부 기자, 조선일보(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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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학 개론

 

[이동규의 두줄칼럼] 

 

실패와 혁신은 일란성 쌍둥이다

실패는 자산이다

 

실리콘밸리는 성공이 아닌 실패의 요람이다. 세계 최강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초기 편지에서 “나는 아마존을 가장 편하게 실패하는 회사로 만들고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성공이 운(運)이라면 실패는 도(道)이다. 무엇보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알게 된다. 화려한 학벌이나 고급 스펙을 가진 이들이 오히려 무능한 이유는 실패에서 진짜를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주로 간 한국의 ‘퍼스트 펭귄’ 누리호의 도전을 보라. “많은 인생의 실패자들은 포기할 때 자신이 성공에서 얼마나 가까이 있었는지 모른다.” 에디슨의 말이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조선일보(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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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독립, 외교가 나설 차례 

 

지난 3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발사대에 서있던 러시아 소유스 우주로켓에서 태극기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우주산업에서는 관례로 탑재 위성 제작 국가의 국기를 로켓에 붙인다. 당시 로켓에는 위성을 만든 영국 원웹의 이사회에 참가한 한국과 미국, 프랑스 등 여섯 나라의 국기가 붙어 있었으나 나중에 러시아가 중립 입장인 인도를 빼고 모두 흰 테이프로 가렸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에 반발하며 러시아가 위성 발사를 거부한 것이다.

 

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두번째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뉴스1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는 동체에 태극기가 선명하게 달린 국산 첫 우주로켓 누리호가 하늘로 날아갔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위성 자력 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며 “자력 발사는 우주 독립국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이제 우리도 우주 독립국이 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지금으로선 누리호가 당초 목표한 1.5톤급 실용 위성은 발사할 수 없다.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이 자국 부품이 들어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을 다른 나라 로켓으로 발사하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위성이 우주 공간에서 위치를 잡을 때 쓰는 핵심 부품인 미국산 자이로스코프가 대표적 ITAR 제한 품목이다. 말하자면 어렵사리 자동차를 개발했는데 사람을 태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누리호는 내년부터 4회 더 발사되는데 모두 상용 위성에 못 미치는 작은 위성만 싣는다.

 

결국 진정한 우주 독립국이 되려면 모든 위성 부품을 자체 개발하거나 아니면 하루빨리 미국으로부터 ITAR 예외 국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갈수록 발전하는 우주산업에서 완전 국산화는 불가능하다.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편이 더 빠른 길이다.

 

우주학계에서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ITAR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서 다시 ITAR 문제가 예상보다 빨리 해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우주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주면 미국도 우방인 한국이 어렵게 확보한 우주발사체를 쓸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란 기대감이다.

 

실제로 미국은 1987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출범 이전에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주요 8국은 ITAR 예외로 인정한다. 일본도 여기에 포함된다. 일단 우주발사체를 가져야 협상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최근 우주 주무 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뿐 아니라 국방부와 외교부도 ITAR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 정부가 과학 외교로 누리호를 받쳐줄 때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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