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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손가락’ 실수] [고모는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

뚝섬 2022. 12. 9. 09:47

[‘살찐 손가락’ 실수]

[고모는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고속열차와 칙칙폭폭] 

[‘무인+영어+키오스크’ 앞에서 햄버거 주문하다 울었다]

 

 

 

살찐 손가락’ 실수

 

2005년 일본 미즈호 증권에서 한 직원이 63만엔짜리 주식 1주를 파는 주문을 내다가 실수로 1엔에 63만주를 파는 주문으로 잘못 입력했다. 90초 만에 실수를 알아채고 주문을 취소했지만 그새 수만건의 주문이 체결됐다. 증권사는 주문을 책임지느라 4000억원대 손실을 봤다. 금융가에선 이런 실수를 핑거(fat finger)라고 한다. 살찐 손가락으로 자판을 누르다 실수하는 것을 말한다.

 

▶2018년 한국에서도 팻 핑거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직원들에게 배당을 지급하다 ‘주당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삼성증권 유령 주식 28억주, 110조원어치가 추가 발행된 꼴이었다. 직원 21명이 재빨리 손가락을 놀려 500만주를 팔아치웠다. 문제가 심각해졌다. 미국 증권사들은 거래 내용이 이상하면 자동으로 걸러내는리스크 서버 있는데 당시 한국 증권사들은 그런 안전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

 

▶스마트폰 모바일 뱅킹이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도 팻 핑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컴퓨터 자판 간격은 2㎝가량 되지만 휴대폰의 자판 간격은 0.5㎝도 된다. 축의금 10만원을 보낸다는 0 하나 찍어 100만원을 보냈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금보험공사에서 ‘착오 송금 반환 지원 제도’를 운영할 정도다. 지금까지 2300여 건, 29억원 반환을 도와줬다고 한다. 팻 핑거 위험은 사생활을 노출시키기도 한다. 몇 년 전 한 대학생 커플이 학과 단톡방에 성관계 동영상을 올리는 실수를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측근들은 팻 핑거 주체를 동물로까지 확장했다.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사이코 패스’라고 비방한 인터넷 글에 ‘좋아요’를 눌러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이 고양이 사진과 함께 “좋아요를 누르는 범인, 드디어 색출”이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이 아니라 고양이가 눌렀다는 것이다. 고양이가 정말 그럴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 전 대통령 일로 웃어 보기는 오랜만이었다.

 

▶경남 남해의 한 축협이 금리 10% 적금 10억원어치를 창구를 통해 판매하려다 직원이 실수로 몇 시간 동안 온라인 적금 가입을 들어오는 대로 받았다. 순식간에 1000억원 이상 자금이 몰렸다. 축협 측은 “직원 실수로 감당 못 할 예수금이 들어왔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지해달라”고 읍소하는 메시지를 전 고객에게 보냈다. 지금까지 고객 40%가 해지에 응했다고 한다. 팻 핑거 위험엔 누구나 노출될 수 있다. 난감하지만 솔직한 설명과 사과가 후유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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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는 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할머니는 1959년부터 서울 종로구 뒤편 세검정의 서민형 한옥에 살았다. 올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날 때쯤 그 동네의 재개발이 시작됐다. 할머니와 평생 함께 산 고모는 평생 산 동네도 떠나야 했다. 이번 추석은 할머니와 우리 옛날 집 없이 처음 맞는 명절이었다. 다같이 고모의 새집에 갔다.

새집은 세검정에서 구기터널을 지나면 나오는 은평구에 있었다. 평범한 보급형 주거 건축이었다. 모든 게 새것이었고 내 눈에는 좀 많이 반짝거렸다. 사람들이 잘 잊는 고급품의 조건 중 하나는 품질 지속 시간이다. 그 집에서 본 새것의 광택은 곧 사라질 듯 보였다. ‘이게 오늘날의 인테리어구나’라고 느끼던 때 인터폰이 울렸다.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돌아온 고모부였다.

 

“이거 어떻게 여는 거야?” 인터폰 앞에서 어르신들이 웅성거렸다. 벽에 걸린 인터폰 스크린에 열리지 않는 유리 문 밖 고모부가 보였다. “나도 어떻게 여는지 몰라.”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고모는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 젊은 축인 내가 나섰다. 스크린 하단에 동그라미가 두 개 떠 있었다. 수화기 아이콘이 그려진 초록색과 붉은색 동그라미였다. 영상통화를 받듯 스크린 속 초록 동그라미를 눌렀다. 문이 열렸다. 스마트폰 사용자경험(UX)과 인지가 있어야 인터폰을 열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었다. “아, 역시 젊은 사람이 잘 알아!” 작은고모부가 칭찬하듯 말했다.

스마트 인터폰을 들여다보았다. 차원이 다른 기술 혁신이었다. 20개는 돼 보이는 기능 아이콘을 누르자 무한한 서랍을 열듯 각각 세부 기능으로 들어갔다. 조작은 모두 터치스크린. 각 가구 간 통화는 물론이고 폐쇄회로(CC)TV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었다. 감탄하는 동시에 조금 걱정도 했다. 고모는 올해 60대 초반이다. 디지털 문물에 익숙하지 않다. 보통 한국 장년층인 고모는 언제 이 기능을 다 쓸까? 다 익힐 수는 있을까?

고모를 동정하는 게 아니다. 나도 신기술 발전 속도에 처진다고 느낀다. 내가 편히 쓰는 요즘 문물은 인스타그램과 구글 오피스까지다. 젊은 친구들이 ‘뇌를 거기 꺼내 둔다’는 개념으로 쓴다는 노션도, 게임 스트리밍에 특화된 트위치도 안 쓴다. 틱톡으로 ‘쇼트폼’ 영상도 안 만들고 드론도 안 날리고 암호화폐에 묻어둔 자산도 없다. 새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도태되는 걸까? 따라가는 게 휘둘리는 걸까? 개인별 기술 격차는 점점 커질 텐데 앞으로의 세계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거시적인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20년쯤 뒤엔 내가 내 집에 찾아온 손님들의 문을 못 열어주면 어쩌지? 내 차의 수동변속기를 만지작거리며 돌아가는 길에 답 없는 문제들이 떠올랐다.

“도어록 다실 거죠?” 몇 주 뒤 인테리어 사장님의 질문에 정신이 들었다. 나는 헌 집을 고치는 중이고 그 집에는 열쇠를 돌려 여는 자물쇠가 달려 있다. 나는 러다이트 같은 신기술 반대자는 아니어도 모든 신기술에 기대고 싶지는 않다. 디지털 세상에 뇌를 적신 만큼 실물의 감촉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답했다. “아녜요. 저는 쓰던 자물쇠 쓸 거예요.” 인테리어 사장님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나를 잠깐 쳐다봤다.

 

-박찬용 칼럼니스트, 동아일보(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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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와 칙칙폭폭 

KTX와 증기기관차가 만났습니다. 증기기관차는 선로에서 사라진 지 오래지만 여전히 기차를 상징하네요.

―서울 용산구 백빈 건널목에서

-신원건 기자, 동아일보(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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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영어+키오스크’ 앞에서 햄버거 주문하다 울었다

 

‘No 노인 존’으로 소문난
유명 패스트푸드점 가보니

 

서울 마포구 동교동 L7 호텔에 있는 롯데리아. 사람 없이 키오스크만 있고, 영어 안내문밖에 없어 ‘노(No) 노인존’이라 불린다./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디스 플로어 이즈 더 퍼스트 플로어(이 층은 1층입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L7호텔. 지하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니 영어 안내 방송이 나온다. 목적지는 ‘롯데리아’. 그런데 출입문이 보이지 않는다. 한 귀퉁이에서 겨우 찾은 층별 안내판. 1층부터 22층까지 식음료 매장이 소개된 안내판, 이것도 영어다. 겨우 롯데리아 입구를 찾아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난이도 1단계’라면 지금부터는 ‘2단계’다. 은색 바탕에 영어로 된 표지판, 사람 하나 없는 키오스크 매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사실상) 노(NO) 노인존’이라며 화제가 된 곳이다. ‘영어+키오스크+무인’ 조합 매장은 사용하기가 너무 어려워 ‘노인 출입 금지’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눈앞에는 ‘Pick up(픽업)’이라고 적힌 사물함 같은 벽장이, 그 오른쪽 옆에는 ‘Counter(카운터)’ ‘Drink Station(드링크 스테이션)’ ‘Self Service(셀프 서비스)’, ‘Wanted(원티드)’ 등이 흰색 바탕에 검은색 영어 글자로 써 있다. 카운터에는 흰 가림막이 내려져 있고, ‘잇츠 셀프 오더 타임(직접 주문하는 시간)’이라고 적혀 있다. ‘원티드’는 기념품을 파는 코너로, 영어로 ‘달리다(run)’ 등이 적힌 티셔츠가 진열돼 있었다.

 

‘주문을 어떻게 해야 하지?’ 왼쪽을 보니 주문 기계가 보인다. 제일 유명하다는 ‘홍대 치’s(즈) 버거 세트’를 주문하고, 음료를 코카콜라 제로로 고르고, 사이드 메뉴는 감자튀김으로 선택했다. ‘뭐 이쯤이야!’ 영수증에는 주문 번호가 인쇄돼 나왔다.

 

자, 여기부터 ‘3단계’다. 위 전광판에는 주문 번호가 나오는데, 음식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가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카운터 가림막 밑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직원 호출 시 키오스크 화면 하단의 직원 호출을 눌러주세요’라고 적혀 있지만, 이미 키오스크는 주문하려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배꼽티와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은 20대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는 거냐’ 묻기도 민망하다. 이럴 때 생존법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 전광판에 주문 번호가 나오면, 픽업 박스 중 한 칸에 불이 켜진다. 픽업 박스 문에 적힌 메시지는 ‘바코드를 인식해주세요.’ 벽면을 찾아보니 오른쪽에 작게 바코드 인식기가 있다. 여기에 영수증에 있는 바코드를 갖다 대면 몇 번 박스인지가 나오고, 그 박스로 돌아가 문을 두드리면 문이 열리면서 음식이 나온다. 물론 음료는 ‘드링크 스테이션’에 가서 직접 받아야 한다. 이렇게 치즈버거, 콜라, 감자튀김을 받아 2층 테이블에 앉으니 벌써 진땀이 난다. 아, 나도 이제 노인인가.’ 매장 안에서는 미국 래퍼 릴 나스 엑스와 도자 캣이 부른 ‘스쿱(scoop)’이 흘러나온다.

 

최근 코로나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무인 키오스크 매장이 많아지면서 사용에 어려움을 표하는 고령층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달 16일 발표한 ‘서울시민 디지털역량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만 55세 이상 고령층 중 키오스크를 사용해 본 사람은 45.8%에 불과했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줄어들어 75세 이상은 13.8%만이 키오스크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사용하기 어려운 키오스크로 패스트푸드점(53.3%), 카페(45.7%)를 꼽았고,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33.8%), ‘필요가 없어서(29.4)’,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17.8%)’ 순으로 많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사용 방법이 헷갈려 우물쭈물하다 뒷사람의 뜨거운 눈초리에 자리를 비킨 건 고령층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능숙하게 다루는 중·장년층도 키오스크 앞에서는 무력하다. 지난해 트위터에는 “엄마가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집 앞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 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그러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매장들이 영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네티즌은 “해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K팝이 흘러나오고, 한글이 멋지다며 티셔츠로 만들어 입고 다니는데, 한국 토종 패스트푸드점이라는 곳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오고, 영어가 적힌 티셔츠를 굿즈(기념품)라고 판다. 참 황당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이혜운 기자, 조선일보(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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