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과 ‘뺄셈 인사’]
[윤석열, 고이즈미, 트뤼도의 도어스테핑]
[“윤 대통령 인사가 문제”라는 국민 여론]
尹 대통령과 ‘뺄셈 인사’
[박제균 칼럼]
비속어보다 아마추어 외교가 큰일… 실력 부족, 정실 인사 그림자인가
인사로 고립돼간 朴 돌아보라… “니들끼리 다 해먹나” 경계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민망하지만, 큰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참에 윤 대통령의 말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방송으로 접하는 대통령의 어투, 말이 짧을 때가 적지 않다. 그런 반말 투가 사적으로 들으면 친근감의 표시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식행사에서 대통령의 언어로는 부적절하다. 이런 언어 습관이 결국 이번 사달을 부르지 않았나, 돌아보기 바란다.
거듭 밝히지만 비속어 논란 자체가 큰일은 아니다. 이번 순방에서 드러난 외교 아마추어리즘이 큰일이다. 윤 대통령은 당초 영국에 도착한 지난달 1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관이 안치된 웨스트민스터홀에서 조문하려 했다. 이 조문이 불발된 건 명백한 외교 실패다.
사전에 런던 현지 상황을 숙지해 미리 가거나, 대통령을 위한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깔았어야 했다. 둘 다 어려웠다면 성사가 불투명한 행사 일정은 공지하지 말았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도 되는 나라의 정상이 미리 알린 조문을 못 하고 현지 교통 상황이 어쩌니, 하고 변명을 하는 게 말이 되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48초 환담은 더 심각하다.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는 일정이 그 정도로 설익은 상황이었다면 유엔 총회라는 다자 외교의 장(場)에서 정상 외교의 유동성, 미국 대통령의 국내 정치 일정의 불확실성 등 사전에 충분한 ‘밑밥’을 깔고, 바이든과의 만남을 ‘기대 밖의 성과’처럼 포장했어야 옳다. 그런데도 한미 정상회담을 열어 ‘통화 스와프’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미국의 협조를 얻어낼 것처럼 분위기를 띄워 국민의 기대감만 높였으니….
이 모든 게 치열하고도 미묘한 외교 현장을 잘 모르는 아마추어들이 지휘봉을 쥐고 흔들어서 그런 건 아닌가. 그렇다고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까지 강행하는 건 거야(巨野)의 폭주지만, 박 장관이 ‘자기 정치’에 신경 쓰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외교부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지만, 외교는 죽고 사는 문제’라는 말이 있다. 윤 대통령이 이번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외교 라인의 재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취임 5개월이 다 돼 간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 때는 국정을 국익과는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가 숨이 턱 막히게 하더니, 윤석열 정부는 국정 방향은 맞는데 실력이 모자라 그쪽으로 못 가는 것 같아 답답하다. 그 중심에 정실 인사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건 아닌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측은 물론이고 이번 정권에서 신(新)실세로 등장한 인물들과 이런저런 연(緣)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사 말이다. 실력보다 정실이 출세의 코드가 되는 조직이나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역대 어느 정권에나 정실 인사는 있었다. 하지만 운동권 좌파 코드에 맞추기 위해 무능한 3류를 대거 중용했던 문 정권 뒤에 등장한 윤 정권에서, 그것도 ‘공정과 상식’을 표방한 대통령 아래서 벌어지는 정실 인사는 실망스럽다. 특히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인사 뒤에 대통령과 이러저러한 검찰의 연이 있다거나, 김 여사 측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들리면 씁쓸하다. 권력의 핵심에서 이러면 그 주변도 준동하게 마련이다. ‘검(檢)핵관’ ‘용(龍)핵관’ ‘권(權)핵관’ ‘장(張)핵관’ 소리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을 돌아보라. 첫 당선인 수석대변인을 필두로 “어, 이 사람이 왜…” 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사가 적잖게 이어졌다. 오죽하면 ‘수첩인사’라는 신조어가 나왔겠는가. 수첩인사는 결국 친박→진박(眞朴) 감별이라는 황당한 논란으로 비화돼 총선 참패를 부르고, 결국 탄핵의 불씨가 됐다고 본다. 비상식적인 인사가 내부의 적을 키우고, 보수의 방관을 조장했다. 그렇게 박 대통령은 인사로 고립돼 갔다.
5개월도 안 된 대통령에게 박근혜의 인사 실패를 갖다대는 게 무리라는 걸 잘 안다. 그만큼 대통령의 성패는 인사 성패에 달려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주류 이용호 의원이 40%의 득표율을 가져간 건 심상치 않다. 대통령 임기 초 여당에서 그 정도의 ‘반란표’가 나온 건 희한하다. 혹시 “니들끼리 다 해먹는 거냐”란 불만의 표시는 아니었을까. 인사를 할수록 우군을 키우기는커녕 아군과 지지층까지 떨어져 나가는 ‘뺄셈 인사’. 윤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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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이즈미, 트뤼도의 도어스테핑
[천광암 칼럼]
고이즈미, 간결하고 함축적… 트뤼도, 설명의무 이행 모범
갓 시작한 尹, 신선하지만 전략 부재
야당·기자 아닌 국민 봐야 성공

“위험할 수 있다” “스스로 판 무덤이 될 수도 있다” “원고를 안 읽으면 사고가 난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공식 일과로 굳어져 가고 있는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놓고 야권에서 나온 반응이다. 차례로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윤건영 의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말이다.
이들의 부정적 전망에 근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도어스테핑이 ‘100% 리스크’라고만 볼 일은 아니다. 해외를 보면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와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비근한 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막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파벌정치 관행을 과감히 깨고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극장 정치’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당내 비주류였던 그가 자민당 주류의 거센 저항을 이겨내고 굵직굵직한 개혁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던 무기 중 하나가 도어스테핑이었다.
고이즈미식 도어스테핑의 특징은 간결과 함축이었다. 질문 수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대개 8초를 넘기지 않았다. 방송 편집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 영상 일부가 잘려 나가 메시지가 왜곡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짧은 문구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 이는 ‘One Phrase Politics(한 문구 정치학)’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고이즈미식 도어스테핑에 정략적인 구석이 없지 않다면, 트뤼도식 도어스테핑은 정치 지도자가 국민에 대한 ‘설명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경우다. 트뤼도 총리는 팬데믹 초기이던 2020년 3월부터 관저 문 앞에서 아침 도어스테핑을 시작했다. 장소만 도어스텝(문간)이었을 뿐 실제 내용은 공식 기자회견에 가까웠다. 두툼한 노트를 들고 나온 트뤼도 총리가 코로나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하고 온라인으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다 보면 30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트뤼도 총리는 2020년 3월 이후 110일 동안 80차례나 도어스텝 회견을 했다. 이는 코로나 극복 과정의 한 상징이 됐고, 그가 지난해 9월 조기 총선을 치르고 3연임을 하는 데 중요한 동인 중 하나가 됐다. 이에 비하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갈 길이 멀다. 고이즈미식 절제와 여운도 없고, 트뤼도식 성실함과도 거리가 멀다. 전략 부재에, 메시지는 뒤죽박죽이다.
물론 1년에 한두 번 하는 기자회견조차도 이 핑계 저 핑계 들어가며 안 하려고 한 전임자들에 비하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충격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보다 정치 문화가 후진적인 일본에서조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도어스테핑을 놓고 언제까지 “신선” 운운하면서 자기만족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참가에 의의’ 수준에서 벗어나 질적인 업그레이드를 서둘러야 할 때다.
우선 도어스테핑은 도어스테핑일 뿐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10위 경제대국이고 사회 각 분야가 급속히 다원화된 나라다. 대통령이 발걸음을 잠깐 멈춰 세우고, 불쑥 날아드는 질문에 일도양단으로 답할 수 있는 수준의 현안은 많지 않다. 이런 사실을 망각하면 ‘주 52시간제’와 같은 중대 현안을 대통령이 나서서 꼬이게 만드는 일들이 수시로 재연될 것이다. 단답형 도어스테핑은 그것대로 하되, 복잡한 현안을 다루는 고밀도 소통은 약식이 아닌 정식 기자회견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윤 대통령의 입이 향해야 할 ‘청중’은 야당도 아니고, 눈앞의 기자도 아니라는 것이다. 청중을 눈앞의 기자로 착각하면 “대통령은 처음이라… 어떻게 방법을 알려주시라” 같은 엉뚱한 답변이 나온다. 입이 야당을 향하면 “과거에 민변 출신들이 아주 뭐 도배를 하지 않았습니까”와 같은 문제 발언이 나온다. 청중이 국민이라고 생각했다면, ‘민변 도배’ 같은 짓을 하지 말라고 선거에서 소명을 부여받은 대통령의 입에서 과거 정권을 구실 삼아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하겠다는 말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의식해야 할 청중은 오직 국민뿐이다. 단 한순간도 카메라 너머 있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놓쳐선 안 된다. 그래야 도어스테핑이 심각한 정치적 리스크로 비화하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천광암 논설실장, 동아일보(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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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인사가 문제”라는 국민 여론
윤석열 대통령이 김승희 복지부, 박순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한다. 김 후보자는 20대 국회의원 시절 후원금으로 렌터카를 구입하는 등 부정 사용했다는 혐의로 중앙선관위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후보자는 “단순 회계 실수”라지만 여당 내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자에 대해서도 음주운전 이력 및 교수 시절 조교에 대한 갑질 의혹 등이 제기됐다.
새 정부 들어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았다. ‘남성·50대·서울대’ 편중에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를 중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통령실 인사·총무 라인을 비롯해 국가보훈처장, 국정원 기조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까지 검찰 출신을 기용해 ‘검찰 편중’이란 말이 나왔다.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둔 채 검찰 간부 인사를 실시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법 규정 위반이란 지적도 받았다. 경찰은 치안감 인사를 발표했다가 2시간 만에 새로 고쳐 발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밑도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도 잇따르고 있다. 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응답자들이 ‘잘못한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인사 문제’였다. 윤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 기자가 ‘남성 편중 인사’를 지적하자 박순애·김승희 두 여성 장관 후보자를 전격 지명했지만 두 사람은 제기된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9일로 인사청문 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이 끝나 청문회 없이도 대통령이 언제든 임명이 가능하다. 대통령실 측은 당분간 임명을 강행하지 않겠지만 청문회까지는 가보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인사 청문회는 언제 열릴지조차 기약이 없다. 교육·복지부 장관 모두 앞서 지명한 후보가 낙마한 곳이어서 윤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 후보마저 잃고 싶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내각 완성이 지연되고 국정 동력이 위축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인사가 가장 문제라는 국민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선일보(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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