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시험비행 무사고 완료는 '기적']
[마지막 시제기까지 비행 성공한 KF-21… ]
[“KF-21은 국민통합의 상징... 중·러·일 맞서는 핵심전력 될 것”]
[국산 초음속 전투기]
[전투기의 세대]
KF-21 시험비행 무사고 완료는 '기적'

전투기 개발은 시험 비행이 핵심이다. 보통 2000회 안팎 시행하는 시험 비행은 실패와 사고로 점철돼 있다. 미국은 1960년대 해·공군 공용 전폭기 F-111 개발에 착수했다. 가변익(날개 각도 변환) 기술 등을 넣어 설계했다. 그런데 해군은 항모에 실으려면 동체 길이가 짧아야 한다며 공군과 싸웠다. 당시 국방장관은 해·공군이 요구하는 길이의 중간으로 만들라고 했다. 시험 비행에서 추락을 반복하더니 공중 분해까지 됐다. 결국 공군만 쓰기로 하고 해군이 따로 만든 게 영화 ‘탑건’의 F-14 전투기다.
▶미국이 고속 요격기 F-104를 만들어 동맹국에 배치했다. 미국에서 시험 비행을 마쳤다. 그런데 유럽의 지형과 기후는 미국과 달랐다. 서독에서만 270여 대가 추락해 조종사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과부 제조기’ ‘비행하는 관’이란 별명이 붙었다. 미 스텔스 전투기 F-35는 시험 비행을 무려 10년 동안 9200회 이상 실시했다. 첨단 소프트웨어를 기체에 결합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시험 비행 때마다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잡아야 했다. 인도는 자체 개발한 경전투기의 시험 비행을 20년 가까이 했는데 아직도 불안해 얼마 전 추락도 했다.
▶우리 공군 시험 비행 대대장은 “신개발 전투기 시험 비행은 미완성 기체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운용 영역을 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위험과 한계를 일부러 설정하고 거기로 날아간다는 것이다. 전투기는 급상승, 급가속, 고속 회전 등을 견뎌야 한다. 미사일을 발사하다가 사고가 나기도 한다. 요즘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도 문제다. 지상에선 정상인데 공중에선 오류를 일으킨다. 최강 F-22 시제품은 조종사가 기절해 추락하기도 했다. 시험 비행에서 숨진 조종사는 셀 수도 없다. 중·러는 시험 비행 사고를 숨긴다.
▶시험 비행은 국가가 조종사 생명을 담보로 새로 개발한 전투기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다. 최고 조종사가 시험 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 F-16 시험 조종사는 미 공군 참모총장이 됐다. 주요국은 시험 비행 경력자를 공군 지휘부에 배치한다. 극한 상황 판단력과 기술 이해력 등을 두루 갖췄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제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이 마침내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 3년 반 동안 1600여 회 시험 비행을 무사고로 마쳤다. 전투기 개발에서 KF-21처럼 짧은 기간에, 아무 인명 피해 없이 시험 비행을 마친 사례는 찾기 어렵다. KF-21 시험 비행 조종사는 “속된 말로 ‘국뽕’을 느낀다”고 했다. 많은 국민이 그럴 것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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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제기까지 비행 성공한 KF-21…
[유용원의 군사세계]
순항 중인 한국형 전투기 개발
첫 한국형 전투기 KF-21의 마지막 시제기(試製機)인 6호기가 28일 오후 첫 비행에 성공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KF-21 1호기가 첫 비행에 성공한 이래 시제기 6대 모두 첫 비행에 성공하게 됐다.
KF-21 개발은 지난 2021년 4월 1호기가 롤아웃(출고)한 뒤 첫 비행 성공을 거쳐 초음속 돌파(올 1월), AESA(위상 배열) 레이더 탑재 시험(3월), 공대공(空對空) 무장 분리·발사(3~4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5월) 등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개발이 끝나는 2028년까지 시험 비행이 총 2000여 소티(비행 횟수) 예정돼 있는데 지금까지 250여 소티가 진행됐다. KF-21 사업 초기 해외의 어느 전투기 개발 유수 업체가 KF-21 개발 계획을 ‘기적에 기반한 개발 일정’이라고 할 만큼 실현 불가능한 무리한 계획으로 평가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연 없이 진행되자 많은 외신도 현재까지 개발한 경과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유럽 등 전투기 선진국들도 보통 신형 전투기 개발 착수 후 전력화까지 15년 이상이 걸렸기 때문에 KF-21이 계획대로 10년 안팎에 개발에 성공할 경우 선진국들보다 짧은 기간에 개발에 성공하는 것이 된다.

◇”5~6개월간 피 말리는 하루하루”
그동안 외형상 순조로웠지만 코로나 사태 등으로 위기일발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개발은 시간과 벌이는 싸움이어서 갈 길이 급한데 코로나라는 ‘복병’을 만나게 되면서 장비를 적기(適期)에 개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첫 비행 전 이뤄진 지상 활주 시험 때엔 조종사 비상 탈출 장치의 폭발물 카트리지가 필요했는데 폭발 위험물이라 일반 항공 화물 운송 허가가 나지 않는 품목이었다. 우크라이나전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19국이나 통과하는 운송 경로로 들여와야 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당시 5~6개월간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였다”고 말했다.
KF-21은 앞으로 1800여 회 추가 시험 비행을 통해 다양한 환경의 전투기 특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공중 급유, 외부 연료탱크 분리, 공대공 무장 발사 시험 등이 계획돼 있다. 특히 엔진 미작동 또는 실속(失速) 상황 등 위험도 높은 시험도 포함돼 있다. 오는 2026년까지 공대공 무장 능력을, 2028년까지는 공대지(空對地) 무장 능력을 갖추는 2단계 개발 계획을 통해 개발이 완료된다. KF-21은 외형은 F-22를 닮은 스텔스 형상이지만 내부 무장창 등 본격적 스텔스 능력은 없어 ‘절반의 스텔스기’라고 해왔다. 군 당국과 개발·제조 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는 지난해 스텔스기의 중요성과 무인기를 활용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멈티)의 등장,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6세대 전투기 개발 추세 등을 감안해 2040년대까지 단계적으로 KF-21 성능을 개량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함재기 등 파생형도 개발
이 계획에 따르면 KF-21은 2040년까지 무인 편대기 등과 합동 작전을 하는 유무인 복합 전투 비행 체계 능력 등을 확보하고, 2041년 이후엔 완전한 스텔스 능력과 국산 엔진을 갖춘 AI 기반 6세대 유무인 전투기로 ‘변신’할 수 있는 것으로 돼있다. KF-21은 군 당국이 검토 중인 한국형 항모에 탑재할 KF-21N 함재기형, 전자전 능력을 갖춘 전자 전기형 등 다양한 파생형 개발도 추진 중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재 국방부에서 항모와 관련된 추가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KF-21 함재기형 등 파생형 개발 계획은 관련 소요와 사업 추진 정책 등이 먼저 결정된 뒤 검토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F-21의 진정한 가치는 ‘한국형 독침 무기’들을 우리 마음대로 장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가 국산 미사일을 개발하더라도 공군 기존 주력기인 미국제 F-35 스텔스기나 F-15K 전투기에 장착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 등과 관련해 수백억원대를 미 정부와 업체에 지불해야 한다.
KF-21의 한국형 독침 무기로는 초음속 공대함(空對艦) 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미사일 상승 단계 요격미사일 등이 꼽힌다. 국산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은 유사시 KF-21에서 발사돼 중·러 등 주변 강국의 항공모함과 수상 함정 등을 격침할 수 있는 무기다. 마하 3(음속의 3배) 이상의 초고속으로 비행하고 수면 위로 낮게 날아갈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 미·러·중·일 강대국들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 체인저’ 극초음속 미사일은 지난 2020년 8월 정경두 당시 국방장관이 국방과학연구소 창립 50주년 기념식장에서 개발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해 공식화됐다.
◇폴란드 수출도 성사되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발사 직후 상승 단계에서 KF-21에서 발사한 고속 미사일(요격탄)로 요격하는 무기도 개발 중이다. 북 미사일을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면 미사일 파편이 우리 땅에 떨어져 생기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KF-21의 수출 가능성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KF-21 사업은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 형식으로 진행 중이지만, 인도네시아가 개발 분담금을 일부만 내 논란이 있는데 최근 폴란드가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폴란드 최대 국영 방산 업체인 PGZ 세바스찬 흐바웩 회장은 지난해 말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형 전투기) KF-21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으면 기쁠 것”이라며 “한국 측이 KF-21과 같은 새로운 세대 전투기 연구 개발 사업에 (폴란드가 일정 부분) 책임을 맡도록 한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KF-21 사업 참여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달 초 폴란드 수출 FA-50 경공격기 출고식 참석차 방한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도 KAI를 방문했을 때 KF-21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극복하며 계획대로 개발해 보람”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 인터뷰

“‘KF-21 개발 성공’이라는 목표 아래 원팀으로 함께 노력한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업체 등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KF-21 개발을 지휘·감독하고 있는 노지만 방위사업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사진>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KF-21 시제 6호기 첫 비행 성공에 따른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노 단장은 “그동안 코로나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가며 사업 이정표(마일스톤)를 계획대로 달성한 것에 성취감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KF-21 개발 성공 시 크게 4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첫째, 공군의 장기 운영 전투기를 대체함으로써 전력 공백을 방지할 수 있고, 둘째, 4.5세대 전투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게 됨으로써 첨단 항공기술 능력을 보유하는 것은 물론 5세대 이상 전투기 개발의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독자 전투기 플랫폼을 보유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제한됐던 국산 항공무장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의 국내 연구개발 확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넷째로는 방위산업 발전과 방산 수출로 연계가 돼 일자리 및 부가가치 창출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노 단장은 밝혔다.
노 단장은 “해외 협력업체의 임시 휴업 등으로 일정 지연이 발생해 기술적 협의 등을 위해 출장을 떠났지만 예상치 못한 격리를 당한 적도 있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현지 개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2주 계획으로 출장을 갔다가 6개월 만에 돌아오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코로나 기간 중 개발 애로 사항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기술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항시 존재하며 이는 연구개발의 숙명과 같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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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은 국민통합의 상징… 중·러·일 맞서는 핵심전력 될 것”
[유용원이 만난 사람]
KF-21 성공으로 이끈 류광수 한국항공우주산업 부문장

류광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은 지난 23일 조선일보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KF-21은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 인력의 피와 땀이 밴 결과물”이라며“우리의 안보 자산인 동시에 산업 자산,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첫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지난 19일 오후 33분간의 첫 비행에 성공했다. 2001년 한국형 전투기 개발 선언 이후 21년 4개월 만의 일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8 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에 진입하게 됐다. KF-21은 첨단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세계 최강 스텔스기 미 F-22 ‘랩터’를 닮아 일부 스텔스 성능을 갖춰 4.5세대 전투기, ‘미니 랩터’로 불린다. 최근 톰 크루즈가 주연한 전투기 영화 ‘탑건(Top Gun): 매버릭’이 흥행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KF-21 사업은 2026년까지 추진하는 1단계(공대공 능력) 개발에 8조1000억원, 2026~2028년 2단계(공대지 능력) 개발에 7000여 억원 등 총 8조8000여 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된다. 2032년까지의 120대 양산 비용 9조2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사업 비용은 18조원에 달해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무기 개발·도입 사업’으로 불려왔다. KF-21 개발을 이끌고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류광수(58) 부사장을 지난 23일 서울에서 만났다. 류 부사장은 “KF-21은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인력의 피와 땀이 배인 결과물”이라며 “우리의 안보자산인 동시에 산업자산, 신성장 동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첫비행 때 몹시 떨리지 않았나.
“그날 아침 왠지 모를 설레임을 안고 출근했는데 이륙시간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점점 커져갔다. 시험비행 조종사 안준현 소령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하여 격납고 맞은 편 건물내에서 초조하게 항공기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모습을 바라봤고, 마침내 하늘로 웅장하게 날아오르는 KF-21의 모습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월드컵의 열기로 가득 찼던 2002년 8월 첫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첫비행의 꿈을 이뤘고, 20년이 지난 2022년 7월 우리는 기적을 이뤘다. 이는 국내외 수많은 개발 엔지니어와 숙련된 생산인력의 피와 땀이 배인 결과물이다. 사업 초기 개발계획을 본 미 록히드 마틴사 기술지원 엔지니어들이 ‘Crazy(Success Oriented) Schedule Based on Miracles’ (모든 것의 성공에 기초한 기적을 전제로 한 스케쥴)라고 했던 말도 생각 났다. 전투기 개발 베테랑들인 자기들이 볼 때는 미친 계획이었는데 기적을 이뤄냈다는 반응이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탑건:매버릭’에 FA-18 슈퍼 호넷 등 전투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봤는지.
“재미있게 봤다. 특히 앞으로 KF-21을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함재기형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 ‘수퍼 호넷’ 등의 항모 캐터펄트 이착륙 장면 등을 유심히 봤다.”

류광수(왼쪽) KAI 부사장이 최근 첫 비행에 성공한 KF-21 국산 초음속 전투기 시제 1호기를 점검하고 있다. /KAI 제공
-KF-21이 ‘베이비 랩터’로 불리는데 세계 최강 F-22와 비교하면 어떠한가.
“정면에서 보면 정말 F-22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F-22는 처음부터 5세대 스텔스기로 설계, 개발됐기 때문에 KF-21과 비교하긴 어렵다. KF-21은 결국 무인 전투기와 함께 운용하는 유무인 복합 체계, 레이저 무장 등 6세대로 발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KF-21을 세계의 다른 신형 전투기들과 비교해 본다면.
“4세대와 5세대 전투기를 구분하는 가장 큰 성능은 스텔스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센서 적용, 초음속 순항 등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F-21은 개발 초기부터 4.5세대 항공기를 지향했고, 스텔스 기능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미래 성능적인 측면의 확장성을 고려해 설계 개발을 수행했다. KF-21이 다른 5세대 전투기와 비교했을 때 성능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현존하는 4.5세대 전투기와 견주어 봤을 때는 5세대에 가깝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랜딩기어를 내놓고 첫비행을 해 일각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첫비행의 경우 랜딩기어가 다시 들어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어느나라 어떤 전투기든 다 바퀴를 내놓고 비행한다. 미국 F-35 스텔스기, 일 X-2 기술실증기, 중 J-20 스텔기 등도 모두 그랬다. 단 한번의 예외가 있었다는데 미 보잉사 YF-23과 치열한 경쟁을 했던 록히드마틴의 YF-22가 우세를 점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바퀴를 집어넣고 비행한 경우가 있다. 우리도 이미 여러 차례 지상시험에서 랜딩기어 테스트에 모두 성공했기 때문에 내가 ‘과감하게 한번 랜딩기어 집어넣고 해보자’고 했는데 실무자들이 강력 반대해 접었다.(웃음)”
-앞으로 개발 완료까지 어떤 과정이 남아 있나.
“2026년 (1단계 개발) 사업 종료까지 약 2000여회의 비행시험이 계획돼 있다. 이번 첫비행은 고도 15000 피트(450), 속도 200노트(시속 370㎞)로 간단한 기동과 이착륙을 했지만, 앞으로 6대의 시제 항공기를 이용해 점차 고도, 속도 등을 늘려가며 항공기의 특성이 설계한 대로 돼있는지를 검증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항공기 성능의 최고점(최대속도, 최대 가속도, 최대 받음각 등) 검증과 무장발사 등을 하는데 우리 회사와 공군으로선 처음해보는 공중급유 테스트가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될 것 같다.”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됐다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나라가 항공산업에 뛰어든지가 이제 대략 40년이 지났다. 개발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술을 축적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과거 해외 선진업체에게 KF-X(KF-21의 종전 명칭) 개발비 견적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미국 두 회사가 각각 17조원과 10조원, 유럽 회사가 15조원을 개발비용으로 제안했었다. 만약 그때 자신이 없어 외국업체와 개발을 공동 진행했더라면 KF-21 개발비는 8조원대가 아니라 최소한 10조원에서 16조원까지 부담하면서 기술도 종속돼 국산 전투기로서의 역할을 못했을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아니라 업체 주도로 개발했다는 점도 KF-21의 특징인 것 같다.
“KF-21 개발에 있어 국책연구소 주도냐, 업체 주도 개발이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항공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군(공군)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자가 쓰기 편하도록 개발하는 것인데, 사업을 관리하는 방위사업청과 최종 사용자인 공군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해주었다.”
-첫 비행 후 4년간 개발을 완료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선진국 전투기 개발 사례와 비교하면 어떤 수준인가.
“KF-21은 진화적 개발 개념을 적용하여 개발하고 있는데 4년은 선진국들에 비해 상당히 짧은 수준이다. 첫비행서 양산까지 미 F-35는 9년, F-22는 6년, 프랑스 라팔은 15년, 유로파이터 타이푼은 9년이 각각 걸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1년3월 공사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한국형전투기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뒤 첫비행까지 21년4개월이나 걸렸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보수·진보 정권을 넘나들며 계속 추진돼온) KF-21은 국민통합의 상징이라고 본다. 또 우리의 안보자산인 동시에 산업자산, 신성장동력이기도 하다.”
-개발비의 20%를 분담하기로 한 인도네시아가 계속 분담금 납부를 미뤄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기술자 약 40명, 조종사 2명이 우리 회사에 와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등 인도네시아의 공동개발 의지는 강한 것으로 안다.”
-KF-21의 수출 가능성과 가격 경쟁력은.
“공정혁신을 통해 선행 준비시간 등 비용 절감요소를 지속적으로 발굴, 적용해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출 국가는 초기 T-50을 수출했던 나라들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집중하고, 대륙별, 국가별 전략을 수립해 시장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F-21 개발이 우리 국방과 항공산업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KF-21은 중·러·일 등 주변 강국의 최첨단 무기체계에 대응하는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항공산업 측면에서는 국내 400여개의 산·학·연 기관이 참여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대한민국 항공산업 전체를 동시에 발전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류광수
류광수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항공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1988년 삼성항공에 입사한 이래 35년간 국산 항공기 개발에 매진해온 베테랑 엔지니어다. KAI에서 첫 국산 초음속 훈련기 T-50 등 각종 항공기 개발에 참여했다. KAI 항공전자 체계 담당(상무보), 고정익 개발본부장(상무), KF-X 사업본부장(전무)을 거쳐 지난 2021년부터는 고정익 사업부문장(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조선일보(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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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초음속 전투기

‘22 대 198.’ 6·25전쟁 당시 한국과 북한이 보유했던 전투기 숫자다. 북한 전투기는 우리의 9배였다. 모두 소련에서 지원받은 실제 전투기였다. 반면 우리는 연락기와 훈련기여서 전투기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참전한 유엔군의 전투기 투입으로 제공권을 되찾으면서 불리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공군력이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실증 사례였다. 제대로 된 전투기 한 대도 없었던 한국이 19일 자체 생산한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6·25전쟁 발발 72년 만에 이룬 쾌거다.
▷우리나라는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8번째 국가가 됐다. 그러나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선언했지만 시작부터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회의적인 평가도 만만찮았다. 개발 선언부터 사업 타당성 결론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내부 논의가 정리되고 나니 외부에서 문제가 터졌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기로 했던 25개 핵심 기술 중 가장 중요한 AESA(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등 4개의 기술 이전을 거부한 것. 아무리 동맹이라도 최첨단 기술 이전만큼은 꺼리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결국 정부는 독자 개발에 나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와 700여 개 중소 협력업체가 힘을 합쳤다.
▷특히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지금까지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5개국뿐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AESA 레이더는 미국 F-35A 전투기에 탑재된 AESA 레이더와 비슷한 수준이고, 중국이나 러시아제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한다. KF-21은 북한 전투기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보다 먼저 보고, 먼저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동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 KF-21 개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KF-21의 주요 장비 등 전체 국산화율은 90%에 육박한다. KF-21 개발을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볼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국산 미사일을 개발해도 해외에서 들여온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해외 제조사의 까다로운 허가가 필요해서다. 그러나 국산 전투기 개발로 국산 미사일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방산 수출이 확대되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KF-21 개발은 무려 8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 사업이다. KF-21이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연관 효과가 기대된다.
-정연욱 논설위원, 동아일보(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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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의 세대
2차 세계 대전 때까지는 프로펠러 전투기가 대세였다. 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뒤엉켜 공중전을 벌이는 도그파이트(dog-fight)는 2차 대전 영화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2차 대전 끝 무렵 속도와 고도, 성능이 크게 향상된 제트 전투기가 처음 등장했다. 이를 1세대(제트) 전투기라고 한다. 미국과 소련의 1세대 전투기가 첫 공중전을 벌인 것이 6·25 때다. 미국이 다소 우세했다. 1950년대 중반 초음속에 레이더를 갖춘 2세대 전투기가 나왔다. 10여 년 후엔 미사일과 항공전자장비를 갖춘 3세대 전투기가 개발됐다. 육안과 기관총이 아닌 미사일과 레이더로 싸우는 시대가 된 것이다.

▶1970년대에 F-15, F-16 시리즈로 대표되는 4세대 전투기가 나왔다. 레이더·미사일의 정확도는 한층 높아지고 전투에 폭격 기능까지 갖춘 멀티 플레이어였다. F-15는 한때 ‘하늘의 제왕’으로 불렸다. 1980년대 들어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하는 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적외선 감시·추적 장치, 낮은 수준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4.5세대 전투기 기술이 개발됐다. 우리가 19일 첫 시행 비행에 성공한 KF-21 보라매도 4.5세대다.
▶2000년대 들어 완벽한 스텔스 기능과 고도의 레이더 탐지 능력을 갖춘 5세대 F-22가 등장했다. 뒤이어 F-35와 러시아의 SU-57, 중국의 J-20도 5세대라며 선을 보였다. 최근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 톰 크루즈는 4세대인 FA-18 수퍼 호넷을 몰고 적진을 타격하고, 구형 F-14를 탈취해 상대 5세대 전투기와 싸워 2대를 격추한다. 현실에선 있기 힘든 일이다.
▶5세대 F-22는 2007년 F-15 등 4세대 전투기와 벌인 모의 공중전에서 144대0의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4.5세대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F-22와 가상 대결에서 딱 한 번 이긴 적이 있다지만 F-22가 스텔스 기능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으면 질 리가 없었다. 전투기의 세대 차이는 체급이 다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차원이 다른 것으로 극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미국과 러시아·중국·영국·일본 등은 이제 6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공지능(AI)을 갖춰 여러 대의 무인기를 거느릴 수 있고 최첨단 레이저 무기도 탑재된다. 활동 범위가 우주와 가까운 지상 100㎞까지 확대될 거란 전망도 있다. 스타워즈에서나 볼 법한 전투기가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가 갈 길은 아직 멀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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