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만 누리는 만병통치 '야당 복']
[5년 반 만에 또 당명 바꾸는 국힘… 간판 교체보다 쇄신이 먼저]
[쏟아지는 이혜훈 의혹… 의원 윤리 강화 서둘러야 할 이유]
여권만 누리는 만병통치 '야당 복'
작년 '尹 로또' 맞은 與 "올해도 기대"
국힘 퇴행이 與 폭주·악재에 면죄부
보수 영입·흔들기로 30년 집권 플랜
국민은 언제 '똘똘한 야당 덕' 보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김민수·우재준·양향자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2026.01.08 /남강호 기자
얼마 전 여권 인사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신년 인사를 했다가 뜻밖의 답을 들었다. “‘새해 복’은 됐고 작년처럼 ‘야당 복’ 좀 대박 났으면 좋겠어요.” 야당의 퇴행과 헛발질이 계속 이어져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여권은 1년 전 ‘윤석열 로또’를 맞았다. 느닷없는 비상 계엄으로 윤 정권 스스로 무너진 것이다. 사법 리스크로 궁지에 몰렸던 이재명 대통령은 기사회생했다. 국민의힘은 찬탄과 반탄으로 갈라졌다. 대선에서 보수 통합도 무산됐다. 정권을 거저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기적이 올해도 일어나길 바라는 것이다.
요즘 국민의힘 행태를 보면 헛된 기대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멸한 윤의 망령을 부여잡고 아직도 집안싸움 중이다. 한동훈 당원 게시판 논란이 표면적 이유지만, 실상은 당권 암투다. 망한 집안에서 유산 다툼하는 격이다. 장동혁 대표의 탄핵 사과에만 5개월이 걸렸다. 유튜버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 탓이다. 중도 확장과 외부 연대는 말뿐이다. 새 인물도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은 20%대에 묶여 있다.
잇단 악재에 시달리던 여권엔 구세주나 다름없다. 민주당은 그동안 사법 리스크 방탄과 검찰·법원 길들이기용 입법 폭주로 역풍을 맞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은 폭등하고 물가·환율은 치솟았다. 통일교 의혹으로 장관이 물러났다. 원조 친문들은 인사 청탁을 하다 들켰다. 대통령 최측근 ‘현지 누나’ 이름까지 나왔다. 최근엔 김병기·강선우 공천 헌금 의혹이 터졌다. 정권이 휘청거릴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요지부동이다. 국힘과 더블 스코어 가까운 지지율 격차도 그대로다. 야당이 필리버스터와 장외 투쟁을 해도 눈 깜짝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잘못해도 야당이 더 못하니 겁날 게 없는 것이다. ‘못난 야당 덕’ ‘국힘표 면죄부’라고들 한다. 민주당엔 국힘이 언제든 쓸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인사도 여권 마음대로다. 비판 여론에도 대통령 변호인과 사시 동기 출신을 줄줄이 기용하고 있다.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갑질·투기·논문 의혹에도 지명 철회 의사가 없어 보인다. ‘국민 통합 인사’를 앞세우더니 “국힘 소속일 때 생긴 문제이니 국힘 책임”이라고 반박한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은 오히려 반등했다.
민주당에선 보수 인사 추가 영입설이 나온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까지 60대 이상 원로·중진급을 주로 영입했다면 앞으로는 50대 이하 ‘젊은 피’가 대상이라고 한다. “보수의 기반을 흔들고 2030 표심도 잡는 ‘30년 집권 계획’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제기됐던 ‘20년 집권론’에 10년을 추가한 것이다. 일본 자민당식 장기 집권 플랜이다.
여권의 바람대로 정권 교체에 나설 유능한 야당이 사라진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견제 세력이 없으면 여권은 아무 거리낌 없이 폭주할 것이다. 실정이나 비리도 겁내지 않게 된다. 여권엔 행운이지만 국민에겐 재앙이다. 야당이 안 바뀌면 여당도 변하지 않는다. 적대적 공생 체제로 가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탄핵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어게인’의 그림자를 털어내고 집안싸움부터 멈추는 게 급선무다. 메시지도 메신저도 싹 바꾸는 일대 쇄신과 당내 통합을 해야 한다. 외부 연대도 필요하다. 당명 변경은 부차적인 문제다.
야당을 향한 국민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국힘이 계속 변화를 거부한다면 철거 경고장이 날아들 것이다.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다툴 유산이나 당권도 사라질 것이다. 여당만 누리는 만병통치 ‘야당 복’ 대신 ‘똘똘한 야당 덕’을 언제나 볼 수 있을지 국민은 묻고 있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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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반 만에 또 당명 바꾸는 국힘… 간판 교체보다 쇄신이 먼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1.12 뉴스1
국민의힘이 다음 달 설 연휴 전까지 당명을 교체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장동혁 대표가 지난주 당명 개정을 거론한 데 대해 당원들에게 찬반을 물었더니 교체 의견이 우세했다고 한다. 이로써 미래통합당의 2020년 총선 참패 이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탄생한 국민의힘 당명은 5년 5개월 만에 사라진다. 1987년 체제 이후 민주자유당부터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을 거쳐 이제 8번째 새 이름을 갖게 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공천 헌금 의혹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 정체에서 벗어날 미동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름을 바꿔서라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어보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명 교체는 민심의 외면을 받는 원인을 뿌리부터 제거하는 과정의 일환이어야 설득력이 있다. 그 핵심은 시대착오적 불법 계엄을 저지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다.
쇄신의 알맹이는 건드리지 않은 채 껍데기만 바꾸는 방식이라면 얄팍한 눈속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장 대표는 계엄에 반쪽 사과한 다음 날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에 앞장선 인사들을 지도부에 앉혔다.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면서 당을 그 늪에 가두고, 외연을 확장하는 대신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그런 장 대표에게 팔을 걷어붙이고 제대로 된 쇄신을 요구하기보다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하며 안주하고 있다. 당이 어떻게 되든 의원직만 지키면 된다는 심산이 아닌지 묻게 된다.
이런 행태를 보이며 당명만 바꾼다고 그동안 등을 돌렸던 중도층이 갑자기 지지를 보낼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의 정체성과 보수의 가치를 구현할 당명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대로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린 채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끼친’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겠다는 말조차 없는 국민의힘이다. 그런 정당이 법치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지부터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식적인 요구마저 담아내지 못한다면 간판을 몇 번이고 갈아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동아일보(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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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이혜훈 의혹… 의원 윤리 강화 서둘러야 할 이유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12 뉴스1
국민의힘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두 아들의 사회복무요원(과거 공익근무요원) 복무와 관련한 특혜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복무 시점에 맞춰 집과 가까운 서울 강남 지역에 해당 복무지가 신설됐고, 이들이 ‘직주근접 요원 생활’의 편의를 누렸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자 측은 “세 아들 모두가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으며 불법·부당한 사항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 관련 의혹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19일 열릴 하루 청문회로 다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음성이 공개된 보좌진에 대한 ‘갑질’과 폭언 의혹에 이어 서울 서초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과정에서 ‘가점 뻥튀기’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 배우자는 인천국제공항 주변 땅 매입으로 6년 만에 약 3배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이러니 한국갤럽이 6∼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해 “적합하다”는 응답이 16%에 그친 거 아닌가.
이재명 정부가 신설한 기획예산처는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올해 728조 원으로 불어난 예산과 기금 등을 편성 운용 관리하는 핵심 중앙부처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사적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나라곳간을 관리할 중요한 직무를 공정하고 청렴하게 수행할 수 있을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실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사전에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는데도 지명을 강행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정계 은퇴를 촉구하며 파상 공세를 펴고 있다. 이 후보자가 2020년 총선 낙선으로 4선에 실패하기 전까지 3선 의원을 할 수 있게 공천해준 건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다. 제기된 의혹의 상당수가 당시 일어난 일이다. 의혹을 제기할수록 ‘누워서 침 뱉는 격’이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나.
정치인이 장관에 지명되면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의원 재직 중 의혹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일이 되풀이된다. 의원 재직 중 당과 국회 차원의 공직윤리 감시 체계가 느슨하다는 뜻이다. 이번 일을 의원 재산, 자녀 병역 등에 대해서는 실시간 수시 보고를 의무화해 공직자 윤리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휴먼 에러’나 ‘개인 일탈’로 덮거나 이 후보자 사퇴 여부 논란으로 끌날 일이 아니다.
-동아일보(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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