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형사사건 공개 확대.. ‘혐의 흘리기·낙인 찍기’ 악용 안 돼야] [검찰 티타임]

뚝섬 2022. 7. 25. 09:59

형사사건 공개 확대.. ‘혐의 흘리기·낙인 찍기’ 악용 안 돼야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이 만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을 개정해 오늘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형사사건 공개를 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공보관의 공보자료 배포를 통해서만 허용했으나 위원회를 폐지하고 차장검사 등의 ‘티타임’을 부활시키는 등 공개자와 공개 방식을 다양화했다.

조 전 장관이 만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막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조 전 장관에게 처음 적용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셀프 방탄 규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박근혜·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사에서는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방조(傍助)까지 하다가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를 향하기 시작하자 이 훈령으로 언론 취재를 제약함으로써 공정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이 너무 많이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피의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과의 공방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개를 점차 줄여가는 추세에 있었으나 박근혜·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에서 다시 급격히 늘었다.

 

국민의 알 권리는 권력자 수사의 경우 일반인 수사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장돼야 한다. 취재기자의 수사검사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차장검사급 이상의 티타임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검찰이 비공식적 브리핑을 피의자에게 불리한 사실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데 악용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그렇다. 선별적인 공개는 아예 공개를 금지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빚는다.

검찰은 이른바 ‘적폐 수사’ 과정에서 비공식 브리핑을 넘어 몰래 피의사실이 포함된 수사 정보를 흘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피의사실 공개는 그 자체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며 법원의 무죄 판결로도 지워지지 않는 낙인 효과를 갖는다.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되 형사사건 공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

 

-동아일보(22-07-25)-

________________

 

 

검찰 티타임

 

대형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은 철통 보안에 나선다. 과거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특히 그랬다. 중수부로 통하는 철문은 굳게 닫히고 검사들은 기자 전화를 아예 받지 않았다. 기자들은 한마디라도 들으려고 철문에 귀를 댔고, 조사실에서 눈가루처럼 부서져 나오는 쓰레기 행방을 쫓기도 했다. 그런 검찰 수사 상황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이른바 ‘검찰 티타임’이었다. 주로 수사 책임자가 정해진 시각에 기자들에게 수사 진행 과정을 설명하는 브리핑이다.

 

이 티타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5년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수사를 할 때였다. 수사에 큰 관심이 쏠리자 당시 안강민 중수부장이 정례화했다. 피의 사실 공표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그와 최대한 수사 상황을 끌어내야 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선문답이 오가고 스무고개가 펼쳐졌다.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이 화제가 되면서 일문일답이 그대로 신문 지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예민한 질문을 받으면 눈만 껌뻑거리는 그를 검찰 기자들은 ‘두꺼비’라 불렀다.

 

▶기자들은 그의 ‘화법(話法) 연구’에 들어갔다. “아직 보고받지 않았다” “글쎄”라는 답을 하면 맞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가 어느 날 오전 기자실에 내려와 커피를 절반쯤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아닌데 노태우씨가 오늘 오후 3시 출두합니다.” 기자실에선 난리가 났고, 며칠 뒤 노 전 대통령은 구속됐다. 당시 수사 검사였던 전직 검찰 간부는 “그건 준비한 깜짝 이벤트였다”고 했다.

 

▶티타임에선 그 나름대로 멋을 부린 은유적 표현도 등장했다. 기자들은 수사 진척도를 묻느라고 “수사가 몇 부 능선에 왔느냐”는 질문을 자주 한다. 1999년 ‘파업 유도 사건’ 수사 책임자는 그 질문에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있다”고 했다.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는 “지금 비행을 끝내고 랜딩 기어를 내리고 있다”고 했다.

 

티타임을 없앤 건 조국 전 법무장관이었다. 2019년 10월 검찰의 언론 접촉을 대폭 제한하는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만들면서다. 당시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수사받던 그가 자신의 사건 보도를 막기 위해 만든 ‘셀프 방탄 규정’이란 비판이 나왔다. 법무부가 새 규정을 만들어 25일부터 티타임을 재개하기로 했다.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오보 방지를 위해선 긍정적이다. 다만 검찰과 기자들의 ‘정보 비대칭’ 탓에 티타임이 종종 언론 플레이의 장으로 변질하기도 했던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최원규 사회부장, 조선일보(22-07-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