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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투성이의 임진각 트루먼 동상] ....

뚝섬 2022. 7. 26. 05:29

[거미줄투성이의 임진각 트루먼 동상]

[국가에 의한 대국민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가] 

[‘적폐’로 찍혔던 동맹의 상징]

 

 

 

거미줄투성이의 임진각 트루먼 동상

 

2022년 7월 23일 찾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 해리 트루먼 전 미국대통령 동상에 왕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있다./이하원 기자

 

정전(停戰)협정 체결 69주년을 앞둔 23일, 임진각의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동상을 찾아간 기자는 난감했다. 임진각 주변 어느 곳에도 트루먼 동상 안내판이 없었다. 곳곳에 ‘임진각 평화누리 안내도’라는 대형 입간판이 있었지만, 거기엔 트루먼 동상뿐만 아니라 미국군 참전비 표시도 없었다.

 

10여 분간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간신히 트루먼 동상을 발견했다. 그 순간 실망감이 먼저 들었다. 올해 서거 50주년을 맞은 트루먼의 동상은 오래전부터 변색이 진행된 듯 흉한 모습이었다. 왼쪽 무릎 안쪽엔 10㎝가량 칠이 벗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손과 두 다리 사이엔 왕거미들이 집을 짓고 있었다. 허리, 다리도 거미줄투성이였다. 김일성의 6·25 남침(南侵)이 시작되자 즉각 참전을 결정한 공로로 1975년 우리나라에 세워진 유일한 미국 대통령 동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2022년 7월 23일 찾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 해리 트루먼 전 미국대통령 동상. 무릎 안쪽의 칠이 벗겨지고 왕거미가 집을 짓고 있는 것이 보인다./이하원 기자

 

동상 뒤편의 미국군 참전 기념비도 상황이 비슷했다. 주변의 바닥에서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곳곳에 이끼가 끼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조심해야만 했다. 벤치는 앉기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했다. 최소한 수년 동안은 아무런 정비를 한 흔적이 없었다. 3만명이 넘는 미군 전사자와 참전 결정을 내린 트루먼이 한국에서는 잊힌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은 평화만 강조할 뿐, 그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한 미군 전사자들은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출간된 ‘해리 S. 트루먼-평범한 인간의 비범한 리더십’에서 한국의 이런 분위기를 지적했다. 강 교수는 6·25 참전을 결정한 트루먼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에서 한국인들의 운명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며 그를 대한민국의 대부(godfather)라고 불렀다.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전적으로 잊히고 말았으며 학문적으로도 주요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그의 분석은 역대 외교·안보 주요 책임자들의 평가와 맥을 같이한다. 6·25전쟁이 났을 때 공군참모총장이었던 김정렬 전 국무총리는 생전에 “미군의 참전은 사실상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미군 참전 결정이 당연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도 자서전에서 “6월 25일 밤 미국 지도부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어 신속한 파병이 이루어진 것을 나는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 10위권 국가로 도약한 한국에서는 6·25 때 미군의 활동이 잊히고 있지만, 미국은 다른 분위기다. 오는 27일 한국전쟁 참전 기념공원에서 6·25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린다. 워싱턴 DC의 명물이 된 베트남전 참전 기념비처럼 미군과 카투사(한국군 지원 부대) 전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조형물이 들어서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행사 참석을 통보한 직후에 코로나에 걸렸는데 음성 판정이 나오면 제막식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1952년 트루먼을 만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6·25전쟁 당시 미군 파병을 높이 평가하며 “서구 문명을 구했다”고 극찬했다. 처칠의 이 말이 과장일지는 모르나 트루먼의 결단이 대한민국을 구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트루먼의 동상이 거미들의 놀이터가 되게 하고, 미군 참전비를 이끼 속에 방치하면서 한미 동맹의 발전을 바라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 아닌가 싶다.

 

2022년 7월 23일 찾은 경기도 파주 임진각 해리 트루먼 전 미국대통령 동상. 바로 뒷편이 미국군 참전 기념비다./이하원 기자

 

-이하원 국제부장, 조선일보(2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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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의한 대국민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가

 

[朝鮮칼럼]

강제 북송·서해 공무원 피살
전 정부의 직권 남용이자 비인도적 범죄 행위
사건 관계자·후견 세력이 속죄나 반성 없이
합리화하는 태도 더 문제
 

 

지난 정부가 국민을 북한 손에 피살되도록 조력하거나 방치했던 두 사건으로 인해 국내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하나는 2019년 11월 귀순 의사를 밝힌, 헌법상 우리 국민인 탈북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 당국에 인도해 처형당하게 한 사건이다. 정부는 그들이 선상 집단 살해범이라 주장했으나 그것이 강제 북송을 합리화할 수는 없고, 더욱이 그들의 어선에선 흉기도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2020년 9월 북한 해역에서 표류 중인 어업 지도 공무원을 여러 시간 망원경 가시거리에 두고도 아무런 구조 노력 없이 방치해 사살당하게 한 사건이다. 구조대 투입까지는 기대할 수 없더라도 그 흔한 대북 전통문이나 해상 공용 무선통신 한번 시도하지 않았다.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는 이를 월북 사건으로 조작하려 했다. 

 

지난 2019년 11월 7일 경기 파주 판문점에서 촬영된 탈북어민 강제북송 당시 사진. 탈북 어민들이 북송되지 않기 위해 버티는 모습이 담겼다./통일부

 

국민 생명에 대한 가혹한 직권 남용과 직무 유기, 북한과 중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비인도적 대국민 범죄 행위, 선진국 같으면 정권 붕괴나 내각 총사퇴가 일어났을 만한 야만적 국가 행위가 백주에 이 나라에서 일어났다. 더욱이 두 사건 모두 국가 최고 권부의 지휘 아래 시행된 정황이 짙고, 군·경.공직자 수십 명이 자의로건 타의로건 관여된 사건이었다.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이런 행위는 아무리 그럴싸한 정치적·정책적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직간접으로 그에 관여한 공직자들도 적극 가담자건 소극적 순종자건 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런 부끄러운 사건의 은폐된 실체가 많은 증언과 증거로 밝혀지고 유엔, 외국 정부, 국제 인권 단체 등의 비판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사건 관계자와 후견 세력 중 속죄하거나 반성하는 이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흉악범’ ‘귀순 의사 부재’ ‘남북 관계’ ‘통치 행위’ 등 터무니없는 논리와 독설로 사건을 합리화하려는 목소리 일색이다. 어쩌다 이 나라가 이런 지경까지 왔을까. 우리나라가 비록 아직 선진국은 아니나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지난 5년 사이 국제사회의 손가락질을 받는 북한과 중국에 굴종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어울리더니 그들의 반문명 바이러스에 감염돼 영혼과 도덕성마저 그들과 동질화된 것일까.

 

이 두 사건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띈다. 첫째, 훗날 반드시 진실이 밝혀져 큰 스캔들로 부상하리라고 당시부터 다들 예상했던 사안이다. 2018년 12월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와 갈등까지 빚으면서 독도 동북방 200㎞ 대화퇴 어장으로 황급히 달려가 북한 어선 1척을 구조해 북측에 송환했다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둘째, 두 사건은 북한에 대해 응당 해야 할 요구도 거부도 한마디 못 한 채 그저 평양 눈치만 살피던 문재인 청와대의 말 못 할 속사정이 여실히 반영된 사안이다. 셋째, 두 사건과 관련된 한국 정부 중추부의 기괴한 판단과 행적은 어떤 비밀스러운 비공식 대북 소통 채널의 존재를 상정하지 않고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청와대 안보실을 주축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안보 정책 결정 구조상 이 사건들의 중심에는 항상 청와대가 있었지만, 국정원, 통일부, 국방부의 능동적 또는 수동적 협조와 묵인 없이 시행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 대북한 업무의 중책을 담당하는 통일부와 국정원이 그 과정에서 올바른 기능을 수행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 통일부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의 월북 조작에 협력했고,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서는 국정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한 역할 수행의 배경이 무엇이었건, 청와대의 의지나 지시가 휘하 부처의 일탈한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통일부와 국정원이 그간 보여 온 유화적 대북한 행태는 조직 논리의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북한의 환심을 사서 회담과 협력 사업 하나라도 더 챙겨야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는 통일부에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의연한 대북 정책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정원은 더 심각하다. 대북 정보 수집과 감시, 방첩을 본업으로 해야 할 정보기관이 일선에서 대북한 연락과 협상, 남북 정상회담까지 관여하느라 평양의 심기에 연연하다 보니, 본연의 대북 감시와 방첩 업무는 설 땅이 없다. 일부 기능을 타 부처로 이관하건 조직을 분할하건, 상충하는 대북 업무 기능은 차제에 철저히 상호 분리하고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이용준 前 외교부 북핵대사, 조선일보(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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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청와대, 귀순 어민 나포하기 전부터 北送 검토. 설마설마했던 의혹이 사실이었나.

 

-팔면봉, 조선일보(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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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로 찍혔던 동맹의 상징

 

[특파원 리포트] 

 

미 수도 워싱턴DC의 국립공원 ‘내셔널몰’엔 매년 방문객 400만명이 몰린다. 이 공원 한복판에 6·25전쟁 전사자들 이름을 새긴 화강암판 100개를 벽처럼 세우는 ‘추모의 벽’이 완성됐다. 높이 1m, 둘레 50m의 화강암판에 피 흘리며 전사한 한·미 양국군 4만3808명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다.

 

미국 워싱턴 DC 한국전쟁 참전 기념 공원에 있는 ‘추모의 벽’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화강암판 100여 개에 6·25전쟁에서 숨진 미군 3만6634명과 한국군 카투사 7174명 등 전사자 4만3808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는 27일(현지 시각) 제막식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이민석 특파원

 

추모의 벽은 문재인 정부 때 건립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도 추모의 벽을 ‘전(前) 정부 성과’ 정도로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문 정부가 당초 이 사업을 ‘적폐 사업’이라며 좌초시키려 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오는 27일 열리는 추모의 벽 제막식에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추모의 벽은 윌리엄 웨버 미 예비역 육군 대령이 처음 추진했다. 6·25전쟁 때 오른팔과 오른 다리를 잃은 그는 “미국 사회에 6·25전쟁을 알려야 한다”며 사업에 전념했다. 2016년 미 의회에서 건립 허가법이 통과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우리 정부도 사업 예산 50억원을 책정했다.

 

문 정부가 들어서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어느 민주당 의원은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보훈처는 경찰 인력까지 파견 받아 자체 감사를 시작했다. 결국 큰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결과는 ‘주의’ 조치에 그쳤다. 전 정권 사업에 적폐 낙인을 찍어 무기한 중단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대통령 말 한마디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문 대통령은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2022년까지 추모의 벽 건립을 마치겠다”고 했다. 적폐라고 내팽개치더니 정부 재정을 100% 투입하기로 하면서 사업을 서둘렀다. 무엇이 문 정부 생각을 바뀌게 했을까. 소식통들은 “‘하노이 노딜’ 이후 미국이 다시 움직이도록 설득하는 것이 시급했다”고 했다. ‘북한과 대화 재개’를 설득하기 위한 한·미 관계 개선용이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미 버지니아주 ‘장진호 전투 기념비’ 건립 사업에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예산을 편성했다. 그러나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예산 편성을 강력 반대해 사업 좌초 직전까지 갔다. 3년 뒤인 2017년 6월 문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의 첫째 일정으로 장진호 기념비를 방문했다. 청와대는 “‘혈맹(血盟)’ 강조로 이번 회담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보수 정권 사업엔 무조건 반대하고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6·25 전사자를 추모하는 기념비가 대북 대화를 위해 이용됐다는 건 아이러니다. 목숨 바쳐 북·중공군 침략을 막은 호국 영령에 대한 모독이다. 동맹의 상징이 정치적 이유로 휘둘리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조선일보(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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