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장관으로는 막중한 교육 과제들 감당키 어렵다]
[‘외고 폐지’도 오락가락, 박순애 체제론 교육개혁 어림없다]
박 장관으로는 막중한 교육 과제들 감당키 어렵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오른쪽)이 지난 2일 학제 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 발언 중 눈물을 흘리는 학부모의 손을 잡고 달래려 했지만 학부모가 손을 떨치고 있다./연합뉴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에 이어 외국어고 폐지도 사실상 백지화했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때 기자 브리핑에서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 쟁점에 관한 질문에 “자사고는 존치하고 외고는 폐지 또는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 뒤 외고와 학부모들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5일 “연말 고교 체제 개편 발표 때 검토 결과를 내놓겠다”고 뒤로 물러섰다.
신임 장관이 임명 한 달여 만에 자신이 밝힌 핵심 정책 두 가지를 다시 거둬들인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 지지율 폭락의 한 요인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여권에선 경질 주장도 나오는 실정이다. 박 장관에 대해선 지명 때부터 음주 운전 경력과 함께 비전문가 아니냐는 우려들이 있었다. 그 우려가 근거 없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박 장관의 실책은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 교육 정책엔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가 적지 않다. 하나의 문제를 해소시키려 들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다른 각도에서 튀어나온다. 교육 분야에서 오래 경력을 쌓은 장관이라도 막상 정책을 결정할 때면 다각도로 고민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 박 장관은 교육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도 의견 수렴 없이 입학 연령 하향과 외고 폐지라는 중요 정책을 불쑥 내놔 교육계를 뒤흔들었다.
장관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안쓰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은 고비를 극복하고 실적을 쌓아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관은 실전 연습을 통해 실력을 키워가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하루하루 정확한 판단으로 막중한 결정들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이 보기에 박 장관은 교육부장관으로서 엄중한 업무를 감당하기엔 힘에 벅차다는 인상을 준다. 앞으로도 결정해야 할 중요 정책이 많은데, 그때마다 교육부 조직을 이끌면서 정책을 관철시킬 역량이 있는지 불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이 정부가 꼭 이뤄내야 할 교육 과제들이 있다. 박 장관이 전면에 나설 경우 그것들에 추진력이 붙기 힘들 것이다. 본인으로선 괴로운 일이겠지만, 박 장관 스스로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조선일보(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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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폐지’도 오락가락, 박순애 체제론 교육개혁 어림없다
교육부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외국어고 폐지’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날 업무보고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한 살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공개한 지 나흘 만에 폐기를 시사한 데 이어 외고 폐지도 발표 일주일 만에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국민이 반대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 여론을 이유로 갓 발표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행태도 황당하다. 70년 넘게 유지돼온 학제를 바꾸려면 정책의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교한 추진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 그런데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마자 허둥대며 폐지 얘기를 꺼냈다. 특수목적고 존치는 정부의 국정 과제다. 하지만 특목고 중 유독 외고만 없앤다고 했다가 반발이 나오자 이번에도 별다른 해명이나 설득 노력도 없이 백기부터 든 것이다. 이렇게 쉽게 거둬들일 정책을 무슨 생각으로 불쑥 하겠다고 발표부터 한 건가.
이러니 애초에 교육부가 취학연령 하향 조정이든, 외고 폐지든 정책 이해도가 떨어지거나 그 필요성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박순애 장관은 행정학자이고 장상윤 차관은 국무조정실, 이상원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교육 문외한 3명이 교육부를 이끌고 있다. 박 장관의 정책보좌관에는 여당 원내대표의 보좌진 출신이 임명돼 실세의 ‘자리 챙겨주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 장관은 “외부자적 시각에서 교육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했지만 동의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업무보고 파문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은 교육 개혁의 동력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학령인구 급감과 산업 구조 변화에 대비하려면 교육과정 개편, 교사 정원 감축 및 교원 양성 체계 개편, 교육 재정 제도 개편, 입시제도 재설계 등 학제 개편 못지않게 이해 당사자들의 극렬한 반발이 불가피한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정책에 대한 전문성도 조심성도 의지도 없는 아마추어 리더십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동아일보(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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