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헤아린다”는 尹 정부, 뭐가 부족했는지부터 밝혀야]
[자기희생 없이 최고권력 쥔 尹의 함정]
“국민 뜻 헤아린다”는 尹 정부, 뭐가 부족했는지부터 밝혀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2.7.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석 달 만에 20%대로 떨어진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지율 하락에 대해 “별 의미 없다. 신경 안 쓴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대선 득표율의 절반까지 떨어지자 비로소 그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국정을 총괄하며 나라를 이끌어 가야 하는 대통령 입장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이 제각각 발표하는 지지율 추이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또 그래서도 안 된다. 나라가 가야 할 먼 장래를 보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되면 일시적인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대통령이 결단해서 밀어붙여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나라를 잘못 이끌고 있다는 여론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고, 그 같은 부정적 경향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라면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자신들이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 멈춰 서서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정 지지율은 벌써 몇 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두 군데가 아니라 거의 모든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지지율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은 정권이 잘못된 방향과 방식으로 국정을 이끌고 있다는 국민적 판단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이 어떤 점에 대해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헤아려 보고 고쳐나가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복귀하는 8일 이후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국민은 관심 깊게 지켜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의 혼선과 실책을 솔직히 인정하고 뭐가 부족했는지부터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돌아선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국정 쇄신의 단초가 마련된다. 대통령실과 내각에 대한 과감한 인적 쇄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여당의 집안 싸움에 대통령까지 끌려들어가는 모습은 더 이상 곤란하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야당에도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국민이 잘못됐다고 고개를 내저은 태도와 자세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해오던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말로만 국민 뜻을 헤아리겠다고 하고 예전과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선일보(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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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희생 없이 최고권력 쥔 尹의 함정
[박제균 칼럼]
윤 대통령엔 ‘비판적 지지’가 本流, “여리,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마”
‘대통령 권력 줬더니, 尹은 뭘 내놨나’ 이제라도 자기희생·헌신 보여야
윤석열 대통령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 ‘아니, 내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했다고 취임 석 달 만에 지지율이 임기 말에도 나오기 힘든 20%대인가. 안보 경제 민생 위기를 부른 것도, 누구처럼 국정농단 사태를 자초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외교·안보는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경제는 마차가 말을 끄는 전 정부의 정책을 경제논리에 맞게 정상화하고 있지 않은가. 막말로 내가 처음부터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고 이렇게 흔들 수 있나.’
국익을 증진하기는커녕 해치는 국정 운영을 하고도 지지율 40% 안팎을 유지한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하면 서운함은 배가할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그런 억울함과 서운함만이 있다면 전임자와 자신에 대한 지지의 속성 차이와 권력의 생리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이 상징하듯, 무비판적 팬덤이 본류(本流)다. 지지자들은 한국 사회의 보수 주류세력과 싸워온 문재인에게 자신을 투사(投射)하며 심리적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니 뭘 해도 지지율이 빠지지 않는다. 물론 정치인에게 무비판적 팬덤은 건강한 지지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지지 대상을 이재명으로 갈아탄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현상이 재연되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반면 윤 대통령에 대해선 비판적 지지가 본류다. 문재인-이재명으로 좌파 포퓰리즘 독재가 이어지면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두려움에 빠진 합리적 중도·보수층이 그 고리를 끊을 대표선수로 윤석열을 차출한 것이다. 대선 당시 그 역할을 맡기에 가장 적격이어서 그를 택한 것이지, 정권교체만 이룰 수 있다면 윤석열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었다. 그러니 문 정권 5년간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이니’에 질릴 대로 질린 중도·보수층은 윤 대통령에게 반대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여리는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마.”
애석하게도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대선 전부터 ‘검찰공화국’ 우려와 김건희 여사 주변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검찰 식구’와 학교 동문을 중용하고,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며, 김건희 여사 주변 문제가 아직도 툭툭 터져 나올 정도로 방치한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윤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회의감에 빠뜨리는 것이다.
국민은 치자(治者)에게 자신을 다스릴 권력을 주는 대신 권력자도 자신의 것을 내놓기를 바란다. 그것은 자기희생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자기희생 없이 정치 참여 선언 9개월여 만에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것이 윤 대통령 권력의 태생적 약점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크든 작든 자기희생과 헌신의 스토리가 있다. 김영삼 김대중은 민주화의 거인, 노무현은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분투한 ‘바보 노무현’의 신화가 있다. 이명박은 청계천을 복원해 시민에게 돌려줬다는 공적인 기여가, 박근혜는 부모를 모두 총격으로 잃은 희생의 시간이, 문재인은 인권변호사로 살아낸 시절이 있었다.
윤 대통령에겐 무슨 자기희생이 있었나. 사법시험 9수를 했다지만, 그 당시 수험생활을 9수까지 밀어줄 집안이 얼마나 됐을까. 박근혜 정권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됐다고는 하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전국적 지명도를 얻지 않았나. 문재인 정권에서 검찰총장이 된 뒤 산 권력과 맞붙은 건 자기희생이라기보다는 성공신화에 가깝다.
권력은 공짜가 아니다. 더구나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은. 그런데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양향자 의원의 표현대로 ‘인생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여, 윤석열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그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대선 기간 내내 노심초사하면서 대통령 권력을 쥐여 줬더니, 당신이 내놓은 건 뭔가.’
윤 대통령은 이제라도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기희생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자기 것, 자기와 가까운 사람을 손해 보는 것이다. 검찰을 더 차갑게 대하고, 친구와 동문을 더 멀리하며, 윤핵관이란 사람들에 더 엄격하고, 김건희 여사와 연결된 사람이나 사업과 매정하게 절연하며, 김 여사와 처가 식구들에게 더 단호하게 대응해 구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정 운영을 잘하면 언젠가 국민이 인정해 지지율도 반등할 거라고? 권력의 생리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박제균 논설주간, 동아일보(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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