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을 ‘등’으로 누가 바꿨나]
[등(等)의 마법]
[‘중’ 대신 ‘등’.. 민주당이 고친 법안 한 글자, 한동훈에 역공당했다]
[법으로 줄인 檢 수사권, 시행령으로 뒤집는 건 당당치 않다]
‘중’을 ‘등’으로 누가 바꿨나
한동훈 법무장관이 ‘검수완박법’에 대비한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자 검사들 사이에선 오히려 볼멘소리가 나온다. ‘초강력 시행령’으로 검수완박법을 완전히 무력화하길 원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한 장관이 민주당에 한 수 접어줬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및 시행규칙 페지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11/뉴스1
시행령 개정안을 통한 검수완박법 무력화 가능성은 사실 입법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4월 당시 검찰청법 개정안 원안에는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견을 수용해 최종안에서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수정했다. ‘중’을 ‘등’으로 바꿔 정부가 시행령(대통령령)으로 구체적인 수사 범위를 정할 여지를 남겨준 셈이다. 당시 ‘검수완박’에 강경하게 반대하던 검사들은 “차라리 법이 통과되는 게 낫다”고까지 했다. ‘등’의 의미를 넓게 해석해 수사 범위를 과거처럼 돌려놓는 ‘초강력 시행령’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주당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수완박’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당시에도 알고 있었다. 당시 민주당 내 강경파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우려를 쏟아냈다. 이수진 의원은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반면, 무엇 ‘등’이라고 하면 무엇 말고도 다른 것도 정할 수 있게 된다”고 수정안을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은 “(등은) 마치 6대 범죄가 아니라 7대 범죄, 8대 범죄, 9대 범죄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어 ‘중’으로 바꾼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중’을 ‘등’으로 바꾼 건 훗날 집권을 염두에 둔 것인지도 모른다.
법무부는 이번 시행령으로 수사 범위를 ‘9대 범죄’로 늘리는 따위의 초강수를 두지는 않았다. 나름 현실적 타협안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11일 한 장관은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며 “(민주당) 입법 과정을 감안해 그 취지를 최대한 살렸다”는 말을 4차례 반복했다. 그는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 사라지는 4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중 직권남용 같은 일부 죄목을 부패·경제범죄에 포함시키면서 문재인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나 ‘유엔 부패방지협약’에 근거한 내용이라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권익위원회도 직권남용을 ‘부패범죄’로 분류했다.
민주당도 개정안을 받아보고 속으론 안도했을 것 같다. 검수완박법의 완전 무력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시행령 쿠데타” “검찰 ‘밥그릇’만 챙긴다” 등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스스로 ‘중’을 ‘등’으로 바꿨고, 당시에 이미 예견했던 일을 지금 와서 마치 몰라서 당한 것처럼 다시 정쟁 소재로 삼는 게 한심하다.
-표태준 기자, 조선일보(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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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等)의 마법
여러 개 열거하다 그다음이 생각나지 않을 때 쓰는 말이 ‘기타 등등’이다. 기타(其他)는 그 밖의 다른 것, 등등(等等)은 그 밖의 것을 줄인 것을 뜻하니 기타 등등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 이외의 것들을 의미한다. 중요도에서 밀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어느 기타교실 학원장은 기타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세상 모든 악기는 ‘기타’와 ‘기타 등등’으로 나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뉴스1
▶ 그러나 법령(法令)에서의 ‘등’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간혹 손오공의 여의봉처럼 대상을 마구 늘리는 마법을 부린다. 2003년 금융 당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도 ‘등’을 활용한 것이었다. 당시 외환은행은 매각할 수 있는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지만 금융 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시행령 예외 조항의 ‘등’에 기대서 외환은행을 매각 대상에 밀어 넣었다. 당시 확대 해석이란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검찰 수사 대상을 상당 부분 원상 복구시키는 시행령을 11일 입법예고하자 민주당이 반발하고 있다. 법안에서 검찰 수사 대상을 공직자·선거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로 줄였는데 시행령에서 수사 범위를 늘린 것은 입법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런 논란이 생긴 것도 법안의 ‘등’ 자 때문이다.

▶법안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등’을 넣어 수사 범위를 시행령(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활용해 원래 공직자 범죄였던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을 부패 범죄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법안은 (중요 범죄 범위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며 “(오히려) 중요 범죄를 최소한으로 규정했다”고 했다. 법 취지대로 했다는 것이다.
▶누구 말이 맞는 걸까. 법률가들은 대부분 법무부가 맞는다고 했다. 법 문언상 방점이 ‘중요 범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있지, 부패·경제범죄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입법자 의사와 다르더라도 법 문언이 명백하면 문언대로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원래 이 조항은 법사위 통과 당시 ‘부패·경제범죄 중’이었는데, 여야 협의 과정에서 ‘중’이 ‘등’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민주당이 ‘등의 마법’을 무시하다 큰코를 다친 셈이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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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령으로 ‘檢 수사권’ 복구한 韓 법무 “꼼수 아니란 것, 언제든 국회 나가 설명.” 법사위 혈투 재개봉?
-팔면봉, 조선일보(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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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대신 ‘등’… 민주당이 고친 법안 한 글자, 한동훈에 역공당했다
법무부, 수사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입법예고
“부패·경제범죄 내에서 재분류”vs. “상위법 일탈한 ‘자의적 해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수완박 대응’ 취지로 발표한 대통령령(시행령) 개정안 내용의 핵심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늘렸다는데 방점이 있다. 검수완박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직접 수사 영역이 부패 범죄와 경제범죄로만 한정 되는데, 이른바 교집합적 성격을 갖고 있는 범죄의 성격을 ‘재정의’해서 부패·경제범죄의 영역 안으로 상당수 끌고 들어온 셈이다.
한 장관이 이러한 해석이 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근거에는 바로 검찰청법 개정안 내용 중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문구가 있다. 당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중'으로 통과됐던 개정안이 본회의 상정땐 '등'으로 바뀌었는데, 결국 이 조항이 민주당으로서는 법무부가 해석을 넓게할 수 있는 빌미를 주게 된 셈이다. 이에 당분간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적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위법(수사개시 규정)이 상위법(개정 검찰청법) 위반?
우선 하위법이 상위법을 일탈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번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 규정)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판단한다. 개정안이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등 2대 범죄로 줄여놓은 것을 반대로 확대한 것 자체가 상위법에 어긋난다고 본 것이다.
반면 법무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비롯한 다수의 상위법이 예시적 열거와 함께 구체적 내용을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규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개정 검찰청법 역시, 하위법령에서 중요 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됐다는 취지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 제12조 제5항을 예로 들었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예시) 등 법률이 정하는(하위법령 위임) 자에게는(위임대상)’라는 조문에 비춰보면, 형사소송법 제200조의6조 ‘변호인’이나 ‘법정대리인’ 등 상위법인 헌법이 열거하지 않은 대상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했다.
또 2019년 검찰청법 개정 당시, 국회에서 밝힌 수정 이유에도 명백히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외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구체적 타당성을 갖추도록 함’이라고 명시된 부분이다.
한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국회가 만든 법률이 그렇게 돼 있는건데 그 법률대로 하는 것을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한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법에도 맞지 않고 상식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등(等)’을 자의적으로 해석?... 민주당, 이미 인지했던 이슈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검수완박법의 법상 문제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그 중에서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는 자구에 천착해 대응 논리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검찰청법은 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되, ‘부패·경제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은 남겨놨다. 특히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이 ‘등’이 아닌 ‘중’이라는 표현을 고집해 의결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등으로 하게 되면 또 다른 범죄들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등’이 되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설명이 된다.
하지만 “이미 부패·경제범죄라고 법률에 명시해놓은 상태인데,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를 거스르고 무턱대고 수사범위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당시 최종적으로 ‘등’으로 결정됐다. 충분한 논의 없이 법 개정이 속사포로 진행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국민의힘과 막판 합의를 보면서 ‘등’으로 조율한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당시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하지만, ‘무엇 등’이라고 하면 무엇 말고 다른 것도 할 수 있게 된다”면서 법사위 처리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호소한 바 있다. 즉 다른 범죄를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걸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에서, 이제 와서 ‘법률 위반’을 주장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반면 법무부는 상위법상 ‘부패·경제범죄’의 개념과 범위를 필요한 한도 내에서 한정하고 특정하는 방법을 썼다는데서 정당성을 찾고 있다. 하나의 죄가 두 가지 이상의 범죄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그 본질적 성격에 따라 부패·경제범죄로 재분류한것이다.
일례로 부패재산몰수특례법에 규정된 전통적 부패범죄를 비롯해 직권남용 등 공무원 관련 범죄, 선거 관련 범죄, 범죄수익이나 자금세탁 관련 범죄도 부패범죄로 봐야 한다고 했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위반의 경우에도, 방위산업 범죄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이라는 경제산업적 관점에서 기술 유출을 통해 불법적 이득을 취하는, 경제범죄의 성격을 겸해서 갖고 있다는게 법무부의 해석이다.
법 개정 취지를 넘어선 지나친 해석이라는 지적에 한 장관은 “상위법 위임 범위 내에서 법 체계에 맞게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것에 불과하고 시행령으로 법률에 어긋나는 새로운 내용을 창출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법 기술자의 우회적 꼼수”라며 강력 반발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고, ‘등’이 아닌 ‘중’으로 하자고 호소했던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시행령 쿠데타를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국회는 헌법정신 수호를 위해 입법으로 불법행위를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선비즈=이미호 기자, 조선닷컴(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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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줄인 檢 수사권, 시행령으로 뒤집는 건 당당치 않다
법무부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2일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직자범죄였던 직권남용, 선거범죄였던 기부행위는 각각 부패범죄로 재분류됐다. 검찰의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마약 유통과 서민 갈취 폭력 조직은 경제범죄에 추가됐다. 다음 달 10일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시행되면 검찰은 부패와 경제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법무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법 개정 효력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법무부는 “현 규정은 복잡다기한 부패경제범죄를 포괄하지 못한다”고 법 개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주요 범죄로 제한한 것은 2년 전 검경 수사권 조정 때였다. 당시 검찰, 경찰과 협의를 거쳐 범죄 유형을 분류했고, 이후 국회 논의도 그걸 전제로 했다. 범죄 형태가 갑자기 달라진 것도 아닌데, 정권이 교체됐다고 범죄 분류 기준이 바뀌어야 하나.
특히 직권남용을 부패범죄로 편입한 것은 상식 밖이다. 현행 규정상 부패범죄는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 부정한 금품이 오간 범죄다. 공직자범죄는 공무원이 직무 수행 중에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금품 범죄가 아니다. 직권남용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때부터 남용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이 직권남용에 대한 수사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은 적폐청산과 같은 사정(司正)을 반복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권교체 일주일 전에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검수완박법은 내용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허점이 적지 않다. 수사가 끝나야 알 수 있는 뇌물 액수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미리 나눠 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약하는 국가형벌권의 주체와 범위에 관한 법령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법적 안정성이 보장된다. 검수완박법이 하자가 있다고 그걸 시행령으로 뒤집으면, 그 시행령은 얼마나 오래가겠나. 위헌 여부를 심사 중인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라도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동아일보(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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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완박법’에 시행령으로 검찰 수사권 대부분 복구시킨 법무부. 칼 많다고 싸움 잘하나.
-팔면봉, 조선일보(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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