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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빨리 낳으세요’] [‘모던 타임스’ 같은 2022년 식당 풍경]

뚝섬 2022. 8. 25. 07:20

[문해력과 리터러시]

[감기 빨리 낳으세요’]

[‘모던 타임스같은 2022 식당 풍경]

 

 

 

문해력과 리터러시

 

‘금일 심심한 사과를 드리면서 사흘간 무운을 빈다.’ 인터넷상에선 최근 문해력 논란을 불러일으킨 단어를 조합한 글짓기 놀이가 한창이다. 금일(今日)은 이 단어가 오늘이 아닌 금요일을 뜻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과제를 늦게 제출한 대학생의 사연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에는 ‘마음이 깊고 간절한’을 뜻하는 ‘심심(甚深)한’ 사과가 화제가 됐다. 한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사이트서 오류가 발생하자 이에 대해 주최 측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심심’을 맛이 밋밋하다거나 지루하다는 뜻으로 오독해 다시 항의가 빗발쳤다.

▷지난 광복절 ‘사흘 연휴’를 다룬 기사에는 일부 독자가 기사의 사실이 틀렸다며 비난하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3일을 뜻하는 우리말 ‘사흘’을 4일로 이해한 것이다. ‘무운을 빈다’는 지난해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에 의해 소환된 단어다.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의 대선 출마선언을 두고 이 전 대표가 ‘무운을 빈다’고 했더니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인 ‘무운(武運)’을 운이 없다는 ‘무운(無運)’으로 해석한 기사가 보도됐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한자를 모르면 그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요즘은 책을 읽지 않으니 문맥상으로 의미를 추론해 익히지도 못한다. 실제 교사들이 문해력이 낮은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수학 문제가 길어지면 이해하지 못하고, 영어를 한글로 바꿔 줘도 뜻을 모른다.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일까. 성인 880여 명을 대상으로 복약지도서 임대차계약서 등을 제시한 문해력 테스트를 했더니 평균 점수가 54점이었다는 조사도 있다.

 

청소년은 한자어가, 어르신들은 외국어가 낯설다. 남발되는 외국어는 문해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Pick up’(가져가는 곳) ‘Counter’(계산대) 등 한글 안내 없이 온통 영어만 쓰인 햄버거 매장이 ‘노(NO) 노인존’이라며 논란이 됐다. 번역 없이 영어를 그대로 옮긴 신기술 용어와 ‘최애템’(최고로 아끼는 아이템) ‘킹받네’(열받네)같이 영어와 한글을 섞은 신조어가 많이 쓰이는 것도 어르신들의 문해력을 떨어뜨린다.

▷젊은 세대는 말 그대로 문해력이, 노인 세대는 ‘디지털 리터러시(Literacy)’ 같은 이른바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문해력이 문제다. 고도의 압축 성장에 따른 세대 간 단절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에 따르면, 문해력 수준이 높을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뿐 아니라 건강 상태가 좋고, 지역사회 활동에 활발히 참여한다. 문해력은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는 자산인 셈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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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빨리 낳으세요 

 

지난 2013년 ‘경복궁 게장’ ‘경복궁 간장 게장’이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당시로는 낯선 ‘궁궐 야간 개장’ 소식을 접한 어린 세대가 개장(開場) 대신 ‘게장’을 입력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다. ‘요즘 애들이 이렇다’는 소문이 퍼지며 장난삼아 ‘경복궁 게장’을 입력하는 사람까지 덩달아 늘었다.

 

▶”자기야 아프지 말고, 빨리 낳아.” 여성 커뮤니티에는 남자 친구가 ‘낳아라(나아라)’ ‘이상한 냄세(냄새)’ ‘연애인(연예인)’ ‘안되(안돼)’ 식으로 맞춤법을 틀리게 쓴다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이른바남친 맞춤법걱정이다. 한 결혼 정보 회사가 미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인에게 정 떨어지는 순간’을 물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43.4%)’에 이어 ‘반복적으로 맞춤법을 틀릴 때’가 32.3%였다. 기념일을 잊었을 때, 시사 상식이 부족할 때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맞춤법 문제를 택한 응답자 성비는 여성 81.6%, 남성 18.4%였다.

 

▶한자를 몰라 벌어지는 일도 흔하다. 최근 한 업체가 사과문에 ‘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심각한 일에 심심하다고 쓰다니’ 같은 반응이 나왔다. 깊이, 간절하게 뜻의 ‘심심(甚深)하다 지루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자 문맹(文盲)이 낳은 일이다. 한자 교육을 제대로 안 받으니 한자어 까막눈이 늘어난다. ‘금일(今日)’을 ‘금요일’로, ‘무운(武運)을 빈다’를 ‘운이 따르지 않기를(無運) 빈다’로 오해하는 일도 벌어진다. 한 신입 사원은 이역만리(異域萬里)를 이억(二億)만리로 썼다가 한동안 놀림당했다. 

 

'감기 다 낳았어요?'는 '감기 다 나았어요?' 의 오류다. 인터넷에는 이런 글을 캡쳐해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일해라 절해라(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세요’ ‘에어컨 시래기(실외기)’로 시작해 ‘미모가 일치얼짱(일취월장)’ ‘삶과(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곱셈(꽃샘)추위’ ‘괴자(계좌)번호’…. ‘우리말 모욕’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심각한 것은 글을 읽고 나서 딴소리하는문해력문제다.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3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평균 266점보다 높았다. 16~24세 한국인은 4위였다. 이후 뚝뚝 떨어진다. 45세 이후 하위권, 55∼65세 최하위권이었다. 문해력은 원래 나이 들수록 떨어지는데, 유난히 낙폭이 컸다. 2017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성인 22% 960만명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실질적 문맹”이라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말과 생각의 깊이에 관여하는 책 읽기의 부족이라고 한다.

 

-박은주 에디터 에버그린콘텐츠부장, 조선일보(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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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타임스같은 2022 식당 풍경

 

[장강명의 사는 뭐길래] 

 

집에서 거의 밥을 지어 먹지 않는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샐러드를 사 와서 먹을 때도 있고,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기도 하고, 빵이나 과자로 대충 때우는 경우도 잦다. 물론 근처 식당에도 자주 간다. 프리랜서니까 정해진 식사 시간이 없어서, 배가 고프면 그때 집을 나선다. 점심을 밖에서 먹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 음식을 포장해 오기도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을 피해 음식점을 찾았다. 순댓국 집이든 파스타 가게든 오후 3시쯤 들어가면 한가하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시간대는 브레이크 타임이라며 문을 열지 않는 가게들이 생겼다. 지금 우리 집 근처 식당 중에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손님을 들이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처음에는 순진하게, 음식점들이 저녁 메뉴 준비를 더 철저히 하려고 쉬는 시간을 갖나 보다, 한국 요식 업계가 드디어 박리다매에서 고급화로 전략을 바꾸나 보지, 하고 멋대로 추측했다. 그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몸부림친 결과임을 나중에 알게 됐다. 많은 식당들이 주방에서 마지막 주문을 받는 마감 시간도 앞당겼다.

 

그 즈음부터 바뀐 식당 풍경이 한 가지 더 있다. 상당수 매장에서 한창 붐비는 시간대면 3분이 멀다 하고 이 소리가 울려 퍼진다. 딩동, 배달의 민족, 주문~. 딩동, 배달의 민족, 주문~. 쿠팡 이츠, 주문~. 요기요 주문, 요기요~. 너무 경쾌해서 그만큼 부자연스러운 빅브러더, 아니 ‘빅시스터’들의 목소리.

 

가만히 앉아서 밥을 먹는 나도 저 알림 소리에 은근히 마음이 급박해지는데,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들 기분은 어떨까 싶다. 그래도 사장들은 저 목소리를 반길까. 가끔 나는 저 ‘주문~’ 소리가 날 때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다들 하도 바쁜 나머지, 어떤 표정을 지을 여유조차 없는 듯하다.

 

며칠 전에는 점심에 토스트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도시락을 포장해 왔다. 토스트 가게와 도시락 가게의 점심시간 모습이 복사라도 한 것처럼 똑같았다. 고물가 시대에 비교적 저렴한 메뉴이다 보니 두 매장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배달 앱의 주문 알림 소리도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검은 헬멧을 쓴 배달 기사들이 수시로 들어왔다 나갔다.

 

두 매장 모두 일하는 사람은 두 명이었는데, 둘 다 주방에서 일했다. 두 사람 중 나이가 많은 쪽은 사장인 듯했다. 주문을 받는 종업원은 따로 없고, 매장 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에서 손님들이 직접 주문한 뒤 음식도 직접 받아가는 방식이었다. 주방에 있는 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손을 움직였다. 아무리 봐도 명이 해야 일을 명이 하고 있었다.

 

손님들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음식을 기다렸다. 토스트 가게에서 한 중년 여성이 주방 앞으로 가서 사장으로 보이는 이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한데요, 이 앞 도로에 잠깐 차를 대도 되나요? 고개를 든 사장은 멍한 표정이었다. 도로라든가 차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생각하는 같았다. 앞치마를 두른 사장은 한참 그런 얼굴로 서 있었다.

 

도시락 가게에서도 어느 젊은 여성이 망설이다 주방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 저기, 302번 아직 멀었나요? 아까부터 기다렸는데. 이번에도 사장으로 보이는 이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역시 잠시 한국어를 잊은 듯했다. 딩동, 배달의 민족, 주문~. 사장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 그거… 금방 나옵니다. 죄송합니다. 딩동, 배달의 민족, 주문~.

 

그날 포장한 도시락을 들고 집에 돌아가며 나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모던 타임스 장면을 떠올렸다. 채플린이 연기한 이름 없는 주인공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에 맞춰 쉼 없이 나사를 죈다. 그러다 재채기를 한 번 했을 뿐인데 그 속도를 놓치고 만다. 주인공은 결국 나사를 죄며 기계 장치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던 타임스’가 나온 지 80년이 넘었는데 어떤 일터의 풍경이 그대로라는 사실이 섬뜩했다. 도시락을 든 채 생각했다. 이게 한계라고, 사람이 이보다 더 바빠질 수는 없다고. 이대로 가다간 사람이 쓰러지거나 사고가 난다고. 사람이 너무 바빠지면 현재를 살피지도 미래를 대비하지도 못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 전체가 단계에 이른 같다고.

 

-장강명 소설가, 조선일보(2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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