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온다, 하루 숙박 500만원]
[hallyu]
[BTS 누른 BTS]
[BTS 번역계와 돌민정음]
BTS 온다, 하루 숙박 500만원
몇 해 전 가을, 뉴욕 퀸스의 시티 필드 인근 주차장에 텐트 100여 개가 들어섰다. 시티 필드는 명문 야구 구단인 뉴욕 메츠의 홈구장이다. 어떤 주민은 대단한 경기가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사실은 일주일 전부터 텐트가 들어섰는데, 월드스타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대개 이런 공연의 그라운드 입석은 선착순으로 채워진다. 북미권 최고 인기 가수인 저스틴 비버, 테일러 스위프트 공연장에서도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국내에선 밤샘을 하러 맨 먼저 도착하는 팬을 ‘총대’라고 부른다. 그가 늦게 온 팬들의 손목에 번호도 적어주고 출석 체크도 한다. 일부는 팀을 이뤄 호텔이나 찜질방을 찾지만, 안 되면 아스팔트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텐트를 친다. 공연이 임박하면 꼼짝없이 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줄 픽스’가 이뤄진다. 2001년 HOT가 잠실에서 공연할 때는 2월 차가운 날씨 속에 이불을 뒤집어쓴 학생 팬 300여 명이 일주일 밤샘을 했다.
▶방탄소년단이 10월 15일 부산에서 공연을 갖는다. 이들이 홍보 대사를 맡고 있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를 기원하는 무료 콘서트다. 장소가 부산 기장군에 있고, 예상 관객은 10만명이다. 그런데 이곳 숙소 가격이 상상을 초월할 만큼 폭등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극단적인 경우겠지만, 평소 2박에 30만원 하던 숙소가 1000만원을 호가한다고 했다.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10배쯤 올려 받는 곳도 있다는데, 그나마 매진이다.
▶”이날만 장사할 거냐” “부산엑스포를 망치려는 것이냐” 같은 격한 반응도 보인다. 인근 도시에서 자고 당일 버스를 대절하겠다는 팀들도 생겨났다. 부산시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숙박 문제에 덧붙여 교통 대란 우려도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교통편을 크게 증편하고, 관객들이 15분 이상 걸어야만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콘서트는 오후 6시에 시작되지만 이른 오전부터 관객을 들여보내 인파를 분산시키는 대책도 마련 중이다.
▶방탄소년단은 ‘세계 기록’을 여럿 갖고 있다. 2020년 온라인 콘서트는 107개 나라에서 75만6000명 관람했고,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도 등재됐다. 유튜브 최다 시청자 수, 24시간 이내 최고 뷰 달성 같은 기록도 있다. 10억뷰가 넘는 뮤직비디오만 예닐곱 개에 이른다. 코로나 없을 때 1년 누적 관람객이 수백만명에 이르렀다. 이제 10월 부산 공연에서 별로 달갑잖은 ‘숙박 바가지 기록’까지 세울까 씁쓸하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2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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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u

글로벌 돌풍을 일으키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난 오빠 없으면 안 돼”란 대사가 나온다. 이때 나오는 영어 자막이 “I need you, old man”이다. 나이 많은 ‘남사친’(남자사람 친구)을 old man으로 번역한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oppa(오빠)가 쓰일 것 같다.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이 최근 ‘오빠’ ‘한류(hallyu)’ 등 한국에서 비롯된 단어 26개를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 사전은 공식 블로그에 ‘대박(Daebak)! OED가 K-업데이트를 했다’는 글을 올렸다. K팝, K드라마, K뷰티 등 한국을 뜻하는 K를 앞에 붙인 것들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 관련 단어가 대거 업데이트됐다는 설명이다.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고 방탄소년단(BTS)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현상을 바탕으로 ‘한류’란 말도 올렸다.
▷새로 실린 단어들은 한국 대중문화의 공이 크다. ‘K드라마(K-drama)’는 ‘사랑의 불시착’ ‘킹덤’ 등 드라마 인기에 기인했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즐기는 ‘치맥(chimaek)’은 ‘별에서 온 그대’의 영향이다. 배우 전지현은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란 대사 한마디로 글로벌 치맥 열풍을 가져왔다. ‘먹방(mukbang)’은 2015년 국제 학술계에 소개됐다. 홍석경 서울대 교수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회인 IAMCR에 ‘mukbang’을 주제로 학술논문을 내면서다.
▷흔히 영어와 다른 언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어휘의 풍부함이라고 하지만 모든 언어에는 다른 언어보다 표현이 더 풍부한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빌 브라이슨의 ‘언어의 탄생’). 이번에 추가된 ‘언니(unni)’ ‘오빠(oppa)’ ‘누나(noona)’가 그렇다. 한국 드라마에 자주 나오고 K팝 스타들을 부르는 말이기도 한 이 어휘들은 한류의 글로벌 팬덤을 형성하는 동시에 정(情)이라는 한국만의 풍부한 정서를 담는다. ‘스킨십(skinship)’ ‘파이팅(fighting)’은 청춘들을 위로하는 BTS 노래들을 떠올리게 한다.
▷K팝(K-pop)이란 말은 1999년 한글날 빌보드 한국 특파원의 소개로 국제사회에 알려진 후 2016년 이 사전에 올랐다. 요즘엔 SNS와 유튜브를 통해 한류 콘텐츠가 쏜살같이 번역, 유통되는 시대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추억의 간식 ‘달고나(dalgona)’도, BTS의 지민·뷔·정국을 부르는 ‘막내(maknae)’도 조만간 글로벌 어휘로 뜰 가능성이 있다. 지금 세계인이 한류를 선망하고 있다. 한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기회다.
-김선미 논설위원, 동아일보(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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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누른 BTS

‘희망을 주는 특별한 퍼포먼스가 없을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서 나오는 ‘수어(手語) 안무’는 이런 고민에서 시작해 탄생됐다. “나나나나∼”란 흥겨운 후렴구에서 ‘즐겁다’ ‘춤추다’ ‘평화’란 뜻의 국제 수어들이 안무에 담겼다. 청각장애인들은 “BTS가 나에게 춤을 추라고 한다”며 기뻐하며 직접 따라 한 안무 영상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음악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보청기나 인공와우 기기를 사용해 음악을 즐긴다. 청력을 거의 잃으면 볼륨을 높여 진동의 길이와 세기를 통해서 음악을 느낀다. 이렇게 진동으로 음악을 즐긴다는 청각장애인이자 웹툰 작가인 라일라는 영국 록그룹 ‘퀸’의 팬임을 밝히기도 했다. 국내 청력장애인은 약 30만 명이고, 전 세계에는 청력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약 15억 명 있다. BTS가 이들에게 장애는 음악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손을 내민 것이다.
▷“춤추는 데 허락은 필요 없다”는 가사가 반복되는 이번 댄스곡은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의 우울한 기분을 끌어올리는 응원가와 같다. 이 곡은 19일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인 ‘핫 100’에 1위로 신규 진입했다. 앞서 7주 연속 1위를 유지했던 본인들의 ‘버터’와 정상에서 바통 터치했다. 이로써 BTS는 10개월 2주 만에 5곡이 정상을 차지한 기록도 썼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5곡을 정상에 올리는 데 걸린 기간(9개월 2주)보다 한 달 더 걸린 기록이다.
▷BTS의 고공 행진은 열성적인 팬덤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다. BTS와 팬클럽인 아미(ARMY)는 ‘사랑해’를 ‘보라해(I purple you)’란 은어로 바꿔 말한다. 무지개의 마지막 색인 보라색 뒤에는 다른 색이 없는 만큼 ‘변치 말고 사랑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다양한 인종의 아미들은 유튜브를 통해 함께 열광하고, 기부에도 적극적이다. BTS가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팬이 있기에 가능했다.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서는 다양한 직업, 인종, 세대의 출연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가 마지막에 함께 마스크를 벗고 춤을 춘다. 팬데믹에 지친 세계인들에게 언젠가 일상이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동시에 특정 인종을 향한 증오가 아닌 공존의 정신으로 위기를 넘기자는 뜻일 것이다.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에는 2022년 코로나가 종식되고 BTS 콘서트 개최를 알리는 내용도 담겼다. 잠시 설렌 팬도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발열 체크도, 인원 제한도, 거리 두기도 없는 ‘퍼미션 투 콘서트’가 현실화되기를 바라본다.
-황인찬 논설위원, 동아일보(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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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번역계와 돌민정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쓰던 사투리 유행어 ‘머선 129’(무슨 일이고)가 엊그제 갑자기 전 세계로 퍼졌다.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버터’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를 차지하자 BTS 리더 RM이 이 표현을 써서 ‘머선 129, 너무 감사하고 보고 싶습니다’라고 소감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를 BTS 번역계가 발 빠르게 영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해 각국 팬들에게 알렸다.

▶작년 말 BTS의 멤버 지민이 띄운 노래 ‘크리스마스 러브’에 등장하는 단어 ‘소복소복’을 놓고 해외 팬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반향이 일었다. BTS 번역계에서 ‘소복소복(sobok sobok)’은 ‘커다란 눈송이가 폭신한 눈침대를 만들며 소리 없이 땅에 쌓이는 것을 묘사하는 단어’라고 영어로 설명한 뒤 ‘falling falling’이라고 옮겼다. 그러자 “정말 사랑스러운 표현” “한국어는 감성이 풍부한 언어” “한국어를 너무 배우고 싶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BTS 번역계란 방탄소년단 팬들 중에 자청해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 계정에 BTS 노래 가사는 물론이고 그들의 말 한마디, 일정 하나하나까지 각국 언어로 번역해 올려주는 열정적인 팬 번역가들을 말한다. 이 BTS 번역계 덕에 BTS 팬들은 언어 장벽을 넘어 좋아하는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본다. 방탄소년단이 ‘칠첩반상을 드림’이라고 글을 띄웠더니 ‘칠첩반상’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 영어 번역이 바로 올라왔다. BTS 번역 트위터 계정 ‘둘셋’은 팔로어가 45만명, ‘클레어7’은 37만명이나 된다.
▶아이돌과 훈민정음을 합해 ‘돌민정음’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오빠(oppa), 언니(unnie), 막내(maknae) 같은 단어는 한류 팬들 사이에서 한국어 자체로 통용되는 돌민정음이다. 최근 맥도널드가 ‘BTS 메뉴’를 전 세계 40여 국가에 내놓으며 포장지에 한글로 ‘보라해’라고 인쇄했다. ‘보라해’는 BTS가 자신들의 상징색 ‘보라’에서 착안해 팬들에게 ‘사랑해’ 대신 ‘보라해’라고 말하면서 유행어가 된 ‘돌민정음’이다. 작년에 한 국내 업체가 ‘보라해’를 상표 등록하려다 BTS 팬들의 거센 항의로 출원을 취소했다.
▶1970~80년대에는 팝송 듣다 영어 공부했다는 청춘이 적지 않았다. 일본 만화에 빠져 일본어 배운 사람도 있다. 이제는 K팝이나 한류 드라마 덕에 한국어 배우겠다는 수요가 늘고 있다. BTS 번역계 같은 민간 외교관들이 그런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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