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택한 이재명 대표]
[‘文 적폐’ 제보가 많지 않다는데]
[눈보라 치는 산신각]
침묵 택한 이재명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월 1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처음 본 건 작년 9월 14일 ‘국민의힘-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였다. 당시 경기도지사이자 민주당 대선 후보군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예산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기자 브리핑을 자청했다. 그는 ‘기본 소득이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일각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지의 질문에 멈칫하더니 기자를 잠시 쳐다봤다. 그는 “뒤에 스케줄이 있다”는 보좌진 만류에도 기본 소득 공약에 대해 5분여간 설명했다. 브리핑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다소 껄끄러운 질문을 무시하기보다는 반대편을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기본 소득에 공감하지는 않지만, 일부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선을 거쳐 1년이 흐른 지금, 이재명 대표는 달라져 있었다. 이 대표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기본 소득을 주장하며 민주당 의원들에게 박수를 받은 그는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 질문을 패싱했다. 이 대표는 측근인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 의원의 구속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양곡관리법 등 정책 관련 질문들도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말없이 지나갔다. 기자들 반응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는 당대표 취임한 이래로 대부분 브리핑에서 노코멘트로 일관해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최근 측근들에게 브리핑 때 가급적 말을 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말실수를 줄이자는 취지일 것이다. 한편으론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내심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대선 기간을 거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을 수도 있다. ‘침묵이 금’이란 속담을 169석 거대 야당을 이끄는 당대표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28일 본회의에서 브리핑 없이 국회를 빠져나간 뒤 ‘민주당-제주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이동 중 차 안에서 자기 유튜브로 지지자들과 20여 분간 소통했다. 이 대표 옆에 있던 보좌진은 “연설 좋았다는 얘기 계속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실시간 대화 창엔 이 대표에 대한 응원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이 대표를 향한 비판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물론 기자들과의 브리핑은 의무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이 브리핑에 답을 하는 건 자기 생각과 다른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대변인들을 통해 전해지는 정제되고 다듬어진 발언에 가려진 이 대표의 진짜 생각은 뭔지 궁금해하는 이가 적지 않다. 출근길 ‘도어 스테핑(door stepping·약식 기자회견)’으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윤석열 대통령보다 말실수를 줄일 순 있겠지만, 이 대표 진짜 생각을 알고 싶어 하는 중도·보수층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주형식 기자, 조선일보(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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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적폐’ 제보가 많지 않다는데
사드 3불, 태양광 전모 아직 베일.. 前 정권 인사들, 상관·요직 있어
‘적폐 제보 꺼려진다’는 공무원들.. 인사 속도, 인선 내용 재점검해야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사드 3불’로 중국에 군사 주권을 내줄 때 반대하다 불이익을 당한 외교관이 있다. 정권이 바뀌고 “이제 흑막을 제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예상 외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인사를 보라. 장관급만 바뀌었지 문 정권의 외교 적폐에 가담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는데 무슨 제보를 하느냐”고 했다. 이름까지 말하며 “문 대통령 방중을 앞두고 중국 측 요구를 받아쓰다시피 한 사람들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좋은 자리를 얻지 않았느냐”고 했다. 섣불리 나섰다가 또 좌천당하기는 싫다는 것이다.
2018년 남북 군사 합의 당시 청와대와 국방부는 “군사훈련을 하지 못하는 서해 완충 수역 길이가 남북 각각 40㎞로 똑같다”고 했다. 북한에 양보한 게 없는 것처럼 자랑하듯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수역을 실제 측정해보니 남측 85㎞, 북측 50㎞로 우리가 35㎞를 더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정권은 왜 거짓말을 했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여당 의원실이 국방부에 ‘35㎞ 진실’에 대해 수차례 설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껏 분명한 보고가 없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그 상황에 대한 국방부 보고를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국방부 인사는 “문 정권 군인들이 곳곳에 있는데 자신이 추궁당할 수 있는 문제를 사실대로 보고하겠느냐”고 했다. 그런 상관이 있으면 하급자는 제보하기도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문 정권 적폐에 대한 제보가 예상보다 많지 않다”고 했다. 통상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의 내부 비리나 문제 등을 고발하거나 제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음해성도 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 용기를 내는 제보자도 적지 않다. 자기 죄는 자기가 가장 잘 안다. 문 정권 적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강행하면서 “이 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 친구를 당선시키려 한 울산시장 선거 공작,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전국적 태양광 비리,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마차가 말을 끈다는 소득 주도 성장, 20여 차례 실패한 부동산 정책, 매표에 가까운 세금 뿌리기, ‘가짜 일자리’ 사업 등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적폐는 나열하기도 숨이 차다. 그런데도 제보가 원활하지 않은 이유는 윤 정부의 인사 문제와 관련 있을 것이다. 인사가 늦어져 이전 상관이 그대로 있거나 전 정권의 황당 정책을 밀어붙였던 인사가 다시 발탁된다면 제보할 용기가 사그라질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때 공기업 낙하산 인사나 보은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편 ‘알박기’ 인사에 몰두했다. 차기 정권을 배려해 임기직 인사를 자제하던 관행은 무시했다. 문 정부 첫 환경장관이 구속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공공 부문 인사를 임기 전에 강제로 내보내선 안 된다는 법원 판결을 역이용하기까지 했다. “문 정부가 나랏빚뿐 아니라 알박기 인사까지 떠넘겼다”는 여당 중진 말이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전 정부 탓만 할 수도 없다. 교육부 장관은 공백 50여 일 만에 다시 내정됐다. 교육부 물갈이 인사가 제대로 됐을 리 없다. 장·차관 인사가 늦어진 부서일수록 ‘적폐 제보’도 드물다고 한다. 공무원 편 가르기, 줄 세우기를 하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왜 정권 교체를 선택했나. 공직 내부가 침묵하면 적폐는 드러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인사 속도와 인선 내용을 다시 점검하길 바란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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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치는 산신각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유명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전반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물이 임충(林冲)이다. 80만 병력 금위군(禁衛軍)의 우두머리 교관[敎頭]이던 그는 아내가 고위 관리의 아들에게 겁탈당한 뒤 끝내 자결하는 비운을 맞이한다. 그 관리의 음모에 말렸던 임충은 유배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관리는 시골에서 마구간과 건초를 돌보던 그의 목숨까지 넘본다. 몇 명의 킬러들을 유배지로 보내 그의 숙소에 불을 질러 죽이려 한다. 마침 임충은 술을 마시러 외출한다.
돌아와 숙소가 눈에 무너진 모습을 보자 임충은 조금 떨어진 곳의 산신각(山神閣)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때 킬러들이 숙소에 불을 질렀고, 임충은 방화 뒤 산신각으로 온 그들의 대화를 엿듣는다. 울화통이 터진 임충은 그들을 모두 살해한다. 소설 제 10회 ‘임충의 눈보라 몰아치는 산신각(林敎頭風雪山神廟)’이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눈 흩날리는 밤, 불타오르는 집, 번뜩이는 칼날, 파고드는 음모(陰謀), 복수와 살해 등의 요소가 긴장감 높게 펼쳐져 소설의 백미(白眉)로도 꼽힌다.
임충은 그로써 끝내 몸담고자 했던 왕법(王法)을 버리고 반란자들이 모인 양산박(梁山泊)으로 향한다. 정부의 핍박이 민간을 결국 반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는 중국의 사회 현상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중국 정치권 분위기는 늘 눈이 휘몰아치는 밤의 그 ‘산신각’을 닮는다. 권력 교체기마다 흑막에서 벌어지는 투쟁과 음모 때문이다. 엊그제는 공식 석상에 한동안 나타나지 않던 최고 권력자의 동정을 두고 쿠데타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그에 비해 근거 없는 말들이 소란만을 거듭 부르는 우리 정치는 이전 개그 코너 ‘봉숭아 학당’과 비슷하다. 둘 중에 어느 하나가 나을까. 밀려오는 경제 불안의 커다란 위기를 각자 어떻게 헤쳐 가는지 두고보면 알 일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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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뜨개질 모임도 수백만원 주던 ‘박원순 마을 공동체 사업’ 접기로. ‘산타클로스 예산’에 종지부.
-팔면봉, 조선일보(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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