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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울렁증과 작별하는 한국] [통역 없으면 쭈뼛쭈뼛… ] ....

뚝섬 2023. 4. 29. 06:12

[영어 울렁증과 작별하는 한국] 

[통역 없으면 쭈뼛쭈뼛… 대통령에겐 ‘영어선생’이 필요해]

['영어 울렁증' 60년… 우리는 이런 책으로 공부했다]

["영어의 밑천은 단어"… 50년 만에 돌아온 잔소리-안현필]

 

 

 

영어 울렁증과 작별하는 한국

 

한국인은 영어 울렁증이 심했다. 영어만 나오면 주눅이 들고 말문이 막힌다. 국제 행사에서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이들이 많았다. 한마디도 않고(silent) 어색하게 미소 짓다(smile) 존다고(sleep) 해서 ‘3S’라 불렸다. 국제 행사 구석 자리로 피해서 보면 일본인이 와 있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도 영어 기피증이 있었다.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영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How are you?”를 잘못 발음해 미국 대통령에게 “Who are you?”라고 묻는 결례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어를 쓰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제 회의 때 외국 정상들과 어울리는 것이 고역이었다. 정상들만의 의전 행사에도 수차례 불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통역에게 “저 사람이 내 말을 못 알아들으니 빨리 통역하라”고 하는데도 웃고만 있었다.

 

▶프린스턴대 박사인 이승만 전 대통령은 영어에 가장 능통했다. 배재학당 학생 때 외국 손님들 앞에서 영어 웅변을 했다.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 있으면서 혼자서 영어 사전을 썼다. 미 의회에서 한국 대통령 최초로 영어로 연설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개 연설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실전 영어로 정상들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늦게 영어를 배워 수시로 영어 연설을 했지만 미국 청중은 잘 못 알아들었다고 한다. 외국어 소질이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미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다.

 

▶국제 무대 영어 울렁증을 깬 건 한류 스타들이었다. BTS는 2018년 유엔 총회에 초대받아 각국 정상들 앞에서 연설했다. 유창한 영어로 “러브 마이셀프(Love myself)”를 외쳤다. 이는 블랙핑크와 에스파로 이어졌다. 배우 윤여정씨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순하면서도 쉬운 영어로 좌중을 쥐락펴락했다. 이제 우리 기업 CEO들도 국제 무대 영어 대화가 자연스럽다. 청년층은 유학을 가지 않아도 영어에 큰 문제가 없는 나라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좋은 발음뿐 아니라 적절한 농담과 즉석 발언까지 담겼다. 연설 전후 미 의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셀카를 찍었다. 정상 만찬에선 바이든 대통령 아들의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 노래도 불렀다. 한국 대통령이 미 의회와 백악관 행사에서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당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경제 발전의 결과일 것이다. 이젠 국제무대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던 한국인’의 시대와는 작별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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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없으면 쭈뼛쭈뼛… 대통령에겐 ‘영어선생’이 필요해

 

외교 무대에서 반복되는
대통령들의 영어 잔혹사 

 

역대 대통령들은 영어 실력에 따라 외교 무대에서 보인 모습도 달랐다. 왼쪽 사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0년 G20(주요 20국)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통역 없이 대화하는 모습. 오른쪽 위는 2018년 G20 회의 기념 촬영 전 무대에 선 문재인 전 대통령. 환담을 나누는 다른 해외 정상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1998년 미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귓속말을 나누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조선일보DB, 유튜브

 

“프레지던트 리(Lee)는 항상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하니 그와 이야기할 때 통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가진 한미 정상회담 도중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이 한국말 통역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오바마에게 답변했기 때문.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서 정상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조정,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굵직한 현안에 합의할 있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측 통역이 순차로 말하면 회담이 길어지고 딱딱해질 수 있는데 이 대통령이 오바마 발언을 통역 없이 알아듣고 영어로 농담을 주고받은 덕분에 원활하게 이뤄졌다”며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것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가진 ‘48초 회담’의 후폭풍이 거세다. 이례적으로 짧게 끝난 만남 자체보다 바이든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눈 직후 카메라에 잡힌 윤 대통령 욕설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미국까지 가서 바이든과 정식 회담이 아닌 인사 수준의 만남밖에 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더 심각한 참사라고 지적한다. 당시 회담이 동시 통역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정상이 발언할 있는 시간은 각각 10 안팎. 한국산 전기차를 미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핵심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당시 대통령이 직접 영어로 바이든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이고, 추가 회담을 요구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의 외교적 성과 이전에 해외 정상과 거리를 좁히고 친분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한 외교부 고위직 출신 인사는 “윤 대통령이 향후 해외 순방에서 좀 더 나은 성과를 얻으려면 외교 현장을 잘 아는 ‘영어 교사’를 시급히 구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영어 공부할걸대통령들의 영어 잔혹사

아쉽게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상당수가 유창한 영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빈약한 영어 실력 탓에 외교 무대에서 곤욕을 치른 경우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사이에 있었던 이른바 ‘후아유’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통령이 보좌진 조언에 따라 클린턴에게 ‘How are you(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하려 했는데 긴장한 나머지 ‘Who are you(누구세요)?’라고 말해 버린 . 그러자 클린턴이 “나는 힐러리 남편”이라며 재치 있는 농담으로 받아쳤지만 자칫 외교적 결례로 비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 망신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측 통역사 쪽으로 몸을 돌린 뒤 “그(문재인)는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 어서 통역해달라”고 했다. 자신의 영어를 이해하지 못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흠잡은 . 하지만 대통령은 트럼프가 자신의 영어 실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하는 도중에도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재임 기간 27차례 해외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도 영어 울렁증으로 고생했다. 대통령 취임 전 한 번도 미국을 가보지 못할 정도로 해외 경험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것. 노 대통령은 해외 순방길에서 “대통령 될 줄 알았다면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을 텐데…”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영어 공부에 깊은 열정을 보인 대통령도 있었다. 미 프린스턴대 박사 학위를 받은 해외파 이승만 대통령은 역대 한국 지도자 가장 영어에 능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 의회에서 대통령 신분으로 연설하고, 미국 지도부와 영어로 한반도 정세를 토론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48세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지만 미국인과 회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실력이 늘었다. 대통령 취임 후에는 참모진이 작성한 영어 연설문을 고치도록 수시로 지시할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그룹 재직 시절 세일즈맨으로 중동을 누비면서 실전 영어에 강해진 덕분에 외교 무대에서 영어를 가장 활용한 지도자로 꼽힌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통역 없이 지도자들과 영어로 환담하며 의장국으로서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따라 젊은 시절부터 해외 정상들과 교류하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를 익혔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 외국어 실력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해외 순방에서 영어·프랑스어로 연설했지만, 외교적 성과로는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어 연설 대신스몰 토크 집중해야

 

대통령들은 해외 순방 1~2개월 전부터 ‘영어 속성 과외’를 받아왔다. 영어에 능통한 외교부, 청와대 직원에게 집중 지도를 받으며 참모진이 작성한 영어 연설문을 암기하는 식이다. 실전 영어가 약하니 연설할 때나 상대 정상과 만날 때 써먹을 영어를 미리 원고로 만들어 달달 외우는 것. 순방 일정이 없으면 이런 영어 수업도 없다.

 

문제는 ‘암기 영어’로는 해외 정상들과 깊이 교류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 유럽 지도자들은 통상 국제 회의나 회담에서 상대 정상과 처음 만나 친분을 쌓은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협력 관계를 쌓는다. 유럽연합(EU) 주요 정상은 상대 정상의 성(姓)이나 직함 대신 이름(퍼스트 네임)을 부르기도 한다. 통역이 없는 자리에서도 영어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도자들은 해외 순방에서 참모가 써준 대로 읽고 식사만 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다른 정상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교관 출신인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국제정치학)는 “우리 대통령들은 미국을 방문할 때 영어 연설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매끄럽지 않은 발음으로 1시간 넘게 연설할 경우 역효과만 있다”며 “어려운 영어 연설에 집착하기보다 정상들과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스몰 토크’(일상을 주제로 가벼운 대화) 원활하게 있는 수준의 영어 익히기를 목표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내수용 대통령 이제 그만

 

대통령이 임기 중 단번에 영어 실력을 높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영어 실력을 키우는 일 못지않게 상대 정상의 호감을 얻을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참고할 만한 사례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다. 영어가 약했던 고이즈미 총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 앞에서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부르며 엘비스 춤을 흉내 냈다. 이후 급격히 가까워진 둘은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함께 타고 엘비스 생가를 방문했다. 미국 유학을 해 영어도 잘했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골프 마니아인 트럼프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18홀 골프 라운딩을 함께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세계 경제가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도 국내에서만 권력을 행사하는 ‘내수용 대통령에서 벗어나 해외 무대에서 한국을 적극적으로 세일즈할 있는 외교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최인준 기자, 조선일보(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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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울렁증' 60년… 우리는 이런 책으로 공부했다

 

50년대엔 안현필 '영어실력기초'
70~80년대 '성문' 등 문법 위주서 88올림픽 거치며 회화 강조
2000년 이후 스펙용 토익책 강세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주안점은 위안부 문제이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함의가 있다. 바로 '영어 공부'다. 미 의회에서 일제의 만행을 증언하기 위해 영어 회화를 배우는 나옥분 할머니의 집념이 폭넓은 공감을 자아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 대부분이 영어 공부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어서 아닐까. 한국인의 영어 공부법 변화를 시대별 베스트셀러 변천사로 살폈다.

◇'읽는 영어'에서 '말하는 영어'로

영어 학습법에도 유행이 있다. 7월 국내 출간돼 4만부 팔린 일본 영어 학습서 '영어는 3단어로'는 "원어민처럼 복잡하게 말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간단한 말로 의사소통에 주력하라"고 조언한다.
 

 

국내 영어 학습서 첫 베스트셀러는 1950년대 스타 강사 안현필의 '영어 실력 기초'다. 50년대 중반 출간돼 500만부 넘게 팔렸다.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줄줄 나올 때까지 암기하세요" 같은 시시콜콜한 '잔소리'를 곁들여 선생님이 옆에 붙어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주는 책. 이 밖에 '삼위일체' '영어 기초 오력일체' 등 안현필의 다른 저서들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안현필의 독주는 1967년 출간된 송성문의 '정통종합영어'(훗날 '성문종합영어')로 세대교체를 이룬다. '성문핵심영어'(1968) '성문기본영어'(1977) 등 성문 시리즈는 지금까지 1000만부 이상 판매됐다.

88올림픽은 한국인이 '읽는 영어'에서 벗어나 회화 공부에 주력하게 된 계기가 됐다. 출판평론가 한미화씨는 "올림픽을 치르고 해외여행 자유화 시대가 열리면서 그전까지는 외국인 만날 일이 없었던 사람들도 '입이 터지는 영어'를 필요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인기를 끌었던 '민병철 생활영어'는 정확한 발음에 중점을 뒀다.

◇90년대엔 학습법, 2000년대엔 토익

90년대 중반의 세계화 열풍과 맞물려 국내 영어 학습서 시장은 전기(轉機)를 맞는다. 딱딱한 참고서보다 개인의 영어 공부 체험이 담긴 에세이형 영어 학습법 안내서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그 선봉에 한호림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가 있었다. '오리 선생'이라는 캐릭터가 영어 단어 어원을 알려주는 형식의 이 책은 1993년 출간 이래 200만부 팔렸다. 이와 함께 조화유의 '이것이 미국 영어다' 등이 선풍적 인기를 끌자 교보문고는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영어 학습서도 포함시킨다. 그전까지 영어 학습서는 학습 참고서로 분류돼 '책' 취급을 받지 못했다.

영어 학습법 안내서의 인기는 1999년 출간돼 200만부 팔린 정찬용의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2001년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을 위한 SAT와 GRE용 단어집 '워드스마트'가 교보문고 종합 13위에 오른 이래 '해커스 토익'을 비롯한 토익 책이 거의 매년 종합 10위 안에 들며 영어 학습서 시장을 점령했다. 올해는 1월 출간돼 10만부가량 팔린 '영어 책 한 권 외워 봤니?', 4월 출간돼 5만8000부 나간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등 전통적 영어 학습법 책이 주목받긴 했지만 토익 책의 기세를 누르기엔 역부족이다. '해커스 토익' 시리즈는 2005년 이래 총 22종 누적 판매량이 1100만부 넘는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 김현정씨는 "영어 학습법 책은 보통 직장인이 구입하지만 토익 책은 구매자의 80%가 20대 초반 취업 준비생"이라면서 "입사지원서용 영어 점수 올리기에 급급한 요즘 청춘의 절박함을 반영한다"고 했다.

 

-곽아람 기자, 조선일보(17-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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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 밑천은 단어"… 50년 만에 돌아온 잔소리-안현필

 

1960~70년대 대표 영어참고서, 안현필 '영어실력기초' 새로 나와

1950년대 스타 영어강사 6·25전쟁때 입시학원 시작, 한 강좌에 1000명 넘게 몰려

영어참고서 시장을 휩쓸다 '삼위일체'·'오력일체' 등

학생들의 필수 참고서 출간 "한국영어교육 기초 다져"

 

80학번인 허성오(55) 한림대 의대 교수는 대입 예비고사 영어시험 만점을 받았다. 본고사 영어 점수도 우수해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무리 없이 합격했다. 미국 코넬대 유학 때도 토플과 GRE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그는 사교육 없이 탄탄한 영어 실력을 기를 수 있었던 비결을 책 한 권의 힘에서 찾는다. 안현필(1913~1999)의 '영어실력기초'다. "중2 때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한 이후 신(神)처럼 모시며 열 번 넘게 읽었다."

1960~1970년대 영어 참고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 개정판이 하리스코대영당에서 최근 나왔다. 1950년대 중반 첫 출간된 이래 500만부 넘게 팔린 책이다.

 

50년대 스타 영어강사

 

안현필은 1950년대 스타 강사였다. 제주 출신으로 13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배달 등을 하며 고학(苦學)해 명문 아오야마(靑山)학원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대학법과에 입학했더니 하루에 몇십 페이지씩 원서를 공부하게 되었는데 하루에 한두 페이지도 못 하다가 그만 '요놈의 돌대가리야!' 하고 한탄하며 걷어치우곤 하였습니다. 한 1년 동안 여러 영어 대가들이 좋다는 방법에 따라서 공부했었지요. 그래서 2년 동안 다니던 법과를 걷어치우고 영어 전공으로 방향 전환했지요."

 

안현필은 '영어실력기초' 서문에 자신이 영어 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일본 삿포로상고, 서울 경기고와 서울고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6·25 전쟁 중 대구에서 E.M.I라는 입시 학원을 개설했다. 전쟁이 끝나자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 근처에 학원을 열었고 이후 종로 2가로 이전했다.

 

그의 영어 강좌는 한 번에 1000명 넘는 학생이 수강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1950년대 중반 E.M.I에서 수학강사로 일한 이용태(83) 전 삼보컴퓨터 회장은 "안현필 선생은 입문서로 자기 책 '영어실력기초'를 사용하고, 상위 과정은 매일 프린트물을 만들어 나눠줬다"며 "전형적인 '선생님' 스타일로 꼼꼼한 데다가 항상 몸차림이 단정했다"고 말했다.

 

기초영어의 '엑기스'

 

'영어실력기초'와 함께 안현필의 대표적인 역작으로 꼽히는 책이 문법·독해·작문을 중시한 '삼위일체'. 이용태 회장은 "'삼위일체'는 안현필 선생의 저서라기보다는 일본에서 출간된 책을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저서 '영어기초오력일체'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1961년 중학교에 입학한 곽동훈(67·퇴직 교수)씨는 "당시 내 또래 학생들이면 안현필의 '삼위일체'나 '오력일체' 한 권쯤은 가지고 있었다. 송성문씨의 '정통종합영어(성문종합영어의 전신)'가 세대교체를 하기 전엔 영어참고서 시장은 안현필이 싹쓸이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영어 전문가들에게도 안현필은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생활영어'로 유명한 민병철(66) 민병철교육그룹회장은 "영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장구조 분석이다. 안현필의 영어는 그런 면에서 한국영어교육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외화번역가 이미도(55)씨는 "안현필 책은 기초영어의 엑기스"라면서 "나도 중학교 입학 무렵 안현필의 '삼위일체'로 기초를 잡았다"고 했다.

 

"외우고 반복하라" 잔소리

 

"나는 자고로 유명한 잔소리꾼으로서 한몫 보는 사람입니다."

 

'영어실력기초' 서문의 '주의 사항'은 이렇게 시작한다. 책을 읽는 내내 시시콜콜한 잔소리가 계속돼 마치 선생님이 옆에 붙어 있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안현필의 잔소리는 이렇게 이어진다. "일단 배운 것은 입에서 무의식적으로 줄줄 나올 때까지 암기하세요." "영어의 밑천은 단어입니다. 단어 공부를 70%, 문법 공부를 30%로 해야 합니다." 

 

안현필은 책에서 영어 격언을 즐겨 소개했다. 'Where there's a will, there's a way(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처럼 노력과 성공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가난에 우는 여러분에게'라는 글에서는 "'살아서 남에게 굴욕을 받기보다 차라리 분투 중에 쓰러짐을 택하라'는 의기로써 공부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허성오 한림대 교수는 "'앰비션(ambition·야망)'을 강조하는 글귀들이 많아 시골서 상경한 내게 '인생의 사다리라는 게 있구나' 하는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1970년대 후반 학원이 부도를 맞으면서 스타 강사 안현필의 시대는 저물었다. 그러나 그는 1984년 '안현필 건강연구소'를 세우며 '건강전도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정병우(66) 안현필건강연구소장은 "제독(除毒), 자연식, 운동을 강조하는 자립형 건강법인 '삼위일체 건강법'을 주창해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1995년 상반기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현황을 보면 안현필의 '삼위일체 장수법'이 종합 19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어에 이어 건강으로 다시 한 번 베스트셀러 저자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안현필은 1999년 86세로 세상을 떴다. 교통사고 후유증이었다.

 

-곽아람 기자, 조선일보(16-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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