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청와대 관광은 인기인데.. ] [좋은 ‘재상’ 얻으려면 ‘임금’부터.. ]

뚝섬 2022. 10. 10. 08:09

[청와대 관광은 인기인데 청와대 내준 대통령은 그 인기 못 누리는 까닭]

[좋은 ‘재상’ 얻으려면 ‘임금’부터 달라져야]

 

 

 

청와대 관광은 인기인데 청와대 내준 대통령은 그 인기 못 누리는 까닭

 

[강경희 칼럼]

태산도 옮길 듯한 기세
대통령실 이전으로 끝났나
내각 구성, 관저 입주 5개월씩 걸리니
소문에 발목 잡히고 중대 국정 조망 못받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개회선언 때 박수를 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5개월을 맞는다.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 5개월을 맞는 청와대 일대는 요즘 서울 시내에서 가장 북적이는 관광 명소가 됐다. 쇠락해가던 삼청동 일대 상권이 청와대 개방으로 하루가 다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1년간 경복궁 관람객 수가 108만명이었다는데 청와대 관람객은 5개월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활기 넘치는 삼청동을 걷다 보면 역대 대통령 누구도 실행하지 못한 일을 하고도 윤 대통령은 왜 청와대 개방의 호재를 별로 누리지 못할까 의문이 생긴다. 청와대 이전은 되레 윤 대통령 지지율에 마이너스 요인도 됐다. 사저에서 출근하면서 매일매일 동선이 드러나고 언론과 접촉점이 빈번하면서 온갖 사소한 실수가 노출돼 지지율을 갉아먹었다.

 

청와대 개방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은 수십년간 사용하던 진지를 버리고 허허벌판에 새 진지를 구축하겠다는 장수의 돌발 선언 같은 것이었다. 후속 승전보가 이어지면 기개와 용기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질 못하면 성급함과 전략 부족의 부정적 인상만 강해지는 역풍을 맞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정치에 소환된 윤 대통령이 태산도 옮길 듯한 기세로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실을 뚝딱 옮겼던 것처럼, 배우자와 반려 동물 데리고 관저에도 후딱 입주하고, 내각 구성도 시원시원하게 하고, 여당도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통 크게 끌어안고, 우물쭈물 않고 추상같은 기개로 법치 구현에 나섰다면 대범하고 추진력 강한 지도자 이미지가 초반에 자리 잡으면서 사소한 실수는 별로 부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활기 띠는 청와대 일대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적 이미지가 오버랩돼 반사 이익도 톡톡히 누렸을 것이다.

 

혹자는 21세기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다. 기술의 변화는 경제도, 정치 환경도 바꾸어놨다.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서 정제되지 않은 정보와 루머로 선전 선동이 훨씬 용이해졌다. 믿거나 말거나의 소음들로 왁자지껄한 속에 누군가 스피커를 틀어 덜 중요한 일을 심각하게 부각시키고 훨씬 중요한 일은 뒤로 묻히게 만들어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회 전체가 좌우 진영 대결로 과잉 정치화됐다. 정치판은 우리 편이기만 하면 마구잡이로 등판시켜 온갖 불량주, 잡주들이 넘쳐나는 주식시장 2 리그 비슷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게 되자 “지지율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주식시장 이상으로 변동성이 심해진 정치판의 본질을 직시하고 귀를 열고 전략을 가다듬어 반등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경영도 챙기지만 증시에서 주가 관리도 신경 쓰는 것처럼, 대통령도 이미지 관리, 평판 관리로 시장을 견인하는 ‘블루칩’이 되어야만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리고 궁극에는 총선에서 여소야대의 불리한 판세를 뒤집어 목표하는 국정을 향해 나아갈 수가 있다.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한 구도에서는 더더욱 대통령 지지율이 정책 추진의 단발 엔진일 밖에 없다.

 

경제 전문가들은 주가가 떨어지는 하나의 현상을 놓고도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과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으로 나누어서 분석한다. 체계적 위험이란 요즘처럼 경제 상황이 나빠져 주식시장이 다같이 주저앉는 걸 말한다. 개별 기업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위험이다. 그와 달리 개별 종목에 따라다니는 비체계적 위험은 여러 종목으로 분산 투자를 한다면 위험도를 낮출 수가 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혼밥에, 불통이라는 정치인으로는 약점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메이킹에 능한 참모진의 엄호 속에 열혈 팬 층을 두껍게 관리해 비체계적 위험을 낮췄고 지지율 방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건 온갖 정책 폭주로 그 진영 전체가 우리 사회의 체계적 위험을 높여 놨기 때문이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본인과 배우자의 개별 위험이 극도로 부각되는 비체계적 위험이 집중 상승해왔다.

 

국제 정세와 세계 경제 환경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밖에서 위기가 닥치면 우리 국민은 뭉쳐서 위기를 극복했다고들 하지만 달라진 정치 환경에서 그런 기적을 다시 기대하기는 힘들다. 외환위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각각 체계적·비체계적 위험을 지렛대 삼아 집권에 성공해본 경험을 가진 야당으로서는 초유의 위기가 닥쳐올수록 절호의 기회로 여길 것이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민심은 더 급속히 악화된다. 잔불이 산불되기 전에 대통령이 귀를 열고 본인과 주변의 추가 실점부터 막아야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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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상’ 얻으려면 ‘임금’부터 달라져야

 

[Monday DBR]

 

리더는 누구나 뛰어난 부하를 바란다. 안목이 탁월하고 업무 능력이 출중한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맡은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 조직의 발전을 이끌고, 리더의 부담까지 덜어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이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왕들은 어떻게 해야 자신을 훌륭히 보좌해 줄 신하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특히 좋은 재상(宰相)을 발탁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재상은 임금을 보좌하고, 백관을 통솔하며,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재상을 통해 세습군주제를 보완하고 유학의 이상을 실현한다는 거창한 명분을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재상이 똑똑하고 일을 잘해야 임금이 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는 조선시대 어지러운 정치를 휘두른 연산군(燕山君·재위 1494∼1506년)이라도 다르지 않았다. 1504년, 3년마다 열리는 과거시험인 식년시(式年試)에서 연산군은 중국의 곽광이 주공보다 못하다고 비교하며 ‘좋은 재상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주공은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중원을 통일한 주나라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인데, 조카인 성왕이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르자 섭정에 올라 온 정성을 다해 임금에게 헌신했고 사심 없이 나라를 다스렸다. 한나라의 정치가였던 곽광은 뛰어난 인물이긴 하나 황제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즉, 연산군은 임금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재상상(像)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었다. 임금에게 충성하고 임금의 말을 어기지 않으면서 동시에 일도 잘하는, 그런 재상을 뽑고 싶다는 얘기다.

 

이에 1504년 식년문과에 장원급제한 이자(李자·1480∼1533)의 대답은 이랬다. 이자는 “훌륭한 재상은 재상으로서 직분을 다해야 한다”면서 “재상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란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할 것인지 고민하는 마음가짐이고, 이를 정당화하고 올바르게 실천하려는 노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재상은 이 과정에서 자신이나 타인을 속이지 않고 진실해야 한다. 이를 잘하는 것이 곧 임금을 정성스럽게 섬기는 일이다. 이자는 그저 임금을 깍듯하게 모시거나 임금의 명령을 잘 따르는 것이 정답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자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다음부터다. 그는 “전하께서는 재상이 임금을 보좌하는 도리에 대해 하문하셨는데, 신은 재상을 임용하는 도리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라며 유교에서 유토피아로 일컬어지는 하-은-주 세 왕조를 능가하는 인재를 얻고 싶다면 세 왕조 이상 가는 도(道)를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로 좋은 재상을 얻고 싶거든 임금부터 달라져야 한다면서 연산군을 직격한 셈이다.

군주가 사사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고,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하며, 감정에 치우쳐 행동한다면 설령 주공 같은 재상이 있더라도 제 능력을 펼치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소인배들의 모함에 눈이 멀어 주공을 배척하고 간신을 충신이라 생각해 중용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우선 임금으로서의 직분과 책임부터 다하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자의 대답에는 오늘날에도 귀 기울여야 할 지점들이 있다. 탁월한 인재를 발탁해 스타로 만들고 싶은 리더가 있다면, 그 인재의 전문성이나 능력 외에도 그가 과연 자신의 직분을 완수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할 사람인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속이지 않는 사람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 리더에게 아첨하지 않고 리더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서슴없이 직언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리더 자신도 치열하게 노력하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리더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리더의 마음에 사심이 끼어 있는데 좋은 인재가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훌륭한 부하를 바란다면 자신이 먼저 훌륭해져야 한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54호(2022년 10월 1호)에 게재된 ‘좋은 재상 얻으려면 임금부터 달라져야’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정리=조윤경 기자, 동아일보(22-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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