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중국은 핵 위협에 안전할까] [北 7차 핵실험 주목하는.. ] ....

뚝섬 2022. 10. 11. 06:22

[중국은 핵 위협에 안전할까]

[北 7차 핵실험 주목하는 다섯 가지 이유]

[한중의 사드 ‘3不1限’ 갈등.. 본질은 북핵에 있다] 

['시 황제'와 게임 하는 法] 

[한·중 사드 협상]

 

 

 

중국은 핵 위협에 안전할까

 

[특파원 리포트] 

 

1969년 소련이 당시 국경 분쟁을 벌이던 중국에 대해 핵공격을 추진하자 베이징 등 중국 대도시에는 대규모 지하 방공 시설이 건설됐다. /중국 인터넷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언급한 이후, 전 세계가 핵전쟁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모스크바의 핵 위협에 대해 중국만큼 온 국민이 덜덜 떨었던 경우도 없었다.

 

그 증거는 베이징 천안문에서 2㎞ 떨어진 ‘베이징 지하도시’에 찾을 수 있다. 1960~70년대 베이징에 건설된 지하 방공(防空) 통로 일부를 전시장으로 개조한 시설이다. 코로나 때문에 관람이 중단된 상태지만 전시장 앞에는 “1960~70년대 첸먼(前門)거리 주민들은 땅을 파 집과 집이 이어진 지하도시를 만들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 안 적혀 있는 내용은 지하도시를 만든 이유다.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의 핵 위협이다.

 

1969년 중소 국경 지대에서 양국 국경 수비대 간 국지전이 벌어졌다. 장갑차, 대포, 기관총 등 중화기가 동원된 전투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소련 군부는 핵미사일을 이용해 중국 미사일 기지와 동부 산업 거점을 공격하자고 주장했다. 중국은 전시 체제에 돌입했고 군에는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다. 마오쩌둥 등 지도부는 지방으로 분산 대피했다. 중국은 핵보유국이었지만 모스크바를 타격할 미사일이 없었다. 마오쩌둥은 “굴을 깊이 파고, 곡식을 많이 저장하고, 패권(覇權)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렸다.

 

베이징 지하도시도 이때 건설됐다. 10여m 깊이의 굴을 파는 데 하루 최대 30만명이 동원됐다. 당시 공사에 참여했던 루이훙씨는 “낮에는 직장에서 방공호를 파고, 집에 돌아와서는 동네 방공호를 팠다”고 했다. 미국 닉슨 정부가 소련을 압박하고 중소 회담이 시작되면서 핵 공포는 누그러졌지만 방공호 파기는 10년간 계속됐다.

 

50여 년 지나 우크라이나에서 고전 중인 러시아가 다시 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외교관들은 유럽 측 인사들에게 “러시아가 핵 공격을 하면 중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론적 입장일 뿐 시진핑 주석은 ‘공동의 적’인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기운 듯 보인다. 올 들어 중국이 지난해의 3배 가까운 러시아산 가스를 수입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이 러시아로 기울고 북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줄자 냉전의 냄새를 맡은 북한은 핵무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선제 핵 사용 방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을 탓하며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중국은 북중 간의 큰 국력 차만큼 북한 핵미사일이 베이징으로 향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감에 차 있는 것 같다. 하지만 1969년 중소 핵 위기가 보여주듯 폐쇄적 국가의 핵이 어디로 향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예측 가능한 것도 있다. 중국이 북핵을 더 수수방관한다면 한국·일본 등 주변국의 핵무장론은 다시 커질 것이다. 그건 중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지 않나.

 

8일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 지하도시’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1969년 소련이 중국에 대해 핵공격을 추진했을 당시 건설된 지하 방공(防空) 통로 일부를 전시장으로 개조한 시설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조선일보(22-10-11)-

_______________ 

 

 

北 7차 핵실험 주목하는 다섯 가지 이유

 

 

북한이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carry out a string of ballistic missile launches) 있는 가운데, 7차 핵실험 가능성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be on full alert). 이와 관련,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피터 휴시 선임연구원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된 ‘ 북한의 다음 핵실험(nuclear test) 문제되는 걸까’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다섯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핵 능력 증진(advances in its nuclear capabilities)은 김정은이 응징을 받지 않고 행동할(act with impunity)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주게 된다(heighten his confidence). 핵무기를 방패 삼아(utilize his nuclear arms as a shield) 불량국가 행위를 마음 놓고 자행할(commit rogue state actions with mind at ease) 수 있다.

 

둘째, 기술적 자원으로 외화벌이의 원천이 된다(serve as a technological resource and source of foreign exchange earnings). 핵ㆍ탄도미사일 기술 향상을 원하는 이란과 파키스탄 같은 다른 핵 보유국들이 수입원이 된다.

 

셋째, 마약 거래와 화폐 위조(drug sales and counterfeiting) 등 해외 범죄 사업에서 달러 같은 국제 통화를 확보하는 데(secure its hard currency from overseas criminal enterprises) 핵 위협은 누구의 간섭 의사도 꺾을(disincentivize anyone from interfering)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넷째, 러시아와 이란에 핵무기를 공급하는 대신 러시아로부터는 핵폭발 이용 전자기파(EMPㆍelectromagnetic pulse) 공격 방법 등 첨단 핵기술과 초정밀 미사일 제조법, 이란으로부터는 원유와 달러를 들여올 수 있다.

 

다섯째, 미국과 동맹국들을 한반도에 사로잡혀 있게(keep them preoccupied in the Korean Peninsula) 함으로써 중국의 주문을 이행할(do China’s bidding) 수 있다. 북한이 계속 무력 위협을 가하면(incessantly rattle its saber) 대만 보호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게 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더 정교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한편, 한ㆍ미ㆍ일 모두 꼼짝 못 하게 하는(immobilize them all) 핵폭발 전자기파 공격도 도모할 수 있다. 또 소형 핵장치, 해상발사 탄도미사일(sea-launched ballistic missile)용 핵무기 실험을 진전시켜 선제 핵 공격을 당하더라도 제2격 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이 있음을 과시해 정권 생존 가능성(regime’s survivability)을 높이려 들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을 교란하는 편법으로 북한, 이란, 이라크, 리비아 불량 국가들에 무기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반도를 시작으로 미국 영향력을 약화시키고(wear it down) 미군을 축출하려 한다. 그렇게 인도ㆍ서태평양 지역이 중국 입김을 받게 되면 약 50억 인구와 60조달러(약 8경 5500조 원) GDP가 중국 패권 지배 아래 들어가게 된다(fall under Chinese hegemonic control).”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2-10-11)-

______________

 

 

한중의 사드 ‘3不1限’ 갈등… 본질은 북핵에 있다

 

사드 ‘이익 침해’라는 中, 韓에는 생존 문제
北위협 고도화될수록 사드 선택지 명확해져
中 북핵 역할 해야, 한중 협의공간도 생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다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에 노출되고 있다. 8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은 다시 사드 문제의 ‘적절한 처리’를 언급하고 나섰고, 한국은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것으로 제3국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안보 이익 침해를 계속 제기하면서 미국 전략자산의 한국 추가 유입 억제와 종국적으로는 사드 철수를 목표로 한국을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실 2017년 10월 31일 한중의 사드 합의는 공동합의문 작성도 없이 각자 협의 결과를 발표할 만큼 ‘미완성 봉인’이었다. 중국은 사드 추가 배치 불가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동맹 불가 등의 소위 사드 ‘3불(不)’을 한국이 합의(agreement)했다고 외교부 홈페이지에 기술하고 있으나, 한국은 중국의 입장에 유의(take a note)했다고 밝혀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상호 간 공감대는 물론 문서도 없는 전 정부의 일을 현 정부가 지키라는 중국의 주장은 사실상의 내정 간섭이다.

사드 합의는 몇 가지 점에서 단추를 잘못 끼웠다. 우선 주한미군 기지에 설치된, 미군이 운영하는, 미군의 무기인 사드에 관한 합의를 한중이 논의한 이상한 논의였다. 결정적으론 사드 배치가 미국의 중국 견제용이든, 한국의 북핵 위협 대비용이든 모두 북한의 핵 개발과 보유, 미사일 고도화 때문임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 이익과 핵심 이익을 파괴하는 행위로 반발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생존’ 문제임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여기에 북핵은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라며 가해자인 북한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본질 문제인 비핵화 논의가 진전이 없으면 한중이 공감대를 갖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외교장관 회담이 끝나자 중국은 갑자기 사드 운용 범위 제한을 뜻하는 ‘1한(限)’을 추가해 들고나왔다. 중국 내에서의 논의를 마치 한중 간의 협의처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을 본격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다. 사드는 상대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기능하는 방어용 무기이므로 레이더 감시가 필수인데 이 레이더의 탐측 운용 범위를 북쪽으로만 제한하라는 요구다. 이 역시 본질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관계가 있는 것이며,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 가운데 위협이 증대된다면 한국의 선택지가 많지 않음을 중국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답보 상태인 비핵화 논의 진전을 위해 비핵화 논의 시작과 함께 사실상의 개발원조 경제협력을 진행하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김여정을 통해 거칠게 이 구상을 거부했다. 특히 ‘비핵화’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핵을 ‘국체’로 명명하면서 ‘비핵화’와 ‘경제 지원’은 교환 대상이 될 수 없고 향후 남북 대화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협상이 ‘핵 완성’을 위한 전략이었고, 이제는 핵보유국으로서 움직이겠다는 선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담대한 구상’에 북한 안전에 관한 보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북한의 위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누가 누구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어불성설이다. 남북 관계도 당분간 강 대 강의 대치가 불가피하다. 북한은 이미 중국 및 러시아와 대미 전선을 구축한 상태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최대 조력국인 중국의 실질적인 역할이 필요한 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만일 7차 핵실험이 벌어지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편을 들고, 미중 관계는 벌어질 수밖에 없으며 한미, 한미일 관계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한국 입장에서는 한미동맹 강화를 천명했고, 북핵의 위협에 공감하면서 미국과의 조율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중국과는 북핵 문제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이 점에서 한중 관계의 건강한 발전 역시 북핵 및 비핵화 논의의 공감대 형성에 해결 고리가 숨어 있다. 양국 간의 공감대 형성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수행되면, 중국이 우려하는 한국의 경제적 대미 경사, 즉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Chip)4’ 참여 등에도 한국적 공간이 생기게 된다. 본질을 회피하면 본말이 전도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동아일보(22-08-25)-

_________________

 

 

'시 황제'와 게임 하는 法

 

덩샤오핑이 후계자로 장쩌민을 내정한 날은 1989년 5월 19일이었다. 톈안먼(天安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계엄 실시 하루 전이었다. 덩은 공산당이 다시 민중의 지지를 얻으려면 톈안먼 진압과 무관한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상하이시를 이끌던 63세의 장쩌민은 상하이 학생 시위를 단호하고도 요령 있게 잠재워 덩의 신임을 얻었다. 5월 31일 장쩌민은 즉각 상경하라는 명령을 받고 영문도 모른 채 베이징으로 향했다. 6월 1일 덩샤오핑은 장쩌민을 만나 "공산당 총서기로 임명됐다"고 통보했다. 6월 4일 톈안먼 사태가 터졌다.

1992년 1월 88세의 덩샤오핑은 선전과 광저우 등 남부 도시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떠났다. 톈안먼 사태 이후 꺼져가는 개혁·개방의 불꽃을 다시 지피기 위해서였다. 덩은 1월 20일 선전 무역센터에서 "관건은 사람이다. 지금 중앙에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너무 많다. 60대는 젊은 축에 속한다. 20년 후면 80세를 넘는다. 더 젊은 동지를 발탁해야 한다"고 했다. 그해 10월 열린 14차 공산당 대회에서 장쩌민 후계자로 덩이 점찍은 사람이 50세의 후진타오였다. 덩은 '칭화대 수재'로만 알았던 후진타오가 티베트에서 독립 요구를 총칼로 누른 것을 눈여겨봤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권력은 모두 절대 권력자가 정해준 것이었다. 그걸 알기에 두 사람은 한계를 넘지 않았다.

시진핑은 다르다. 2007년 17차 당 대회에서 그가 후계자 반열에 오른 건 장쩌민계와 후진타오계, 태자당(혁명 원로 자제)이 정치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각 계파는 시진핑을 외모처럼 둥글둥글하고 원만한 사람이라고 봤다. 그러나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자신을 반대한 태자당 선배 보시라이, 공안·정보를 장악한 장쩌민계의 저우융캉, 후진타오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를 '반(反)부패' 이름으로 숙청했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가르침대로 군부를 '시자쥔(習家軍·시진핑 군단)'으로 채웠다. 이번 당 대회에선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권력을 호락호락 내놓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시 황제' 등장은 한반도 운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계파와 원로 눈치를 봐야 했던 장쩌민·후진타오는 북한 문제에 과감하지 못했다. 북·중을 혈맹 관계로 보는 세력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진핑은 미·중 관계 틀에서 북한을 게임의 칩으로 쓸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부담은 있다. 사드 배치처럼 잘못된 정보가 시진핑에게 한 번 입력되면 바로잡기가 더 어려워진다.

이런 중국과 부딪힐 때는 신중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중 관계 복원이란 업적을 가급적 빨리 만들고 싶을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은 시 황제 체면을 위해 엉뚱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말려들면 언제가 될지도 모를 시진핑 퇴임 후까지 발목이 잡힐 것이다. 시 황제와의 게임은 서두르면 진다.

 

-안용현 국제부차장, 조선일보(17-10-28)- 

_______________

 

 

한·중 사드 협상

 

한국과 중국이 '시진핑 2기' 출범을 계기로 사드 갈등 출구를 찾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사드 문제로 중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된 것을 한국이 인정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訪中)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를 합의문으로 만들어 발표하자는 안도 거론되고 있다. 양국이 사드 갈등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문 대통령 방중이 시급하다고 해서 사리에 맞지 않는 합의를 '항복문서' 제출하듯이 할 수는 없다.

사드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의 궁여지책이지 중국을 겨냥한 것은 전혀 아니다. 북핵·미사일 위협이 없으면 사드는 필요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북이 핵·미사일을 포기하면 사드는 당장 철수한다. 한국 사드는 미사일 요격형이어서 전방 탐지 능력 자체가 크게 제한된다. 설사 전방 탐지 모드로 바꾼다고 해도 직진하는 전파의 특성상 둥근 지구에서 중국 내륙 지방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이 정말 자국 핵심 이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한다면 일본에 배치된 전방 탐지형 사드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중국은 우리 측의 이런 설명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목적이 다른 곳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기회에 한국을 길들이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만들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한·미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했다'는 사실을 한국이 인정하게 만들면 그 두 가지를 모두 얻는 것이다. 중국은 국제법과 관례, 상식을 쉽게 짓밟는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 국가에 경제 보복을 일삼는다. 미 연방 상원의 코리 가드너 동아태소위 위원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국이 입은 피해를 120억 달러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 피해를 줄이자고 중국 앞에 사실상의 항복문서를 주게 되면 장차 몇 배, 몇 십배의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2000년 한·중 마늘 분쟁 당시 중국은 한국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 금지라는 터무니없는 조치를 취했다. 바늘이 오가는 갈등에 도끼를 내리친 것이다. 중국은 그런 나라다. 우리 정부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중국에 무릎을 꿇고 쉬쉬했다. 그때 우리가 끝까지 원칙을 지켰으면 중국이 사드에 대해 이렇게 무도하게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드 문제는 양국 정상이 먼저 회담을 가진 후 이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내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면 2004년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 차원에서 진행한 동북공정을 봉합한 구두 합의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5개 항의 이 합의는 '상대방의 우려를 이해하고 유념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이 구두 합의는 관계 악화를 막는 계기가 됐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각각의 입장을 외교적으로 표현한 구두 합의에 반영한다면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드 갈등 해결은 우리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을 제어할 수 있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해야 한다. 다음 달 한국에 이어 중국을 방문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한·미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때다. 

 

-조선일보(17-10-27)- 

 

 

=========================